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귀 살인 사건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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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박형사는 처음에 터무니없는 제보전화 중의 하나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그동안의 분석과 추측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었다. 박형사는 곧바로 김형사에게 보고했다.
“김형사님, 피해자들을 모두 아는 사람의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김형사도 처음에는 심드렁하게 받아들였다.
“유튜버 아냐?”
“아닙니다. 피해자의 신원을 정확히 알고 있었습니다. 피해자를 직접적으로 아는 것은 아닌데, 자기 주변 사람들과 함께 말을 맞춰보다가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됐답니다.”
“뭔데?”
“피해자가 모두 게이랍니다.”
“뭐? 게이? 근거 있는 말이야?”
“전화로 말할 수는 없고, 자세한 것은 만나서 이야기하겠답니다. 전화번호 적어 뒀습니다.”
“그럼 전화해서 이리로 오라고 해. 장난치는 거면 책임 물을 거라고 못 박고.”
박형사는 제보자에게 전화를 걸어 경찰서로 와줄 것을 부탁했으나 제보자는 다른 장소를 제시했다. 자신이 일하는 곳이었다.
“김형사님, 자기는 죄 지은 게 없어서 경찰서 가기 싫다고.... 자기가 일하는 데에 우리더러 오라고 합니다.”
“어딘데?”
“게이바라고 합니다.”
“미쳤냐? 우리가 그런 데 왜 가? 다른 데서 만나자고 해.”
박형사가 제보자와 합의를 본 곳은 개별적으로 방이 마련된 일식집이었다. 사람들이 들을 수 없는 장소여야 한다는 박형사의 말에 제보자가 제안을 한 곳이었다. 김형사와 박형사가 약속된 장소로 가는 도중에 제보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고, 미리 주문을 해놓겠다는 말이었다. 김형사가 헛웃음을 지으며 박형사에게 말했다.
“이 짓도 오래 하니까 별 사람을 다 보네.... 뭐 하는 사람인지 물어봤어?”
“전에 제가 게이바를 운영한다고....”
“아~ 맞다. 그럼 지금 우리가 게이를 만나러 가는 거네?”
“뭐 그런 셈이죠....”
직원이 안내하는 방에 들어간 김형사와 박형사는 와치캡을 쓰고 수염을 기른 제보자와 악수를 나눴다. 제보자는 자신을 소개하며 명함을 내밀었다. 명함에는 게이바의 상호가 적혀 있었다. 레옹이었다. 그러니까 제보자는 바로 게이바 레옹의 사장이었다.
“범인 잡으러 다니시느라 수고가 많으십니다. 제가 형사님들 고생 많은 거 잘 알죠....”
김형사는 딱 봐도 레옹을 코스프레하는 것처럼 꾸미고 있는 제보자를 보며 바로 말을 잘랐다.
“바로 본론 들어갑시다.”
“급하시네.... 식사도 제때 못하실 텐데, 먼저 좀 드시고 천천히 얘기합시다. 저도 이런 일 몇 번 해봐서 잘 압니다. 형사님들이니까 그 사건 아시죠?”
김형사와 박형사는 아무 말을 하지 않고 물끄러미 사장의 얼굴만 바라봤다. 레옹 사장은 차민수 사건은 빼두고, 언론이 경쟁을 벌였던 사건만 얘기했다.
“그 왜 박원장 연쇄 살인 사건 말입니다.”
김형사가 당연히 알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건도 제가 도움을 많이 줬죠. 이형사 잘 지내는지 모르겠네.... 연락도 없고....”
이번에는 박형사가 레옹 사장을 재촉했다.
“제가 제보 전화 받은 사람입니다. 빨리 말씀 해 주시죠.”
“일단 먹어요. 꼭 범인 잡아달라고 제가 쏘는 거니까....”
