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의 수수한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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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태는 택시를 몰고 대학교 정문으로 들어섰다. 캠퍼스의 조경 식수는 싱싱하게 자라 경치가 실로 가경(佳景)이였다. 아스팔트로 포장한 도로를 끼고 각가지 인조석 건물이 있다. 그 중에 기숙사를 몰라 차창을 열고 택시 옆을 지나가는 반이에게 길을 물었다.

"학생 기숙사가 어디에요?"

"저기 끝에 있는 거요."

반이는 허리를 구부려 차창으로 얼굴을 보이고 오른손 검지로 방향을 가리켰다. 승태는 반이의 단정한 외모에 반해 넋 놓고 얼굴을 바라보다가 뒤늦게서야 감사의 뜻을 표했다.

"고마워요!"

승태는 택시를 운전하며 리어미러와 사이드미러를 통해 반이를 쳐다보았다. 반이는 잠시 택시를 바라보다가 가던 길을 갔다.


   그 후로 승태는 대학교에서 호출을 받고 캠퍼스로 들어서면 대학생들을 유심히 관찰했다. 반이를 만나기 고대하고 택시를 몰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작은 동네 어귀에 우람한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바람 가는 방향에 가지 많은 나무가 있었다. 

나무는 산만하게 가지를 흔들어 놓는다고 바람을 나무랐다. 

바람은 가는 길을 막는다며 잎이 우거진 나무를 탓했다. 

그러나 바람이 불지 않으면 나무는 잎잎이 소리가 들리지 않아 심심했다. 

바람은 허허벌판을 휘돌며 말 상대가 없어서 외로워했다.

어쩌면 남자는 ‥‥ 바람같지 않을까? 


   승태는 반이를 만나기 학수고대하고 있다가 지쳐 포기했다. 그런데 마음을 비우자 반이가 혜성처럼 나타나 설레발쳤다. 승태는 반이를 보자마자 택시를 급히 멈추고 문을 열고 나가 성큼성큼 그쪽으로 다가갔다. 

"학생 휴대폰 좀 빌려 줄래요?"

"예, 쓰세요."

반이는 선뜻 휴대전화를 승태에게 건네주며 눈이 마주치자 싱긋 웃었다. 승태는 반이의 휴대전화로 숫자를 꾹꾹 눌렀다. 승태의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전화 벨이 울리자 반이가 소리를 듣고 전화가 온 것을 알려 주었다.

"아저씨, 전화 왔어요."

"학생 걸로 내게 걸은 거요."

"네?"

승태는 휴대전화를 사용한 뒤에 반이에게 돌려주고 택시를 몰아 호출한 장소에 도착했다.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수신한 번호를 선택하여 통화 버튼을 누르고 전화를 걸었다.

"조금 전에 휴대폰 빌린 사람인데요. 이 번호 친구로 저장해 놓아요."

"아저씨가 왜 제 친구죠?"

"앞으로 친구가 될거에요."

"으하하~, 재밌는 아저씨네."


   승태는 용기를 내어 반이에게 관심을 보이는 행동에 비해 가까이 접근하는 방식을 몰라 시간을 두고 생각했다. 이른 봄에 잎에 앞서 노란 꽃이 피는 개나리처럼 푸른빛으로 새잎이 돋아나지 못했다. 그런데 저녁 무렵 반이가 뜻하지 않은 일로 승태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저씨, 호출 택시가 없다는데 학교로 오실 수 있나요?"

승태는 호출이 폭주(輻輳)하여 손님을 모시러 이동하는 중이라 반이의 부탁은 이미 때가 늦었다. 승태는 손님과 반이 사이에서 갈등을 겪다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날 친구로 받아 준다면 호출을 취소하고 갈 수 있어요."

"그렇게 해주시면 친구할게요."

"정말이죠?"

"예."

