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제(天帝)의 사자(使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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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이는 우체국 앞에서 자동차를 정차하고 밖에 나가 손님이 오기를 기다렸다.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를 오고가며 볼일을 보러 우체국에 들락날락했다. 그런데 검은 정장하고 머리에 중절모자를 쓴 청년이 불쑥 나타나더니 석이 앞으로 저벅저벅 걸어왔다. 석이는 청년의 옷맵시를 한눈에 알아보고 어디를 가는지 알 수 있었다. 청년은 처음 보는 석이에게 말을 붙였다.

"이 차 타도 되나요?"

"예, 타세요."

석이는 청년과 동시에 자동차를 타고 앞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었다. 석이가 자동차의 시동을 걸며 청년에게 목적지를 물어 보았다.

"어디로 모실까요?"

"ㅇㅇ 장례식장요."

"거긴 최근에 상호가 바뀌었는데요."

"그건 관심 없고요. 전 ㅇㅇ 장례식장을 가려고 해요."

석이가 하는 말을 허투루 듣고 청년은 자신의 목적지만 말했다. 석이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고지식한 청년에게 차근차근 자세히 설명했다.

"여기가 세종시로 되면서 ㅇㅇ 장례식장 상호가 바뀌었어요."

"저한테 중요한 일이라 ㅇㅇ 장례식장으로 꼭 가 주셔야만 해요."

청년은 고루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자기가 옳다고 부득부득 우겼다. 석이가 고집불통 청년을 이길 수 없어 우체국 앞을 출발하여 장례식장으로 향해 자동차를 몰았다. 그런데 청년에게서 세상에 오염되지 않은 태곳적 이끼 냄새를 풍겼다. 석이는 청년 얼굴을 한번 힐끗 보더니 전방을 주시했다. 청년의 얼굴 모습과 나직한 음성이 누구를 닮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아 왠지 마음이 뒤숭숭했다. 석이가 잠시 생각하는 사이에 청년은 주머니에서 스마트 폰(smart phone)을 꺼내 손에 들었다. 자동차가 상호가 바뀐 장례식장 앞에 멈추자 청년은 안내판에 망인(亡人)의 이름이 적힌 것을 보고 스마트 폰의 이름과 대조하더니 안심하고 말했다.

"아, 이름이 맞는 거 보니 여기가 틀림없네요. 기사님, 볼일만 보고 바로 나올 건데 잠시만 기다려 주실 수 있나요?"

"예, 너무 서둘지 말고 차근차근 문상하러 다녀오세요."

"예, 감사합니다."

청년이 자동차에서 내려 장례식장 안으로 들어갔다. 석이는 차창을 통하여 청년의 동작 하나하나를 눈여겨보았다. 잠시 뒤에 청년이 검은 가방을 들고 바람처럼 밖으로 나왔다. 석이가 운전석에서 일어나 자동차 밖에 나가 트렁크를 열고 검은 가방을 청년으로부터 건네받았다. 청년이 손에 가벼이 들고 있던 검은 가방을 석이가 건네받았을 때 짐이 생각보다 무거웠다. 석이는 젖 먹던 힘을 다해 트렁크 안에 검은 가방을 넣고 문을 닫았다. 석이와 청년은 자동차를 타고 앞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었다. 석이가 자동차 변속 기어를 넣어 장례식장을 출발하며 청년에게 목적지을 물어 보았다.

"이젠 어디로 갈까요?"

"국제 공항으로 가 주세요."

석이는 네비게이션(navigation)의 목적지를 국제 공항으로 정하고 자동차를 몰았다. 자동차가 도시의 외곽 도로를 쌩쌩 달리자 석이는 궁금한 것을 못 참고 청년에게 말을 붙였다.

"가방엔 뭐가 들었어요?"

"죽은 사람의 육체는 세상으로 오염되어 순수한 혼을 거둬 가는 거예요."

"으하하, 젊은이가 농담이 지나치네요." 

석이의 말에 청년은 입가에 가벼운 웃음을 띠었다. 그리고 청년은 석이의 모든 것을 다 아는 양 행세했다.

"반이가 기사님께 미안하데요."

"그게 무슨 말이죠? 그나저나 반이를 어떻게 아세요?"

청년은 반이의 과거지사를 들추어 석이에게 이야기를 했다.

"구미에서 대학교 다니다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죽었잖아요."

"아니, 젊은이가 그걸 어떻게 잘 알고 있어요?"

석이는 청년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고 의아하게 생각했다. 청년은 말을 실수한 듯 금세 얼굴빛이 변하더니 얼른 화제를 돌렸다.

