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이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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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이 말랐다. 까끌한 혓바닥이 입천장에 달라붙을 것만 같아 현우는 눈을 떴다. 

 하지만 눈에 들어오는 방의 풍경이 너무나 낯설어 현우는 깜짝 놀랐다.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가하고 한참을 눈을 꿈뻑거리고 있던 현우는 자신의 알몸을 간신히 덮고 있는 이불을 보고서야 어젯밤의 일이 약수터의 물방울처럼 조금씩 기억나기 시작했다.


 '내가 미쳤지... 선배님한테 무슨...'


 벽에 걸린 시계는 벌써 새벽 네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직 날이 밝으려면 멀었지만, 완전히 캄캄하지도 않아서 아슬아슬하게 사물 분간이 될 정도였다. 


 현우는 종혁이 깰까봐 최대한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빨리 자신의 옷가지를 찾아둬야 아침에 얼굴 붉힐 일이 없을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그 수고로움도 잠시, 침대 아래쪽에 있어야 할 종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종혁은 세심하게도 방문을 바늘만큼만 열어놓고 용케 빠져나간 것이었다.

 


 '어디 가셨지? 화장실 가셨나.'


 현우가 주섬주섬 츄리닝을 챙겨입는 와중에도 종혁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부자리가 따뜻한 걸로 봐서는 자리를 떠난지 그렇게 오래된거 같지는 않았다.


 앉으니 눕고 싶다고, 옷을 입으니 이제 물도 먹고 싶어진 현우는 종혁이 했던 것처럼 살며시 방문을 열었다.

 



 부엌은 창진의 방문 옆에 있었다. 창진의 방에서는 스탠드라도 켜둔건지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는 중이었다.


 어제 봐두었던 정수기의 위치를 떠올리며 현우는 조금씩 발걸음을 옮겼다.


 식탁 위에 있는 컵을 발견하고 현우의 얼굴에 화색이 돋았을 때였다. 손을 뻗으려던 그의 귓가에 수상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아...! 힉..!"


 "쉬... 조용히 해."


 이어서 창진의 목소리가 나직하게 들려왔다. 현우는 얼어붙은 듯이 그 자리에 멈춰섰다.


 현우가 고개를 돌려보니, 두 사람의 목소리는 살짝 열린 창진의 방문틈 사이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 아앗..! 하아.. 윽..! 아아..."


 "조용히 하라니까. 현우 깨우고 싶어서 그래?"


 "하지만 이렇게... 아! 으응... 거칠게 하면서... 아윽!"


 곧이어, 고기와 고기가 부딪히는 철퍽거리는 소리가 끊임없이 방문 안쪽에서 들려왔다. 


 종혁의 목소리는 무언가 조치를 한 것인지 더이상 들리지 않았지만, 현우는 더이상 듣지 않아도 방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확연히 알 수 있었다.

 

 '선배가... 선배가... 게이였어? 그럼 과장님은 단순한 친구나 회사동료가 아니라, 연인이라 함께 사는 거였던 거야?'



 동시에 여태까지의 종혁의 행동들이 파노라마처럼 현우의 머릿속을 빠르게 스치고 지나갔다. 

 볼뽀뽀를 비롯한 조금 과하게 느껴지던 스킨쉽도, 여직원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세세하게 챙겨주던 모습도, 그렇게 잘생겼는데도 여자친구 한번 소개시켜준적 없었던 모습도, 그리고.... 어젯밤에 자신을 장난스레 덮쳐오던 그 몸뚱아리도. 


 단순한 선후배의 우정으로 생각해왔던 모든 것들이, 기실 현우에게도 보이지 않게 마수를 뻗어오고 있었다고 생각하게 되니 현우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것 같았다. 

 어제 자신이 됐다는데도 자꾸만 술을 주던 종혁의 모습이 이제는 유쾌하다기보단 세상에 둘도없이 음흉하고 꺼림칙하게 느껴졌다. 


 자신이 좀더 똑바로 정신을 차리지 않고 있었으면 벌써 강간을 당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됐으면 끔찍한 성병에 걸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만 현우의 머릿속을 끝없는 수렁에 빠트려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현우는 아무 일도 없던 듯이 자던 곳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기다려보아도 두 사람의 열정적인 몸의 대화는 쉬이 끊기지 않았고, 비온 뒤 잡초같은 호기심이 갈쿠리처럼 현우의 발목을 잡아끌어 마침내 그 작은 문틈 사이로 현우의 눈동자를 집어넣었기 때문이었다.


 

 아아, 순간 현우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소리를 막기 위해 손을 입에 빠르게 가져다 대야 했다. 


 주황빛의 조명등이 두 사람의 땀에 젖은 육체를 정육점의 고기들처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창진은 침대의 모서리 부분에 앉아 있었고, 그 우락부락해보일 정도로 두터운 근육질의 두 팔로 자신에게 안겨 있는 누군가의 얄쌍한 등과 허리를 든든히 받치고 있었다. 

 창진의 종마같은 허벅지가 거칠게 출렁일 때마다, 안겨있던 종혁의 육체는 난잡스럽게 헐떡이며 몸을 솟구쳤다. 


 "으응... 아!.. 아...! 좋아..! 창진아...!"


 종혁의 목소리는 현우가 익히 알던 것이 아닌, 따뜻한 물에 한시간 정도 푹 담가놓은 것처럼 끈적하고 흐트러져 있었다. 

 그의 얼굴은 현우쪽에서는 보이지 않았지만, 저렇게 창진의 머리를 감싸안고 한도끝도 없이 매달려 있는데다 그의 움직임에 맞추어 감출 수 없는 신음소리를 뱉어놓는 모습이, 두 사람이 이미 오래전부터 함께 해온 사이라는걸 현우로 하여금 깨닫게 했다.



 "아..! 하앙... 윽..! 아! 좋아..! 창진아..! 이제 나..."


 "조금만 참아."


 "안돼.. 아..! 아아..! 거기 그렇게 빨면..! 아..! 조금만 더..! 아아..!"


 

 숨기지 못한 종혁의 교성이 현우의 고막을 송곳처럼 뚫어오는 듯했다. 

 현우는 귀를 막고 자신이 누워 있던 방으로 조심스레 움직여갔다. 



 자신의 방문을 살며시 닫을 때까지도 두 사람은 현우가 왔다 간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듯 했다. 

 현우는 그제서야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두 사람의 격정적인 움직임과 교성이 바늘처럼 뇌리에 박혀 떠나지를 않았다. 

 어딘가 미묘하게 분한 기분도 들을 정도였다. 



 결국, 종혁이 오기전에 다시금 옷을 벗어 놓으려던 현우는 그제서야 자신의 속옷도 프리컴으로 온통 축축해져 있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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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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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감이 후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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