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정(色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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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직장을 그만두고 벌거벗고 있어도 수치심을 모르는 원시인처럼 혼자 지내며 자지를 제멋대로 놓아두었다. 자지는 아까부터 사지가 멀쩡한 놈이 늘 놀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다는 듯이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앞날을 걱정하는 투로 말했다.
"앞으로 뭘 먹고 살려고 그러냐?"
"벌어 놓은 돈 쓰지 뭐."
"그래 가지고 돈은 언제 벌려고 그래? 혼자 산다고 방종한 생활하지 마."
나는 자지의 충고를 허투루 듣고 나중에야 삼수갑산(三水甲山)을 갈지라도 자유를 만끽했다.
입추(立秋)가 지나고 더위가 한풀꺽이자 나는 소매가 없는 셔츠를 입은 채 팬티을 입지 아니했다. 무더위에 지친 심신을 선선한 바람에 맡기고 있었는데 슬그머니 욕정이 일어났다. 머지않아 가을이 올 것이며 옆구리가 시릴 지경일텐데 욕정을 해소할 대상이 없는 나더러 자지는 어쩌라고 그러는지 딱하기가 그지없다. 자지는 눈치를 보고 내게 슬쩍 말을 걸었다.
"지금 무슨 생각해?"
"아무 생각 안했어."
내가 속내평을 감추고 자지의 물음에 가벼이 응대했다. 자지가 한술 더 떠 내 비위를 거슬렀다.
"앞으로 야동이나 보면서 손으로 나를 달랠거야?"
"날 뭘로 보고 그 따위 소릴 하는 거지?"
"안 봐도 뻔해."
나는 성미가 치밀어 자지에게 바짝 들이대고 앞뒤를 가리지 않았다.
"니 코가 납작해지게 아, 코가 없지. 아무튼 귀두가 납작해지게 만들어 놓을테니까 두고 봐."
"알았어. 본체에게 기대를 걸어 볼게."
내 실력으로는 어림없는 일이라고 자지는 미소를 지으며 나를 우습게 알았다. 나는 말은 그럴듯하게 했는데 어디를 가서 이목구비가 번듯한 남자(男兒)를 만날지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침대에 벌렁 드러누워 이불을 덮고 잠을 청하여 보았지만 걱정 때문에 쉬이 잠이 오지 않았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쿨쿨 자고 있다가 아랫도리 부분이 켕기어 눈을 떴다. 자지는 잠을 안 자고 빳빳하게 서 있어 사유를 물어 보았다.
"야, 너 뭐하냐?"
"아유, 깜짝이야!"
"킥킥, 너 죄 진 거 있어? 왜 그렇게 놀라고 그래?"
자지가 입을 실룩이며 못마땅하다는 듯이 툴툴거렸다.
"인기척도 없이 말하니까 놀라지."
"근데 왜 안 자고 있냐고?"
자지는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땅이 꺼지게 한숨을 쉬었다.
"후, 잠이 안 와."
"니가 무슨 걱정거리가 있다고 잠이 안 오냐?"
"왜 없어? 본체가 시원찮아서 지금껏 그걸 제대로 해 본 적이 없잖아."
나는 자지의 말뜻을 다 알고도 모르는 체 시치미떼고 질문했다.
"그게 뭔데?"
"너 진짜 그걸 몰라서 묻는 거냐?"
자지가 묻는 말에 나는 웃음을 꾹 참고 엉뚱한 소리만 했다.
"너 요즘 들어 왜 그러냐? 마음이 삐뚤면 몸도 바르지 못하다고 그랬지?"
"내가 원래 몸이 삐뚤어졌는걸."
"킥킥. 에이, 잠이나 자야겠다."
내가 침대에 벌렁 드러눕자 자지의 완강한 태도가 수그러졌다. 나는 이런저런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거리며 속말했다.
'자지 말 대로 절친한 남자를 한번 사귀어 보아야 하는데 ‥‥.'
다음날 아침에 나는 커피를 마시면서 낡은 사진첩을 들춰 보았다. 자지는 몸통을 세우고 내가 무엇을 하고 있나 기웃거리며 궁금히 여겼다.
"뭐해?"
"사진 보고 있어."
"누구 사진?"
내가 말대꾸도 하기 싫다는 듯이 과거를 회상하자 자지가 빠릿빠릿하게 질문했다.
"넌 누가 가장 생각나?"
"아무래도 대답을 망설이지 않고 말할 수 있는 건 K라고 생각해."
"그건 왜?"