"기사님, 앞을 똑바로 보고 운전하셔요."

석이는 전방을 주시하다가 청년 얼굴을 한번 힐끗 보고 등골이 오싹했다. 그래서 궁금증을 풀려고 다짜고짜로 청년에게 잘잘못을 따졌다.

"아니, 처음 만나자마자 상호 때문에 옥신각신 언쟁을 벌이고, 이젠 내 사생활을 훤히 꿰뚫고 있으니 도대체 젊은이는 누구야?"

"기사님, 왜 반말하세요?"

"지금 화가 머리 끝까지 났는데 이것저것 가리게 생겼냐?"

자동차가 인적 없는 도로를 쌩쌩 달리더니 어느새 국제 공항 앞에 멈추었다. 청년은 의외의 결과에 당황하여 택시 미터기 요금을 내고 자동차에서 급히 내렸다.

"기사님, 거스름돈은 커피 사 드세요."

"야, 내 물음에 답해 줘야지."

청년이 석이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자동차에서 내리자 석이는 청년을 소리쳐 불렀다. 석이는 한동안 멍한 표정으로 말을 잃고 청년이 국제 공항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잠시 뒤에 석이는 정신을 가다듬고 자동차를 살살 몰아 국제 공항을 떠났다. 그러나 석이는 청년과 국제 공항 앞에서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다. 갓길에 자동차를 세우고 안을 둘러보아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운전대를 잡고 왼쪽으로 막 돌리려고 하는 찰나 청년의 검은 가방이 머리를 스쳤다.

"앗, 큰일났다!"

석이는 자동차를 재빨리 유턴(U-turn)하여 국제 공항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렸다. 자동차를 택시 승강장에 멈추고 국제 공항 안으로 들어가 청년을 찾아보았지마는 공연히 헛수고했다. 석이는 검은 가방을 청년에게 돌려줄 일이 난감하여 물끄러미 허공만 바라보다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잰 걸음으로 국제 공항을 빠져 나와 자동차를 거칠게 몰고 왔던 길을 다시 갔다. 


   한편, 하늘나라에서는 천제가 노발대발하며 사람들 앞에서 실수하고 돌아온 천사에게 호통을 쳤다.

"네 이놈, 혼을 두고 온 건 둘째 치더라도 네 모습을 석이에게 보여 주다니. 그 일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줄 알아라."

천사가 풀이 죽어 시무룩한 표정을 지어 보이자 천제는 마음을 바꾸어 먹고 그를 살살 달래었다.

"쯧쯧, 그래? 석이를 세상에서 만나 보고 나니 그 때 심정이 어떠하냐?"

"저를 몰라보아 별 기분이 들지 않았습니다."

천제는 천사의 얼굴을 바라보고 다시는 이런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당부했다.

"앞으로 천사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마라."

"예, 그 말씀을 깊이 명심하겠습니다. 근데 천제이시여, 제가 한창때 여긴 왜 데리고 왔습니까?"

"예끼 이놈아! 니가 꼭두새벽에 오토바이 타다가 목숨을 잃은걸 난, 너의 재능을 꽃피워 보기도 전에 세상을 떠난 것이 안타까워 천사로 임명했지. 그건 그렇고 망인의 장소를 알려 주는 스마트 폰 좀 업데이트(update)하고 다녀라." 

"해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다 보니 그럴 시간이 없어요. 천제님, 천사 좀 늘려 주세요."

"나도 그러고 싶은데 요즘 젊은것들은 힘든 일을 안하려고 하다니, 쯧쯧  아무튼 내 말을 깊이 명심해라."

"예, 천제님! 그나저나 그 동경(銅鏡)을 최신 모니터(monitor)로 바꾸시면 안 될까요?"

"예끼 이놈아! 지금까지 잘 사용하고 있는데 고장나는 전자 기기로 왜 바꾸냐?"

"아무리 그래도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게 살으셔야죠."

"내가 말은 않지만 세상 돌아가는 게 어지러워 정신이 없는 판에 동경 바꿀 새가 어딨냐?"

천제는 하던 일을 제쳐놓고 천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데 정신이 팔렸다. 천사는 이야기하는 참에 천제의 의중을 떠보았다.

"천제이시여, 저를 세상으로 돌려보내어 기사님과 연을 맺어 주면 안 될까요?"

"지금 천하(天下)로 내려가면 석이와는 큰 차이가 있어 다시 만나기 어려울 거야."

"그럼 기사님의 명이 얼마나 남았나요?"

"아마 오십 년 정도 ‥‥."

