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과 인연 그리고 동연과 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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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와 헤어지고 나면 더 좋은 사람을 만나기를 기대했었는데 마음이 아팠다. 것도 많이‥‥ 내 앞에서 등을 돌려 가는 너의 모습을 지켜보며 두 번 다시 만나지 않을 것을 스스로 다짐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나는 단숨에 뛰어가 너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고 매달리고 싶었지만 자존심이 무엇이기에 나를 꼼짝 못 하게 만들었다. 너의 모습이 내 시야에서 사라지고 홀로 남아 지나온 나날을 회상하다가 문득 질문 하나가 떠올랐다.
'내가 어디가 싫었던 것일까?'
1. 우연
나와 훈이는 2교대로 근무하면서 나는 야간 근무를 맡았고, 훈이는 주간 근무했다. 숙소에서 지내는 훈이는 나와 밤늦게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을 자러 가며 나에게 기상 시간을 부탁했다.
"형 낼 아침에 깨워 줘요."
"니 휴대폰 알람 맞춰 놓고 자."
"깊이 잠 들면 못 들을 때가 있어요."
"알았어."
다음날 아침 나는 야간 근무를 마무리지을 즈음 주임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는 업무를 신속하게 처리하고 2층 숙소로 계단을 밟고 올라갔다. 내가 숙소 문을 열어 보니 훈이는 사각팬티만 입은 채 곤하게 자고 있었다.
내가 곤하게 자는 훈이를 깨우려고 하는 찰나 사각팬티 사이로 훈이의 자지가 눈에 띄었다. 나는 훈이에게 들킬세라 가슴이 조마조마한 반면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내가 훈이의 자지를 만져 보려고 사각팬티 사이에 손을 넣자 훈이는 잠결에 돌아누웠다. 나는 훈이의 자지를 살살 만지면서 상하로 왕복 운동하기 시작했다. 훈이의 자지가 서서히 커지는가 싶더니 급기야 팽팽하게 발기했다.
내가 손을 재게 놀려 성적 쾌감이 절정에 도달하도록 사정을 꾀했다. 훈이는 내가 하는 행위를 말리며 침착히 행동했다.
"아아, 그만! 오줌 좀 누고요."
"한번 하고."
"오줌통이 터지겠어요."
나는 자기 입장을 계속해 줄 것을 애원하는 눈빛이 역력했다. 훈이가 딜레마에 빠져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지 결정을 짓지 못하는 사이에 누군가 계단을 급히 오르는 소리가 들려 왔다.
훈이는 늦기 전에 옷을 얼른 입고,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서 있었다. 주임은 문을 열고 훈이와 나를 번갈아 보더니 훈이를 나무랐다.
"너 빨리 안 내려오고 뭐하고 있어?"
"지금 나갈게요."
주임은 계단을 통해 아래로 콩콩 내려가며 나 들어 보라고 투덜거렸다. 훈이는 옷을 입자마자 잽싸게 숙소를 나가 버렸다.
나는 근무 교대를 마치고 퇴근 인사하는데 훈이는 말없이 내 얼굴을 바라보고 연방 실실거렸다. 나는 멋쩍게 웃으며 훈이에게 손을 흔들었다. 훈이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방긋 웃으며 인사말했다.
"형! 이따가 봐요."
"그래. 나 간다."
2. 인연
나는 제품 원료를 호이스트로 운반하다가 불의의 사고가 나서 왼발에 다발성 골절상을 입었다. 철심을 고정하는 수술을 받고 세월이 유수와 같이 흐른 뒤에 다리가 완치되었다.
나는 회사에 다시 다녔으나 사고 순간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아 결국 신병을 이유로 사직했다. 그리고 일 년하고 반 년 동안 시간을 헛되이 보내다가 생활비가 다 떨어져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었다.
예전부터 서비스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경험을 쌓기 위해 한두 달 해 볼 속셈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그마저 체력이 달려 일 주일 만에 그만두었다.
나는 하는 일 없이 빈둥빈둥 보내다가 정신을 차리고 체력을 길렀다. 체력에 자신감이 넘칠 즈음 뜻하지 않게 서비스업체에서 전화가 왔다.
"저의 직원이 다른 곳으로 발령을 받아서 자리가 하나 비는데 오실 의향이 있으세요?"