승태는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개인사정이 있어 호출 손님을 모실 수 없다는 핑계를 대고 대학교로 방향을 바꿨다. 반이는 대학교 정문까지 나와 기차 시간에 대지 못할까 봐 발을 동동 구르다가 택시를 잽싸게 타며 사정했다.

"아저씨, 10분 남았는데 가능할까요?"

대학교에서 기차역까지는 신호등에 걸리지 않아도 5분은 족히 소요되어 장담할 수 없다. 승태는 재치를 발휘하여 반이에게 다시 조건을 달았다.

"밥 사 주면 갈 수 있어요."

"알았어요."

승태는 택시를 거칠게 몰아 교통법규를 무시하고 폭주(暴走)해서 5분을 남겨 놓고 기차역에 도착했다. 승태는 긴장을 풀고 반이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이젠 학생 발에 달렸어요."

"여기 돈요."

"돈은 됐으니까 나중에 밥 사는 거 잊지 마요."

"예, 아저씨 감사합니다."

승태는 차창을 통해 반이가 기차역으로 부리나케 달려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반이가 승태의 마음에 들면서 행동거지를 하나하나 기억해 두었다.


   승태는 택시를 몰고 대학교 정문으로 들어서면 반이를 찾으려고 혈안이 되었다. 대학생들이 삼삼오오 떼지어 가면 서서히 택시를 몰고 꼼꼼히 살펴보다가 보도를 걷는 반이를 찾아냈다. 승태는 반가운 마음에 차창을 열고 손을 흔들어 반이를 소리쳐 불렀다.

"학 ‥‥."

반이는 승태를 보고도 일부러 모른 척하고 의도적으로 슬슬 눈치를 보았다. 승태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 

승태는 화를 가라앉히고 기숙사에서 호출한 여학생 3명을 택시에 태우고 기차역으로 가는 도중에 한 여학생이 반이를 보고 아는 체했다.

"야, 반이 간다."

"쟤 얼마 전에 여자 친구랑 헤어졌데."

"된통 싸운 모양이야."

승태는 여학생들의 대화를 잘 새겨듣고 남학생의 이름이 반이라는 것을 기억해 두었다.


   승태는 반이와 약속이 깨어져 버려도 미련을 못 버리고 지나간 일들을 거슬러올랐다. 반이 자신이 요긴한 일에 이용하고 승태의 기대를 저버리는 마음보에 배신감이 들었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은 격한 감정이 점점 엷게 되어 본색을 드러내지 않았다. 

승태는 방법이 서로 다른 선망의 대상을 찾을 무렵 휴대전화를 통해 반이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저씨, 저 기억하시겠어요?"

"누군신데요?"

승태는 일부러 반이라는 것을 알면서 모르는 체했다. 반이는 자신을 알 수 있게 요점을 간추려 설명하고 도움을 청했다.

"지난번처럼 부탁 드릴 수 있을까요?"

"전에 밥 사 준다는 약속 안 지켰잖아요."

"이번엔 꼭 사드릴게요."

승태는 반이의 다짐을 받고 그동안 감정을 품었던 현상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반이를 대하는 태도가 싹 돌변하여 나긋나긋한 말씨로 대답했다.

"알았어요. 근데 몇 분이나 남았어요." 

"8분요."

승태는 반이를 위하여 목숨을 걸고 택시를 몰았다. 반이는 택시가 대학교에 당도하자 잽싸게 승차하고 기차역에 빨리 가고 싶어 안달했다.

"아저씨, 얼른 가요."

"아저씨 빼고 친구라고 하면 갈래."

"알았어. 친구야!"

"오, 제법 말까지 놓고 맘에 들어."

승태는 택시를 거칠게 몰았어도 반이와 약속한 기차 시간 안에 도착하지 못했다. 반이는 너그럽게 봐주어 다음 기차를 기약했다.

"할 수 없죠. 밥이나 먹으러 가요."

"반이야, 고맙다!"

"어, 제 이름을 어떻게 아셨어요?"

"관심을 가지면 뭐든지 알 수 있어."


