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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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키가 자그마했고 어머니는 여자 치고 키가 훤칠하게 컸다. 나는 외탁한 반면 강이가 자라면서 친탁했다는 것이 확연히 드러났다. 명절 전날에 아버지는 강이를 등에 업고 큰형은 나를 등에 업어 윗동네에 사는 큰집에 명절을 쇠러 갔다.
아버지는 강이의 잘못을 감싸고 돌면서 나는 버릇이 나빠진다고 엄하게 대했다. 그래서 나는 큰형에게 업혀 가며 강이는 아버지가 낳은 아들인 줄 알았다. 훗날 호칭을 말할 나이를 먹어 강이는 나보고 삼촌이라 불렀다.
나와 강이가 초등학교에 입학 하는 날 큰형은 내 손을 잡고, 형수는 강이 손을 잡고 학교에 갔다. 학교 운동장에 일찍 온 학부형들이 모여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운동장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강이는 몸의 중심을 오른 다리에 지탱하고 서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나는 강이 뒤로 살금살금 다가가 손으로 오금을 확 밀었다. 강이가 몸의 중심을 잃고 쓰러지자 나는 잽싸게 도망쳤다. 강이는 벌떡 일어나 화를 내며 내 뒤를 따라왔다.
"너 죽었어."
나는 강이를 향하여 입 밖으로 혀를 쏙 내밀고 큰형한테로 쏜살같이 달려가 도움을 청했다.
"큰형, 강이가 나 때릴려고 그래."
강이는 화가 나서 씩씩거리며 나를 못 때리고 큰형한테 잘못을 일러바쳤다.
"아버지, 쟤가 넘어트렸단 말예요."
"삼촌한테 쟤가 뭐야?"
강이는 호칭어를 잘못 썼다고 큰형한테 혼나고 형수 품에 안겨 울먹였다.
"엄마,삼촌 좀 맴매해 줘요."
"도련님, 조카 놀려 대지 말아요."
"형수 미워! 메롱~."
나는 뒤가 든든하여 형수한테 대들었다. 주위에서 우리의 모습을 바라보고 학부형들이 한참 동안 깔깔거렸다.
나와 강이는 성격이 달라 티격태격 싸우다가도 밤이 되면 한 방에서 잠을 잤다. 이불을 덮고 서로의 자지를 만져 보고 히히거렸다.
나는 강이의 삼각팬티 안에 손을 넣고 자지를 살살 만지고 있으면 강이는 내 삼각팬티 소변구로 자지를 꺼내 포피를 가지고 놀았다. 강이가 삼각팬티 소변구로 자지를 꺼내는 동안에 나는 성적인 흥분이 최고조에 달했다.
강이는 그물을 쳐 놓고 고기가 걸리길 기다리고 나는 물 속을 텀벙거리며 그물 쪽으로 고기를 몰았다. 그물을 들어내면 크고 작은 붕어와 피라미, 송사리가 파닥이고 미꾸라지는 요리조리 그물코를 빠져 나가려고 용썼다. 나는 물통에 물을 담아 큰 고기를 손으로 잡아 넣고 강이는 그물을 뒤집어서 털어 작은 고기를 도로 놔주었다.
초등학교 3학년 무렵 동네 한가운데를 흐르는 내를 막아 저수지로 개발하면서 아버지는 생활의 터전을 잃어 고향을 떠나서 시내로 이사했다. 큰형은 분가하여 보금자리를 꾸미고 이발소를 차렸다. 동네 사람들은 각자 살길을 찾아 여기저기 뿔뿔이 흩어졌다.
학교가 파하는 시간에 교문 밖으로 장사꾼이 진을 쳤다. 연탄불에 쫀득이를 구워 주거나 작은 국자에 설탕을 녹여서 소다를 넣어 부풀어오르면 철판에 붓고 손잡이가 달려 있는 둥근 쇠판을 꽉 눌러 눈사람 모양과 별표 모양을 찍었다. 달짝지근한 언저리는 떼어 먹고 눈사람 모양과 별표 모양을 완성하면 또 하나 만들어 주었다.
