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남자의 사생활 -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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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가 끝났다고 기상 예보했었는데 줄기차게 비가 내렸다. 석화는 에어컨을 틀어 놓고 운전석에 앉아 손님이 오기를 기다렸다. 비가 오는 날에는 감수성이 예민하여 석화는 가족과 함께 놀러 갔던 일을 돌이켜 보았다. 그런데 앞문이 열리더니 남자가 우산을 접고 자동차를 타며 낯익은 음성으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어! 종호 아냐?"

"그간 어떻게 지내셨어요?"

"나야 변함 없이 잘 지내고 있어."

종호는 석화의 말에 이해가 안 가는 듯이 앞좌석에 앉으며 질문했다.

"근데 아파트에서 형을 볼 수가 없어요? 더군다나 항상 주차하는 곳에서 차를 볼 수가 없던데요?"

석화는 종호와 대화가 길어질 것 같아 일단 자동차를 먼저 출발하며 설명했다.

"사실 나 원룸에서 혼자 살아."

"왜요? 가족은 어떻게 하고요?"

종호는 석화의 일이 갑갑궁금하여 질문 공세로 나왔다. 석화는 종호에게 사실을 밝히고 싶지 않아 에둘렀다.

"이제부터라도 혼자서 자유롭게 살고 싶어 집사람을 설득하여 이혼 안하고 독립했어."

"형수님께서 쾌히 승낙하시던가요?"

"응, 아들 녀석이 싫어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핑계 댔어."

종호는 석화의 말을 믿을 수가 없어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밝혔다.

"에이, 형은 모범적이라 생각했는데 불량 남편에 못된 아빠네요."

"그럴지도 모르지."

석화는 자신이 옳지 못해 말끝을 흐렸다. 종호는 어제 비가 오던 날 밤에 석화가 반이와 아파트에서 헤어지는 모습을 먼발치로 바라보았다. 자동차를 향하여 서서 손을 흔들며 슬픈 표정을 지은 반이의 일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했다. 

석화가 자동차를 몰고 포장 도로를 달려 원룸 앞에 멈추어 섰다. 종호는 차창으로 콘크리트 건물에 눈길을 주고 지레짐작으로 알아맞추었다.

"여기 사세요?"

"응, 나와 같이 안으로 들어갈래?"

"예, 그렇게 해요."

석화는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여 지하 주차장에 자동차를 세워 두었다. 종호가 먼저 자동차에서 내리려고 하자 석화는 종호의 허리띠를 꽉 잡고 못 가게 말렸다.

"혹시 뭐 잊어버린 거 없어?"

"없는데요?"

석화는 종호와 눈이 마주치자 싱긋 웃으며 자신의 뜻을 내비치었다.

"나한테 올 때 빈손으로 온 건 둘째손 치더라도 여기까지 온 택시비는 줘야지."

"아~, 진짜 형 너무하네요."

"두 집 살림하려면 어쩔 수 없어."

"알았어요. 얼마 나왔어요?"

종호가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돈을 주려고 하는데 석화는 부당한 웃돈을 요구했다.

"미터기 요금만 주려고? 아는 사람은 돈을 더 주는 법이야."

"아~, 진짜 벼룩의 간을 내먹어요."

석화는 종호를 놀리듯이 꺼불거리며 웃었다. 종호가 지갑에서 만 원권 지폐를 꺼내 석화에게 돈을 주었다. 석화는 얼른 돈을 받고 거스름돈을 주지 않았다. 


   석화가 종호와 함께 원룸 안에 들었다. 종호는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주위를 두루 살펴보았다. 석화는 말없이 종호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본마음을 털어놓았다.

"단둘이 만나니까 왜 거기가 반응하지?"

"킥킥~, 너무 노골적인거 아녀요?"

석화는 종호의 팔을 끌어당겨 단숨에 입맞춤했다. 2남자는 한꺼번에 두 가지를 자연스레 행했다. 열정을 쏟아 입맞춤하며 한 꺼풀 한 꺼풀 공간에 옷을 벗어 던졌다. 석화가 알몸으로 종호를 침대에 눕히고 팬티를 벗겨 자지를 열렬히 애무했다. 종호의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석화는 정욕에 사로잡혀 열기를 더해 가고 있다.

석화가 종호를 엎어 놓고 항문에 자지를 삽입할 자세를 취했다. 종호는 석화를 성행위로 이끌어 몸의 균형을 잡았다. 석화의 자지를 항문에 삽입하자 종호가 고통을 호소하며 비명을 질렀다.

"악~! 아파 ‥‥."

