그 여름 (4) - 민석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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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시작할게요. 혹시 아프거나
반대로 너무 압력이 약하면 말씀하세요.”
민석은 손님의 눈앞에서 스마트폰 스탑워치 화면의 시작 버튼을 누르며 코스의 시작을 암묵적으로 이야기한다.
아까까진 정신 없었을 거고, 이게 오롯이 조용한 순간에 집중해서 듣는 사실상의
첫 목소리다.
목소리의 첫인상이 중요하지. 민석은 좀 더 의식해서 낮고 진중한 목소리로 운을 뗀다.
정해진 코스대로, 허리에서 어깨까지 척추기립근 양옆의 라인을 따라 네 손가락을
펴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압력.
목 바로 밑까지 와서 마치 나비 모양을 그리듯 손바닥을 펴먼서 양 광배근을 쓸어 만진다.
‘만져보니까 확실히 알겠다. 이 정도 등판이면 그래도 운동 좀 하셨네.’
옆구리 라인을 따라 쓸어 내려오면서, 예정된 코스대로 손끝을 조금씩 젖꼭지에
닿도록 한다..
‘오… 정직한 반응.’
오일이 묻은 민석의 손가락 끝이 그렇게 양 젖꼭지를 스칠 때, 살짝 몸을
부르르 떠는 것을 캐치한다.
신음소리는 차마 새어 나가지 않으려고 하시는 것 같고…
이렇게 정직한 몸이면 나도 덜 피곤하겠네. 개이득.
그렇게 두 세번 감질나게 젖꼭지를 스친 후,
이제는 양 주먹으로 마찬가지로 척추기립근을 따라 체중을 실어 마사지한다.
마치 심폐소생술을 할 때 가슴과 상체가 수직이 되게 팔을 곧게 뻗는 것처럼,
민석 역시 팔을 수직으로 유지하면서 그대로 체중을 실어 압력을 가한다.
체중을 싣지 않고 팔 힘만으로 마사지하면 하는 사람은 힘만 더 들고 받는 사람은 시원하지도 않아서다.
그렇게 몇 번 반복. 그 다음은 손을 고양이 발바닥처럼 해서 네 손가락 뼈마디의 압력으로
자극.
그리고 또 다르게, 이번엔 엄지손가락만으로 척추기립근에서 바깥쪽으로 밀어내듯이 자극.
초등학교 과학시간에 배웠겠지만, 표면적이 좁을수록 동일한 힘을 가할 때 압력은 더 강하게
느껴진다.
손바닥-주먹-뼈마디-엄지손가락 순으로 닿는 표면적을 줄여가며 더 강한 압력에 서서히 익숙해지게 한다.
“… 시원하네요.”
잔잔한 경음악과 그보다 낮은 데시벨의 에어컨 돌아가는 소리만이,
아니 그리고 힘주어 마사지하는 민석의 가벼운 숨소리만이 들리던 가운데를 손님의 목소리가 비집고 들어온다.
“하하, 그런가요, 시원하시다니
다행이네요.”
당연히 반쯤 빈말이겠지만 그래도 이런 소리 들으면 뿌듯하긴 하다.
진짜 마사지 별로면 저런 말도 안 해. 다 끝나고 나서 돈 안 주겠다고 버티거나,
아니면 포주 끼고 할 땐 일단 돈은 주고 포주한테 컴플레인 넣어서 내리갈굼(?) 받게 하는
쫌생이거나.
‘그럼 이쯤에서…’
역시 예정된 코스대로 슬쩍 작스트랩을 벗는다.
어차피 이렇게 금방 벗을 건데 아까 화장실에서 굳이 작스트랩으로 갈아입은 이유? 다른 게 아니다.
1차로는 아까 뒤에 슬쩍 봤을 때 윤곽이 도드라져 보이게 하는 용도.
거기서 더 나아가서 가끔 노골적인 손님들은 고개를 심하게 젖혀서 드러난 엉덩이를 보기도 하는데
뭐 암튼, 그런 시각적 상상력 자극의 목적.