자전거 안장 뒤에 큰 철제 원통을 싣고 다니는 아저씨는 버너에 불을 피우고 톱니바퀴에 벨트를 장착하여 원심기를 회전시켰다. 숟가락으로 설탕을 떠 원심기 구멍에 넣으면서 작은 구멍으로 밀어내면 큰 철제 원통에 솜처럼 겹겹이 쌓였다. 이것을 나무젓가락으로 능숙하게 감아 솜사탕을 만들었다.
양은 주전자에 물과 설탕을 적당하게 넣고 연탄불에 졸이면 바특해졌다. 그것을 새와 물고기 모양의 음각 쇠 틀에 부어 굳히면 막대 사탕이 만들어졌다. 강이는 바지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쫀득이를 사서 나에게 반으로 나눠주었다. 나는 누가 용돈을 주었는지 궁금하여 강이에게 물어 보았다.
"너 돈 어디서 났어?"
"아침에 할아버지가 줬어."
"우리 아버지 미워 죽겠네!"
강이는 우리 집에 들러 나와 함께 등교했다. 내가 밥을 먹고 학습 교재를 책가방에 챙겨 넣는 동안에 강이는 안방으로 들어가 아버지를 만났다.
아버지는 대나무로 딱총을 만들어 나와 강이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딱총을 허리춤에 찌르고 잠자리채를 들고 학교로 향했다. 교문 양쪽편으로 측백나무가 즐비하여 나와 강이는 열매를 따 바지 주머니에 넣고 교외로 나갔다. 아저씨는 밭매기하다가 처음 보는 우리들에게 말을 붙였다.
"어디 가니?"
"잠자리 잡으러 가요."
"잠자리가 니네들을 잡겠다."
나와 강이는 아저씨의 말을 들은 체 만 체 무시하고 잠자리가 떼를 지어 날아 다니는 쪽으로 한 걸음 다가서자 저쪽으로 달아났다. 잠자리를 잡으려고 살금살금 다가가면 조금 아까 쪽으로 떼를 지어 날아 갔다. 나는 잡기 쉬운 풀 위에 앉은 잠자리를 향해 조심스레 다가갔다. 잠자리채를 삭 잡아채는 순간에 잠자리가 잽싸게 날아가 물끄러미 허공만 바라보았다. 잠자리는 조금 전에 앉았던 자리에 또 오는 것을 알고 이번에는 측백나무 열매를 딱총에 꽂아 쏠 참이였다. 잠자리는 내가 약간 움직여도 공격을 알아채고 저까지 날아갔다.
나와 강이는 잠자리채를 길바닥에 집어던지고 딱총으로 전쟁놀이하며 들을 헤매다가 넓은 밭 한쪽 끝에 풀잎 사이로 참외를 찾아냈다. 나와 강이는 큰 참외를 손으로 똑 따서 옷에 쓱쓱 문지르고는 그 자리에 앉아 버석버석 먹었다. 나는 참외를 먹다가 강이의 반바지 틈새를 들여다보았다. 강이는 내 시선을 의식하고 슬쩍 다리를 오므렸다. 나는 고개를 들고 아저씨가 저기 오고 있는 것을 보고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저 아저씨 우리한테 오는 거 아냐?"
"야, 튀자."
나와 강이는 참외를 먹다 말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아저씨로부터 멀리 도망을 갔다. 나는 숨이 차 냇가 풀숲에 벌렁 드러눕자 강이도 내 행동을 따라서 했다. 나와 강이는 옷이 땀에 흠뻑 젖었다. 풀숲에서 벌떡 일어나 옷을 벗고 냇물로 뛰어들어 물장구치며 놀았다.
강이는 고운 모래 위로 냇물이 흐르는 곳에 넓적한 돌을 베개 삼아 베고 누워 하늘을 보았다. 나도 강이 옆에 누워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눈길을 주었다. 잠시 후 강이의 손이 나의 자지를 물살이 스치듯이 지나갔다. 그것이 나의 기분을 묘하게 만들어 강이가 다시 해주기를 은근히 바랐다.