레옹 사장은 안 먹으면 말을 안 하겠다는 듯이 입을 다물었다. 김형사와 박형사는 식탁에 푸짐하게 차려진 음식들을 먹기 시작했다. 접시가 비워져 가는 것을 보고 레옹 사장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뉴스 보고 또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구나 싶은 생각만 들었는데, 세 번째 사건 일어나고 나서 손님 중에 자기 아는 사람이 요즘 연락이 안 된다는 겁니다. 처음엔 애인이 생겨서 잠수를 타나 싶었데요. 근데 그게 아니더랍니다.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뭔가 싶어서 보니까 살해당했다는 거에요. 그때부터였어요. 가게에 있던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어요. 박원장 사건 때 우리 같은 사람들 진짜 무서웠거든요. 그래서 또 무슨 일이 발생했나 싶어서 우리 가게 오는 사람들이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거든요. 우리 가게뿐만이 아니겠지만.... 어쨌든.... 모이면 살인사건 얘기하고 그러다가 알게 됐어요. 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이 동네가 좁아서 서로 연결된 사람들을 추려내면 금방 알 거든요. 또 피해자가 뚱 식성에 뚱이니까 더 쉽게 안 거죠....”
김형사는 무슨 말인지 잘 못 알아 들어서 재차 물었다.
“지금 무슨 말씀을....”
“그러니까 우리끼리 모여서 하나씩 조사를 했어요. 기사 난 거나 유튜브 보고 피해자들을 알아냈는데, 모두 게이였어요. 가게 오는 손님들 중에 직접 아는 사람도 있고, 한두 다리 건너 아는 사람도 있어서 종합해 보니까 피해자들이 다 게이라는 걸 안 거죠.”
박형사가 의심의 눈초리로 레옹 사장을 보며 물었다.
“근거가 있는 얘깁니까?”
“자기 아는 사람들이 죽은 걸 확인했는데, 더 이상 근거가 뭐가 필요해요? 피해자 중에는 우리 가게 단골도 둘이나 있는데.... 피해자들 신원을 경찰에서 밝혔으면 더 쉽게 알아냈겠죠. 이 동네가 좁아요. 금방 소문 난다구요. 피해자가 뚱뚱한 사람들끼리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우리가 머리 맞대고 금방 찾아낸 거지 아니었으면 우리도 못 찾았을 수 있어요.”
김형사가 레옹 사장에게 물었다.
“피해자가 게이라는 게 맞다고 칩시다....”
레옹 사장이 발끈했다.
“맞다고 치는 게 아니라 맞다니깐요.”
“예 좋습니다. 근데 피해자들이 게이라는 사실이 뭐 그리 중요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레옹 사장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하아~ 답답한 사람이네....”
이어지는 레옹 사장의 말에는 짜증이 섞여 있었다.
“이러니 범인을 못 잡지.... 내 말은 경찰이나 전문가랍시고 방송에 나오는 사람들이 헛다리 짚고 있다는 말이에요. 피해자가 게이라는 사실이 왜 중요하냐면....”
레옹 사장은 컵에 물을 따라 들이키고는 말을 이었다.
“범인이 여자가 아니라는 겁니다. 게이가 미쳤다고 여자 앞에서 조ㅈ을 꺼내겠어요. 범인이 게이인지 일반인지는 모르겠지만 절대로 여자는 아니라는 말이에요. 사건이 으슥한 곳, 차에서 일어났다면서요?”
김형사와 박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뻔하잖아요. 거기서 뭔짓을 했을지.... 그러니까 내 말은 피해자들이 여자랑 거기 있었을 리는 절대로 없다는 말이에요.... 진짜 답답하네.... 이렇게 편견을 가지고 보니까 단서도 못 찾고 헛다리 짚고 있는 거 아니에요....”
