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조종 비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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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태가 볼일을 보고 가게 앞에 다다랐을 때 건소를 발견하고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건소는 가게 앞에서 서성거리다가 승태를 보자마자 꾸벅 인사했다.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그래, 언제 왔니?"

"지금 막 왔어요. 근데 어디 다녀오세요?"

"궁금하면 오백 원."

"으하하, 할아버지도 개그 하세요? 근데 하나도 안 어울려요."

승태가 방그레 웃어 보이며 가게 문을 열었다. 건소가 승태 뒤를 따라 가게 안으로 들어가더니 진열장 쪽으로 다가갔다. 승태는 친근감을 주는 건소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 보았다.

"너 점심 먹었니?"

"아뇨."

"그거 잘됐다. 없는 반찬이지만 나랑 같이 먹자."

"정말요? 할아버지 기다린 보람이 있어요."

"요 녀석이 금방 왔다면서 거짓말한 거 들통났지."

건소는 승태를 놀리듯이 꺼불거리며 웃었다. 살림집으로 들어서자 거실 겸 부엌이 있고 욕실이 딸린 큰 방이 있다. 승태는 식탁에서 의자를 꺼내 건소 앞으로 바짝 당겼다.

"조금만 기다려. 내가 손 씻고 점심 준비해 줄게."

"예. 제가 도와 드릴 일은 없나요?"

"아주, 제법 어른 같은 말을 하네."

승태로부터 칭찬을 들은 건소가 싱긋 웃었다. 승태는 외출복을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욕실 안으로 들어가 손을 씻었다. 건소는 승태가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보고 궁금증이 일었다.

"혼자 사시면 안 외로우세요?"

"그럴 새가 없이 살려고 취미 삼아 가게를 시작했지."

"가족들은 어디 갔어요."

"요 녀석 봐라. 사실은 오래전에 가족 간의 불화로 헤어졌어."

건소는 말을 해 놓고 나서 예의에 어긋나는 것 같아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승태는 건소의 질문에 개의치 않고 식탁 위에 음식을 놓았다.

"자, 우리 꼬, 건소하고 점심이나 먹자."

"지금 꼬마라고 부르려고 했죠?"

"아냐! 히히."

"할아버지 잘 먹겠습니다."

"그래 맛있게 먹어라."

"예."

건소가 밥 한 숟가락을 먹고 맑은 쇠고깃국을 떠먹어 보더니 궁금히 여겼다.

"국은 누가 끓였어요?"

"당연히 내가 끓였지. 근데 맛없니?"

"아뇨. 지금까지 먹어 본 국 중에서 젤 맛있어요."

"요 녀석이 뭐 땜에 아부를 하지."

건소가 입가에 연한 미소를 띠자 승태는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맑은 쇠고깃국을 더 권했다.

"맛있으면 먹고 더 달라고 해."

"예."


   승태는 의자에 앉아 컴퓨터 모니터를 주시하고, 건소는 모형에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보더니 승태를 나직이 불렀다.

"할아버지!"

"응, 왜?"

"여긴 엔진은 없고 왜 모터로 가는 것만 있나요?"

"아주, 건소 너 그새 많은 걸 알았네."

건소가 소리 없이 입만 벌리고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승태는 건소의 눈빛이 해맑아 보여 잠시 말문을 찾지 못했다. 

"음, 요즘은 배터리 성능이 좋아서 구태여 시동을 거는 엔진을 쓸 필요가 없고, 물론 매니아들은 여전히 엔진을 선호하고 있어."

"아, 그렇구나. 근데 할아버지는 언제부터 알씨를 하셨어요?"

"내가 건소 만할 때 월간지를 통해 알씨를 접했는데 그 땐 돈이 없어서 꿈도 못 꾸다가 스물 여덟살 되던 해 본격적인 취미 생활을 시작했지. 모형 비행기는 워낙 값이 비싸서 엄두를 못 내고 첨 구입한 게 자동차였고, 담으로 보트를 구입했었지."

"그거 아직도 있어요?"

