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마도사로 이세계에서 치유사를 하고 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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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행렬이 사라질때까지 환호하며 꽃잎과 색종이를 던졌으며 행렬이 눈에 보이지 않은지 한참이 지나도록 자리를 지키며 아쉬워했다. 강혁은 행렬 구경이 끝난 후 발걸음을 옮겨 카리슈가 있는 ‘낮은울타리 고아원’으로 향했다.
[낮은울타리 고아원]
정말 이름처럼 울타리가 낮은 고아원이었다. 울타리가 낮다기 보단 무너졌다고 하는게 정확한 표현이다. 안이 훤히 보이는 울타리는 군데군데 부서져 무너져있었고 안쪽에는 성당을 개조해 쓴 듯 교회 첨탑 모양의 본 건물이 있었고 옆으로 아이들의 숙소인 듯 보이는 허름한 건물이 두동 정도 보였다. 허름하고 낡은 건물. 유리창이 깨진 창문은 나무판으로 대충 막아 놓은 모양이었고 건물의 벽 역시 칠한지 한참이나 지난 듯 여기저기 칠이 벗겨져 있었다. 건물들 앞으로 100평정도 되는 공터가 있었는데 가운데 커다란 나무가 심어져있고 커다란 나뭇가지에 걸어놓은 그네에 몇 명의 아이들이 모여 그네를 타고 있었다. 아이들은 여기 저기 뛰어다니며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깔깔거리며 참새처럼 쫑알거리며 공터를 뛰어다녔다. 아이들 틈에 카리슈는 보이지 않았다. 건물 뒤로 돌아가자 우물이 있었다. 우물 옆에 빨래를 널 수 있는 공간이 있었는데 거기서 강혁은 카리슈를 보았다. 팔을 걷어 올린 금발남자가 빨래를 널고 있었다. 바람이 살랑 불어와 널어놓은 이불빨래와 아이들의 옷빨래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머리를 쓸어 올리는 카리슈. 강혁이 빨래 널기에 열중인 카리슈의 뒤로 살금살금 다가가 가만히 뒤에 섰다. 한참을 빨래를 널다 말고 인기척을 느낀 카리슈가 뒤를 돌아보자 강혁이 슥 얼굴을 들이밀며 입을 맞추었다.
“읍...”
순간 카리슈의 얼굴에 당황한 표정이 드러났지만 강혁임을 확인하고는 표정이 금방 풀어졌다. 슥하고 카리슈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지며 강혁의 허리춤에 카리슈의 팔이 둘러진다.
“왔어요? (미소)”
“아침엔 절 버리고 먼저 갔더라구요. 매정한 사람...”
“제가 간 걸 고마워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침에 제가 방을 나오지 않았다면 지금쯤 강혁은 아직도 침대에 누워 엉덩이 찜질을 하고 있었을 거에요... 눈뜨자 마자 강혁을 덮치고 싶었는데 참느라 힘들었다구요...”
“그렇단 말이죠? 흠... 다음에 잠들땐 아침이 오길 기대하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하하하”
두사람은 한동안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웃었다. 그리고 잠시후 마그람 수녀가 나타나 세사람은 같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그람 수녀는 40년이 넘게 고아원을 운영한 사람으로 아이들을 헌신적으로 보살피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들어 고아원으로 들어오는 운영비가 턱없이 줄어 고아원 운영에 힘겨워하고 있었다. 부족한 부분을 그동안 모험가와 무희 투잡으로 돈을 번 카리슈가 매워주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끊어진 셈이었다. 카리슈의 트라우마로 모험가로 돈을 벌수는 없었다. 또한 고아원에 들어온 이상 아이들에게 좋지않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무희 역시 할 수 없었다. 지금은 그간 카리슈가 모아둔 돈으로 어느정도 충당하고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고아원의 재정을 충당할 새로운 방법이 필요했다.
저녁시간. 카리슈는 강혁의 방문도 환영할 겸 특별식을 준비했다. 고기가 듬뿍 들어간 카리슈가 만든 특제 스튜였다. 맛있는 냄새가 솔솔 퍼지는 스튜와 빵을 아이들과 함께 강혁은 맛있게 먹었다. 아이들은 15명 정도 되어보였고 모두 좋은 옷은 아니지만 깨끗한 옷을 입고 있었으며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 피어있었다. 아이들은 카리슈와 강혁을 잘 따랐다.
