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다 지쳐 내가 써보는 수치물 - 이성욱 13 (제초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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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초 작업>



이런 저런 사건들(?)로 인근 소초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가 넘어서였다. 


일찍 작업을 마치고 저녁 전에 복귀할 요량이었던 성욱은 


뭔가 시작부터 일이 꼬인 것 같아 여러가지로 마음이 복잡했다. 


그래도 다행히 소초 도착 전에 진호가 옷을 돌려주어서 


비교적 멀쩡한 모습으로 14소초에 도착한 것이 다행이면 다행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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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욱은 14소초장(소대장)에게 인사를 마치고 진호와 함께 제초작업을 시작하였다. 


작업량 자체도 적지 않았지만 툭하면 꺼지는 제초기 덕에 진행이 매우 더뎠고 


급기야 5시가 훨씬 넘어서야 대략 작업이 정리가 되었다.  



“포반장님, 이왕 시간 이렇게 된거 여기서 석식 하시고 복귀하시지 말입니다. 


지금 이동하면 본대에 가서 밥 못 먹습니다.”



짬그릇 수 많은 병장답게 효율적으로 힘을 배분하며 비교적 깔끔하게 작업을 마친 진호와 달리 


성욱의 몸은 풀 먼지와 땀으로 엉망이 된 상황이었다. 


어차피 이렇게 될 거였으면 대체 아까 소초로 이동할때 굳이 옷을 왜 다 벗었던가, 


성욱은 좀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당일 낮에 가서 작업만 하고 올 요량이어서 입은 것 외에 다른 갈아입을 거리는 없었지만 


옷을 벗어서 풀먼지라도 좀 털어내고 몸이라도 좀 헹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진호와 함께 소초 샤워장으로 이동하려는데 갑자기 소초 통신병이 


사단에서 포반장을 찾는 전화가 왔다며 급히 달려왔다. 


씻으러 가다 말고 소초 막사에 들어가 전화를 받았더니 


아까 산길에서 마주쳤던 사단 주임원사였다. 


소초 상황은 어떠냐는 둥 작업은 잘 끝냈냐는 둥 하나마나한 소리를 지껄이더니 


물어보지도 않은 장기복무 이야기를 끝도없이 늘어놓았다. 



“이성욱이, 너 아까 보니까 조만간 사단으로 내려야겠더라. 


몸관리 잘 하고 있어라.”



몸관리를 잘하고 있으라니... 


뭔가 알쏭달쏭한 뉘앙스의 한마디를 끝으로 주임원사는 전화를 끊었다. 


나와보니 진호녀석은 진작에 씻고 


심지어 소초 동기녀석에게 활동복도 하나 빌려 깔끔하게 환복까지 하고 있었다. 



“포반장님, 행보관님한테 연락 못받으셨습니까? 


오늘 작업 다 못끝냈다고 하니까 괜히 왔다갔다 하지 말고 


여기서 자고 내일 작업 끝내고 오라고 하시지 말입니다.” 



"으.. 응. 그러자.."



“빨리 씻고 오셔야 밥 먹지 말입니다. 


포반장님 때문에 저까지 저녁 굶겠습니다.” 



석식시간이 간당간당한지라 우선 밥을 먹고 씻어야겠다 싶어 합류하려는데 


진호가 극구 만류하였다


먼지를 뒤집어 상태에서 밥을 어떻게 편안하게 먹겠느냐는 것이었다


더욱이 그런 꼴로는 위생상으로도 취사장에 들어가기 곤란하지 않겠냐고 


핀잔 아닌 핀잔을 주었다


일리가 있는 말이라 일단 빨리 씻는 것으로 성욱은 급히 소초 세면장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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