"보트는 저수지 한가운데서 고장나는 바람에 잃어버렸고, 자동차는 거기 진열장 맨 위에 있는 게 기야."

"오래됐어도 깨끗해요."

"흐흐, 그건 애지중지하느라고 몇 번 해보지도 않았고 심지어 먼지 묻을까 봐 땅바닥에선 굴리지도 않았어." 

"그랬군요."

건소는 손가락으로 모형을 일일이 가리키며 승태에게 궁금히 여긴 것을 물어 보았다.

"자동차와 배가 각각 둘이고 헬기와 드론도 둘 그리고 비행기가 여덟 대인 걸 보면 할아버지 취향을 알 수 있어요."

건소의 정곡을 찌르는 논리에 승태는 건소를 향해 빙긋이 웃어 보였다.

"아무래도 널 내 후계자로 삼아야겠다."

"정말요? 전 원래 할아버지 거잖아요."

"그래? 요 녀석 무슨 꿍꿍이속인지 모르겠단 말야."

건소가 입을 반쯤 열어 연하게 빙그레 웃었다. 승태가 건소의 질문을 잊은 채 이야기를 엉뚱한 방향으로 돌리자 건소는 대답을 재촉했다.

"제가 질문한 거 빨리해 주세요."

"알았어. 내가 가게를 시작할 때 초보적인 수준을 위한 거기 때문에 값이 싼 것을 취급하고 있어. 종류별로 모형을 다 구비하자면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기도 하고 또 취미 생활을 즐기자고 하는 건데 값이 비싼 모형을 사서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 결정하게 된 거지."

"오, 할아버지 대단하세요. 한 가지만 더 여쭤 봐도 되나요?"

"응, 그래."

"왜, 할아버지 이…, 함자로 가게 이름을 했어요?"

"그건 내 이름 석 자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일부러 알리려고 그랬지."

"아하, 그러시구나."

건소가 질문이 많자 그제서야 승태는 건소의 마음속에 감추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무래도 요 녀석이 심심한가 본데 오늘은 뭘 할까?"

"비행기요."

"니가 거침없이 대답하는 걸 보니 내가 그 말하기를 기다렸구나."

"제 맘을 환히 꿰뚫고 있으니까 거짓말할 수가 없어요. 히히."

"비행기 조종하기에 앞서 우선····. "

승태는 말을 중단하고 벽면에 달려 있는 텔레비전을 켰다. 텔레비전과 연결된 유선 조종기를 들면서 말을 이었다.

"자동차나 배와 달리 비행기는 모의 조종을 먼저 해야 돼."

"왜요?"

"비행기는 공중에 떠 있기 때문에 조종이 서투르면 곧바로 곤두박질쳐서 금전적 손해를 보지."

"할아버지께서 들고 계신 건 선이 달려 있는 조종기네요."

"이건 컴퓨터와 연결된 유선 조종긴데 일종에 조이스틱이라고 생각하면 돼." 

"아, 그러니까 비행기가 추락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는 게임이네요."

"그래, 맞아! 건소가 간단하게 말한 게 바로 정답이야."

건소는 승태의 칭찬을 듣고 나니 어깨가 저절로 으쓱거렸다. 승태는 건소가 똑똑한 소년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구동했다. 대형 화면에 넓은 잔디밭이 펼쳐지고 작은 모형 비행기가 한가운데 있다. 승태는 유선 조종기를 건소에게 건네주며 사용법을 일러 주었다.

"조종기 잡고 모니터 바라봐봐."

"예."

"왼쪽 조종간을  위로 올려 봐."

건소가 조종에 주의하지 않아 오른쪽 조종간을 움직이자 모형 비행기가 순식간에 앞으로 나아가더니 곧바로 땅바닥에 고꾸라졌다. 건소는 뜻밖의 상황에 마주쳐 놀라서 승태에게 즉시 사과했다.

"앗! 죄송해요." 

"나한테 죄송할 거 없고, 만약에 실지 조종이였다면 비행기가 부서져 돈을 버리는 셈이 되는 거야. 그래서 모의 비행이 왜 필요한 거지 알겠니?"

