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 (1) - 재영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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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매년 벌초하는 것도 진짜 일이다 일.”
재영은 자취방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에어컨과 서큘레이터를 켜며 혼잣말을 했다.
어제가 마침 대체공휴일이라 고향집에 내려가서 하루종일 벌초하고,
토요일인 오늘은 몇 시간 차까지 몰고 올라오니 여간 피곤한 게 아니다.
거기다 매년 갱신하는 역대급 폭염은 덤.
씻지도 않고 일단 옷을 대충 벗어 던지고 팬티바람으로 침대에 몸을 던져 눕는다.
‘오, 시원하다.’
잠깐 멍 때리고 누워있었을 뿐인데, 작은 자취방이라 에어컨과 서큘레이터가 함께 있으니 금방 시원해졌다.
‘어떡하지? 한 발 뺄까?’
그저 멍 때리고 누워 있었을 뿐인데 어느덧 팬티가 꽉 낀 느낌이 나게 물건이 섰다.
팬티만 입고 누워있으니 그대로 내리고 ‘하면’ 되는 상황.
어떡할까…? 안 뺀 지 대충 열흘 된 거 같은데.
고민하는 사이 무의식적으로 팬티의 부드러운 소재가 주는 자극에 취했다.
꿀렁대는 것만으로 소재에 쓸릴 때 은근 자극이 된다.
힐끔 아래를 내려다 보니 새어 나와서 물방울처럼 맺힌 그것.
그런 날이 있다.
보통 ‘엉뚱한 데’ 정력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운동을 하는데, 실상은 운동을 하고 씻기 전에 왠지 빼고 싶어진다.
비록 운동이 아니라 ‘벌초+장시간 운전’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어쨌든 지금이 그 비슷한 상황이다.
‘흠… 뭔가 그냥 빼긴 싫은데…’
누가 대신 해줬으면 좋겠다. 하고는 싶은데 내 손을 움직이는 것조차 귀찮아.
무의식적으로 폰을 들어 앱을 켠다.
‘똑같네. 에휴 내가 뭘 기대한 거람ㅋㅋ’
한 동네 오래 살다 보면 앱을 켜도 그 나물에 그 밥인 법이다. 물론 그 사람들 입장에서도 내가 그런 존재겠지.
‘어? 이 사람은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스와이핑하다 보니 못 보던 근육질 몸사에 ‘msg’라고 쓰인 이름이 보인다.
‘msg면… 내가 생각하는 그거 맞나?’
무심코 탭해보니 나오는 소개글.
‘개인 출장마사지
가격은 1시간 XXXXX원 2시간 XXXXX원 … (중략)
자세한 문의는 카톡 XXXXXX
관리 중이거나 취침 중에는 답변 늦을 수 있습니다’
이게 뭐람. 우리 동네에도 이런 사람이 생겼네. 보통 강남 같은 데 나가서 켰을 때만 많던데.
“아니 근데 이게 뭐야, 소개글이 왜 이렇게 무성의해 ㅋㅋ 홍보멘트를 좀 쓰던가.”
아닌가? 어중이떠중이는 필요없고 딱 연락 오는 사람만 받겠다 뭐 이런 건가?
어이 없다가도 어느덧 관심이 거기로 쏠려 그새 아랫도리가 풀이 죽었다.
‘이 가격… 이면 솔직히 그냥 마사지 가격은 아닐 테고… 역시 그거겠지? 하긴, 사진도 이런 몸사를 올린 거 보면.’
이미 다 죽어서 혼자 뺄 타이밍은 살짝 놓친 느낌이지만, 급하게 혼자 빼는 것보다 이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조심스레 카톡 문의를 해 본다.
알림음과 함께 몇 분만에 금방 답장이 온다.
‘답이 늦었으면 김 샐 뻔했는데 의외로 금방 답이 오네.’
*
카톡이 오가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60분 짜리로 성사.
‘벌써 다섯 시네… 이럴 때가 아니다 오는 데 30분 정도 걸린댔으니 대충 빨리 방 치우고 씻어야지.’
눈에 보이는 큰 거슬리는(?) 것들부터 후다닥 치우고 이제야 샤워하러 화장실로 직행.
샤워기 물을 맞고 서 있으니 잠시 현타가 온다.
‘그러고 보니 이런(?) 건 처음인데…. 아 괜히 충동적으로 한 거 같기도 하고...
