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 방탕청년, 4화, 도적단의 본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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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한 곳은 숲 한가운데의 넓은 공터. 셋을 포함해 모두 열 명이 있다.
'굉장해.. 하나같이 수준급이야. 이 둘은 저리 가라 할 정도의 실력자도 조금 있고.'
"인기척이 느껴지길래 가 봤더니 이 녀석이 넉살 좋게 자고 있더라고."
하윈이 말한다.
"꽤 실력이 있어 보이는데? 무슨 일을 한데?"
"모르겠어. 여행자라고는 하는데.. 어쨌든 실력이 꽤 좋아."
도적들이 아리헨에게 다가온다. 그들은 면밀히 아리헨의 얼굴을 훑어본다.
"흐음.. 기와 마력이 느껴지는 걸로 봐서 마법검사인 것 같고.. 재수 좋으면 하윈이랑 호각일 수도 있겠는걸?"
"재수 좋으면이라.. 내가 아무리 실력이 없어도 방심하거나 하진 않는다구."
"물론 그렇겠지만, 승부는 모르는 거니까."
도적들 중 한 명이 다른 도적들을 물린다.
"내 이름은 잭. 반갑다."
손을 내미는 도적. 아리헨은 긴장한 와중에도 손을 내민다.
"반가워요. 제 이름은 아리헨이에요."
"아리헨이라.. 좋은 이름인걸?"
진지한 표정의 도적. 도적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성품 좋은 촌장 같이 푸근하면서도 진지한 사람이야.'
"도적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아요. 왜 도적을 자처하는 거죠?"
아리헨이 묻는다.
"이래봬도 도적단은 맞으니까? 다만 사람을 약탈하지 않을 뿐이지."
"그러면 도적단이 아닌 거예요."
"하하.. 그런가?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사고방식이로군."
"네..? 당신들 혹시..?"
"그래, 너가 짐작하는 대로. 우리는 다인종으로 구성된 도적단, '페일리아'라네."
'페일리아..!'
대륙의 강자들에 관한 소식에 관심이 없다 하더라도 한 번쯤은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이름, 페일리아. 이들은 도적을 자처한다. 대륙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마물들을 약탈하는 자들. 가장 약한 이도 특급 용병에 준하는 실력을 갖추고 있고, 도적단의 단장은 대륙의 최강자들을 논하는 자리에 끼곤 한다.
"설마.. 당신이 페일리아의 단장인가요?"
아리헨이 잔뜩 긴장한 채 침을 삼키며 묻는다.
"하하.. 그건 아니네. 고작해야 나 정도가 단장님과 어깨를 견줄 수는 없지. 나는 그저 도적단의 한 지부를 맡고 있을 뿐이라네."
순간 아리헨은 동경의 마음이 들어버린다.
'대단해..! 여행 초입에 이런 유명인들을 만나다니..'
물론 페일리아가 꼭 좋은 집단인 것만은 아니다. 도적단을 자처하는 만큼 무법적인 성격이 있어서 현상금이 기본적으로 걸려 있긴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약탈하지는 않는다고는 하지만, 돈이 부족해지면 실제로 마을에 들어가서 온갖 명목으로 돈을 뜯어내는 일도 빈번하고, 수틀리면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그들의 정체에 대해 알게 된 아리헨이 다시 도적들을 면밀히 바라본다. 인간, 엘프, 수인족 등등. 아리헨은 마치 고향에 온 것처럼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낀다.
'내게 여행자의 피가 흘러서일까?'
"알겠어요. 마을이나 도시에 가서 신고하진 않을게요. 저를 보내주시겠어요?"
"하하.. 물론 자네를 믿지만, 우리의 절차라는 것이 있으니 당분간 머물러주게."
완곡하지만 강한 거절. 아리헨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버린다.
'그래.. 페일리안을 옆에서 볼 수 있다는 게 어디야.. 당분간 함께 다니자.'
그렇게 생각하며 머뭇거리는 와중에 잭이 그에게 자리를 안내해 준다.
"저기서 쉬게나."
"알겠습니다."
아리헨이 자리에 가서 누워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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