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체 전쟁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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꾀쟁이라는 별명이 붙어 다니는 친구는 키가 작달만하지만 몸집이 실팍하고 얼굴 생김새가 귀여웠다. 꾀쟁이는 다른 중학교에 다니다가 아버지를 따라 전학하는 바람에 나와 단짝이 되었다.
나는 꾀쟁이를 처음 만났을 때 모르는 학생과 같이 있으려니 서먹서먹했다. 그러나 꾀쟁이와 나는 서로의 성격을 파악하고 임의로이 활동할 수 있게 호감을 주었다. 꾀쟁이와 나는 이름 대신에 별명을 부르며 지냈다.
"야, 늑대!"
"왜!"
"나 좀 보자."
나는 읽던 책을 덮고 꾀쟁이 쪽으로 다가가 좋은 일이 있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왜 불렀어?"
"우리 농장에 놀러 갈래?"
"오케이!"
나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책가방을 동댕이치고 교복을 평상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점심을 먹은 둥 만 둥 하고 집을 나섰다.
나는 오후 2시에 꾀쟁이와 삼거리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나는 삼거리에서 꾀쟁이를 만나 둘이 농장으로 향했다. 큰길에서 벗어나 숲 사이로 난 오솔길을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통나무 울타리 사이로 문을 비스듬히 세워 놓은 농장으로 들어섰다.
"우아, 이게 다 니네 농장이냐?"
"왜, 놀랐니?"
"농장이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꾀쟁이가 나를 데리고 농장을 자세히 설명했다. 농장 한쪽에 살림집과 창고가 있고, 축사 바로 옆에 우뚝 솟은 사료 저장실이 있다. 내 별명이 늑대라서 그런지 몰라도 여러 종류의 가축 중에서 토끼를 좋아했다.
넓은 밭에는 콩과 옥수수를 심었고, 작은 밭에는 채소를 심었다. 콩밭과 옥수수밭 사이로 농로가 있고, 밭 가장자리에 개울이 있다. 개울가에는 산딸기가 지천으로 피어 있다.
꾀쟁이와 나는 알몸으로 멱을 감다가 기운이 빠지자 샛빨갛게 익은 산딸기를 따먹었다. 꾀쟁이는 내 얼굴을 한번 힐끗 보고 자기의 생각을 나타냈다.
"만약에 저기서 쾅 하는 소리가 들리면 나는 전쟁이 일어난 줄 알고 보따리 싸서 도망 갈 준비하는 데 반해 너는 어떤지 알아?"
"내가 어떤데?"
"넌 뭐가 떨어졌나 구경하러 갈걸."
"키득키득- 그새 내 성격을 다 알아 버렸냐?"
꾀쟁이는 마음에 만족함을 느껴 나를 놀리듯이 꺼불거리며 히히거렸다. 꾀쟁이와 나는 옷을 주섬주섬 입고 농로를 걸어갔다.
내가 꾀쟁이와 같이 창고 안으로 들어가자 갖은 농기구와 각종 공구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꾀쟁이가 능숙한 솜씨로 나무토막을 톱으로 쓱싹쓱싹 잘랐다. 그리고 망치로 못을 박아 제법 그럴듯한 장난감 총을 만들었다. 나는 장난감 총을 꾀쟁이로부터 건네받는 순간 흥이 일어나 기분이 몹시 좋아졌다.
"이야아, 신난다!"
꾀쟁이와 나는 밖으로 뛰쳐나가 농장 한가운데 서서 자기 쪽으로 유리한 장소를 정했다. 꾀쟁이는 옥수수밭 옆에 요새를 구축하고, 나는 콩밭 끝에 요새를 만들었다.
건초 더미로 방어 시설을 만들고 망을 보기 위해 구멍을 뚫었다. 꾀쟁이와 나는 거의 동시에 요새를 완성한 뒤 상대방에게 선전 포고했다. 나는 요새 안에 숨어 꾀쟁이가 먼저 올 줄 예상하고 구멍으로 망을 보았다.