석화는 느닷없는 비명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 자지를 항문에 삽입하다 말고 종호의 볼기를 양손으로 두드리며 입김을 호호 불었다. 석화가 항문에 대고 입김을 불자 종호는 아픔도 잊은 채 웃음을 터뜨리었다.

"으하하~."

"왜 웃어?"

"애한테 호 해주는 거 같아서요."

종호가 환한 얼굴로 웃어 보여 석화는 마음을 놓고 침대에 벌렁 드러누웠다. 석화의 서투른 동성연애 방법을 가르쳐 주려고 종호가 그를 확 덮쳤다. 

2남자는 태고의 성 본능에 이끌려 육체적 관계를 맺은 뒤 침대에 푹 쓰러졌다. 생각건데 태곳적에 조물주는 동성연애하는 것이 보기 싫어 남자의 갈비뼈로 여성을 만들지 않았을까?


   2남자는 원룸에서 알몸으로 새장에 갖힌 새처럼 육체적 쾌락에 빠졌다. 성행위를 하다가 기운이 빠지면 잠을 자고, 배는 고픈데 먹을 거리가 없으면 휴대전화로 음식을 주문했다. 

종호는 다음날 아침 출근 시간에 맞추어 침대에서 일어나 양치와 세수한 뒤에 옷을 입고 회사에 나갔다. 석화는 피로가 쌓여 종호가 회사에 나가는 것도 모른 채 잠을 잤다.


   점심나절 석화는 손님을 택시로 모시고 자동차를 운전하는 중에 한길을 걸어가는 반이가 시야에 들어왔다. 반이는 긴 우산을 질질 끌며 땅에 눈길을 주고 한길을 걸었다. 석화는 그 모습을 보고 손님의 양해를 구했다.

"손님, 제 아들내미인데 차에 태우겠습니다."

"예, 그렇게 하세요."

"고맙습니다!"

석화가 한길 가장자리에 자동차를 대고 차창을 열어 반이를 불렀다.

"반이야, 어서 차에 타." 

반이는 말없이 석화 얼굴을 바라보고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석화가 반이에게 자동차에 탈 것을 재차 지시했다.

"앞에 타."

"그냥 걸어서 갈게요."

"형한테 데려다 줄게."

석화는 반이가 그렇게 호락호락 넘어갈 소년이 아니라 철이를 중간에 끌어들였다. 반이는 자동차 문을 열고 앞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맸다. 석화는 자동차를 몰고 도로를 쌩쌩 달렸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손님을 내려 주고 편의점으로 향했다. 

자동차 안은 바람을 가르는 소리만 들렸다. 반이는 차창 밖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석화는 자동차 운전에 몰두했다. 그런데 반이가 석화보고 들어 보라는 듯이 지나가는 말로 중얼거렸다.

"저한테 왜 잘해 주세요?"

"내가 전에는 너한테 못했다는 소리로 들린다."

"제가 차 타고 싶어 아빠한테 전화하면 손님 모시고 운행 중이라며 걸어가라고 하셨잖아요."

"다 가족 때문에 돈을 벌기 위한거야."

"근데 지금은 자진해서 저를 왜 태웠어요?"

반이는 당차고 다기진 소년처럼 지난 일을 들먹이며 말 속에 뼈가 들어 있다. 석화는 말문을 찾지 못해 반이 얼굴을 한번 힐끗 보더니 이내 전방을 주시했다. 석화를 살려 주려고 때맞게 자동차가 편의점 앞에 멈추었다. 

반이가 안전벨트를 재빨리 풀고 자동차 밖에 나가자 석화는 문을 잠가 놓고 출입문을 열어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다. 철이는 석화의 얼굴을 바라보고 머리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철이 안녕!"

석화는 철이에게 손을 들어 답례하고 매장에서 접는 우산을 골라 손에 들었다. 철이에게 우산 값을 치르고 반이에게 건네주었다.

"이 우산 가지고 다니고 그건 아빠 줘라."

"예."

반이는 접는 우산을 석화로부터 건네받고 매장을 한 바퀴 돌더니 계산대 위에 바닐라 아이스크림 한 통을 놓았다. 

"형, 이것도 계산해 줘."

삑~

철이는 바닐라 아이스크림 바코드를 찍고 반이에게 필요한 숟가락 수를 물어 보았다.

"숟갈 몇 개 줄까?"

"세 개만 줘."

반이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석화에게 건네주며 먼저 갈 것을 부탁했다.

"아빠, 저는 형이랑 놀다 걸어갈게요."

"응, 그래라. 그럼 나 먼저 간다. 철이야, 잘 있어!"

"예, 아버님 안녕히 가세요."