천사는 엷은 미소를 짓고 천제의 농담을 재치있게 대응했다.

"하긴 여기서 오십 년은 얼마 안 되니까 기다릴 수 있어요."

"으하하, 예끼 이놈 감히 말대꾸를 하는 게냐? 그나저나 이 자리를 너무 오래 지켰더니 이젠 힘에 부쳐 도저히 못 하겠는데 니가 한번 해 보렴."

천사는 천제의 권유를 손사래를 치며 사양했다.

"제 실력으로는 어림없는 일이예요. 전에 영혼을 잘못 포맷(format)하는 바람에 어린 사람이 정신 병원에 입원하는 사태까지 갔는데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요."

천제는 말없이 천사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눈을 지그시 감고 일 처리를 지시했다.

"머리가 좋은 영혼은 가두었다가 나중에 써야겠어."

"그건 왜요?"

"사람들이 고도로 발달한 과학 기술을 이용하여 신의 영역을 넘겨보니까 내가 머물 우주를 확장하는데 온 힘을 기울이게 돼."

천사는 천제가 눈을 감은 틈을 타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천제는 주위의 낌새가 이상하여 눈을 뜨고 큰소리쳤다.

"네 이놈, 두 번 다시 실수하면 그 땐 가만두지 않겠다!"


   석이는 무사히 장례식장에 도착하여 자동차 밖에 나가 트렁크를 열어 보고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검은 가방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트렁크는 텅 비어 있다. 석이는 영문을 몰라 어안이 벙벙하여 꿈인지 생시인지 구별이 안 갔다. 그런데 장례식장 안에서 야단법석을 떨며 몇몇 사람이 밖으로 몰려나와 의구심을 가졌다.

"아, 이를 어째 죽은 줄로 알고 염(殮)을 하는데 사람이 다시 살아났데요."

"그러게나 말야. 하늘의 도움을 받은게야."

"병원 구급차에 실려 보냈다는데 아무 일 없었으면 좋겠어."

석이는 사람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짐짓 모른 체했다. 자동차를 몰고 장례식장을 유유히 빠져 나와 도로 가장자리에 멈추고 지나간 일을 회상했다.


   여름 방학이 시작할 무렵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석이는 야간 근무를 마치고 교대자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반이가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와 말을 건넸다.

"알바 하러 왔는데요."

석이는 얼굴이 잘생긴 반이를 보는 순간 넋을 놓고 그를 바라보았다. 반이가 눈을 맞추고 석이의 대답을 기다리는 것을 뒤늦게서야 비로소 알고 대응했다. 

"아, 주임님한테 전해 들었어요."

석이는 반이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캐비닛(cabinet)에서 붉은색 유니폼(uniform)을 꺼냈다. 반이는 유니폼을 석이로부터 건네받고 그 자리에서 옷을 벗고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석이는 반이가 사각으로 된 팬티를 입은 모습을 눈여겨보고 흑심을 품었다. 


   다음날 아침, 석이가 주간 근무하면서 반이와 친하게 지내고 사생활을 물어 보았다.

"주유소에는 뭐 타고 오니?"

"시내버스 두 번 갈아타고 와요."

석이가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이며 반이의 의중을 떠보았다.

"우리 집에서 다니면 어떡겠니?"

"기사님 말씀은 고마운데요. 집에서 허락하지 않을거예요." 

석이가 바라던 일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반이에게 실망했다. 반이는 눈치가 빨라 대화의 내용을 바꾸어 석이에게 뜻하지 않은 질문했다.

"기사님 삶을 되감는다면 어디까지 돌리고 싶으세요?"

"음, 중학교 이 학년."

"왜요?"

석이는 반이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야릇한 미소를 짓더니 말을 재치 있게 받아넘겼다.

"너라면 어디까지 돌리고 싶으니?"

자동차가 때맞게 주유하러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석이와 반이는 대화를 멈추고 부스(booth) 밖으로 달려나갔다. 반이는 운전자에게 다가가 반가이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얼마나 넣어 드릴까요?"

"가득요."

조물주가 사람에게 특권을 부여한 것 중에서 제일가는 건 상상력이였다. 석이는 어두운 밤 침대에 홀로 누워 상상의 날개를 마음껏 펼치고 반이를 탐했다.


   반이가 아르바이트한 뒤에 여성들이 고급 승용차를 몰고 주유하는 횟수가 잦았다. 중년 여성은 대놓고 반이를 찾았다.

"그 학생 어디 갔어요?"

"아, 반이요. 오늘 쉬는 날인데요."

"그럼 다음에 기름 넣을게요."