   반이는 식당 안으로 들어가 의자에 앉아 휴대전화를 들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승태는 못마땅하다는 듯이 반이를 훑어보는 동시에 승태의 휴대전화에 메시지가 왔다. 승태는 휴대전화의 액정 화면을 확인하고 환한 얼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 뭐 드실래요

- 아무거나 먹자

- 메뉴 보고 정하세요

- 사실은 반이를 먹고 싶어

- 저 맛 없어요

- 맛으로 먹는 거 아냐

- 그럼 어떻게 먹는 건데요

- 함께 자 보면 알아

- ㅋㅋ


승태는 반이와 식당 앞에서 헤어지는데 아쉬움이 남아 있어 더 놀다 가라고 붙잡고 싶었다. 그러나 성급하게 서두르다가 지금까지 쌓은 정분을 깨뜨리지 않을까 조심스러웠다.


   봄은 화려한 무늬로 승태를 유혹해 엉뚱한 상상하게 만들었다. 그 마음을 알고 있는 듯이 반이는 승태에게 휴대전화로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학생회관에서만나요

승태는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자마자 택시를 몰고 대학교로 향했다. 손님으로부터 호출을 받고 가는 것도 아닌데 뭐가 그리 좋아 날아갈 듯이 도로를 쌩쌩 달렸다. 반이는 친구와 담소를 나누며 학생 회관 앞에서 승태를 기다리다가 손을 흔들었다. 반이의 친구는 승태를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고 궁금히 여겼다.

"누구니?"

"친구."

반이의 짧은 대답을 듣고 궁금증이 풀리지 않자 반이의 친구는 승태에게 다가와 물었다.

"누구세요?"

"반이 친구!"

"에이, 뻥치지 말아요."

"으하하~"

반이는 친구에게 잘 가라고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택시에 탔다. 승태는 택시를 몰며 반이의 의중을 떠보았다.

"어디로 갈까?"

"홈플러스로 가요."


반이는 매장에서 쇼핑카트를 밀고 다니며 석쇠, 번개탄, 씻은 상추와 쌈장을 사고 삼겹살은 나중에 샀다. 승태는 쇼핑카트에 담긴 품목을 보고 입가에 엷은 미소를 머금었다. 


   저수지 공원에 잔디밭은 척박한 땅에서 연녹색의 싹이 돋았다. 지난해 늦가을에 나뭇잎이 떨어져 한쪽 끝에 쌓여 있어 승태와 반이는 약속이나 한 듯이 보스락놀이했다. 반이는 넓적한 바위에 삼겹살을 구워 먹기 위한 준비를 마쳤는데 정작 불을 붙이려고 보니 가스라이터를 사지 않았다. 승태는 공원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편의점을 손으로 가리키며 반이에게 심부름을 시켰다.

"반이가 저기 가서 사 와."

"가위바위보 해서 진 사람이 사 오기로 해요."

"좋아."

세상사 순리대로 하면 먼저 제안한 사람이 내기에 지게 마련이라 승태는 반이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런데 승태는 반이와 가위바위보를 해서 지는 바람에 위기를 벗어나기 위하여 계책을 꾸몄다.

"남자가 쩨쩨하게 보가 뭐냐? 오로지 주먹이라고, 그러지 말고 우리 삼세번으로 하자."

"그런게 어딨어요?"

"반이야, 우리 사이 좋은 친구잖아~."

승태는 반이에게 알랑거려서 동의를 얻어 가위바위보를 시작했다. 반이는 가위, 바위, 보 중에 무엇을 내밀지 고민한 표정이 역력했다. 반이는 양손을 마주 잡고 오므려 한쪽 눈에 대어 구멍을 통해 결정을 짓는 행동을 취할 때 승태는 시간을 끌지 않고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했다.

"가위바위보!"