"죄송하지만 뭐 좀 물어 봐도 될까요?"
"예."
"근무 조건이 어떻게 되나요?"
나는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소장의 말에 귀가 솔깃했다. 그러나 시간의 여유를 두고 일을 처리했다.
"생각할 시간을 좀 주세요."
"예, 그래요. 언제든 맘 내키면 절 찾아오세요."
"알았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나는 직장을 구하고 나서 밤에는 근무하고 낮에는 못다 한 공부했다. 야간에는 나와 아르바이트 학생 두 명과 근무했다.
나는 훈이를 얼마 전에 처음 만났다. 훈이를 사무실에서 만났을 때 나와 같이 근무하기를 바랐으나 본인이 직접 주간 근무를 원했다. 그 대신에 야간 근무하는 아르바이트 학생이 쉬는 날에는 훈이가 야간 근무했다. 훈이는 나와 대화 중에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버릇이 있었다.
"나 참, 맘 잡고 일 좀 잘하려고 하는데 저 손님이 태클을 거네."
"태클! 그거 내 고향에서 쓰는 말인데."
내가 말끝을 달자 훈이가 어이없는 표정을 짓고 내 얼굴을 바라보며 한 방에 보냈다.
"요즘은 아프리카 원주민이 잉글리시를 쓰나?"
"너 이리 와 봐. 엉아한테 대들어."
"하하- 그러니까 저한테 개그 하지 말라고요."
훈이는 대학교 한 학기를 마치고 군대에 들어가기 위해 휴학원을 제출했다. 입대하기 전에 하릴없이 놀고먹자니 눈치가 보여서 아르바이트를 자진했다.
내가 서른두 살인 데 반하여 훈이는 이제 막 스무 살이었다. 나와 훈이는 12년 차의 띠 동갑이고, 훈이는 나보다 키가 조금 작았다. 훈이는 왜소한 체구에다 매장을 왔다갔다하는 모습이 참 귀여웠다.
3. 동연
나는 전에 병원에서 입원 가료 중일 때 담배를 끊었다. 훈이와 대화 중에 나 혼자 멍하니 서 있는 것이 싫어 다시 담배를 피웠다.
"아유, 어지러워!"
"첨엔 다 그래요. 니코틴에 중독되면 습관적으로 피게 된다니까요."
훈이는 일이 바빠서 담배 한 대 피울 짬이 없을 때 근무 교대 시간에 나와 같이 담배를 피는 것을 즐겼다. 주간 근무를 마친 뒤에도 숙소에서 지내지 않고 나와 함께 사무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얇은 하늘색 트레이닝복으로 서 있는 훈이의 모습을 보는 순간 윤곽이 뚜렷한 자지가 눈에 띄었다. 나는 눈길이 자꾸 훈이의 자지 쪽으로 가는 것을 의식적으로 돌렸다.
매장에 손님이 한꺼번에 몰리면 훈이가 일손을 돕기 위해 뛰어다닐 때마다 자지가 좌우로 움직여 내 눈길을 끌었다. 나는 내심 훈이의 자지를 살짝 깨물어 주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래서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서야 훈이를 소리쳐 불렀다.
"훈이야 바쁘면 내가 할 테니까 들어가 쉬어."
"형하고 있고 싶어서 그래요."
훈이의 마음씀씀이를 느낄 수 있어 나는 흡족히 여겼다. 나는 빨리 숙소에 올라가라며 훈이를 억지로 떠밀었다.
서비스업의 특징은 남들 일할 때 한가롭지만 남들이 놀 때는 손님을 맞이하느라 정신이 없다. 나는 평일의 새벽에 이런저런 상념에 잠겨 있다가 사무실에서 나와 담배를 피웠다. 담배 연기를 들이마시고 허공에 내뿜는데 문득 훈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는 매장을 한 바퀴 돌고 나서 숙소를 향해 계단을 밟고 잽싸게 올라갔다. 훈이는 아무것도 모르고 쿨쿨 자고 있어 내가 이불 속을 파고들었다. 훈이는 내가 뒤척이는 소리에 잠이 깨어 잠결에 내 얼굴을 알아보고 반듯이 누웠다.