"또 해줘."
나는 강이의 손을 기다리다 못해 모로 누워 손으로 머리를 괴고 강이의 자지를 만져 보았다. 강이도 적극적인 태도로 나의 자지를 만졌다. 강이의 자지가 발기하여 수면 위로 솟아 물살을 갈랐다. 나와 강이는 청정한 자연 속에서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본능적 욕구를 채웠다. 하늘에는 잠자리의 날개가 햇빛을 받아 반짝이며 주위를 맴돌았다.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준이를 교실에서 만났다. 준이는 몸이 야위고 이국적인 용모로 나도 모르게 마음이 쏠렸다. 준이의 외모를 보고 갈치라는 별명이 붙어 다녔다. 나는 준이 곁으로 선뜻 다가설 자신이 없었다. 수업 시간에 칠판을 주시하고 있다가 시선을 돌리면 영락없이 준이가 눈에 띄었다.
준이는 반장을 선출하는 투표에서 압도적인 표 차이로 당선되었다. 방과후에 일부의 급우들이 준이를 둘러싸고 못살게 구는 것을 보고도 나는 눈 딱 감았다. 교실에서 나와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무거워서 걸음을 멈추고 왔던 길을 다시 가다가 복도에서 강이를 만났다. 나는 강이의 손을 꼭 잡고 교실로 들어가 뒤에서 받쳐 주는 든든한 연줄을 믿고 급우들을 향해 큰소리쳤다.
"야, 그만 해."
"니가 뭔데 나서는거야?"
"준이 보내 줘라."
다른 동네 사는 건이가 나한테 대들자 같은 동네 사는 훈이가 못하게 말렸다. 건이는 못마땅하다는 듯이 나를 훑어보고 훈이에게 반박하고 나섰다.
"왜?"
"내 말 들어."
나는 준이의 손을 잡고 교실에서 나와 운동장을 가로질러 교문을 향해 걸었다. 준이가 나를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고 물어 보았다.
"쟤네들이 너한테 꼼짝 못 하는 데 왜 그러지?"
"너 강이는 알지?"
"응."
"얘가 쌈을 잘하거든."
준이는 강이의 외모를 보고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나는 준이의 궁금증을 풀어 주려고 하자 강이가 내 입을 손으로 막고 말문을 막았다.
"삼촌 하지 마."
나는 강이의 손을 뿌리치고 준이에게 전에 있었던 일을 들려주었다.
"야, 계집애 이리 와 봐."
"왜?"
나는 여성적 경향이 있어 한 급우가 짓궂게 굴었다. 급우는 나를 가지고 마구 놀려 댔다. 나는 심한 모욕감에 얼굴이 시뻘게졌다.
이튿날 나는 강이와 함께 놀러 나가다가 우연히 급우가 동네 길을 걸어가는 것을 보고 지나가는 말로 모욕을 당했던 일을 슬쩍 비쳤다.
"쟤가 나 놀렸다."
"그래? 야, 나 좀 보자."
강이는 급우를 앞에 세워 놓고 늘씬하게 두들겨팼다. 나는 강이의 행동을 지켜보다가 겁을 집어먹고 울면서 못 패게 말렸다.
"강이야, 그만 해. 엉엉~."
"안 돼. 이런 놈은 아예 손을 봐야 돼."
급우는 코피를 쏟고 입에서 피를 흘리며 흑흑 느껴 울며 뛰어갔다.
큰형은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허구한 날 싸움을 일삼다가 18살에 형수를 임신시켰다. 아버지는 형수의 부모를 설득하여 서둘러서 큰형을 장가보냈다. 그 아버지의 그 아들로 강이도 싸움을 잘했다. 강이는 상대가 무방비 상태일 때 선제공격으로 성기(性器)를 발로 찼다. 상대가 외마디 비명 소리를 내고 땅바닥에 푹 쓰러지면 엉덩이로 깔아뭉개 놓고 주먹으로 개 패듯 했다.