반이는 승태가 조금 전과 똑같이 바위를 내밀지 않을 줄 예상하고 가위를 내밀었다. 승태는 과감히 바위를 내밀어 반이가 방심한 사이에 가위바위보를 비기고 말았다. 승태는 이대로 나가기 위하여 속도를 빨리해 가위바위보를 시작했다.

"가위바위보!"

반이 생각도 승태와 똑같이 동시에 바위를 내밀어 다시 하기 위하여 주먹을 쥔 오른손이 어깨 위로 올라갔다 내려오는 순간 승태는 속공의 심리전을 펼쳤다. 반이는 배짱부려 바위를 못 내밀 것을 확신했다. 승태는 기회를 재빠르게 포착하여 손가락을 펴고서 가위를 만들어 내밀었다. 그리고 결과에 대하여 환희에 찬 얼굴로 손을 높이 치켜들었다.

"야호, 이겼다!"

"무슨 남자가 쩨쩨하게 가위 내면서 주먹 좋아하네요."

"이기기만 하면 되지 뭐."


반이가 심부름 간 후 감감소식이라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궁금했는데 바로 그 때 승태의 휴대전화 벨이 울렸다. 반이는 승태가 전화를 받자마자 언성을 높여 되는 일이 없다면서 툴툴거렸다.

"미성년자한텐 안 판데요. 한번에 졌을 때 왔으면 좋았잖아요."

"너 대학생 아니냐?"

"생일이 빨라 일찍 학교에 들어갔어요."


승태는 편의점으로 걸어가다가 반이와 마주치자 귀찮은 듯이 신경질을 냈다.

"무슨 라이타 하나 사는 데 성년이 필요하냐?"

"제가 정한 거 아닌데 왜 저보고 그래요."

승태는 반이의 말을 들어 보니 일리가 있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편의점에서 가스라이터를 사 가지고 돌아왔는데 반이는 번개탄에 불을 붙이고 삼겹살을 굽고 있다. 승태는 눈에 불을 켜고 반이를 노려보았다. 

"어디 두고 보자!"

"흐흐~."


반이는 삼겹살을 구워 먹은 장소를 정리하고 소변을 보러 으슥한 곳으로 걸어갔다. 승태는 절호의 기회를 얻어 택시를 몰고 도망을 가며 리어미러로 반이의 눈치를 살폈다. 반이는 소변을 보며 오른 손목을 왼손으로 감싸고 욕하는 짓을 했다. 승태는 반이의 몸 동작을 리어미러를 통해 보고 큰 소리를 내며 웃었다.

"으하하~."


승태는 반이가 보이지 않은 장소에 택시를 멈추고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 아무리 반이가 오기를 기다려도 눈에 띄지 않고 휴대전화는 오지 않아 애가 탔다. 승태는 참다못해 택시를 돌려 저수지 공원 쪽으로 갔다. 반이가 공원에서 서성거리는 모습을 보고 승태는 겸연쩍게 웃으며 택시를 바짝 들이댔다. 승태는 차 문을 열고 앞 좌석에 앉은 반이를 가상히 여겼다.

"내가 오지 않으면 어쩌려고 그랬어?"

"절 볼 때 미안한 맘이 들죠?"

"아니."

"그래도 친구는 믿음이에요."

승태는 반이의 말을 들어 보고 양심에 찔리는 데가 있어 잘못을 솔직히 시인했다.

"오, 좋은거 배웠다. 근데 나 믿지 마."

"왜요?"

승태는 반이의 묻는 말에 대답은 하지 않고 능글능글 웃으며 동문서답했다.

"오늘 쓴 거 이다음에 돈 벌면 갚아."

"알았어요. 근데 그 때까지 살래나 모르겠네요?"

"그럼, 난 영원히 살거거든."

"으하하~, 저를 웃겼어요."

반이는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는 듯이 보여 승태는 내심 무척 기뻤지만 겉으로는 담담한 체했다. 

"언제 집에 갈거니?"

"친구네 집에서 자고 간다고 했어요."

승태는 일이 잘 풀려서 바라던 바가 성사되어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들뜬 마음으로 화기애애한 말투로 물었다.