나는 그 당시의 기억을 더듬어 보며 자지에게 이유를 밝혔다.
"K가 중학교 이 학년 때 만났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그 곳을 만져 보았지. 녀석이 마음에 들어 생각 없이 입 속에 그 곳을 넣는 순간 뭐라 말해야 되나 ‥‥ 더 긴 얘기 할 것 없고 여하튼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어. 근데 강원도로 전학하는 바람에 K와 헤어졌지. 참, 그 녀석 알부자라는 별명이 붙었어."
"알부자라고 왜 불렀어?"
"일동 목장 근처에서 아빠가 양계장을 했거든."
나는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자지의 의중을 떠보았다.
"넌 누구를 제일 좋아하냐?"
"누구를 막론하고 나한테 잘 해준 Y가 맘에 들었어. 근데 Y와 왜 헤어졌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해."
나는 자지의 숨은 내막을 모르고 기억이 떠오르는 대로 일러 주었다.
"그 때 너보다 내가 더 성행위를 하고 싶어 문자 메시지를 보냈었는데 답장이 없는 거야. 그래서 속이 상해 Y와 교제를 끊기로 악한 마음을 먹었는데 뒤늦게서야 전화 왔었지. 내가 전화를 받지 않았더니 그 후에 연락이 단절됐어."
자지는 잘할 수 있었는데 아쉬움이 남아 있어 나를 못마땅히 여겼다.
"아, 그 사람하고는 입과 항문으로 그걸 했었는데 진짜 아쉽다! 니가 좀 참지 그랬어."
"어쩌면 내 성질이 고약해서 그럴듯한 남자가 없는지도 몰라."
"알긴 잘 아네."
"너 지금 뭐라고 그랬어?"
"히히."
심성(心性)이 좋은 자지의 숨은 내막을 바이 모르는 바 아니나 나 역시 성행위할 형편이 아니라 지금의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사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난 남자를 만난다고 해도 겁나."
"그건 왜 그래?"
"한창때는 밤새 그짓을 하고도 담날 끄떡없이 일했는데 지금은 원기가 회복할려면 일 주일은 걸리니까 그렇지."
"그게 다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야. 그렇다고 나 자신의 손만 기대고 살 수 없잖아."
"듣고 보니 니 말도 일리가 있다!"
내가 마음먹은 것을 실천에 옮기지 않자 자지는 부추기는 말을 서슴없이 했다.
"연애질 잘하는 사람은 부지런한 법이야. 게으른 사람은 종일 방구석에 쳐박혀 있으니 사람을 만날 수 없잖아."
"X만한게 못하는 소리가 없어. 그럼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어디 한번 외출해 볼까."
나는 자지가 자유로운 몸이 되라고 팬티를 입지 않은 채로 트레이닝복을 입었다. 외출하는 중에 사람들에게 자지의 형체를 알아보고 눈요기 하라는 의도가 있다. 내가 외출 준비를 끝내자 자지는 호남자(好男兒)를 만나기를 기대하고 흥분한 목소리로 기뻐했다.
"오, 내가 왜 이리 설레이지?"
"그동안 점잖이 굴어. 안 그러면 내가 곤란해진단 말야."
"알았어."
나는 소리 없이 빙그레 미소지으며 아파트를 나섰다. 큰길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시내로 향했다. 조치원 역전에 당도하여 자동차에서 내려 청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려고 서 있었다.
동성연애는 내가 사는 곳에서 적당하게 떨어져 있는 사람이 제격에 맞고, 자지의 마음에 드는 남자를 길거리에서 만나려면 대도시로 가는 것이 낫다. 자지의 들떴던 마음이 겨우 진정되고, 나는 시내버스가 오기를 기다리며 고개를 떨어뜨리고 휴대전화만 만지작거렸다. 그런데 내가 휴대전화를 놓치는 바람에 순발력을 발휘해 허리를 굽혔다. 내가 휴대전화가 부서지기 전에 막 잡으려고 하는 찰나 내 옆에 서 있던 남자도 휴대전화를 잡으려고 허리를 굽혔다. 내가 남자와 이마를 부딪치는 동시에 둘이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나는 강한 충격을 받아 이마가 얼얼한 반면 남자는 이마에 손을 댔다. 내가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고 피를 흘리는 것을 보았을 때 정신이 퍼뜩 들었다. 나는 이마에 손을 대 보았으나 다행히 아무렇지 않아 남자를 부축하며 상처를 걱정했다.
"괜찮으세요?"
"예, 피가 나서 그렇지 전 괜찮아요."