레옹 사장은 물 한 잔을 또 들이키고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이형사 이 새끼는 뭐하나 몰라.... 암튼 저번처럼 또 게이들이 죽는 사건이 벌어져서 무서워 죽겠어요. 우리 가게 오는 손님들 대부분 뚱 좋아하는 뚱들인데, 무서워서 집 밖에 나오지를 않는다구요. 나도 세금 내는 당당한 국민인데 가게에 손님이 뚝 끊어져서 먹고 살지를 못해요. 그러니까 국가 세금 먹고 사는 당신들, 헛다리 짚지 말고 빨리 범인 잡아요. 그리고 또....”
김형사와 박형사가 무슨 말을 하려나 싶어 물끄러미 바라봤다.
“살인마 새끼 추종하는 그 개쌍년들, 걔네들 좀 어떻게 해봐요. 짜증나 죽겠어. 범인 못 잡고 있으니까 그런 소리가 나오는 거 아니에요.”
김형사가 조심스럽게 사장에게 말을 건넸다.
“그럼.... 옛날에 박원장 사건처럼 이번에도 혐오범죄라는 겁니까?”
레옹 사장이 결국 소리를 질렀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내가 형사에요? 당신들이 형사니까 그걸 밝혀내야 하는 거잖아요~~”
레옹 사장은 김형사와 박형사에게 마지막으로 일갈했다.
“피해자들이 게이라는 거 세상에 알려지기만 해봐. 내가 당신들 가만히 안 둘 거야.”
레옹 사장으로부터 의미 있는 제보를 받았지만 사건 수사는 진전이 전혀 없었다. 원점으로 돌아가 피해자 주변의 남자관계에 대해서 수사를 벌였으나 역시나 모두 헛짓이었다. 피해자들의 통화기록에는 공통된 번호가 나오지 않았다. 통신사에서 제공하는 번호는 한계가 분명했다. 피해자들의 휴대폰이 발견되지 않은 것은 범인이 가져갔다는 것이고, 범인은 분명 메신저 앱으로 피해자와 의사소통을 했을 터였다. 휴대폰에 단서가 있는 것이 분명한데 찾을 수가 없으니 답답하기만 했다. 급기야 김형사는 레옹 사장에게 피해자와 아는 사람들을 만나게 해달라고 사정사정을 했지만 레옹 사장은 고개를 저었다.
“당신들 헛짓거리를 믿을 수가 없어요. 신상털리기 딱 십상이지.... 죽을 수도 있는데 지금 누가 나서겠어요? 안 그래요?”
김형사와 박형사가 레옹 사장을 겨우 설득해서 얻어낸 것은 비대면 수사였다. 사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들이 극소수였기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나마의 조사도 김형사와 박형사의 행동으로 인해 완전히 무산되었다. 그것은 바로 dna 수집이었다.
발단은 5차 사건에서 발견된 커터칼로 시작되었다. 거기에서 피해자의 dna와 함께 신원불상의 남성 dna가 나왔기 때문이었다. 처음은 범인이 여자로 추정되었기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었다. 하지만 레옹 사장의 제보를 통해 범인이 남자라는 것을 알았으니 김형사와 박형사는 피해자 주변 사람들의 동의를 구해 dna를 얻고자 함이었으나 사건에 도움을 주고자 진술 조사를 받던 사람들은 자신들이 용의자로 몰리는 것에 분노했다. 거기에 더해, 의심 받기 싫으면 dna 검체 채취에 동의를 하라는 박형사의 말실수로 그나마 협조를 하던 사람들과의 연락이 모두 끊어졌다. 사건은 다시 미궁으로 빠져들었다.
경찰이 할 수 있는 것은 언론에 범인은 반드시 잡히게 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보도 자료로 내놓는 것밖에 없었다.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범죄 전문가는 한 술 더 떠서 카메라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말했다.
“너 반드시 잡힌다. 우리가 너보다 똑똑하다.”
김형사와 박형사도 이 말에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희망을 품는 것, 그것뿐이었다. 진전이 되지 않는 수사는 이들의 품은 희망에 괴로움만을 더할 뿐이었다.