우수수-
줄기는 한 대로 곧으며, 잎이 크고 긴 옥수수밭을 바람이 스치며 지나갔다. 나는 긴장을 풀고 요새 밖으로 고개를 내미는 순간 꾀쟁이가 나를 향해 총을 쏘았다.
"탕! 늑대 죽었어."
"젠장, 이게 뭐야! 총알을 재빨리 피해 안 죽었지."
"그런 게 어딨어?"
꾀쟁이와 나는 죽었느니 살았느니 옥신각신 언쟁을 벌였다. 내가 끝끝내 옳다고 부득부득 우기자 꾀쟁이가 자기 입장을 포기했다.
"그럼 지금부터 가장 가까이 접근해서 먼저 쏘면 죽는 거다."
"좋아!"
나는 요새에 숨어 곰곰이 생각해 보고 뇌리를 스치는 묘안을 생각해 냈다. 내가 꾀쟁이라도 분명 선제공격을 재차 시도하지 않을 거라는 판단을 내리고 작전을 감행했다.
옥수수밭이나 콩밭으로 요새 가까이 접근하면 들통날 것이 뻔했다. 조금 멀더라도 농장의 외곽 지대를 이용하는 편이 안전했다.
나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은폐물 옆을 살금살금 기어서 꾀쟁이 요새 쪽으로 다가갔다. 요새 안쪽을 향해 총구를 겨누어 쏠려고 하는 찰나 내 등을 꾹 찔렀다.
"꼼짝 마!"
"아유, 깜짝이야!"
"잔말 말고 옷이나 하나 벗어."
"그런 게 어딨어?"
"왜, 적군을 잡으면 노획물을 가지는 게 원칙이잖아."
"알았어."
나는 반소매 티셔츠를 벗어 주며 꾀쟁이를 째려보았다. 요새에 돌아오는 길에 냉철하게 판단하고 복수의 일념으로 이를 갈았다.
나는 이런저런 생각 끝에 개울을 통해 꾀쟁이의 요새에 들이닥칠 심산으로 발걸음을 빨리했다. 콩밭에서 벗어나 개울가로 머리를 숙이고 꾀쟁이 요새 쪽으로 갔다. 꾀쟁이가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나를 발견하고 옥수수밭에 얼른 숨었다.
나는 진퇴양난에 빠져 진로에 대해 고민하느라고 시간을 끌었다. 기회가 올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가 처음 마음먹은 대로 꾀쟁이 요새을 향하여 발소리를 죽이고 전진했다.
내가 요새를 들이닥쳤으나 다행히 꾀쟁이는 없었다. 꾀쟁이가 요새에 다시 돌아올 때까지 안에서 죽치고 있기로 작정했다.
시간을 한참이나 넘기고서야 인기척이 들렸다. 드디어 원수를 갚을 시간이 돌아왔다. 나는 쥐죽은듯이 건초 더미에 달라붙어 있다가 꾀쟁이가 머리를 내미는 순간 목에 총구를 갖다 댔다.
"탕!"
"악!"
"키득키득- 이렇게 당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지. 옷 벗어!"
"아, 정말 분하다. 방심한 내가 잘못이지."
"옷 하나 빨리 벗어 줘."
나는 노획물로 꾀쟁이한테 반소매 티셔츠를 받았다. 그리고 요새로 돌아가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내가 꾀쟁이의 동태를 미리 알기 위해 구멍으로 밖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콩밭에 이파리가 빽빽이 들어차 있어 바람에 간간이 흔들리고‥‥, 아니 이파리가 불규칙적으로 반복하여 흔들거렸다.
나는 꾀쟁이가 요새로 조금씩조금씩 접근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그에 대비해 반격을 준비했다. 그런데 콩밭 중간쯤에서 꾀쟁이가 요새에 접근하는 흔적이 사라졌다.
한참이나 미동이 없어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다. 나는 요새에서 나와 몸의 자세를 낮추어 밭고랑을 기어갔다. 내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뒤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뒤로 돌렸다. 꾀쟁이와 눈길이 마주치자마자 총구로 내 항문을 콕 찔렀다.
"반항하면 쏜다."