그중 강혁은 에밀리라는 아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곱 살, 1년전 고아원으로 왔다고 하는데 엄마가 죽기전에 아름다운 마을에서 둘이 행복하게 살았다고 자랑을 했다. 엄마가 보고싶지 않느냐는 강혁의 질문에 아이는 환하게 웃으며 꿈속에서 언제나 엄마를 볼 수 있으니 괜찮다며 어른스럽게 말을 했다. 그리고는 자랑하듯 주머니속에서 반짝이는 무언가를 보여주었다. 은화였다. 은화 한닢. 고아원의 아이가 어떻게 은화를 들고 있는지 의아했지만 사연있는 물건이라 생각하고 더는 묻지않았다.
몇몇 머리가 굵은 아이들은 강혁과 카리슈를 보며 두사람은 어떤 사이냐며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강혁은 아이들이 그 답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당황하는 카리슈의 붉어지는 얼굴을 보고싶어 던진 질문이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어떤 아이는 몰래 강혁의 손을 당겨 카리슈의 손을 잡게 유도하기도 했다. 자유의 도시 팔라시아의 분위기 때문인지 남남 커플에 대해 아이들이나 수녀님이나 어떠한 거부감도 없어보였다.
“얘들아, 먹으면서 들으렴. 내일... 성회 정기 방문이 있단다....”
성회 정기 방문이라는 말에 웃음가득한 식사자리가 갑자기 찬물을 끼얹은듯 싸늘해졌다. 몇몇 아이들은 스튜를 먹다말고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 성회라면 고아원을 지원하는 팔라시아의 최고종교이다. 수장은 성녀와 교황이 맡고 있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신봉하는 종교인데 왜 아이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인지 강혁은 궁금했다. 식사가 끝나고 아이들이 잠자리에 든후 마그람 수녀에게 들은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낮은울타리 고아원은 성회의 지원을 받는 고아원이다. 몇 년 전부터 고아원으로의 지원이 점점 줄기 시작했고 1년 전부터는 갑자기 정기적으로 성회로부터 사제들이 방문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사제들의 방문 목적은 아이들의 건강을 기원하는 치유와 축복. 하지만 치유와 축복을 받은 아이들은 그날은 몹시도 건강하게 뛰어 다녔지만 다음날부터는 시름시름 앓기 시작해서 한주, 길게는 보름까지도 병상에 누워있게 된다는 것이다. 의원을 부르거나 치유사들을 불러 아이들을 보게도 해보았지만 전혀 차도가 없었고 아이들 스스로 이겨내는 방법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고 한다. 즉 어떠한 질병이 아니라는 것. 일정시간이 지나면 아이들은 몸이 나아서 뛰어다니지만 점점 아이들이 시들어 간다는 느낌을 떨쳐버릴수 없다고 수녀는 말했다. 그때부터 아이들은 성회 정기 방문을 본능적으로 싫어하기 시작했지만 방문을 거절했다가는 그나마 나오던 지원마저 끊길까봐 걱정스럽다는 것이었다.
한참을 이야기하다 말을 끊은 마그람 수녀는 한동안 말이 없다가 다시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리고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했다. 성회에서 1년 전부터 14세가 넘은 아이들을 데려간다는 것이다. 즉 고아원에서는 13세까지만 있을 수 있다는 것. 14세가 된 아이들은 성회의 지부로 데려가 그곳에 기거하며 교육을 받고 좋은 곳을 입양을 보낸다는 것이다. 언뜻 들어서는 좋은 것 같은데 문제는 14세가 되어 고아원을 떠난 아이들을 한번도 만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연락조차 되지않고 소식조차 들을 수 없다는 것이다. 성회에서는 좋은 곳으로 갔으니 찾지 않는 것이 입양한 가정을 위해서도 아이들을 위해서도 최선이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지금까지 14세가 넘은 아이들 10여명이 성회 지부로 갔는데 그중에 카리슈처럼 매우 정이든 베티라는 아이가 하나 있었다고 한다. 베티가 잘 지내는지 너무도 궁금했던 수녀님은 베티가 입양간 곳을 찾기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해 보았지만 그 어떤 곳에도 베티의 입양에 관한 단서가 없었다고 한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사람처럼 아이들은 지부로 떠난 얼마후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내일 성회에서 사람들이 나오면 이제 14세가 된 요한, 딜런, 마샤 세명이 고아원을 떠나 지부로 가게 된다고 한다. 마그람 수녀는 다시는 이 아이들도 볼 수 없게 될까봐 너무 무섭고 두렵지만 심증만으로는 어쩔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강혁님은 뛰어난 모험가라고 카리슈에게 들었어요. 부탁입니다. 내일 도움을 줄 사람들을 불렀으니 그들과 함께 내일 고아원을 떠나는 아이들의 행방을 좀 살펴봐 주세요. 가능하다면 작년에 떠난 아이들의 행방도 같이 부탁드립니다...”