2계급 특진을 노리고 굵직한 사건을 해결했다며 전국에서 모여든 베테랑 형사들도 끙끙거리며 매달리다 다시 원래의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들의 잘난 척과 호언장담은 스스로 무능함을 입증할 뿐이었다. 김형사와 박형사가 피해자들이 게이라는 사실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으니 다른 형사들은 계속 쌍년, 씨.발년만 입에 달고 살았다.
5차 사건이 벌어지고 두 달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김형사와 박형사는 물론이고, 사건 관계자들 모두 긴장을 하고 있던 차였다. 박형사는 카톡 메시지 하나를 받았다. 살아 있느냐고 물었던 그 친구였다.
- 박순경, 너 아직 살아 있니?
- 응. 너도 살아 있네.
- 너 나랑 좀 만날래? 너한테 할 얘기 있는데.
박형사는 잠시 망설였다. 뜬금없는 말이기 때문이었다. 박형사는 이 친구와 마지막으로 만났던 때를 떠올렸다. 친구가 했던 말이 아직도 생생했다.
“너도 내가 의사라서 매달리는 거니? 너도 별 수 없는 놈이야.... 구질구질하게 뭐 하는 거냐고? 6개월이나 만나줬음 됐잖아.”
“난 아직 너 사랑해....”
“사랑? 씨.발 너 아직 그딴 거 믿냐? 그래, 그럼 나도 솔직하게 얘기할게. 난 이제 너 사랑 안 해. 아니다. 첨부터 사랑 안 했어. 그럼 된 거지? 나 이제 너한테 할 말도 없고, 들을 말도 없으니까 다시는 연락하지 마.”
“형수야 내가 더 잘할게. 한 번만.... 한 번만....”
“한 번만 뭐? 섹스하자고? 미쳤냐? 씨.발 존.나 구질구질해.... 다시는 연락하지 마. 한 번만 더 찾아와서 이딴 말 하면 아무도 모르게 너 죽일 거야....”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랬다. 박형사에게 연락해 뜬금없이 만나자고 하는 친구는 한 때 애인이었던 최형수였다. 박형사는 그 후로 한 번도 연락을 한 적이 없었다. 이별의 후폭풍으로 며칠 식음을 전폐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올랐다. 겨우겨우 정신을 차리고 잊으려 노력했던 시절에서 벌써 6년이 흘러 있었다. 박형사는 그때 형수가 했던 말을 돌려주고 싶었다. 메시지 창에 글자들이 떠올랐다.
- 나 너한테 할 말도 없고 들을 말도 없는데.
하지만 차마 전송 버튼을 누르지는 못했다. 박형사는 글자들을 모두 지우고 새롭게 글자를 쳤다.
- 언제, 어디서?
오래지 않아 알람이 울렸다.
- 어디긴 병원이지. 너 시간 될 때 와서 연락해.
새로운 사건이 일어날 것 같아 비상이 걸려 있었지만 전전긍긍하는 것 말고는 딱히 할 수 있는 것도 없었기에 경찰서에서 대기를 타고 있던 박형사는 김형사에게 허락을 받고 경찰서를 나섰다.
박형사는 병원 커피숍에 앉아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아무런 답장이 없이 15분쯤 뒤에 최형수가 커피숍으로 들어왔다. 박형사는 6년 전처럼 여전히 거만하게 걸어오는 형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형수는 먼저 만나자고 연락을 했고, 6년 만에 만나는 것이었는데도 아무런 인사도 없이 자리에 앉았다.
“형수야 오랜 만이네. 6년 만인가....”
“몰라. 그런 걸 왜 계산하고 사냐? 너 아직도 그 파출소에 있어?”
“아니.”
“그럼 순경 안 해?”
“경찰서로 발령 났어. 너랑 헤어지고 얼마 안 있어서....”
“그딴 건 안 궁금하고.... 내가 왜 연락했냐면....”