"으악, 너 언제 뒤로 왔니?"
"으하하- 요새에 접근하는 척하다가 뒤로 물러서서 니 꽁무니를 따라왔지."
"아, 정말 분하다."
"빨리 옷이나 벗어 내놔."
나는 반바지를 벗어 꾀쟁이에게 던져 주고 삼각팬티 바람으로 요새에 돌아와 복수할 궁리궁리했다.
꾀쟁이가 콩밭을 이용해 전투에서 승리를 얻었다면 나는 역으로 옥수수밭을 이용해 전방을 교란했다. 옥수수밭을 왔다갔다하면서 일부러 꾀쟁이가 갈피를 못 잡게 만들었다.
옥수수밭에서 한참을 왔다갔다하던 나는 꾀쟁이에게 들리지 않게 개울로 향했다. 삼각팬티만 입은 탓으로 아까보다 개울을 이용하는 편이 훨씬 수월했다.
꾀쟁이 요새에 가깝게 접근했을 때 물소리가 나지 않게 네발로 엉금엉금 기어서 고개를 내미는데 하필 꾀쟁이가 땅바닥에 엎드려 한쪽 눈을 감고 총구를 나에게 겨누어 작은 소리로 총소리를 냈다.
"탕-!"
꾀쟁이가 얄미울 정도로 침착하게 행동하는 바람에 나는 부아가 치밀었다. 나는 다짜고짜로 꾀쟁이를 덮치고 엉덩이로 깔아뭉갰다.
꾀쟁이와 나는 한데 뒤섞여 치열한 육박전을 벌이다가 내가 오른손을 높이 치켜들고 꾀쟁이를 치려는 행동을 취하며 신경질적 반응을 보였다.
"에구, 하는 짓이 미워 죽겠네."
"너 팬티까지 벗으면 알몸이 되니까 그러지?"
"아니다. 내가 이리로 올 거라는 거 어떻게 알았냐?"
"니 머리 위에 올라앉아 있다. 자, 옷이나 벗어 주시지."
"이건 무효야. 무효라고."
나는 꾀쟁이의 요구를 차마 받아들일 수 없어 다시 하자고 박박 우겼다. 꾀쟁이는 거만한 태도로 반문했다.
"넌 벗을 게 없잖아."
"그럼 만약에 내가 지면 니 맘대로 해."
"좋아! 팬티나 벗어 주고 다시 시작해."
나는 오기가 나서 씩씩거리며 팬티를 벗어 꾀쟁이에게 던져 주었다. 내 옷을 다 빼앗기고 알몸으로 요새에 돌아오는 꼴이 참으로 가관이었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자지가 좌우로 왔다갔다하면서 허벅살을 쳤다. 나는 아랫도리를 내려다보고 실실거렸다.
내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꾀쟁이를 생각하고 뒤돌아보았다. 꾀쟁이는 저먼치서 나를 지켜보는가 싶더니 어느새 요새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좋은 묘안을 생각해 내고 꾀쟁이가 눈치챌세라 조심조심 요새 가까이 다가갔다. 요새 입구에서 숨죽이고 귀를 기울여 엿들었다.
꾀쟁이는 뭐가 그리 좋은지 요새 안에서 희희낙락했다. 나는 구멍으로 꾀쟁이의 모습을 슬쩍 엿보았다. 꾀쟁이가 요새에서 내 팬티를 가지고 장난하는 걸 보니 나는 웃음이 나왔다.
꾀쟁이가 아무 준비도 하지 않고 요새에서 막 나오려는 순간 내가 총구를 겨누고 총소리를 냈다.
"탕!"
"아유, 깜짝이야! 그런 게 어딨냐?"
"전쟁놀이에 법도는 없는 거다. 이길 수 있으면 수단 방법 안 가리는 거야. 으흐흐 이젠 니 바지 벗어 줘."
"이건 억울해."
"억울해도 하는 수 없어. 약속은 약속이니까."
나는 기분이 좋아 꾀쟁이 반바지를 휘날리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요새에 돌아왔다. 꾀쟁이 반바지를 건초 더미에 척 붙이고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갖가지 비기는 방법을 강구했다.