그냥 아까 혼자 할 걸 그랬나…’
취소할까 보다. 갈대처럼 흔들리는 마음을 안고 나와서 핸드폰을 보니 샤워하러 들어가기 직전에 도착한, 출발했다는 톡.
‘아휴… 이미 출발했네.’
뭐…. 취소하려면 예약하면서 걸어놓은 소정의 보증금을 포기하면 그만이지만 사람 심리가 또 그렇지 않은 법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할 수 없지~ 의 느낌.
씻고 뽀송뽀송한 팬티 한 장 걸치고 다시 아까 그대로 누웠다.
‘아니 근데… 그냥 이렇게 대충 치우고 씻고… 끝인가 나는? 그냥 이렇게 누워서 기다리면 되나?’
처음이라 그런가. 괜히 긴장되네.
‘아! 갔다와서 환기 안 하고 바로 에어컨 틀었지 참…. 막 들어오면 냄새 나겠다.’
부랴부랴 에어컨을 잠시 끄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한다.
‘오는 데 30분이면… 다시 방 시원해지려면 시간 빠듯하겠구만.’
그렇게 한 10분 정도 환기를 시키며 폰서핑을 하다, 다시 문 닫고 에어컨을 켰다.
‘와… 그 잠깐 끄고 창문 열었는데 바로 29도까지 올라가네. 날씨 실화인가….’
다시 폰서핑 재개.
몇 분이나 지났을까, 정적을 깨는 카톡 알림음.
‘고객님 근처 거의 도착했습니다 집 앞에서 한 번 더 톡 드리겠습니다 :) '
다시 몇 분 후. 그 잠깐이 어찌나 길던지.
대충 옷을 걸치고 슬리퍼를 끌고 집 앞으로 나가본다.
핸드폰과 작은 가방을 손에 든 채 천천히 걸어오는 한 남자가 보인다.
(유행지난) 회색 언더X머 상의에 검은색 반바지. 누가 봐도 저 사람이네.
눈이 마주쳤다.
재영은 한 손으로 핸드폰을 들고 엄지로 타이핑하는 시늉을 해 보인다. 끄덕이는 남자.
“아, 안녕하세요! 날 더운데 왜 나와 계세요 ㅎㅎ 얼른 들어가시죠.”
핏을 보니 몸은 멀리서 봐도 사진대로일 것 같고,
가까이서 얼굴을 보니 전형적인 베이글.
요즘 개나소나 다 하는 가르마펌이긴 한데 그게 또 어울리는 얼굴.
강아지상에, 평소의 눈은 똘망똘망한데 웃을 때 금세 실눈이 되는 눈웃음이 귀엽다.
태닝이 된 건지 원래 까만 피부인지 모르겠는데 암튼 건강한 톤의 까만 피부.
바지는… 짧은데 은근 통이 커서 속옷 안 입고 입었을 때 밑에서 보면 왠지 보일 것 같은(?) 느낌?
뭐야 무슨 망상이야. 애초에 그걸 밑에서 왜 봐 ㅋㅋ
다리털은 왁싱을 초여름에 한 건지 너무 매끈하지도, 무성하지도 않게 가지런히 난 것이 적당히 섹시하다.
“아… 네 오느라 고생했어요. 네 그럼… (들어가자는 고갯짓).”
적당히 답해주고 함께 들어와, 계단으로 한 층 올라가서 문 앞에서 비밀번호를 누른다. 괜히 긴장.
그 한 마디 하고 나서 비록 짧은 몇 분이지만 올라오면서 한 마디도 안 하니까 괜히 더 긴장돼.
띠리릭- 문이 열리고 함께 들어간다.
“그… 방이 좀 지저분하죠? 치운다고 치우긴 했는데.”
정적을 깨고자, 괜히 빈말로 겸양어를 늘어놓는다.
“아아 ㅎㅎ 아니에요 깨끗한데요 뭘.”
(한 박자 쉬고)
“저… 씻고 나왔는데도 밖이 더워서 그새 땀이 좀 나서요. 후딱 씻고 나와도 될까요?”
“아, 네 그러세요. (화장실 문을 열어주고 벽에 붙은 서랍장을 가리키며)
수건은 저 안에서 하나 꺼내서 쓰시면 되시고 (손가락질로) 저게 바디워시예요.”
뭐지? 나 뭔데 이렇게 능숙하게 안내하지? 잠시 혼란스러워지는 재영이었다.