석이는 멍하게 고급 승용차만 바라보고 서 있다가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반이는 얼굴이 잘나 여성에게 인기가 높을 뿐 아니라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였다. 그러나 날씨가 선선하고 나뭇잎이 지기 시작할 때 반이가 아르바이트를 돌연히 그만두고 군대에 들어갔다. 석이는 반이가 떠나고 나니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기 짝이 없었다.


   2년 뒤, 반이는 병장으로 제대하고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하다가 대학교에 복학했다. 벚꽃이 만개하는 계절에 석이는 개인택시 양도를 이유로 사직하고 한턱 쓰기로 했다. 동료 직원들과 잘 상의하여 날짜를 정했었는데 반이는 연락을 받고 회식에 참석하여 석이를 식당에서 만났다. 여러 사람들이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하는 도중에 반이는 자신을 자랑했다.

"저 장학금 받았어요."

"거긴 장학금 다 주는 데잖아."

한 아르바이트 학생이 반이의 말을 중간에 잘랐다. 석이는 하고 싶은 말을 주저하지 않고 반이 편에 섰다.

"장학금도 받기 나름 아닌가? 반이가 얼마를 더 받았는가 중요하지."

"기사님 말씀이 맞아요."

반이가 맞장구치더니 어깨가 저절로 으쓱거렸다. 석이는 회식이 끝나고 여러 사람들과 식당 앞에서 헤어지면서 반이에게 특별히 신경을 썼다.

"반이야, 또 만나자."

"예, 기사님 저녁 잘 먹었습니다!"

반이가 해맑은 미소를 짓고 감사의 뜻을 표하며 손을 흔들었는데 ‥….


   한 해를 1달 남겨 놓고 오전에 반이의 부음을 받았다. 석이는 메시지가 잘못 온 줄로 알고 아는 사람을 통해 사실 여부를 알아보았다. 석이는 그날 밤 주유소 직원들과 함께 자동차를 몰고 구미를 향하여 떠났다. 장례식장에 들어 유가족에게 삼가 조의(弔意)를 표하면서 멍하게 반이의 사진만 바라보고 속말했다.

'반이, 널 마지막으로 보고 나 간다. 나한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지금 해라.'

반이는 망연히 응시할 뿐 아무 말이 없었다. 석이는 다시 한번 본마음을 털어놓았다.

'반이가 죽은 뒤에 날 대접할 바에는 차라리 만나지 말걸 그랬다.'

장례식장 안에는 대학생들이 예의를 갖추어 검은 정장하고 반이의 죽음을 슬퍼했다. 석이가 장례식장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도이에게 전화했다. 도이는 깊은 잠에서 깨어나 발신인을 확인하고 잠기가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넌 이 시간에 뭐하느라고 잠은 안 자고 웬 전화질이냐?"

"문득 너가 보고 싶어서 ‥‥."

"피, 기다리고 있을게 얼른 와. 참, 초인종 누르지 말고 문을 그냥 열고 들어와."

"알았어."


석이는 아파트로 들어서자마자 옷을 날쌔게 벗고 침대에 누워 있는 도이를 힘껏 껴안았다. 벽시계의 초침 소리가 2남성의 날숨과 들숨에 묻혀 버렸다. 그러나 도이가 석이의 몸을 뜨겁게 애무해도 자지가 발기할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석이는 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성행위를 멈추었다. 도이는 석이의 속내를 환히 알고 사유(事由)를 물어 보았다.

"무슨 일 있니?"

"아니, 한 녀석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아서 그래."

"누군데?"

석이는 도이의 품에 얼굴을 묻고 흑흑 느껴 울었다. 도이는 양팔로 감싸안고 석이를 도닥거려 위로해 주었다.

"누가 내 친구의 맘을 아프게 했나? 나쁜 놈이네."


   석이가 자동차를 도로 가장자리에 멈추고 지나간 일을 회상하는 사이에 달걀 모양의 달이 뜨고 까치 1마리가 전봇대에 앉아 깍깍거렸다. 잠시 뒤에 다른 까치가 전봇대 쪽으로 날아왔다. 2까치는 차디찬 허공을 날아 어디론가 훌쩍 떠나 버렸다. 석이는 주어진 삶을 위하여 좌측 사이드미러로 뒤쪽을 살피고 자동차 핸들을 돌렸다. 자동차가 바람을 가르며 인적이 없는 도로를 쌩쌩 달렸다.


※ 몇 해 뒤 김ㅇㅇ 어머니는 산행 중에 돌연사했다.

어머니는 아들이 끝내 보고 싶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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