2차로는 지금처럼 벗을 때 끈 때문에 일반적인 드로즈보다 벗는 소리가 더 많이 나니까, 이번엔
청각적 자극.
이제 마사지는 어깨로 올라왔다. 손바닥은 마치 떡 주무르듯 하면서,
아까와 마찬가지로 수직으로 체중을 그대로 가해 충분히 근육이 풀리도록 한다.
역시 의도된 대로, 민석이 방아를 찧을 때마다 손님의 등에 제 물건이 닿았다 떨어졌다를
반복한다.
의도한 대로 충분히 자극이 되면 좋을 텐데. 아마 짐작하기로는, 자극이 되고 있는 것 같긴 하다.
손님 본인은 모르겠지만, 민석이 만졌을 때 아까보다 몸이 조금 뜨거워졌기 때문이다.
아까보다 방은 좀 더 시원해졌는데도.
‘확실히 정직한 몸이네. 그럼 이쯤에서…’
“몸이 좋으시네요. 운동 하시나요?”
몸이 누가 봐도 안 좋은 손님에게 이런 말을 하면 당연히 역효과겠지만,
이 손님처럼 예전에 운동한 흔적이 남아 있는 ‘반쯤 아저씨 몸매’인 사람에겐 이 정도 멘트는 ‘기분 좋은 아부’다.
“아… 예전에 한참 열심히 하다가 요즘은 일주일에 두 세번 헬스장 가면 다행인
정도예요.”
“아하, 그런데 그런 것 치고는 관리를 확실히 잘 하신 거 같은데요. 역삼각형도 있으시고. ㅎㅎ”
실없는 몸 평가(?)가 그렇게 오가고, 민석은
다음 코스로 왼쪽 팔로 몸을 옮긴다.
상완근 측면부터 시작해서 천천히 내려오는 예의 그 부드러운 마사지.
등도 물론 뼈를 안 건드리게 조심해야겠지만, 팔이야말로 잘못해서 뼈에 압력을 가하지 않게
주의해서 결대로 마사지한다.
떡 주무르듯 하는 상완삼두근 마사지가 끝나고 전완근 차례.
민석은 왼쪽 손으로 손님의 팔꿈치를 굽혀 둔각으로 전완(팔 아랫부분)을 살짝 들고는
오른손으로 손목부터 쪽 밀듯이 마사지한다.
그러면서 역시 또 의도대로, 손님의 손가락 끝에 제 물건 끝부분이 닿도록 한다.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이내 천천히 손가락을 여러 방향으로 움직이며 민석의 물건을 만진다.
‘오케이. 예상대로.’
지금까지 민석이 만난 손님들은 모두 이 대목에서 민석의 물건을 어루만졌다. 당연히 민석의
의도대로.
그렇지만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는 것이, 민석 입장에서는 이 대목이 손님의 의중을 파악하는
첫 순간이다.
아까부터의 민석의 빌드업이 맘에 든다는, ‘어떤’ 마사지인지
이해했으니 나도 그에 맞추겠다는 암묵적인 대답.
아직까지 이 대목에서 무반응이었던 손님은 없긴 했지만, 만약 없다면 조금 난처할 것 같긴
하다.
민석은 그에 대한 플랜 B는 있을까? … 일단 지금은 계속 진행되는 코스에 집중하자.
손님의 의사를 확인한 민석은 이제 손님의 팔을 조금 더 들어 그 손바닥에 자신의 알 두 쪽을 올려 놓는다.
그리고 이내 엄지손가락으로 손님의 손바닥 근육을 눌러준다.
‘일반적인 경우보다 더 많이 뭉쳐 있네. 아까 얼굴 탄 피부도 그렇고 밖에서
최근에 손 쓰는 일을 한 게 확실.
이따가 이걸로 대화를 이어 나가야겠다.’
아까 손님이 물건을 어루만져준 것에 이어서 지금 자신의 두 알을 마치 호두알 굴리듯 만지는 걸 느끼자니,
자연스레 기둥은 반쯤 선다. 이것 역시 당연한 수순이다.