"어디 한번 봐요."
나는 남자의 이마 부위에 상처를 확인해 보고 놀라서 입이 벌어졌다.
"안 되겠어요. 병원에 가서 상처를 치료 받아요."
"아녀요. 피가 금방 멎을 거예요."
나는 남자의 손을 꼭 잡고 강제로 가까운 외과 의원으로 들어갔다. 남자는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담당 의사로부터 처치를 받고 반창고를 이마에 붙였다. 내가 의자에 앉아 있는데 남자가 처치실에서 나왔다. 남자는 나와 눈길이 마주치자 멋쩍게 씩 웃어 보였다. 나는 남자의 웃는 표정을 보고 한번 사귀어 보기로 결심을 굳혔다. 나와 남자는 외과 의원에서 나와 길을 찾는 듯 두리번두리번했다. 남자가 조치원역 시계탑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나에게 시선을 주었다. 나는 남자를 붙잡아 두고 싶어 시간을 끌었다.
"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 할래요?"
"좋아요. 그 대신 제가 커피값을 낼게요."
"왜요?"
"치료비를 내셨잖아요."
나는 남자의 호의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나와 남자는 카페에 들어 자리를 잡고 마주 않았다. 남자가 내 눈길을 피해 창 밖을 보았다. 나는 남자가 착하고 서글서글해서 마음에 들어 서로의 눈길이 마주치도록 말을 시켰다.
"시내버스 타고 어디 가세요?"
"청주에 가서 영화나 보려고요."
"어! 조치원에 새로 메가박스가 생긴 거 몰랐나요?"
"예, 여기 이사 온지 얼마 안 돼 어디에 뭐가 있는지 잘 몰라요. 그나저나 조금 아까 저와 같이 부닥쳤는데 저만 이마가 다치고 그쪽은 왜 말짱하죠?"
"으하하, 그래서 불만이 많은가요?"
"그건 아니지만 하도 신기해서 물어 본거예요."
나는 손을 불쑥 내밀고 감사의 뜻을 표하며 악수를 청했다.
"아까는 정말 고마웠어요. 전 석이라고 합니다!"
"아, 저는 호남자입니다. 사실은 석이 씨를 눈여보고 있었어요."
나는 남자로부터 뜻하지 않은 말을 듣고 잠시 뜸들이다가 말을 이었다.
"그 말을 들으니까 집에서 잘 나왔다는 생각이 드네요."
남자가 환하게 웃어 보여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좋아했다. 여태껏 자지의 눈치를 살피고 뭔가 꿀리는 데가 있었는데 나는 위세가 당당하게 속말했다.
'자지야, 드디어 내가 한 건 해냈다!'
나는 남자와 함께 카페에서 나와 한길을 걸어 메가박스 안으로 들어갔다. 여러 영화 중에 남자와 잘 상의하여 결정했다.
영화관 안에 들어 의자에 앉는데 남자는 세심한 배려를 해주었다. 나는 영화가 시작하기를 기다리며 전방을 주시했다. 남자는 내 얼굴을 한번 힐끗 보더니 이내 말을 붙였다.
"휴대폰은 어떻게 하실건가요?"
"하는 수 없죠. 새로 장만할거예요."
영화 시작을 알리는 벨 소리가 나고 나와 남자는 영화를 보았다. 나는 영화 같은 것은 안중에 두지 않고 호시탐탐 절호의 기회를 엿보았다. 그러나 내가 과연 이 일을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남자의 얼굴을 힐끗 보고 엉큼한 생각을 품었다. 내 옆에 앉아 있는 남자의 그 곳을 만져 보고 싶어 안달이 나서 견디지 못했다. 나는 손을 남자 쪽으로 움직이는데 가슴이 두근거려 온몸이 얼어붙었다.
내가 시간을 끄는 바람에 영화가 끝이 나고 몇몇 사람들이 좌석에서 일어나 비상 출구 쪽으로 이동했다. 나와 남자는 나중에 영화관에서 나와 어디로 갈까 머무적거렸다. 나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결국은 남자와 메가박스 앞에서 잘 가라고 손을 흔들어 헤어지고 터벅터벅 한길을 걸었다. 자지에게 큰소리 땅땅 쳤는데 지금의 괴로운 심정을 이해해 주기를 바랐다. 그런데 내가 한길을 헤적거리며 걸어가는 뒤통수에서 남자의 굵은 음성이 들려 왔다.
"저기요, 저랑 함께 할래요?"