"정말? 어떤 친군데?"

"학교 근처 원룸에서 살아요."

'오, 이럴 수가!'

승태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상황을 누구한테 가서 하소연할까? 승태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본성이 드러냈다.

"반이, 당장 차에서 내려."

"택시를 탔으면 목적지까지는 가야죠."

"정 가고 싶으면 내가 다른 택시 불러 줄게."

반이는 승태의 태도가 싹 돌변하는 것에 대하여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볼 부은 얼굴을 했다.

"근데 갑자기 왜 역정내고 그래요?"


승태는 반이와 원룸 앞에서 헤어지고 기분이 언짢아 일을 마쳤다. 집에 돌아오는 내내 반이가 눈에 어른거려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 우두커니 서 있다. 승태는 이 기분을 오래 간직할 수 없어 옷을 훌훌 벗어 버리고 침대에 누워 반이를 상상하며 용두질하기 시작했다. 성적인 흥분이 최고에 달하여 사정하고 나면 조금이라도 기분이 나아질 것 같아 손을 재게 놀렸다. 

"아~."

반이에 대한 애착을 일순간에 날려 버리는 사정의 쾌감은 온몸을 나른하게 만들었다. 그 것도 잠시, 승태는 반이가 친구와 어떻게 지내는지 괜한 상상하며 궁금증에 사로잡혔다. 

반이와 친구가 침대에서 뒹구는 모습을 떠올리며 두 번째 용두질을 행했다. 온 열정을 쏟아서 얻은 육체적 쾌락은 승태를 더 지저분하게 만들 뿐 기분을 전환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승태는 침대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문뜩 온라인(on-line)이 머리를 스쳤다. 승태와 같은 남자 들이 성행위를 못해 안달이 나서 빠른 만남을 위하여 휴대전화 번호를 미끼로 사람을 유혹했다. 

승태는 시간이 급해 지체 없이 노트북을 켜고 온라인에 접속하여 남자를 하나 낚았다. 승태와 남자는 신상을 간단하게 주고받은 후에 서로가 마음에 들어 시계탑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승태는 아파트 주차장에서 승용차에 시동을 걸고 막 출발하려는데 휴대전화 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반인데요. 놀러 가도 돼요?

승태는 반이의 물음에 마음이 선뜻 내키지 않아 대답을 망설이다가 순간의 재치를 발휘해 어려운 요구 조건을 제시했다.

"휴대폰으로 니거 찍어 전송해 주면 그리 가고 안 그러면 ‥‥."

"그걸 여기서 어떻게 해요?"

반이가 승태의 요구를 거부하면 선약한 남자를 만날 속셈으로 배짱을 튕겼다.

"하기 싫으면 관둬."

"알았어요."

승태는 반이의 자지를 찍은 컬러 사진을 휴대전화로 전송 받아 보고 배꼽을 쥐었다. 그리고 웃음을 꾹 참고 문자로 답장을 보냈다.

- 니 거 잘 봤어 근데 불알은 어디로 갔냐

- 수줍어서 숨었어요

- 생각보다 좀 작다

- 건드리면 커요ㅋㅋ

- 지금 갈게

- 빨랑 와요.

승태는 승용차를 몰고 반이를 태우러 가면서 약속 장소에서 만날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제게 급한 일이 생겨 약속을 못 지킬 거 같아 죄송해요."

"괜찮습니다. 나중에 시간 나면 연락 주세요."

"예, 그럴게요. 거듭 미안해요."

남자는 공손한 태도로 전화를 받고 훗날 만날 것을 기약하는 좋은 영향을 주었다. 승태는 잠시 반이와 남자를 저울질해 보고 확고부동한 태도를 분명히 했다. 

대학가 피시방 앞에서 승태를 기다리는 반이를 승용차에 태우고 아파트로 방향을 바꿨다. 승태는 반이의 얼굴을 흘끔흘끔 보고 전방을 주시하며 친구에 대하여 궁금히 여겼다.