민석이 제 물건의 서고 죽는 걸 맘대로 통제할 수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다.
손님들은 스스로 인지하는지 모르겠지만, 대개 처음에 물건을 만질 때는 조심스럽고 천천히,
그리고 그 때 민석이 딱히 거부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두 알을 만질 때는 좀 더 과감해진다.
중요 부위에 이렇게 천천히 강도가 강하게 자극이 가해진다면, 보통의 경우라면 반쯤은 서는
게 당연하다.
손님들도 자기가 모르는 사이에 민석의 ‘빌드업’에
협조하는 셈이다.
민석은 프리컴이 많이 나오는 편은 아니지만, 신경이 집중된 손 근처에 닿았을 때 느껴질
정도는 나온다.
약간 아쉬울 때 금방 손바닥 지압은 멈춘다.
오른쪽 팔도 똑같이 진행해야 하니까, 같은 자극을 쓸데없이 오래 하면 손님은 금방 질리니까.
‘최근에 혹시 밖에서 일하셨어요?’
왼쪽과 오른쪽의 진행이 똑같기 때문에, 손님이 지루해지지 않게 이쯤에서 말문을
잠시 터 본다.
‘아… 어제 벌초하러 갔다가 오늘 올라왔어요.”
“아 어쩐지. 아까 밖에서 얼굴 보니 최근에 햇빛을 많이 쬐서 좀 타신 것 같았거든요.”
“아아.”
“아까 보니까 콧수염이 되게 잘 어울리시던데요. 워낙 동안이셔서 일부러 기르시는
거예요?”
반쯤 영업용 멘트인 건 맞다. 이 사람도 그 정도 눈치는 있을 거고.
그렇지만 근거 있는 아부니까 괜찮다. 민석이 얼핏 보기에도 콧수염이 제법 잘 어울렸던 건
사실이다.
아까도 짚었듯, 얼토당토 않은 아부는 역효과지만, 팩트에
기반하되 약간 오버하는 아부는 누구나 좋아한다.
“아하하. …. 동안이라고 하면 저 몇 살 정도로 보이는데요?”
민석의 예상 답안 pool에 있는 대답인데, 이
때의 대답만으로도 손님의 성격을 대충 짐작해볼 수는 있다.
이런 질문을 한다는 건 작은 아부에도 홀라당 넘어가는 반푼이거나,
아니면 알지만 괜히 장난기가 발동한, 적극적인 성격. 아예
소심한 사람이면 아하하… 가 끝이었겠지.
“음… 한 서른… 둘? 정도…? 아닌가요?”
사실 이 손님은 ‘머릿속으로 콧수염을 지운 얼굴을 상상하면’ 실제로 서른 전후로 보인다.
그러나 만약 민석의 예상대로 20대 때와 달리 ‘사회인으로서’ 어려 보이는 걸 숨기려고 콧수염을 기른 거라면,
너무 나이를 어리게 부르면 오히려 괜히 콤플렉스를 자극하는 게 될 수도 있다.
그치만 또 있는 그대로의 나이 (아마도, 콧수염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실제로 서른 중반 정도겠지, 민석은
짐작한다.)를
말해주면 그건 또 그것대로 기분이 안 좋을 수도 있다. 이상할 건 없다. 그게 원래 사람 마음이다.
그래서 그 중간 정도 나이를 불러 보는 민석.
일부러 잠깐 당황한 것처럼 말한 것은, 너무 즉답으로 미리 시뮬레이션한 답을 말해버리면
상대방도 짜게 식으니까.
“아아ㅎㅎ 서른 중반이에요.”
“아아~.”
여기서 더 핑퐁 대화가 이어질 수도 있지만, 민석은 일단 여기서 더 이어 나가지는 않는다.
아까 왼쪽 팔에서 느꼈던 감각을 오른팔에서 할 때 손님이 다시 여기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색함을 막기 위한 적당한 스몰토크는 좋지만, 핵심은 손님이 ‘만족’하는 것.
왼쪽 팔의 반복이긴 하지만 마냥 복붙 같은 반복은 아니다. ‘변주’가 있다.