나는 살그머니 훈이 곁으로 바짝 달라붙어 손을 사각팬티 위로 올려 놓았다. 그리고 훈이의 자지를 슬슬 만져 보았다. 내가 손을 훈이의 사각팬티 속에 넣었을 때 자지가 꼿꼿이 선 채 단단해지고 엄청나게 커졌다.
내가 훈이의 자지를 힘껏 움켜지자 딱딱한 느낌이 손을 통해 순식간에 신경계로 전해졌다. 훈이가 비음 섞인 목소리로 충동적인 성행위를 꾀했다.
"플리즈!"
"오케이!"
훈이의 말 한마디에 나는 최면 상태에 빠진 사람처럼 사각팬티를 벗기고 자지를 한입에 넣었다. 나는 성행위하는 데는 아무런 잡념이 생기지 않았다. 오로지 훈이의 자지에 전념할 뿐이었다. 나와 훈이, 이렇게 둘이 오롯이 성행위에 빠져 딴 세상에 사는 것 같았다. 나는 훈이의 자지를 입 속에 넣고 불어터지도록 맛있게 빨아먹었다.
성행위의 절정의 끝은 허무함 뿐이었다. 상대의 육체를 탐하고 나면 피로가 엄습해 왔다. 나와 훈이 사이에 무거운 정적이 흐른 뒤에 나는 몸을 일으켜 세우며 스스로 물어 보았다.
'왜, 나는 남자이면서 남자인 훈이의 자지를 탐하는 것일까?'
4. 필연
내가 쉬는 날 훈이가 나를 찾아왔다. 나는 훈이와 함께 저녁을 먹고 원두커피를 뽑아 진한 커피의 향기를 맡으며 한 모금씩 마셨다.
"낼 야간 근무라 형하고 같이 출근하면 돼요."
"그거 참 잘 됐네. 그럼 여기서 자고 가도 되겠네."
"그럴려고 놀러 온 건데요."
깊은 밤에 나와 훈이는 정답게 마주 앉아 이야기하다가 성행위를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했다.
"형!"
"응, 왜?"
"우리 가위바위보 해서 이긴 사람 맘대로 하기로 해요."
"좋아."
나는 훈이의 의견에 동조하고 가위바위보하려고 자세를 취하는데 갑자기 훈이가 나에게 질문했다.
"형 뭐 낼 거야?."
"그건 알아서 뭐하게?"
내가 반문하자 훈이가 나를 위하는 마음을 먹고 선수를 썼다.
"첨엔 형한테 져 주고 싶어서 그래요."
"정말?"
"예, 절 그렇게 못미더우세요?"
"알았어. 난 오로지 너만 믿고 주먹만 낼 거야."
"가위바위보!"
나와 훈이가 손을 동시에 내밀었다. 그러나 내가 질 것이 번했다. 훈이가 득의에 찬 미소를 보이는데 나는 분을 삭이지 못하여 식식거렸다.
"어유, 저걸 한 대 쥐어박을까 보다."
"히히- 형 보기보다 어리숭하다."
나는 토라져서 말도 않고 침대에 엎드려 잠을 자는 척했다. 훈이가 내 옆에 누우며 분심을 풀어 주었다.
"형 맘대로 해도 돼요."
나는 훈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내가 훈이를 덮치고 사각팬티 속에 손을 넣었다. 말랑말랑한 훈이의 자지가 점점 단단해지고 커졌다. 나는 남자의 자지를 만져 보면 본능적으로 빨아먹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훈이가 긴장을 풀고 나에게 몸을 편안히 맡겼다. 내가 훈이의 사각팬티를 벗기고 자지를 입 속에 넣자 훈이의 감정이 솟구쳐 일어났다.
"아아-, 베리 굿!"
다음날 나는 야간 근무 중에 훈이와 아르바이트 학생과 밤참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훈이가 자동 판매기에서 캔 커피 두 개를 뽑아 나와 아르바이트 학생에게 하나씩 나누어주었다.
"훈이 넌 안 마셔?"
"돈이 없어요."
"그럼 내 거 반 줄게. 저기 컵 가져 와."
"예."