남자가 나를 소리쳐 부르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걸음을 멈추고 획 뒤돌아서서 그쪽으로 겅중겅중 걸어갔다. 내가 남자의 손을 이끌며 도로 가에 서서 오른손을 번쩍 들었다. 택시가 저기에서 가까이 다가와 내 앞에 멈추었다. 내가 먼저 자동차에 타고 용변이 급하다고 사정했다.
"기사님, 제 뱃속이 부글부글 끓어서 그런데 ㅇㅇ아파트까지 빨리 좀 가 주세요."
"예, 알았습니다."
운전기사는 자동차를 거칠게 몰아 도로를 쌩쌩 달렸다. 나는 아파트에 당도하여 남자와 함께 자동차에서 내리며 운전기사에게 돈을 주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기사님, 고맙습니다. 잔돈은 커피 사 드세요."
"예, 감사합니다."
나는 남자의 손을 잡고 계단을 올라 현관문을 열고 아파트 안에 들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남자가 멀거니 나만 바라보고 있어 그만한 까닭을 밝혔다.
"집에 빨리 오고 싶어 터무니없는 거짓말했어요."
"원래 거짓말을 그럴듯하게 잘하나요?"
나는 화급하게 손으로 허공을 휘저어 손사래를 치며 남자의 말을 부정했다.
"아, 아, 아녀요. 단둘이 있고 싶어 ‥‥ 히."
남자가 소리 없이 빙그레 미소지어 보여 나는 뒤탈이 없어 안심하고 궁금히 여긴 것을 물어 보았다.
"진작 나랑 함께 하자고 말하죠. 마지막 순간까지 제 맘을 설레게 만드는 건 머예요?"
"그러지 않아도 둘 다 용기가 없어 이대로 가다가는 그냥 헤어질 거 같아 제가 어렵사리 말을 꺼낸 거예요. 사실 나중에 후회하느니 차라리 용기 있는 행동이 낫다고 생각했거든요."
"아, 매력적인 성품이네요. 그나저나 이젠 둘이서 뭐하죠?"
남자가 멋쩍어하는 표정을 지어 보여 내 의지 대로 밀고 나갔다.
"그럼 부담 갖지 말고 샤워하세요."
"아녀요. 먼저 하세요."
남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자지는 채신머리없이 신경을 자극하여 서서히 발기할 조짐이 보였다. 나는 자지의 속내를 남자에게 숨기고 이야기를 엉뚱한 방향으로 돌렸다.
"전 샤워 안할래요."
"왜요?"
"다 잡은 고기 놓칠까 봐요."
남자가 소리 없이 빙그레 미소짓더니 나에게 질문했다.
"제가 고기라면 횟감인가요? 매운탕거리인가요?"
"음, 날로 먹어야 하니까 아무래도 횟감이 낫겠죠?"
나와 남자는 얼굴을 마주 보고 으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모든 일이 잘 풀리는 것 같아 한시름 놓고 제일 먼저 트레이닝복을 훌훌 벗어 버리며 남자에게 옷을 벗을 것을 권했다.
"나와 같이 샤워해요."
"예, 좋아요."
남자는 캐주얼 웨어(casual wear)와 사각으로 된 팬티를 벗고 나와 함께 욕실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먼저 수도꼭지를 틀어 온수의 온도를 적당하게 조절하고 샤워기로 남자의 몸에 물을 뿌렸다. 남자는 몸을 좌우로 움직여 내가 씻어 주기 좋게 도와 주었다. 나는 일부러 비누질하면서 남자의 그 곳을 피했는데 남자는 내 손목을 완력으로 잡아끌어다가 쓱쓱 문질렀다. 자지가 생체 반응을 보이고 발기하여 나는 부끄러워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남자도 서서히 그 곳을 일으켜 불두덩과 45도로 섰다. 남자가 샤워기로 내 몸에 물을 뿌리고 비누를 빼앗아 비누질하더니 자지를 만져 주었다. 자지는 원기가 왕성하게 일어 나를 통해 감탄을 연발 자아냈다.
"아, 아!"
남자는 오른손을 말아 내 자지를 잡고 왕복 운동하면서 자신의 자지를 내 항문에 집어넣으려고 자세를 취했다. 나는 남자가 기분이 나쁘지 않게 성행위를 말렸다.
"거긴 약해서 ‥‥ 미안해요."
"아, 그래요."
남자는 성행위를 멈추고 자지에게 열성을 다해 왕복 운동시켰다. 자지는 남자의 유연한 손놀림에 반해 나를 충동했다. 나는 색욕에 푹 빠져 자신을 잊은 채 자지의 뜻을 대변해 주었다.