"친구가 없데?"

"아뇨. 아까는 거짓말 한거예요."


반이는 승태와 함께하려는 의도를 감추고 친구와 함께한다고 말했는데 승태가 성을 내 기분이 상했다. 원룸 근처에 있는 피시방에서 게임하다가 격했던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승태에게 전화를 걸었다.


   승태는 반이의 말을 들어 보고 스스로 깨우쳤다. 승태의 욱하는 성미는 반이의 마음을 다치게 한다는 것을 알았다. 승태는 아파트에 돌아오자마자 냉장고에서 파운드케이크와 우유를 꺼내 반이 앞에 놓으며 사과의 뜻을 표했다.

"너한테 배울게 많다."

"뭘요?"

"여러모로."

승태는 반이에게 속내를 털어놓지 않으면 병이 날 것 같아 용기를 냈다.

"사실 너랑 자고 싶었어."

"왜요?"

승태는 반이와 시선이 마주쳤다. 승태가 먼저 시선을 돌리며 속뜻을 감추고 예사로 대답했다.

"그냥."

"그래도 이유가 있을 거 아녀요?"

반이가 집요하게 사유를 물어 승태는 정직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솔직한 심정을 고백했다.

"너를 첨부터 좋아했어."

"그건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무슨 대답을 원하는데?"

"저랑 자고 싶은 합당한 이유를 대 봐요."

승태는 성 문제를 내놓고 이야기할 수 없어 목소리를 높였다.

"나 안 해. 읍~."

반이가 느닷없이 달려들어 승태의 부드러운 입술을 훔쳤다. 반이는 승태 입 속으로 혀를 집어넣어 촉수처럼 더듬었다. 승태는 반이의 행동이 하도 뜻밖이라 얼떨떨했다. 반이는 능숙한 솜씨를 발휘하여 승태를 황홀경에 빠뜨렸다. 승태는 서로의 입술이 떨어지지 않게 양손으로 반이의 머리를 잡았다. 반이는 입맞춤 상태로 승태를 짓눌러 서서히 뒤로 넘어가 방바닥에 누웠다. 승태는 반이와 입맞춤하며 엉뚱한 상상했다. 

'반이는 나를 여자로 착각하는지 아니면 남자 대 남자로 입맞춤하는지 도저히 갈피를 못 잡겠다.'

승태의 오른손은 반이의 머리에서 내려와 가슴을 거쳐 바지 지퍼에 중요한 부분을 더듬었다. 반이는 승태의 오른손을 제치고 입맞춤을 멈추어 말없이 한동안 한곳을 주시했다. 승태는 아무런 생각이 없는 반면 반이는 승태의 얼굴을 보고 무슨 생각하는가 궁금했다. 승태와 반이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서로 약속이나 한 듯이 옷을 벗고 나란히 침대에 누웠다. 승태는 벌써 자지가 발기하여 반이와 거리을 두었다. 반이의 뒤척이는 소리에 승태는 너무 긴장해 숨이 막혔다.


반이가 곤히 잠들어서 조용히 숨을 쉬었다. 승태는 꼼짝 못하고 누워 있다가 왼손을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승태의 왼손이 반이의 오른손에 살짝 닿는 순간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정신이 흐려졌다. 승태는 왼손으로 반이의 오른손을 슬며시 잡았다. 반이의 손가락이 곰지락하는 느낌이 전해 졌다. 승태는 남자와 관계를 가질 때 극도로 긴장하는 준비 단계에 이르러서야 모로 누웠다. 승태의 오른손을 반이의 팬티 안에 슬금슬금 집어넣었다. 반이는 승태의 손을 잡고 조용한 목소리로 달랬다. 

"하지 마요."