카리슈가 마그람 수녀에게 강혁의 이야기를 어느정도는 했던 모양이다. 자세한 것 까지는 아니더라도 평범한 치유사가 아니라는 것을 직감한 듯 마그람 수녀는 강혁에게 일종의 의뢰를 했다.
“의뢰의 보수는...?”
“....”
카리슈가 무슨 보수를 받느냐는 눈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강혁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의 앞길을 내 축복함세. 카리슈는 내 아들이나 마찬가지이니 말일세!”
한치의 망설임 없이 마그람 수녀가 입을 떼었다. 순간 카리슈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 올랐다.
“반드시! 기필코! 기어이! 아이들의 행방을 알아내겠습니다. 어머(님)!!!(퍽!) 욱!”
큰소리로 마그람 수녀 앞에서 말하는 강혁의 복부에 카리슈의 주먹이 강타했다. 강혁이 푹 꼬꾸라지고 카리슈가 후다닥 강혁을 어깨로 낚아채 수녀실을 빠져나갔다.
“왜이렇게 사람이 부끄럼이 없어요 강혁!”
얼굴이 벌게진 카리슈가 강혁을 책망했다.
“뭐 어때요? 수녀님도 다 아시는데... 나만 쓰레기야? 응 그런거에요?”
카리슈가 어이가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투닥거리는 두사람의 앞에 누군가 나타났다.
“오랜만이야 카리슈.”
붉은 머리 파란 눈, 빈틈 없이 꽉 들어찬 근육질의 잘빠진 몸매. 번쩍거리는 전신 갑주, 등 뒤에 거대한 대검.
“어..어... 용사? 아까...”
“무슨 일이죠 마커스?”
표정이 굳어진 카리슈가 말을 건낸다. 용사 마커스와 서로 알고 있는듯한 카리슈. 강혁은 두사람의 얼굴을 번갈아가면 처다보았다.
“화정에 갔는데 없더군. 던전에서 일이 있었다고 들었어. 걱정이 돼서...”
“당신이 걱정할 일이 아니에요. 그만 돌아가요. 강혁 오늘은 배웅을 여기서 마처야겠어요. 미안해요.”
말을 마치고 강혁이 차가운 얼굴로 돌아서서 가버렸다. 강혁이 말도 못하고 어버버 거리는 사이 침울한 표정으로 되돌아가는 카리슈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용사 마커스는 카리슈의 모습이 사라지자 날카로운 눈으로 강혁을 쏘아보고는 뚜벅뚜벅 걸어갔다. 강혁은 그 자리에서 멍하게 두사람이 멀어져가는 것을 지켜보고는 마음이 착잡했다. 도대체 카리슈와 용사 마커스는 무슨 사이일까. 왜 두사람 사이에서 찬바람이 부는 것인지 카리슈는 숙소로 돌아 오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다음 날]
강혁은 밤새 용사 마커스와 카리슈를 생각하다 밤잠을 설쳤다. 어쨌든 오후에는 고아원에 가서 마그람 수녀의 의뢰를 수행해야 한다. 오전에 숙소를 나온 강혁은 정보길드에 들러 발트로프 언덕의 소유자를 확인했다. 그리고 그 뒤에 숨은 정보들까지 모두 돈을 주고 샀다.그리고 그 소유자가 운영하는 부동산중계소를 찾아갔다. 부동산 업자를 찾아가기 전 강혁은 잡화점에 들러 검은 로브를 하나 사 입었다.
“어서오세요 손님 팔라시아의 모든 부동산이 준비된 랜드 부동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땅딸한 키에 터질듯한 뱃살. 중절모를 쓰고 퉁퉁한 손까락 마디마디 마다 보석 반지를 낀 욕심 가득한 얼굴의 부동산 업자 랜드가 흠칫 놀라며 강혁을 맞이했다. 검은 로브로 온몸을 가린 강혁이 소파에 조용히 앉았다. 어떤 손님인지 감을 잡지 못한 랜드가 슬쩍슬쩍 눈치를 보다가 아무런 감도 잡을수 없게 되자 난처해진 얼굴로 강혁의 앞에 앉아 차를 권하며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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