“감사합니다. 씻고 나올 동안 편하게… 그… (머뭇) 팬티까지 다 벗으시고 침대에 엎드려 계시면 됩니다.”
“아아 네.”
뭐지 얘도 별로 안 해 봤나? 잠깐 멈칫하는 게 귀엽네.
아… 근데 막상 다 벗…고 엎드려 있으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는 걸 들으니 엄청 민망하네.
마사지사는 들고 온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 화장실로 들어갔다. 뭐지 저게?
‘이름이 뭐랬더라, 민석? 가명이겠지 당연히?’
재영은 잠깐 멍 때리다가 암막커튼을 치고 침대 옆의 작은 등을 켠다.
불면증 없애려고 달아놓은 게 이럴 때 쓸모가 있네.
또 뭐 준비할 게 없나 잠깐 생각하고, 이내 팬티를 방 한 쪽에 벗어두고 엎드린다.
숨막히는 정적…을 몇 초 후에 깨는 건 화장실 안에서 새어 나오는 샤워기 물소리 뿐.
‘와… 괜히 한다고 했나? 막상 이러고 엎드려 있으니까 현타 오지네.’
그저 얼른 저 안에서 민석이 나와서 뭐라도 해 줬으면 좋겠는 마음.
잠시 후, 등 뒤에서 화장실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화장실 불 끄는 딸깍 소리도.
“죄송해요, 기다리셨죠?”
들고 온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는 부스럭거리는 소리.
“혹시 듣고 싶으신 음악 있으세요”
엥? 뭐야 그건 또. 초짜인 거 같은데 나름 이것저것 준비해 온 건가.
“어… 아뇨 딱히 없어요.”
“네 그럼 준비해온 걸로 틀게요.”
‘와… 목소리 좋네. 이런 걸 여자들이 동굴 보이스라고 하나.
키 크고 잘생기고 몸 좋고 목소리도 좋다니 다 가졌네 다 가졌어.’
민석이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멎고 에어컨 돌아가는 낮은 데시벨의 백색소음 외에는
재영의 침 꼴깍 삼키는 소리만 들리던 터라,
민석의 목소리에 신경이 집중되어서인지 유독 더 그렇게 들린다.
이내 조용히 귓가를 사로잡는 은은한 피아노 경음악 소리.
가지고 온 게 블루투스 스피커였나 보다. 그래… 중간중간 뚝딱대는 게 초짜 같기는 한데 은근 본격적이네.
“저, 침대 시트에 오일이 묻을 수도 있어서, 이것 좀 배 밑에 깔고 하실게요.”
그 소리에 재영이 고개만 뒤로 젖혀 보니, 샤워용 긴 타월을 건네주는 민석.
‘오… 샤워하고 나오면서 저것도 챙겨 나온 거야?
생초짜였으면 하다가 중간에 ‘아 맞다!’ 하고 다시 들어갔거나
오일 흘리든 말든 신경 못 썼을 수도 있는데 이런 거 보면 또 초자 안 같네. 초짜야 아니야 도대체.’
어느덧 민석이 초짜인지 아닌지 나 혼자 추리에 돌입한 재영이었다.
수건을 건네받으며 자연히 민석의 모습을 보니, 확실히, 프사대로 적당히 선 굵은 근육질 몸매.
부담스러운 우락부락(?) 근육은 아니면서, 말로만 ‘슬근’인 사람들과는 다르게
앞뒤 부피도 확실히 두꺼우면서 있을 윤곽은 다 있는 스탠 근육.
그리고… 아래는…
‘저게 작스트랩이구나. 실제로 입은 건 처음 본다.’
빨간색에, 끈 부분은 흰색으로 된 작스트랩.
이름만 많이 듣고 사서 직접 입어본 적은 없는 X노레 상표가 적나라하게 쓰여 있고.
은근히 디테일에 신경 썼네. 확실히 돈 받고 하는 마사지사라 이건가.
건네받은 수건을 아래에 깔면서 살짝 몸을 일으킨다.
어차피 민석에게 보일 각도는 아니긴 하지만,
엎드려서 눌려 있다가 들려서(?) 노출된 물건과 알 두쪽에 닿는 에어컨의 찬 바람이 새삼 민망하다.
수건을 다 깔고 다시 엎드리니, 들리는 민석의 낮은 목소리.
“그럼, 시작할게요.”
*
일단 여기까지만 써 보고 반응 괜찮으면 마저 쓰겠습니다. 반응 별로면 여기서 접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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