승태는 반이의 지시를 받아들여 팬티를 사이에 두고 자지 부분만 만지작거렸다. 반이의 자지가 발기하더니 마침내 팬티를 뚫고 나올 맹렬한 기세였다. 승태는 참는 것도 정도가 있어 반이의 자지를 향하여 오른손을 팬티 속 깊숙이 집어넣었다. 반이의 자지 주위를 더듬어 전체적인 형체를 파악한 뒤 엄지와 검지, 중지로 살짝 쥐고 상하로 움직였다. 

승태는 바다 위를 나는 새처럼 두 날개를 펴고 유유히 떠돌았다. 반이는 편하게 누워 있다가 조금씩 엉덩이를 들어 사정할 조짐으로 간주하고 행위를 멈췄다. 반이의 자지에서 벗어난 승내의 오른손은 반이의 고환을 살살 주무르며 중지로 항문 주위를 어루더듬어 성감대를 자극했다. 반이는 거친 숨을 몰아쉬어 승태의 숨마저 순식간에 앗아 가 숨이 턱 막혔다. 

승태와 반이는 누에고치에서 은밀한 행위라도 한 듯 이윽고 마음을 죄며 결과를 기다린던 모든 것을 풀어 주어 환희에 넘쳤다. 승태는 입을 반이의 귀에 대고 작은 소리로 소곤거렸다.

"팬티 갈아 입자."

"예."

반이는 팬티를 벗어 돌돌 말아 침대 옆에 놓고 티슈를 꺼내 자지를 닦았다. 승태는 서랍에서 팬티를 꺼내 반이에게 건네주었다. 반이는 팬티를 입고 침대에 반듯이 드러누웠다. 승태는 그 옆에 누워 반이의 자지에 손을 얹었다. 반이의 자지는 팽팽하게 발기해 있어 승태는 몸을 일으켜 세워 특별한 방법으로 자극을 주기로 했다. 탁자 위에 놓인 반이의 휴대전화를 진동으로 전환하고 승태의 휴대전화를 들어 전화를 걸었다. 승태의 손에서 진동하는 휴대전화를 반이의 팬티 소변구에 넣고 지그시 문질렀다.

부르르~

"으으."

부르르~

"아아."

반이는 휴대전화 진동으로 자극을 받을 때 신음 소리를 내고 세차게 자리가 벌떡거렸다. 휴대전화 진동이 끝나자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 짧아요. 또 해줘요."

승태는 반이와 성행위하면서 갈증을 느껴 혀로 입술을 핥고 침을 삼켰다. 승태의 육체는 정욕에 용해되어 침대를 타고 방바닥에 흥건하게 괴어 거울같이 잔잔한 수면을 달빛이 눈부시게 반사했다.


승태는 반이와 같이 성행위했더니 몸이 몹시 노곤하여 잠을 청했다. 그런데 승태를 코앞에 두고 반이의 나직한 음성이 들렸다.

"절 볼 때 미안한 맘이 들죠?"

"응."

승태는 잘못을 솔직히 시인하고 반이의 반응을 기다렸다. 

"근데요, 휴대폰 진동이 울리 때마다 어떻게 하죠?"

"으하하~."

승태는 침대에 누워 온몸을 들썩거리며 웃음보를 터뜨렸다. 어쩌면 휴대전화는 무한한 진화와 함께 쓰임새가 많은 의식주 다음으로 자리매김하지 않을까?


   화창한 봄날에 승태는 반이를 보자마자 비상등을 켜고 택시를 급정거했다. 택시를 바짝 뒤따라오던 차량이 경적을 울리며 욕설을 퍼붓거나 말거나 개의치 않고 반이를 소리쳐 불렀다.

"반이야, 타."

반이는 택시를 타기 전에 뒤에서 정지한 차량을 향해 깍듯이 머리 숙여 인사하고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주 멋있어요."

"이게 멋있는 거냐? 택시의 횡포지."

승태는 반이를 택시에 태우고 목적지를 정하지 않은 채 동서로 곧게 뻗은 도로를 쌩쌩 달렸다. 반이는 차창을 열어 상쾌한 봄바람을 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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