"예. 첨엔 좀 힘들겠어요."

"내 기억으로는 모의 비행하지 않고 무턱대고 비행기를 날렸다가 여러 대 부셔 먹고 배웠어. 근데 지금도 비행할 때 잔뜩 긴장하고 때때로 실수해서 비행기가 곤두박질치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지."

"그렇군요."

"하지만 넌 순발력이 뛰어나고 똑똑한 꼬····, 금세 배울거야. 자, 다시 한번 시작해 볼까."

"예."

"왼쪽 조종간을 올려 봐."

"뒤쪽 날개가 아래로 움직여요."

"엘리베이터라고 하는 건데 아파트 엘리베이터는 어떻게 움직이지."

"위아래로요."

"비행기도 바로 그렇게 움직이는 거야."

건소는 승태의 설명이 얼른 납득이 가지 않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승태는 건소의 행동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다. 

"왜, 이해가 안 가니?"

"조종간을 위로 올리니까 날개는 왜 아래로 내려가요?"

승태는 비행기의 원리를 이해하기 쉽게 양팔을 이용해 자세히 설명했다.

"조종사가 조종간, 즉 전문용어로 콘트롤 스틱이라고 하는데 이걸 당기면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동시에 비행기 앞 부분은 상승하게 돼. 반대로 조종간을 밀면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면서 하강하게 되거든.

"아, 그렇구나."

"자, 이젠 왼쪽 조종간을 좌우로 움직여 봐."

건소는 조종간을 움직이는 동시에 모니터를 번갈아 보고 생각하는 바를 밝혔다.

"조종간과 같은 방향으로 날개가 움직여요."

"러더라고 하는 건데, 즉 수직 꼬리날개는 비행기를 좌우로 조종하는 거야. 이번에는 오른쪽 조종간을 좌우로 움직여 봐."

"어! 이건 신기하게도 양쪽 날개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데요."

"에일러론이라고 하는 건데 기체를 좌우로 기울여서 수평을 잡거나 곡예비행할 때 사용하는 거야. 사실 첨엔 너무 어려워 뭐가 뭔지 도통 모를거야."

"맞아요."

"그래서 모의 비행 경험을 통해 감을 잡도록 해."

"예."

승태는 의자에 앉아 컴퓨터 모니터를 주시하고, 건소는 스스로 요령을 터득하며 시뮬레이션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승태가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고 건소 얼굴을 바라보았다. 건소는 시뮬레이션을 계속하자니 지루하기 그지없어 싫어하는 기색이 또렷했다. 승태는 입가에 엷은 미소를 머금고 건소의 의중을 떠보았다.

"왜, 똑같은 걸 자꾸 반복하니까 싫증나니?"

"예."

"대답 한번 빠르게 하네. 좋아! 두 대 중에서 한 대 골라 봐."

"야호, 신난다!"

"그리도 좋으니?"

"예, 전 날개가 큰 걸로 할래요."

"너 진짜 잘 골랐다."

"왜요?"

"날개가 크면 활공 시간이 길어서 위급한 상황에서 대처하기 쉽고, 압축 스티로폼 재질은 잘 부서지지 않아서 초보자에게 가장 적당하단다. 여기서 말로 하는 것보다 일단 날개와 동체를 분해하고 저기 있는 조종기 챙겨서 밖에 나가자."

"예."

승태가 다른 비행기를 챙기자 건소가 그냥 넘어가지 않고 질문했다.

"할아버지 비행기는 뭐에요?"

"발사 기체야."

"첨 듣는데 설명 좀 해주세요."

"열대 아메리카 저지대에서 자생하는 나무로 가장 가볍고 연해서 모형을 만드는 데 사용하고 있어."

"근데요. 다른 비행기랑 달라 보여요."

"이건 레이저로 발사 나무를 정밀 재단한 키트라 내가 손수 만든 뱅기야."

"뱅기!" 

