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리, 이상무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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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6. 5월 23일 / 이상무
싱가폴 출장의 마지막날 아침이다.
내 옆엔 아직 이불을 돌돌말고 쌔근쌔근 코를골며 잠들어 있는 이대리가 있다.
“ㅎ…”
그저 좋았다.
벌써 일어난지 30분째 난 그대로 가만히 이대리를 바라보고 있다.
이대리의 머리결을 살짝 만져본다.
부드러운 눈썹도, 그리고 반듯한 콧날도..
이렇게 멋진 생명체가 내 옆에 누워있는 모습이 또 한번 현실감을 상실하게 만든다.
“어….!”
이대리가 움찔 하더니 눈을 뜬다.
“상무님…ㅎ”
“어.. 일어났어?”
“상무님..ㅎ 일루오세요.. 잠깐만 안고있어요..”
이대리가 씩 웃는다. 그리고 팔을 벌려 나를 들어오라 한다.
참 이건 뭐.. 내 스스로도 나의 이런 모습이 당황스럽다.
“빨리요…”
이대리의 품에 안긴다.
부드러운 근육질의 가슴팍에 내 얼굴을 묻는다. 그리고 큰 숨을 쉬어본다.
젊은 살 냄새가 났다.
“아..이대리.. 이렇게 계속 있고싶다.. ㅎㅎ”
나도 모르게 이대리에게 응석을 부린다.
“상무님.. 그럼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이렇게 있을까요? ㅎ”
“응…”
문득 내 배에 무언가 느껴진다. 어느새 이대리의 물건이 단단히 발기해 있다.
손으로 한번 쓱 쥐어본다.
“또 화났네.. 이녀석?”
“ㅎㅎ 상무님만 보면 이래요 얘는…”
다시 한번 하고싶었지만..이러다간 내 엉덩이가 남아나질 않을 것 같다.
지난 사흘동안 매일.. 했었다. 쓰라림을 넘어서 걸음걸이도 불편해질 만큼.
탑이란걸 하면 되지 않냐고?
이대리에게 말은 앞으론 내가 탑을 하겠다곤 했지만 막상 본론에 들어가면 어느샌가 이대리 물건이 내 안으로 들어와 있는걸?
그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자..일하러 가자! 마지막날이다!”
침대에 붙어있고 싶은 유혹을 떨쳐냈다. 아니 오늘은 현지 기업 임원과의 중요한 점심 약속도 있는터라 이러고 있을 순 없다. 아쉽지만.
나도 이대리도 오늘은 정장으로 차려 입는다.
이대리의 잘 빠진 수트핏이 눈에 들어온다.
“이대리.. 와… 멋지네..”
이대리는 감색 수트에 하늘색 넥타이를 매치하고 잘 다림질한 흰색 와이셔츠 소매에는 실버 커프스를 여몄다.
그리고 조금은 힘주어 머리를 넘긴 이대리의 모습에선 싱가폴 맥킨지 애들 한테서나 보이는 포스가 느껴진다.
“괜찮아요 상무님? 저도 상무님처럼 정장 잘 어울리면 좋겠는데.. 아직 잘 모르겠어요..”
“아니.. 충분히 멋져요! 더 섹시하다..ㅎㅎ”
“상무님 한테는 못따라갈거같아요.. 거울 보세요.. 상무님이 얼마나 멋있는지!”
난 뭐 늘 하던대로 내가 좋아하는 정장 스타일이다. 거울속의 나는 항상 보던 내 모습인데 이대리는 이 모습이 그렇게 좋나보다.
“놀리지마..ㅎ”
점심약속은 탄종파가에 있는 근사한 레스토랑이다. 여행객들은 잘 모르는 현지인들의 고급 레스토랑인 만큼 들어서자 마자 차원이 다른 격식이 느껴진다.
“Hi! Mr. lee!”
어서오세요 이상무님!
물론 영어로 말하고 있지만, 한국어로 하자면 이렇다.
오늘 만나는 사람은 중국계인 Mr. Yao. 싱가폴과 동남아를 아우르는 잘나가는 IT 기업의 부사장이다.
“반갑습니다. 부사장님! 여기는 저와 같이 일하는 이우석 대리구요”
미스터 야오가 우리를 번갈아 바라본다.
“요즘 동남아권에서도 한류가 엄청 인기인데.. 두분 완전 한류스타 같은데요? 한국사람들이 요즘은 다 이렇게 잘 생겼어요? ㅎㅎ”
이 사람도 사진에서 보던 수수함과는 약간 다른 느낌이 있는데 그게 뭔지는 모르겠다. 다만 뭔가 우리한테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그리고 계속 아슬아슬한 수위의 농담을 한다.
“두 분은 직장동료인데.. 커플같아요. 남자지만 엄청 뭔가 잘 어울리는데요? 안그래요?”
싱가폴이 한국보다 개방적인진 모르겠지만 처음보는 업무미팅자리에서 상대방을 게이 커플 같다니..
그런데 그 말이 그렇게 듣기 싫진 않다. 슬쩍 쳐다본 이대리도 미소를 짓고 있다.
이대리가 바로 유창한 영어로 농을 이어받는다. “미스터 야오. 저야 영광이죠. 전 제가 여자였으면 상무님 절대 안놓쳤을겁니다. 한국에서도 이런 다 갖춘 남자 찾기 힘들어요! ㅎㅎ”
그렇담 나도..
“ Yes. Me Either. ㅎㅎ”
아슬아슬한 농으로 시작한 자리였지만,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업무관련 이야기들이 오갔다. 그리고 그 와중에 이대리는 생각보다 능숙하게 분위기를 잘 이끌고 있었다.
영어를 잘 해서인지, 오랜 외국 경험이 자연스런 대화를 이끄는 요인이 됬는지.. 자신감 있는 성격 때문인지..
중간중간 분위기에 맞춰 영국식 유머도 구사하고.. 알아서 자신은 낮추고 나를 더 띄워주고.. 물론 상대방에겐 더 깍듯하게 비위를 맞추어준다.
난 시종일관 이대리의 이런 능청맞은, 능숙한 커뮤니케이션이 더 대견하게..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단순히 잠자리에서의 매력을 뛰어넘는.. 외모의 매력을 뛰어넘는.. 새로운 무언갈 발견한 느낌이다.
그저 중요한 사람 앞에 데리고 나온 후배가 이대리인 것 만으로도 어깨가 으쓱해 지는 것 같은 기분 이랄까.
미팅을 마치고 나오면서 난 계속 하고 싶었던 말을 그제서야 꺼냈다.
“이대리..”
“네..?”
“이대리.. 진짜 멋지다.”
“네..? ㅎ”
“부하직원 데리고 나온 식사 자리에서.. 이렇게 어깨 으쓱하게 자랑스러운 건 이대리가 첨이야.”
“ㅎ.. 제가 뭘 했다구요.. 상무님이 다하셨지..”
“아니.. 진짜라니까..”
그리고 그 뒤의 말은 내 마음속으로 한다.
“이대리… 진짜..
진짜.. 내 옆에만 있어주라..”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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