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다 지쳐 내가 써보는 수치물 - 이성욱 14 (세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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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면장>
14소초의 경우 성욱과 진호가 사는 중대포반 막사와 달리
80년대에 지어진 구막사였다.
깔끔한 조립식 중대포반 막사와 달리
콘크리트 블록으로 얼기설기 지은 조그만 집합건물로,
가운데 조그마한 연병장을 둘러싸고
세면장, 취사장, 생활관이 각각 독립 건물로 되어 있었다.
GOP 철책을 마주한 축선에 지형에 따라 건물을 세울 수 있는 곳에다 따로 따로 지은 터라
각 건물사이가 20미터는 족히 떨어져 있는 매우 불편한 구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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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면장 역시 열악하기 그지 없었다.
수돗가에 콘크리트 슬레이트로 벽을 세운 느낌이랄까.
한쪽 구석에 공중목욕탕 온탕같이 사람이 한 서넛 들어가게 생긴 욕탕이 있고
공립학교 야외수돗가처럼 수도꼭지 서너개가 있는 공동 세면대가 벽을 따라 있는 구조였다.
샤워기는 언감생심이고 탈의실이랄 것도 없이
밖에서 문을 열면 그냥 안이 훤히 보이는 구조였다.
일단 옷에 붙은 풀먼지를 털어야겠기에 성욱은 조심스레 옷을 벗었다.
아무리 형편없는 세면장이어도 그래도 안에서 옷을 털기는 그래서
성욱은 문을 빼꼼히 열고 밖을 보았다.
다행히 다들 취사장으로 이동한 건지 따로 다니는 녀석들이 없었다.
알몸이긴 했지만 살짝 세면장 밖으로 나와 활동복 상의와 전투복 바지를 탈탈 턴 성욱은
바로 근처에 있는 빨래 줄에 옷을 널었다.
아직 해가 지기는 전이라 씻는 동안에라도 좀 말리면
그래도 다시 입을 때 덜 찝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진호처럼 소초 인원들에게 옷을 빌려 입으면 좋겠지만
성욱에게는 진호같은 숫기도 짬도 없었다.
여튼간에 성욱은 우선 세수부터 하려고 물을 틀었다.
그런데 수도에서 물이 쫄쫄 나오는 것이 여간 시원찮은 것이 아니었다.
이래서는 샤워는 커녕 손이라도 씻겠는가 싶은 생각이 드는데
그나마도 물이 아예 멈춰버리고 만 것이었다.
앞선 녀석들이 물을 다 써버린건가?
이 모양이니 급수 파이프를 설치한다고 하는 것이구만 생각하면서
대충 몸에 붙은 큰 풀먼지만 손으로 대충 떼어내는 수밖에 없었다.
땀냄새로 더욱 강해진 체취가 좀 신경쓰이기는 했지만
샤워도 못한 마당에 밥까지 굶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일단 저녁부터 먹고나서 미리 받아놓은 물이라도 좀 달라고 해서 씻어야 겠다는 생각으로
널어놓은 옷을 가지러 세면장 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소초원들은 이미 저녁을 다 먹었는지 다들 연병장에서 족구가 한창이었다.
조금 부끄럽긴 했지만 씻고 나온 것인데(사실 안씻었지만 말이다) 어떤가?!
빨랫줄에 가서 얼른 옷만 가져오면 되니까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녀석들은 모두 족구에 빠져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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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히 나와 빨랫줄에 갔는데 이건 왠걸 아까 널어놓은 옷이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같이 걸려 있던 소초원들의 이런 저런 빨래 마저도 하나도 없는 것이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순간 당황하여 허둥대고 있는데 병사들과 함께 족구를 하던 소초장이 성욱을 불렀다.
“어후 포반장님, 거기서 발가벗고 뭐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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