"아, 입으로 해줘요."
남자가 최면 상태에 빠져 자지를 혀로 핥더니 입 속에 넣었다. 자지는 막 잡은 뱀장어처럼 미끈거리며 남자의 다음 행동을 감 잡고 반가워했다.
'오, 나이스플레이(nice play)!'
나와 남자는 색욕에 취하여 의식이 가물거리는 성행위가 끝났다. 남자는 맑은 물로 나의 몸을 씻어 주며 돌발적인 질문을 했다.
"이번이 처음인가요?"
"예!"
나는 대답을 망설이지 않고 선뜻 했다. 만약 내가 대답을 머뭇거려 뒤가 켕기는 것이 있다면 남자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 줄 수가 없어 거짓말했다. 남자가 나의 뒤를 캐 볼것도 아니고 설령 자지를 보더라도 처음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남자가 나의 속뜻을 눈치채고 뜻하지 않은 결론을 내렸다.
"거짓말한 거 다 알아요."
나는 내심 몹시 당황했으나 애써 천연한 표정을 지으며 즉각 반박했다.
"아녀요. 근데 그러한 주장은 무엇을 근거로 한 건가요?"
"아까도 투명한 거짓말을 했잖아요. 그리고 저를 다루는 솜씨가 여간이 아닌 걸 보면 알 수 있어요."
"아, 진짜 너무하세요. 알면서 모르는 체하는 심보는 뭐예요?"
남자는 내가 당황하는 표정을 보면서 유쾌하게 웃었다. 나는 샤워기를 빼앗아 남자에게 물을 뿌리며 위기를 벗어났다.
나와 남자는 샤워를 마치고 욕실에서 나와 시원한 냉수를 꿀꺽꿀꺽 마셨다. 남자는 침대에 눕자마자 그냥 곯아떨어지고, 나는 말없이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자지는 성행위에 만족을 느끼고 남자가 좋아져 환호성을 질렀다.
"야, 정말 놀랐는데 앞으로 이삼 일은 아무 생각 없이 지낼 수 있겠다."
"뭐, 그렇게까지 남자와 그걸 즐겼는데 고작 이삼 일이라고? 어이구, 나 죽겠네!"
나는 자지의 말을 들어 보고 호들갑떨었다. 내가 너무 뜻밖이어서 어이없어 하자 자지는 욕실에서 성행위한 일을 들먹였다.
"아까는 니가 더 좋아했으면서 뭔 소리하는 거야?"
"앗, 들켜 버렸다!"
그러나저러나 자지의 건방진 태도가 누그러지지 않은 채 자신의 신묘한 비밀에 대하여 이야기를 꺼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영혼이 육체에 머물게 되는데 바로 그 때 동성(同性)의 영혼이 머물지 못하고 보기 드물게 이성(異性)의 영혼이 머물어 정신 현상의 근원이 되며, 사람이나 영혼이나 그것을 지배하는 이성을 만나는 게 이치에 맞지만 이성의 영혼이 육체에 머무는 남자는 상대적으로 동성을 더 좋아하게 돼."
자지가 알아듣기 어려운 말로 지껄이자 나는 대놓고 못마땅히 여겼다.
"아따, 무슨 말인지 통 못 알아듣겠어. 하지만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사람들은 호감 가는 이를 여겨보고 가슴이 두근두근하는 데 반하여 나는 육감으로 알아차리기 때문에 전혀 예상치 못한 상태에서 꼴려 너를 당황하게 만들곤 하지. 그래서 영혼에 대한 감이 오면 잘 알 수 있어."
"아하, 그래서 니 멋대로 꼴리는구나!"
자지는 신이 나서 덧붙여 동성연애자의 상관관계를 자세히 설명했다.
"그리고 동성연애에 빠지기는 쉽지만 두 사람이 함께 지내는 건 오래 가지 못해. 동성애와 이성애가 만나 도리에 어긋난 사랑과 열정이 오래 가는 법이야."
나와 자지는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을 뜬눈으로 지새웠다. 자지는 앞을 내다볼 줄 아는 혜안(慧眼)을 지니고 있어 나의 생활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이른 아침, 나는 신경이 예민하여 남자가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주섬주섬 입는 작은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남자는 옷을 입다 말고 내가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을 막았다. 하지만 나는 냉장고에서 우유와 빵을 꺼내 남자에게 아침을 간단하게 준비해 주었다. 남자는 소리 없이 빙그레 미소지으며 아침을 먹고, 잘 있으라고 손을 흔들어 나와 헤어지는 인사를 하고 아파트를 나섰다.
