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이야기 5(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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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현수의 결혼식이 끝나고 대한과 유지는 식사를 했다.
유지는 한참 식사를 하던 중 현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현수는 소은과 함께 인사를 하는 중이었고 현수의 시선은 식사장을 계속 두리번 거렸다.
‘자기야~ 아까 현수씨가 지원씨 봤다고...’
‘응. 그러게.’
‘응 그러게라니~? 지원씨가 여기를 어떻게와. 아이구... 우리 현수씨 지원씨가 너무 그리웠었나보다..’
‘그치...’
‘우리 밥도 거의 다 먹었고 세아 잠깐 친정집에 맡기고 바람좀 쐬고 오자.’
‘응’
대한과 유지는 식사를 마치고는 한적한 변두리로 향했다
대한이 웃으며 유지에게 이야기 했다.
‘결국 오자는 데가 여기였어? 지원이 보려고?’
‘응, 오늘 현수씨가 지원씨 봤다고 하길래, 나도 지원씨 한번 보고싶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 여보는 나보다 지원이를 더 좋아하는 것 같네?’
‘아니 뭐... 지원씨 인물도 훤하니 잘 생겼었잖아?’
‘아... 그건... 지원이가 잘 생기긴 했었지...’
‘현수씨가 본 지원씨는 환상이었겠지? 지원씨 이미 세상 떠났는데.’
‘그렇겠지... 내 생각엔 현수가 꿈을 꾼 것 같아. 결혼 할 때 돼서 계속 불면증 시달리고 그러다 오늘도 그런 것 같네.’
‘음... 지원씨 떠난지도 벌써 꽤 지났네? 몇 달이더라...? 그러고 보니 호주에서 그 둘 정말 잘 어울렸었는데. 한편으로는 남자끼리 사랑이라 너무 마음이 아팠어... 결국엔 이렇게 아프게 끝나게 되네... 현수씨는 지원씨가 세상 떠난 줄도 모르고...‘
‘응... 나도 현수를 일 년도 한참 지나서 본거라 이야기를 못 해줬네...’
‘그래도 지원씨는 좋겠다. 한창 잘생기고 젊을 때 사진이 이렇게 납골당에 남아있어서~ 항상 젊고 멋진 모습 그대로일 거 아니야~~’
‘좋은 곳 가서 잘 살겠지... 우리도 이만 갈까?’
‘응 자기야’
대한과 유지는 지원의 납골당에 예쁘고 하얀 국화 한 송이를 놓고 돌아갔다.
대한은 몇 달 전 지원과의 마지막 만남을 생각했다.
지원은 대한과 대화했던 대로 한국에 들렀고 대한은 지원과 만나기 위해 약속장소에 먼저 나와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10분쯤 지나 지원이 대한을 발견하고는 반갑게 손을 흔들며 대한의 앞에 앉았다.
‘이봐 아저씨!’
‘아, 아저씨 아니라니깐!!’
‘그래 애 아빠님~~ ’
‘너 진짜! 형이라고 안해! 아니다 차라리 야라고 해라!’
‘알았어~ 형~ 형, 있잖아... 나 사실 어제 현수 봤어’
‘진짜? 둘이 만났어? 어떻게? 걔 몇 달 뒤에 결혼한다며...’
‘응... 현수 사는 동네 계속 돌아다녔어. 그거 알아~? 엄청 이쁜 여자애랑 같이 가더라구. 그 둘이 결혼 할 사이 인 것 같더라. 사실 그거 보고.. 막상 보면 다 이해하고 행복하길 바랄 줄 알았는데... 속으로 좀 속상하더라. 나도 현수랑 함께 지내고 싶은데... 우리가 정말 사랑했던 건 호주에서의 2년동안의 삶 뿐 이었을까 라는...
하지만 어쩔 수 없나봐. 아주 가끔은 서로를 위해 양보해야 하는 때가 오는 건데 지금이 딱 그 때 인 것 같아. 이왕 이렇게 된 거 그 둘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어. 나랑 있으면 현수는 너무 포기해야 하는게 많잖아?
나 예전엔 말이야 정말 사랑해서 진심으로 상대방을 놓아주어야 한다는 말이 무엇인지 정말 이해도 공감도 안됐었어. 사랑하면 평생을 함께 해야지? 안 그래? 하지만 이제야 알 것 같아.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그 사람을 조금 더 성숙한 방향으로 이끌어 주어야 한다는 걸. 어쩌면 나와 만나지 않고 결혼을 하는 게 현수에게는 더 나은 삶일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너도 나처럼 결혼 해야지...’
‘흠... 난 결혼 안할래... 그냥 이대로 살래! 형이나 잘 사셔!!’
‘그래... 뭐 먹을거야? 해 줄게 다 얘기해!’
‘아 오늘 유지누나가 밥해준다고 했지? 형이 다 생색이네~ 아무거나 좋아~ 얼른 가자 나 누나랑 세아 보고싶어!’
‘응 가자!’
식사를 마친 뒤 대한이 지원을 지하철 역까지 데려다 주었다.
‘이만 들어가 봐 멀리 못나가서 미안하다’
‘됐어~ 얼른 들어가봐 형. 밥도 잘 먹고 반가웠어.’
‘가서 뭐 할거야?’
‘호텔 주변에 술집이나 가서 맥주나 한잔 더 할래. 마침 친구들 보기로 했어’
‘그래 적당히 마시고 들어가~’
‘응...’
그것이 지원이와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며칠 뒤 지원의 집에서 대한에게 연락이 왔다.
지원이 인천공항으로 가는 버스 전복사고에 희생되었다는 연락이었다. 대한과 유지는 지원의 장례식장을 찾았다. 유지는 대한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고는 대한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자기야... 정말 너무 한거 아니야? 어떻게 지원씨가 이렇게 허무하게 갔는데... 현수씨는 와보지도 않아? 재벌 아들이라 이런 곳은 못 온다는 거야?’
‘현수랑 연락이 안되잖아... ’
‘우리 자웨이 전자라도 찾아가 볼까? 거기 본부장이래나 뭐래나...’
‘지원이는 멀리서라도 현수 봤다고 했어’
‘아 그렇지... 아무리 그래도 현수씨는 와 봐야지... 둘이 미칠 듯이 좋아했었는데’
‘우리나 지원이 잘 보내주고 가끔 납골당이나 찾아가자.’
‘아... 우리 지원씨... 참 좋은 사람이었는데... 그리고 그 둘... 정말 잘 어울렸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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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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