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리, 이상무 #17
작성자 정보
- 작성
- 작성일
본문
Chapter 17. 5월23일 / 이대리
Mr. Yao와의 나름 즐거웠던 식사가 끝났다.
뭐라뭐라 이야기를 많이 하긴 했는데 혹 무슨 실수라도 한건 없는지 살짝 이상무의 눈치를 본다.
“이대리!”
깜짝 놀랐다.
“네?”
“이대리 진짜 멋지다.”
이건 무슨 말이지?
“부하직원 데리고 나온 자리에서.. 이렇게 어깨 으쓱하게 자랑스러운건 이대리가 첨이야.”
“ㅎ.. 제가 뭘 했다구요.. 상무님이 다하셨지..”
내가 이런저런 쓸데없는 이야기를 많이 하긴 했지만..막상 중요한 어필과 비지니스 제휴건은 이상무가 다 했는데.. 과한 칭찬이다.
“아니.. 진짜라니까..”
그래도 칭찬을 들으니 힛.. 기분은 좋다.
“상무님.. ㅎ”
문득 난 정말 복 받은 게이인건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렇게 배울 점 많고 능력 있는..그리고 잘생긴 상사를 둔 사람이 몇일까?
그리고 그 상사가 게이일 또는 바이일 확률은..
그리고 그 상사를 내 걸로 만들어서 이렇게 밤마다.. 껴안고 가질 수 있을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까운 확률이 나에게 일어났고, 그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인거다.
이 순간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었다. 앞으로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고..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그렇게 나에게는 잊을 수 없는 싱가폴에서의 일주일이 이제 마무리 된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밤 비행기를 타러 창이 공항으로 가는 택시안. 살짝 차창을 열고 습하지만 싱그러운 공기를 마셔본다.
“이대리.. 출장 재밌었어?”
옆자리에 앉은 이상무가 슬쩍 말을 꺼낸다.
“네.. 재밌었죠.. 너무 재밌었죠..”
“뭐가? 제일 재밌었는데?”
“그냥 다요.. 모든게 다. ㅎㅎ”
택시 기사 눈에 띄지않게 살며시 이상무의 손을 잡아본다.
이상무도 잡은 손에 힘을 살짝 준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뭔가 정리를 해야할 것 같았다. 이 이국땅에서의 일들이 그냥 한순간의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릴 것 같은 생각에 마음이 마냥 편하진 않았다.
“저 상무님 좋아요.. 사실 어쩔 줄을 모르겠어요..너무 좋아서…”
사실이다.
“나도 그래. 뭐가 뭔지 모르겠네.. 에휴...”
ㅎ.. 이상무가 나도 그렇단다. 자기도 그렇단다..
“한국 가서도.. 지금의 상무님 처럼 해주실거죠? 갑자기 달라지시는거 아니죠?”
사실 그게 걱정이다.
“응..안 달라져.. 절대.”
이상무가 이번엔 내 눈을 바라보고 이야기한다. 안 달라진다고.
은빛 안경테 아래로 예의 그 예리한 이상무의 눈매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택시기사가 보던 말던.. 뽀뽀를 해버릴 것 같은 충동이 들었다.
대신 그냥 이상무의 어깨를 한번 꽉 움켜쥐었다.
“저도 달라지지 않을거에요. 상무님..”
그렇게 그렇게.. 붕 뜬 마음으로 창이 공항에 도착했다.
“티켓입니다.”
올 때처럼 은근히 업그레이드가 되길 기대했지만 이번엔 업그레이드가 되지 않는다.
이상무가 바로 카드를 꺼낸다.
“저 이 표 비즈니스로 바꿔주세요. 차액 결재 할게요”
“어 상무님!”
고마웠지만.. 그래도 뭔가 말려야 할 것 같았지만..
“죄송한데 비즈니스가 지금 만석이어서요..”
그냥 말로만 호의를 받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아.. 이런..”
이상무가 아쉬운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상무님..괜찮아요! 저 비행중에 잘 자요..”
라고 했지만..
막상 잠은 잘 오질 않는다.
이코노미에 혼자 앉아 쿵쿵 터뷸런스를 느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다.
싱가폴이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지난 일주일이 아득한 꿈의 한장면 처럼 스쳐지나갔다.
클락키에서의 첫 키스.. 그리고 격렬했던 몇번의 섹스..
내 배를 탁탁 때리던 이상무의 성기… 빳빳하게 선 젖꼭지..
가슬가슬한 촉감이 손끝에 남아있는 이상무의 음모.. 하얀 시트 위에 떨어진 핏방울의 흔적
..
와우 할 만큼 근사했던 정장 입은 이상무의 모습..
깨끗한 셔츠깃.. 단단한 팔목 위에 자리잡은 무광의 롤렉스 시계..
이 장면 장면이 어떨 때는 단편 영화처럼, 어떨 때는 슬라이드 샷이 되어 내 머리속에서 플레이된다.
“으아..!” 깜짝 놀랐다.
누군가 내 어깨를 강하게 잡았기 때문이다.
“상무님…!”
이상무다.
비즈니스에서 내려온 이상무가 와인잔을 두개 들고 어느덧 내 옆자리로 와 있다.
“혼자 마시기 심심해서.. 이거만 마시고 갈게..”
“ㅎ 놀랬어요 상무님..”
와인만 마시고 간다던 이상무는 그렇게 인천공항에 착륙할때까지 내 옆에서 잠들어 있었다.
“착륙을 준비하겠습니다. 창문은 열어 주시고 테이블은 제자리에…”
착륙을 알리는 기내방송이 울려도 이상무는 곤히 잠들어 있다.
젠장. 좁은 자리에서 구겨져 잠든 얼굴도 이렇게 잘생겼다.
살짝 이상무의 옆구리를 만지며 이상무를 깨워본다.
“상무님! 다 왔어요!”
밤 비행을 마친 비행기가 플랩을 잔뜩 내리고 인천으로 착륙한다.
저쪽에서 벌겋게 하늘을 물들이며 해가 떠오르고 있다.
그저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로맨틱한 싱가폴이 실마리를 제공했다면.. 이제 앞으로는 이 삭막한 서울에서 이상무와 나의 이야기는 계속 되어야 하니까.
계속 될 거니까..
To be continued…
관련자료
-
이전
-
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