나는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는데 느닷없이 문이 열리자마자 강이가 거실로 뛰어들어왔다. 강이는 아버지 등에 숨어 구원을 청했다.
"할아버지 아빠 좀 막아 줘요."
큰형은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거실로 들어왔다. 아버지의 만류로 큰형은 화를 삭히고 강이의 잘못을 용서했다. 그 일이 있은 후부터 강이의 행동에 대해 온 동네에 소문이 쫙 퍼졌다.
준이는 내 이야기를 다 듣고 상체를 흔들어 가며 운동장이 떠나가라 하고 호탕하게 웃는 모습이 참 귀여웠다. 나는 준이를 보면 보호 본능이 일었다. 사실은 준이가 보이지 않은 자성체로 나의 마음을 강하게 끌어당겼다. 그런데 준이는 5학년 1학기가 끝나기 전에 장래를 위해 부모의 권고를 받아들여 서울로 전학했다. 나는 어머니와 시장을 보다가 준이 어머니를 만나도 일부러 모르는 척하고 인사하지 않았다.
나는 중학교 2학년 한창 자랄 때 앞 마당에 수수꽃다리는 자색 꽃을 만개해 은하(銀河)가 나뭇가지에 내려앉은 듯 했다. 능금나무는 하얀 꽃과 잎이 한데 어우러져 수수꽃다리를 공연히 시새웠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큰형은 나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하여 선물을 사 왔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내 생일 선물을 몰래 준비하고, 나는 마음이 들썽거렸다.
따르릉 따르릉~
나는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시청하다가 잽싸게 전화를 받았다. 형수는 누구에게 쫓기듯 다급히 아버지를 찾았다. 아버지는 전화를 받자마자 충격적인 소식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뭐, 우리 큰아비가?"
아버지는 옷을 되는대로 대강 입고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굳어진 얼굴을 보는 순간 일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음을 직감했다. 어머니는 방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아 목놓아 울었다.
"엉엉~, 하늘도 무심하시지 절 데려가시지 왜 우리 큰애를 데리고 가유~."
나의 생일날 시집간 누나와 객지 생활하는 작은형이 집에 왔다. 형수와 강이는 큰형의 주검 앞에서 닭의똥 같은 눈물을 흘리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큰형을 부둥켜안고 통곡했다. 가족은 슬퍼서 엉엉 울다가 지치면 울음을 그쳤다가 다시 울었다. 조문객은 갑자기 상을 당해 뭐라고 위로의 말을 할지 몰랐다.
"우리 아빠 살려 내. 삼촌 때문에 그랬단 말야. 엉엉~."
강이는 꽃상여 뒤를 따라가다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나를 흘겨보고 비난을 퍼부었다. 큰형은 내 생일 선물을 사러 가다가 교통 사고를 당하여 긴급히 병원으로 옮겼으나 담당 의사는 큰형에게 사망으로 진단했다.
나는 꽃상여를 뒤로 한 채 집에 돌아와 방에 엎드려 울먹거렸다. 나 자신이 최면 상태에 빠지게 하기 위하여 암시를 걸었다.
"하나 둘 셋하면 잊어버리는거야. 하나, 둘, 셋!"
나는 복받치는 울음이 터져 나와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에 젖어 잠이 들었다.
아버지는 형수에게 함께 살 것을 권했다. 그러나 형수는 강이를 데리고 도시에 나갔다. 나는 큰형의 존재를 잊고 걱정 없이 지내다가 생일을 맞이 하면 영락없이 큰형이 떠올라 머리를 살래살래 저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나를 볼 때 환하게 웃고 있어도 얼굴이 항상 그늘져 있었다. 오늘은 어제의 칸막이와 내일의 칸막이에 가려져 있어 자기 자신의 아픔을 들추어내지 않으면 안 보였다. 아버지와 어머니와 나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무대에 서서 연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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