나는 주변 공기가 이상해 구멍으로 망을 보았다. 무거운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서도 바람 부는 대로 이파리가 흔들거렸다.
나는 정면으로 공격해 꾀쟁이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기로 결심했다. 요새에서 나와 콩밭 건너 정면으로 보이는 꾀쟁이 요새을 향하여 무작정으로 진격했다.
내가 콩밭 끝에 막 다다랐을 때 몸을 숨기려고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전방을 보았다. 그런데 꾀쟁이가 바로 앞에서 음흉한 웃음을 띠고 나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다.
"탕!"
"으악악-!"
나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꾀쟁이 얼굴에 희색이 만면해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다.
"이로써 전쟁놀이 종료를 선언한다."
"딱 한번만 더하면 안 될까?"
"포로는 도망치지 못하게 묶어야 돼."
"야, 꼭 그렇게 해야 되냐?"
"그래야 니 거 만지기가 쉽지. 키득키득-"
꾀쟁이가 나를 새끼줄로 양손과 양다리를 묶어 꼼짝달싹할 수도 없다. 나는 건초 더미에 기대서서 꾀쟁이에게 눈을 흘겼다. 꾀쟁이가 소리 없이 빙그레 미소지으며 총구로 내 자지를 톡톡 건드렸다.
"아야, 이 치욕을 반드시 복수하고야 말 거야."
"난 여기서 끝낼 건데."
"그런 게 어딨어. 내 거 빨리 만지고 다시 해."
바로 그 때 꾀쟁이 어머니의 목소리가 귀청을 울렸다.
"지성아! 식기 전에 저녁 먹자."
"예, 엄마!"
꾀쟁이가 나를 남기고 저녁을 먹으러 가려고 했다. 나는 꾀쟁이에게 조금만 더 참아 달라고 사정했다.
"안 돼! 나만 당할 수 없어."
"그래, 저녁 먹고 다시 올게. 고대로 꼼짝 말고 있어."
"나보고 이대로 있으라고. 야, 나는 풀어 줘야지."
"으하하- 널 풀어 주면 재미없잖아."
"야, 너 오늘 진짜 죽었어!"
꾀쟁이는 내가 뭐라 하든 개의치 않고 밖에 나갔다. 나는 양팔과 양다리를 묶은 새끼줄을 풀으려고 몸부림쳤다.
꾀쟁이가 새끼줄을 야무지게 잘 묶어 손목이 아팠다. 나는 아예 자포자기에 빠져 버렸는데 갑자기 밖에서 키득거리는 소리가 났다. 꾀쟁이가 구멍으로 얼굴을 배죽 내밀고 내 의향을 물어 보았다.
"너 우리집에서 자고 갈래?"
"자고 가면 풀어 줄래?"
"당연하지."
"그럼 내 거 만지는 거 취소다."
내가 약속을 거절하자 꾀쟁이는 얼굴 표정이 굳어졌다. 그리고 내가 마음에 들지 않은 듯 비아냥거리는 투로 말했다.
"나 혼자 밥 먹으러 간다."
"알았어. 니 맘대로 해."
"으하하- 진작 그럴 것이지."
나는 농장에서 전쟁놀이하다가 배가 고픈 끝이라 밥맛이 꿀맛이었다. 꾀쟁이 어머니가 주는 대로 사양하지 않고 배불리 먹었다.
꾀쟁이와 나는 다락방에 누워 여름밤의 정취를 만끽하며 잠을 청했다. 내 마음을 활짝 열어 꾀쟁이의 마음을 포개어 놓았다.
이 순간 꾀쟁이가 나를 원한다면 내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먼저 꾀쟁이를 힘껏 껴안았다. 지금의 나는 꾀쟁이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체로 자고 있다.
※ 이글은 '나체 전쟁 (원제:La guerre des boutons)' 영화에서 모티프를 두었다.
소년들이 동네 싸움에서 지면 단추를 빼앗기 때문에 옷이 벗겨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단추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알몸으로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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