옛날처럼 여전히 차가운 말투였지만 박형사는 형수의 얼굴 표정에서 불안함을 읽어냈다. 강력계 형사의 촉이었다. 형수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박형사에게 말했다.
“니가 죽였냐?”
너무나 뜬금없는 말에 박형사는 눈이 똥그래져서 말문이 막혔다.
“니가 죽인 거 아냐? 나랑 헤어지고 나한테 집착해서 내가 만난 애들 다 죽인 거 아니냐고?”
“무슨 말이야? 알아듣게 해봐.”
“사마귀 말이야. 니가 사마귀 아니냐고?”
“뜬금없이 그게 무슨 말이야? 웬 사마귀?”
“너는 경찰이 사마귀도 모르냐? 니가 그 연쇄 살인마 아니냐고? 난 언제 죽일 거야? 조ㅈ 자르려면 여기서 잘라. 그래야 바로 응급실 가서 붙이지....”
박형사는 옛 애인이었던 형수가 뭔가 아는 것이 있다고 감지했다. 형수를 다그쳐 물었다.
“뭐야 너. 그 사건에 대해서 아는 거 있어? 제대로 말해봐.”
“니가 먼저 말해. 너 사마귀야 아니야?”
“내가 사마귀면 너한테 사마귀라고 하겠냐? 그래 나 사마귀다 어쩔래? 빨리 조ㅈ 꺼내. 자르고 도망가게. 여기 있는 사람들 1억 받겠네....”
형수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박형사의 눈에 형수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갑자기 나한테 연락한 거는 뭐가 있다는 거잖아. 농담은 그만 하고 빨리 말해.”
형수의 얼굴에 담긴 두려움은 박형사도 가지고 있었다. 레옹 사장을 만나 피해자들이 모두 게이라는 말을 듣고 난 뒤부터 밀려든 두려움이었다. 박형사 역시도 게이였으니 당연한 것이었다. 박형사나 형수나 모두 덩치가 컸다. 박형사는 형수에게 솔직하게 털어 놓았다.
“너 지금 무섭지? 나도 그래....”
형수는 한참을 뜸들이다 입을 열고 박형사에게만 들릴 듯이 조용히 말했다.
“씨.발.... 죽은 사람들.... 전부 내가 만났던 사람들이야....”
박형사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충격을 받았다. 그저 형수의 얼굴만 쳐다볼 뿐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두 달 간격이니까 지금이라는 말인데.... 혹시나 싶어서 요즘 만나던 사람이랑 헤어졌어. 그 사람 죽을까봐....”
“그 사람 사랑하는구나?”
“사랑은 무슨.... 같이 있다가 그 사람 죽으면 나도 죽을지 모르고 내가 의심 받을 수 있잖아.... 진짜 나.... 너 의심했어. 내가 만났던 사람 중에 아직도 살아 있는 사람이니까....”
박형사는 욱 하고 치밀어 오르는 것을 꾹 참고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이 얘기 다른 사람한테 했어?”
“내가 미쳤냐?”
“죽은 사람 사진 있어?”
“만날 때 찍었다가 헤어지고는 다 지웠지.”
“그럼 만났던 사람 이름 얘기해봐. 만난 순서대로....”
형수의 입에서 나오는 이름들은 모두 피해자들의 이름과 동일했다. 박형사는 피해자들이 살해된 순서를 재빨리 짜맞췄다. 만난 순서와 살해 순서는 아무 관련이 없었다. 그러다 문득 박형사는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그저 막연하던 두려움이 바로 현실로 다가와 있기 때문이었다. 사마귀가 노리는 대상이 형수와 만났던 사람이라면 이제 남은 사람은 단 두 사람뿐이고, 그 중의 한 사람이 바로 박형사 자신이었다.
“그럼 오늘 연락한 게 나한테 조심하라고 말하려는 거였어?”
“조심하고 말고는 니가 알아서 할 일이고.... 나 지켜줘.... 너 경찰이잖아. 우리 사랑했잖아....”
-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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