건소가 승태의 말을 익살맞게 따라서 하자 승태는 건소를 바라보고 히죽이 웃었다. 승태는 승용차에 모형 비행기 두 대를 싣고 무선 조종기와 배터리를 가방에 챙겨 넣었다. 건소는 승용차를 타고 안전벨트를 매면서 승태에게 물어 보았다..

"차는 왜 타고 가요?"

"넌 초보자라 조천 둔치에서 비행하기에는 위험하거든. 그래서 모형 비행장이 있는 미호천으로 갈거야."

"거긴 어디에요?"

"나랑 함께 가 보면 알아."


승태는 상리 사거리에서 직진 신호를 받고 동서로 곧게 뻗은 도로를 쌩쌩 달렸다. 건소는 차창 밖으로 황량한 들판이 펼쳐져도 눈에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모형 비행기를 띄울 생각에 마구 가슴이 셀레었다.

승용차가 미호천 주차장에 멈추자마자 건소는 안전띠를 풀었다. 건소가 먼저 승용차에서 내려 모형 비행기를 들고 서 있다. 승태는 모형 비행기와 가방을 챙기더니 승용차 문을 잠갔다.

승태는 넓은 둔치 한가운데에 멈추어 서서 가방을 긴 의자에 내려놓고 모형 비행기를 준비했다. 건소는 주위를 두루 살펴보고 좋아서 입이 벌어졌다.

"우아, 온통 잔디네요. 여직껏 이런 데가 있는 걸 모르고 있었다니. 조천 둔치는 여기에 비하면 크기가 너무 작네요."

"사대강 사업으로 조성한 곳인데 레저와 아울러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장소가 생기게 된 거지. 내가 노후 생활을 계획하면서 조천 둔치와 미호천 둔치를 맘에 두었기 때문에 다시 돌아온 거야."

"저도 집과 학교만 왔다갔다하다가 이런 데 나와 보니까 진짜 좋아요. 항상 느끼는 거지만 할아버지를 잘 만난 것 같아요."

승태는 건소의 참마음을 새삼스럽게 느끼며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건소가 감상에 빠져 있는 사이에 승태는 무선 조종기 스위치를 켜고 모형 비행기에 배터리를 연결했다.

"뱅기 안 날릴거니?"

"뱅기! 잠깐만요."

건소가 무선 조종기와 모형 비행기를 준비하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승태는 건소의 행동을 지켜보고 준비를 빨리 끝내라고 재촉했다.

"왜 뱅기 안 날리고 뭐해?"

"막상 닥치고 보니 왠지 겁나요."

"아니, 자동차는 서슴지 않고 단숨에 하더구먼. "

"이건 공중에 떠 있는 거라 잘못하면 박살나잖아요."

"그렇다고 땅에서만 가지고 놀거니?"

건소는 대답을 망설이고 멍하게 모형 비행기만 바라보고 서 있다. 승태는 자신이 무선 조종하는 모형 비행기를 활주로에 안전하게 착륙하고 건소쪽으로 다가갔다.

"좋아! 아까 조종 연습했으니까 이륙하는 걸 조금 도와 줄게."

"좋아요."

승태는 건소 뒤에 서서 등에 가슴을 대고 무선 조종기 조종간에 양손을 겹쳤다. 그런데 불현듯이 주의 사항이 떠올랐다.

"건소야!"

"예."

"비행 중에 실수로 땅에 떨어지면 그 곳을 꼭 눈여겨봐 뒀다가 너가 서 있는 자리에서 반듯하게 걸어가야 돼. 그래야만 비행기를 쉽게 찾을 수가 있어. 또 배터리가 안 떨어져 나가고 수신기와 연결되어 있으면 신호 음이 들리거든. 그걸 듣고 위치를 파악할 수 있어."

"뭔 얘긴지 도통 모르겠어요."

"하긴 모든 건 닥쳐 봐야 아는 거니까 일단 손가락 힘 빼."

"뺐어요."

"내가 조종하다가 손을 떼면 니가 하는 거야."

"예, 알았어요."