그새 민석의 물건이 완전히 섰기 때문이다.
사실 왼팔에서 오른팔로 넘어오는 그 찰나에, 만석은 오일 묻은 제 손으로 제 물건의 귀두
끝을 문질렀었다.
반발 상태에 이르기까지 누적된 자극에 더하여, 짧은 순간이지만-본인 몸은 본인이 제일 잘 안다고-,
자신이 자극을 가장 잘 느끼는 방식으로 귀두를 자극하니 완전히 선 것이다. 이 역시 계획의
일부.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아까처럼 손님은 민석의 두 알을 어루만진다. 물론 본인도 모르는 새 더 노골적으로.
이내 민석은 손님의 왼발 앞에 자리를 잡는다.
마찬가지로 귀두 끝이 발꿈치에 살짝살짝 닿도록 하며 종아리부터 허벅지까지 다리 전체에 오일을 펴바른다.
쓸고 내려올 때는 손가락이 손님의 알과 고관절 사이를 스친다.
그리고 아까 손바닥에는 귀두 끝과 두 알만 닿았다면,
이제는 제 물건 전체가 손님의 발바닥에 닿도록 민석은 손님의 무릎을 굽혀 종아리를 들어올린다.
손님의 발바닥에 촉촉하게 느껴지는 건, 반쯤은 민석의 프리컴이고 반쯤은 아까 문지른 오일이다.
그렇게 발목부터 종아리 위쪽까지 쭉 마사지하고, 오른 다리로 넘어가는 민석.
“확실히 운동하신 티가 나네요. 허벅지가. ㅎㅎ”
또 한 번 반쯤 팩트에 기반한 아부. 마냥 물살도, 그렇다고
완전 근육도 아닌,
만져봤을 때 비로소 단단함이 느껴지는 정도의 굵은 허벅지.
이번에는 굳이 대답하지는 않고 피식 웃고 마는 손님.
“오늘 그럼 직접 운전해서 올라오셨어요? 운전 오래 하느라 다리 근육도 긴장해서
그런지 좀 뭉쳐 있네요.”
이것 역시 사실이다. 이쯤 되면 느꼈겠지만 민석은 아무리 ‘이반’ 마사지라도 마사지 자체를 꽁으로 하진 않는다.
사실 마사지를 허투루 하는 이반 마사지사는 하수다. 마사지만큼 ‘은근하게’ ‘전희’를 줄
수 있는 애무 방식이 어딨나.
마사지 단계를 대충 얼버무리고 무식하게 바로 ‘애프터’로
시간을 채우는 건 마사지사 본인도 힘들고,
손님도 충분히 빌드업되지 않은 상태에서 분출하는 것이라 ‘절반의 쾌감’밖에 느끼지 못하게 된다.
전희도 전희지만, 손님과의 적절한 친밀감을 형성하기 위해서도 제대로 된 마사지는
꼭 필요했다.
손님의 몸을 구석구석 세심하게 어루만지면서, 손 끝에서 얻은 손님의 ‘몸의 정보’에 근거해
그에 맞춘 질문들을 시의적절하게 던진다. 또 거기서 나온 손님에 대한 정보와 몸의 정보를
합쳐서 대화를 이어나간다.
적당한 대화가 없으면 좋다가도 중간에 얼마든지 지루해하거나 현타가 올 수 있어서, 그걸
느낄 틈이 없어야 하니까.
아까 살펴봤듯 민석이 하필 오른팔, 오른다리로 넘어갈 때 손님에게 말을 건 것도 그런 이유.
그리고… 더 중요한 이유는 나중에 알게 될 테다. 이 영업비밀(?) 역시, 잠시 보류.
손님은 대답이 없다. 아까부터 신음을 참는 건지, 몸이 떨리는 걸 참는 건지, 암튼 뭔가를 참는 데 신경써서 그런
모양.
‘어느 쪽이든 반응은 확실하고… 좋아, 그럼
이 다음엔…’
민석은 이제 손님의 양쪽 무릎 바깥쪽 측면에 자신의 무릎을 두고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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