   석화는 택시 운행을 중지하고 원룸에 돌아왔다. 반이가 석화에게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준 것을 냉동실에 넣고 텅 빈 원룸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하여 텔레비전을 켰다. 

외출복과 팬티를 벗어 바구니에 담고 욕실에서 샤워했다. 소매가 없는 셔츠를 입고 아랫도리옷은 안 입었다. 가족들과 함께 생활할 때는 엄두를 못 냈었는데 지금은 자유로이 행동할 수 있어 좋다. 자동차를 운전하려면 운전석에 앉아 일하기에 아랫도리를 내놓고 다니는 것이 몸을 이롭게 했다. 

냉동실에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꺼내서 뚜껑을 열었다. 숟가락으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떠먹으려는 순간 문뜩 3숫자가 머리를 스쳤다. 반이의 가족에 대한 사랑을 새삼스럽게 느껴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았다. 


   반이는 여름 방학을 맞이하여도 마음이 기쁘지 않았다. 올해 여름 방학은 식구끼리 휴가를 가지 않을 것이 번했다. 그래서 철이를 만나러 편의점에 들락날락했다. 

반이가 매장에서 하는 일 없이 며칠을 보내자니 지루하기 그지없었다. 그런데 오늘 따라 매장을 왔다갔다하며 집에 갈 생각하지 않았다. 철이는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반이의 의향을 물어 보았다.

"반이야, 집에 안 가?"

"오늘 형하고 놀거야."

"형 친구하고 선약이 있는데 이걸 어쩌지?"

반이가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철이한테 실망했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철이는 반이의 일을 뒤로 미루고 출입문을 열고 밖에 나갔다. 반이가 철이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금방이라도 울 듯이 입을 삐죽거리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세상에 내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구나."

반이는 편의점에서 나와 검푸른 하늘을 쳐다보니 기분이 야릇했다. 부모가 헤어져 사는 것에 대하여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마음 내키는 대로 살기로 했다. 어쩌면 가혹한 시련은, 철없는 소년에게 험한 세상 굳세게 살아 가라는 도움말을 주었다.


   친구하고 대화를 나누다 보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 이야깃거리가 무궁무진하다. 얼굴을 마주 보고만 있어도 세상 천지에 부러울 것이 하나도 없다. 철이와 욱이는 환한 얼굴로 마주 보고 대화를 나누었다. 그런데 욱이가 엉뚱한 말을 불쑥 내던졌다.

"참, 훈이 선배가 휴학했다가 요번 학기에 복학한다는데 넌 어떻게 할거니?"

철이는 욱이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그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 보았다.

"훈이 선배가 몇 학년으로 복학하지?"

"사 학년일걸."

"난 좀 더 생각해 보고 복학을 결정해야겠다."

"그건 왜?"

"그냥."

욱이의 질문을 받고 철이는 가볍게 응했다. 2학생은 그만 이야기하고 침대에 반듯이 누워 욱이가 먼저 잠이 들었다. 곤하게 자는 욱이 옆에 철이가 잠을 못 이루고 심장이 펄떡거렸다. 욱이의 자지를 만지고 싶은 것이 동성애라고 하면, 엄연히 따지고 보면 자위 행위도 동성애가 될 수 있다. 

철이는 용기를 내어 욱이의 자지를 만져 보았다. 처음에 촉감이 부드럽다가 욱이가 깊은 잠에서 깨어나 매우 단단하게 발기했다. 포르노 영상 매체를 보지 않아도 정욕에 사로잡히면 본능적으로 성행위 상대가 친구라 해도 어떤 행위라도 다 좋았다. 그러나 2학생은 전부터 알고 지내는 사이라 욱이는 여성과 성행위를 가진 경험이 없다. 

학창 시절을 돌이켜보건데 철이와 욱이는 서로의 자지를 장난으로 만지던 시기에 비하면 지금은 성행위에 가깝다. 욱이는 자신의 자지를 철이가 만지도록 내버려두었다. 철이는 욱이가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어 고맙게 여겼다. 

욱이는 묵묵히 가만 있다가 쾌감이 절정에 도달하는 순간에 팬티에서 철이의 손을 빼 사정하지 않았다. 철이는 욱이의 의도를 알아채고 잠을 청하면서 감사의 정을 느꼈다.

'친구야, 고맙다!'


   2학생은 하룻밤을 자면서 철이가 아무렇게 해도 욱이는 개의치 않았다. 평소의 생활 방식대로 행동하고 대화를 나누었다. 욱이는 철이와 가깝게 지내도 정작 할 말은 하지도 못한 채 감을 잡았다. 철이가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주섬주섬 입자 욱이는 아쉬움이 남아 못 가게 말렸다.

"아침 먹고 가."