내가 캔 커피를 반 정도 훈이에게 나눠주자 아르바이트 학생도 캔 커피의 반을 컵에 따랐다. 훈이가 입가에 미소를 띠고 캔 커피를 마시려고 하는 찰나 훈이의 속셈이 퍼뜩 떠올랐다.
"이 영악한 놈! 나와 쟤가 커피를 반씩 나눠주면 넌 하나를 마시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으하하- 제 속을 빤히 들여다보다니. 형 머리 엄청나게 좋아요."
"으으- 나쁜 놈!"
5. 실연
훈이는 근무 교대 시간이 되어도 출근하지 않았다. 늦잠이라도 자는지 혹시 몰라서 나는 훈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거신 전화는 전원이 꺼져 있어 다음에 다시 걸어 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기계적인 음성을 듣고 퇴근을 서둘렀다. 원룸 안으로 들어서면 훈이가 당연히 있을 줄 알았는데 왠지 방 안이 썰렁했다. 나는 몸이 몹시 피곤해 옷을 벗자마자 침대에 벌렁 드러누웠다.
내가 불길한 예감을 누르고 잠을 청하여 보았지만 걱정 때문에 쉬이 잠이 오지 않았다. 나는 몸을 뒤척이는 순간 작은 금속이 신경을 건드렸다. 침대 커버를 쓰다듬어 손끝에 살짝 닿은 금속을 집어 시선에 갖다 대 보니 장신구였다. 바로 그 때 어제 일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내가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훈이는 내게로 다가오며 다정하게 굴었다.
"형! 원룸 비밀 번호 좀 알려 주시면 안 될까요?"
"그건 왜?"
"오늘 형네 집에서 자려고요."
"그래? 카운트다운 네 자린데."
"알았어요. 형 고마워요."
훈이는 야간 근무자와 임무 교대가 끝나고 파라솔에 앉아 귓볼에 장식을 단 친구와 즐겁게 담소를 나누었다. 나는 훈이 얼굴을 한번 힐끗 보고 이내 눈길을 매장 쪽으로 옮겼다. 훈이는 퇴근 시간을 한참이나 넘기고서야 친구와 함께 소형 승용차를 타고 매장을 떠났다.
그 때부터 나의 뇌리에는 훈이와 친구의 모습이 박혀 있었다. 나는 머리를 살래살래 저으며 일부러 훈이와 친구를 잊어버리려고 노력을 기울였다. 그래서 평소보다 기운이 빠진 상태가 되었다.
나는 팬티 속에 손을 넣고 훈이와 친구가 침대에서 성행위했을 것을 상상하며 수음하기 시작했다. 온몸이 수음에 지쳐 쓰러지도록 자지를 상하로 힘겹게 왕복 운동했다. 자지의 쾌감이 절정에 도달해 희열을 맛보았을 때 수음이라기보다 몸부림에 가까웠다. 나는 수음하고 난 뒤에 생기는 후유증으로 잠이 들었다.
며칠 뒤, 나는 학원 교습을 받고 원룸 입구로 들어서며 훈이를 발견했다. 훈이는 원룸 입구 앞에서 쪼그리고 앉아 있다가 나를 보고 꾸벅 인사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예."
훈이는 제 멋대로 냉장고에서 음료를 꺼내 꿀꺽꿀꺽 마셨다. 내가 가방을 탁자에 내려놓고 출근을 위해 준비하자 훈이도 따라나설 채비했다.
"훈이 넌 어디 가게?"
"며칠 있으면 군대 가는데 집에 들어가야죠."
나는 훈이와 원룸 앞에서 헤어지며 훈이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리고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인 뒤에 한 모금 쭉 빨았다.
내 마음은 훈이를 와락 껴안으라고 명령을 내리는데 몸이 행동을 거부했다. 내 마음은 본심을 따른 반면에 몸은 자존심을 내세웠다. 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허공에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 가을에 공허한 마음을 달래고 나면 옆구리가 시릴 만큼 혹독한 추위도 이겨 내야 한다. 그래야 개나리가 노랗게 피는 봄을 맞이할 수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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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수채화 같은 사랑의 글이 하드코어한 글보다 동성들의 사랑과 연예를 감성적으로 보이게도합니다. 일반들의 사랑과 전쟁과는 다른,… 게이, 성소수자가 좋은 심성의 사람이라는 느낌을 가져다 주는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