승태가 오른쪽 조종간을 위로 올리는 동시에 프로펠라가 돌면서 비행기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바로 그 때 오른쪽 조종간을 최대한 위로 올리자마자 모형 비행기가 활주로에서 떠올랐다. 승태가 무선 조종기 트림을 이용하여 보조 날개를 미세 조절하자 잇달아 새되게 울리는 소리가 났다.

삑삑삑

"이게 뭔 소리에요?"

"비행기가 나는 걸 보고 거기에 맞춰서 트림으로 세팅하는 거야."

"아, 그렇구나. 전 만들기만 하면 다 날 수 있는 줄 알았어요."

승태는 모형 비행기의 수평을 잡고 양손을 무선 조종기에서 떼었다.

"이제부턴 니가 해."

"예."

승태가 숨을 돌리기도 전에 건소는 목청이 터지도록 소리쳤다.

"할아버지!"

"왜!"

"속도가 너무 빠른데 어떻게 해요."

"아까 모의 비행해 봤잖아."

"지금 정신이 없어서 어떻게 하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킥킥, 그래도 안 떨어뜨리고 잘하고 있네."

"할아버지 빨리 알려···· 아, 스로틀을 조금 내리면 되는구나."

"이젠 어느 정도 감 잡았지?"

"예."

승태는 건소가 모형 비행기를 무선 조종하는 것을 바라보고 덧붙여 비행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첨엔 활주로 가까이 저공 비행하다가 상승 비행하는 식으로 반복하고, 비행기가 멀리 가면 상하 좌우를 구분할 수 없으니까 적당한 거리를 두도록해." 

건소는 무선 조종에 신경을 쓰느라고 승태의 말에 대꾸조차 않더니 다급히 질문했다.

"착륙은 어떻게 해요."

"니 맘대로 해. 부서지면 물어내면 되니까."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도저히 못하겠어요."

"알았어. 부셔져도 좋으니까 건소만 다치지 마."

"정말요? 할아버지 최고!"

승태가 한시름 놓고 모형 비행기를 막 띄우려고 하는데 건소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할아버지!"

"또 왜?"

"언제 착륙해요."

"조종기에 시간 설정해 놔서 알람이 울릴거야."

승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무선 조종기에서 시간을 알리는 새된 소리가 울렸다. 

"지금 삑삑 울어요."

"아직 여유 있으니까 우선 비행기 고도를 낮추고 활주로 가까이 접근해 봐."

"예."

건소가 모형 비행기 착륙을 시도했으나 승태는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어어, 너무 낮추면 추락하니까 속력을 내고 올라갔다가 다시 해."

"어어, 이상하다. 어째 맘대로…."

모형 비행기가 중심을 잃고 땅바닥에 곤두박질했다. 건소는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몰라 얼굴이 붉어졌다. 승태는 건소가 정신적 부담을 갖지 않게 용기를 북돋워 주었다.

"괜찮아 괜찮아. 원래 이륙하는 거보다 착륙하는 게 더 어려워. 다행히 많이 부서지진 않았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그래도…."

건소가 실의에 찬 얼굴로 풀이 하나도 없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응했다.

"폼 기체의 최대 장점은 박살나지 않는 한 접착제로 고칠 수 있어. 그러니까 맘 푹 놓아도 돼."

승태가 활주로에 곤두박질한 모형 비행기를 주우러 가는데 갑자기 건소가 큰 소리로 승태를 소리쳐 불렀다.

"할아버지!"

"왜 불러?"

"제 발이 안 떨어져요."

승태가 으하하 웃음을 터뜨리더니 건소쪽으로 다가갔다. 건소는 승태와 눈이 마주치자 빙긋 웃으며 느끼는 바를 이야기했다.

"재미 삼아 비행기를 날리는 건데 이거 사람 피 말리게 만드네요."

"그래서? 이젠 포기할래?"

"아뇨. 그게 제 맘을 사로잡는다는 것을 알았는데 여기서 그만둘 리가 없죠."

"아주, 말은 유창하게 잘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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