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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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를 동력으로 움직이는 모형 자동차는 빠른 속도로 이동했다. 모형 자동차 앞에 충격 완화 장치로 범퍼가 있어도 최고의 속도로 충돌하면 차체에 손상을 입었다.
소년은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모형 자동차를 조종하다가 자칫 잘못하여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그 충격으로 모형 자동차도 부서지고 또한 소년도 기분이 상했다.
모형 자동차가 부서지면 상식적으로 파손된 부분을 전부 주어 온 후에 스페어부품으로 교체할 때 재사용할 수 있는 건 써야 한다. 왜냐하면 부분적으로 사는 스페어 부품은 세부적인 부속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소년은 그것을 모르고 부서진 부분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몸체만 덜렁 가지고 왔다. 나는 무턱대고 소년의 잘못을 호되게 꾸짖었다. 소년이 골을 내며 문을 세게 닫고 나가 버리기에 나는 화가 치밀어 소년을 붙잡지 않았다.
나는 소년에 대한 감정이 사그라지고 아무것도 아닌 걸 가지고 화를 낸 것 같아 뒤늦게서야 후회되었다. 그래서 모형 자동차가 굴러 떨어진 계단을 샅샅이 찾아보아도 파손된 부분은 없었다.
판매용 키트에서 부품과 부속을 꺼내 소년의 모형 자동차를 말끔하게 고쳐 놓았다. 그리고 소년이 가게로 오기를 눈이 빠지게 기다렸으나 끝내 오지 않았다.
나는 수화기를 들고 전화를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가게를 닫고 소년의 집으로 향했다. 소년의 집에 다다랐을 때 불 켜진 창문을 보고서 너무 기뻤다. 그러나 마음이 선뜻 내키지 않았다.
나는 집 밖에서 서성거리며 소년이 나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었는데 막상 인기척이 들리자 도망쳐 버렸다.
나는 소년이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다가 과거는 잊어버리고 새로운 소년을 만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FM 라디오에서 EUROPE의 THE FINAL COUNTDOWN 노래가 흘러나왔다.
내가 유리창을 통해 길을 오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는데 가게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 중에서 눈에 잘 띄는 소년의 모습을 발견했다. 나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문을 열고 소년을 소리쳐 불렀다.
"소년아, 어디 가니?"
"친구네요."
소년은 무뚝뚝한 말투로 대답하고 나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나는 말을 할까 말까 주저주저하다가 소년 쪽으로 다가갔다. 내가 소년의 손목을 완력으로 잡아끌고 가게로 오려고 하자 소년은 잡은손을 뿌리쳤다. 나는 소년의 앞을 가로막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말을 전했다.
"미안해. 내가 무릎 꿇고 잘못을 빌을까?"
"그럴 필요 없어요."
소년은 나의 진심 어린 사과를 냉정하게 거절하고 어깨를 스치며 지나갔다. 나는 사람들 사이로 소년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보았다.
나는 해질녘에 가게 조명등을 켜고 무엇을 할까 주위를 두리번거리는데 소년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소년은 처음 가게에 온 손님처럼 나를 알면서 모르는 척했다.
"건전지 주세요."
"어떤 걸로 줄까?"
나는 웃음을 꾹 참고 건전지의 종류를 물어 보았다. 소년은 나와 시선을 피하고 애써 천연한 표정을 지었다.
"무선 조종기에 넣을 걸로 주세요."
"그럼 이것도 필요하겠네."
내 뜻을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이 서서 소년에게 말끔하게 고쳐 놓은 모형 자동차를 보여 주었다.
"언제 고쳤어요?"
소년이 모형 자동차에 관심을 보이는 것을 감지하고 나는 신이 나서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미안한 마음으로 고쳐 놓았어."
"고마워요."
나는 소년의 활짝 웃는 맑은 얼굴에 홀딱 넘어갔다. 그래서 자제력을 잃고 도움을 청했다.
"내 부탁 하나 들어 줄래?"
"뭔데요?"
"나와 함께 해줘라."
나는 자기가 생각하는 바를 서슴없이 말하고 소년의 표정을 살폈다. 소년은 무슨 말을 할 듯 머뭇머뭇하다가 그만 입을 다물어 버렸다. 나는 소년에게 확실한 대답을 듣고 싶어 거듭 부탁했다.
"싫으니?"
"생각해 보고요."
"언제 다시 만날까?"
소년은 대답하지 않은 채 건전지 값을 치르고 모형 자동차를 그대로 놓아두었다. 나는 모형 자동차를 집어 소년에게 건네주었다. 소년은 나에게 깍듯하게 인사하고 모형 자동차를 손에 잡았다. 소년이 집으로 돌아간 후에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가게를 정리하고 문을 닫았다.
똑똑
내 방 창문을 두두리는 소리가 나기에 잘못 들은 줄 알고 지나쳐 버렸다. 조금 있다가 다시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창 밖을 내다보는 순간 소년을 발견하고 대문으로 뛰쳐나갔다. 소년은 나와 함께 방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마음속의 생각을 드러냈다.
"아까 부탁한 거 들어 주려고 왔어요."
"정말? 그 말에 감동해서 널 안아 보고 싶은데."
"맘대로 해요."
나는 소년을 덥석 끌어안아 반가움을 표했다. 소년은 내 귀에 입을 대고 소곤소곤 속삭거렸다.
"내 부탁도 들어 줄래요?"
"응, 말해 봐."
나는 지레 짐작으로 소년의 부탁을 흔쾌히 승낙했다. 소년은 나의 속내를 알아채고 그에 대비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늘 밤 여기서 자도 되나요?"
"그럼, 당연하지."
소년은 활짝 웃는 맑은 얼굴로 나를 마음속 깊은 우정의 늪에 빠뜨렸다. 나는 소년의 마음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을 뜬눈으로 지새웠다. 나는 지금 소년에게 쏙 빠져 속말했다.
'고놈 참, 사귈수록 좋은 친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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