"말은 고마운데 일찍 알바 가야 돼."

"그럼 또 놀러 와."

"그래, 고마워!"


   햇살이 온 세상을 환히 비추는 아파트 단지에서 석화는 자동차를 정차하고 손님이 오기를 기다렸다. 철이는 택시 옆으로 성큼성큼 걸어와 자동차를 타고 인사말했다. 석화는 뜻밖의 손님으로 철이를 택시에서 만나 놀란 표정을 지으며 반가이 맞이했다.

"어, 아침 일찍 여긴 웬일이니?"

"친구 부모님께서 해외 여행 가셨는데 어제 친구가 외롭다고 해서 같이 잤어요."

"오, 그래! 더 있다 가지 그랬어."

"알바하러 가야 되서요."

석화가 자동차 변속 기어를 넣고 출발하여 네거리에서 유턴했다. 편의점 방향으로 핸들을 돌려 자동차를 몰고 포장 도로를 쌩쌩 달렸다. 철이는 아침 일찍 일어나 몸이 몹시 피곤한 듯 눈을 감고 편하게 좌석에 앉아 있다가 불현듯이 반이 생각이 나 석화에게 어제 일을 물어 보았다.

"아 참, 어제 반이 골나지 않았나요?"

"그건 왜?"

"저랑 함께 있는다고 한 걸 선약한 친구 때문에 거절했거든요."

석화는 자신이 원룸에서 홀로 살고 있다는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사실 그대로 말했다.

"사실은 반이 엄마와 따로 살고 있어."

철이는 눈치가 빨라 그 사정을 묻지 않고 석화의 표정을 살피며 미안한 뜻을 표했다.

"제가 모르고 괜한 얘길 했나 보네요. 죄송해요."

"좀 알면 어때? 죄송할거까지 없으니까 마음에 두지 마."

"예."

자동차가 편의점 앞에 멈추자 철이는 지갑에서 돈을 꺼냈다. 석화는 뒤를 돌아보고 용돈에 보태 쓰라고 돈을 안 받았다.

"그냥 내려."

"아버님, 돈 받으세요."

철이가 도무지 말을 듣질 않자 석화는 말 안 들으면 다시는 자동차에 태우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내 차 다시는 안 타고 싶니?"

"아뇨, 아버님 고맙습니다!"

2남자는 서로 전화번호를 주고받아 휴대전화에 입력시켰다. 철이가 택시에서 내리자 석화는 자동차를 몰고 그 장소를 떠났다. 


   철이는 편의점 매장에서 손님을 맞이하며 새로운 상품을 진열했다. 점심 무렵, 창 밖을 지나가는 반이의 모습이 힐끗 보였다. 반이는 철이를 보고도 못 본 체 편의점 앞을 지나갔다. 철이는 기회를 재빠르게 포착하고 출입문을 열어 반이를 소리쳐 불렀다.

"반이야~."

반이는 못 들은 체 가던 길을 계속해서 걸어갔다. 철이는 입가에 미소를 띠고 반이의 심리를 잘 파악했다.

"너 그냥 가면 다시는 안 만난다."

반이는 길을 가다가 돌아서서 입에 밤을 물고 편의점 안으로 들어왔다. 편의점 매장을 한 바퀴 돌더니 손에 월드콘 2개를 들고 계산대 위에 놓았다. 철이는 바코드를 찍어 보고 목소리에 웃음기가 들어 있다.

"사 천 원입니다."

반이는 지갑에서 만 원권 지폐를 꺼내 철이에게 돈을 주었다. 철이는 반이로부터 돈을 받고 거스름돈을 거슬러 주었다.

"만 원 받았습니다. 거스름돈 육 천 원입니다."

반이는 철이에게 거스름돈을 받고 월드콘 한 개를 계산대에 두었다. 철이는 미소 띤 얼굴로 반이의 의중을 떠보았다.

"이거 나 먹으라고 주는 거니?"

철이의 묻는 말에 반이가 말없이 출입문을 열고 밖에 나가려고 하자 철이는 넌지시 반이의 의향을 떠보았다.

"이따가 나와 같이 저녁 먹을까?"

"안 먹어."

"정말? 너한테 실망했다."

"몇 시에?"

철이는 주먹을 불끈 쥐고 반이를 때리려는 자세를 취했다.

"어휴! 조그맣 ‥‥앗, 알바 끝내고 집으로 데리러 갈게."

"알았어."

"이거 잘 먹을게."

반이는 출입문을 열고 밖에 나가며 생글생글 웃었다. 철이는 월드콘 포장지를 뜯어 아이크림을 먹으며 반이의 모습이 인파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창을 통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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