그 날 남자를 만난게 우연이라면 옷깃을 스치고 지나간 것으로, 인연이 닿아 만났다면 한번쯤 웃음지어 준 것으로 만족하렵니다. 그러나 우리의 만남은 태어나면서부터 만나야 할 필연 때문에 헤어지기 쉬운 만남이 아니고, 필연 상태가 끝없이 이어지는 것입니다. 설령 어느 한쪽이 싫어져 이별한다 해도 시간이 흐르면서 기억이 되살아나야 하는 만남임을 연(緣)이 지속되는 동안 진리를 깨달아야 합니다.
이레 후 저녁, 자지는 말없이 발기했다가 가라앉았다가 심술궂은 짓을 했다. 나는 자지가 성행위를 하고 싶어 안달이 나서 견디지 못하는 것을 알고 남자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지금 시간 뭐 하세요
남자에게서 답장이 오지 않은 채로 시간이 흘렀다. 자지는 내 눈치를 보고 지나온 이야기를 들추었다.
"화 안 났어?"
"응, 아무 연락이 없는 걸 보니 무슨 일이 있나 봐."
"아주, 철들었네. 예전 같으면 그런 사람을 단호하게 끊어 버리더구먼."
"그래서 사람은 지난 일을 거울삼아 참는 법을 배우는가 봐."
나는 컴퓨터를 켜고 야한 동영상을 찾았다. 자지가 야한 동영상을 싫어하는 표정을 지으며 툴툴거렸다.
"나를 손으로 해결해 볼려고 그러지?"
"이 방법이 그리도 싫으냐?"
"그건 정중히 사양하고 차라리 금욕하는 게 낫겠어. 그리고 손으로 잡고 흔드는 건 넌덜머리가 나."
"이게 어디다 대고 딱딱거리며 대드는 거야?"
나는 슬며시 울화가 치밀어 자지에게 호통을 쳤다. 자지는 나와 다투어 지지 않으려고 팽팽히 맞서서 싸움을 걸었다.
"흥, 큰소리 땅땅 치더니 꼴 좋다."
"내 딴에는 다 너를 위해서야."
"피차 마찬가지 아닌가?"
나는 말대꾸도 하기 싫다는 듯이 두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나와 자지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그러자 자지가 불쑥 한마디 내뱉었다.
"조금 아까 니가 철들었다는 말 취소할래."
나는 자지와 입씨름을 벌이는 도중에 전동(電動)칫솔이 눈에 띄어 좋은 생각이 번개같이 머리를 스쳤다. 전동 칫솔을 손에 쥐고 스위치를 넣어 귀두에 자극을 주었다. 자지는 전동 칫솔이 빙글빙글 회전하자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으악, 이게 무슨 짓이야?"
나는 자지가 비명을 질러도 능청맞게 놀라움을 나타냈다.
"아니, 왜 그래?"
"아냐, 계속해."
자지는 귀두에 통증을 참지 못해 나에게 고통을 호소했다.
"으으 아프다!"
나는 전동 칫솔을 끄고 자지를 지켜보았다. 자지가 벌겋게 충혈되어 귀두가 화끈거렸다. 나는 전동 칫솔의 스위치를 넣고 자지의 몸통에 자극을 주었다. 자지는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가 고통을 재차 호소하며 쾌감이 절정에 도달했다.
"이젠 더 이상 ‥‥ 으윽!"
자지는 조기(早期)에 사정하고 힘이 빠진 투로 말 한 마디 툭 던졌다.
"넌 변태성욕자야."
"내가 왜?"
"이 닦는 걸로 나를 사정시키다니. 내가 못난 놈이지."
내가 웃음을 참지 못해 킥킥거리자 자지는 느낀 바의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전동 칫솔로 하니까 좋기는한데 다음엔 겔(gel) 좀 바르고 해줘,"
"알았어."
"근데 그걸로 이 닦을거니?"
"히히."
자지는 덧붙여 내 신체(身體)에 쓸데없이 참견하며 젖가슴에 대해 물어 보았다.
"남자의 젖꼭지는 왜 있는 거야?"
나는 자지에게 젖가슴이 성감대라는 것을 차근차근 자세히 설명했다.
"그게 쓸모 없어 보여도 누가 손으로 만져 주거나 혀로 핥아 주는 순간 뿅 가고 말지."
"아무리 그래도 젖이 나오진 않잖아."
"으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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