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아와 나 -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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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새 군복을 입고 위병소 앞을 지나가자마자 맑은 공기를 들이마셨다. 부대의 담에 가둔 공기와 자연 그대로의 공기의 느낌이 전혀 달랐다. 나는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고 공중전화 부스에 들어가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엄마, 저 휴가 나왔어요."

"그래? 그거 참 잘 됐다. 언제쯤 집에 올 거니?"

"곧장 갈게요."

나는 전화를 끊고 형아를 만나고 싶어 안달했다. 버튼을 꾹꾹 누르고 형아가 전화 받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중년 여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전화를 잘못 걸은 줄로 알고 얼른 끊고 나서 다시 걸었다.

"여보세요?"

"형아 휴대폰 아닌가요?"

"예, 맞는데요."

"형아 좀 바꿔 주세요."

중년 여인은 잠시 뜸들이다가 나의 이름을 조심스레 물어 보았다.

"혹시 석이 씨 아닌가요?"

"예, 맞아요."

중년 여인이 나의 이름을 알고 있어 흥분한 목소리로 신분을 물어 보았다.

"저, 죄송하지만 전화 받으신 분은 누구세요?"

"형아 누나에요."

나는 불길한 예감이 머릿속에 스치고 지나갔다. 중년 여인은 용건만 짧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나는 동기들과 헤어지는 인사를 나누고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좌석에 앉아 차창 밖으로 눈길을 돌렸는데 풍경은 시야에 들어오지 않고 별의별 상상을 다 했다. 오늘 따라 고속버스가 느리게 달리고 있었다.


   나는 터미널 근처에서 찻집을 찾아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자리를 잡고 앉아서 출입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마다 얼굴을 살폈다. 키가 작은 중년 여인이 종이 백을 들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나는 형아의 얼굴이 떠올라 중년 여인에게 손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여기요."

중년 여인이 내게로 다가오며 공손한 태도로 인사하는 바람에 적이 당황하여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머리 숙여 인사했다. 나는 급한 마음에 차를 주문하는 것을 뒤로 미루고 형아의 안부가 궁금했다.

"형아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요?"

"예, 자기 전에 머리가 조금 아프다면서 잠을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지 않아 깨웠더니‥‥."

중년 여인은 목이 메어 말끝을 맺지 못했다. 나는 생전의 형아 모습이 눈에 선하여 믿을 수가 없었다. 형아는 어디를 보나 몸이 건강해 보였고, 늘 미소 띤 얼굴로 나를 대했는데 잠을 자면서 영원히 떠났다는 사실이 새빨간 거짓말 같았다. 나는 슬픔에 못 이겨 눈물이 글썽글썽했다.

"제 이름은 어떻게 아셨나요?"

"유품을 정리하다가 공책의 글을 읽어 보니 소각하는 것보다 동생의 마음을 전해 주고 싶었어요."

중년 여인은 종이 백에서 공책을 꺼내 나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나에게 눈길을 주고 심경의 변화를 드러냈다.

"그동안 휴대폰을 그냥 두었는데 이젠 동생의 마지막 흔적마저 없앨 거에요."

"형아 때문에 상심이 크셨을 텐데 뭐라고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무엇보다 절 만나 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중년 여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헤어지는 인사말하는데 그제야 나는 차를 주문하는 것이 생각났다.

"잠깐만요. 차라도 한 잔 하고 가세요."

"아녀요."

중년 여인이 나에게 정중히 인사하고 종종걸음쳐서 밖에 나갔다. 나는 멍하게 허공을 바라보다가 정신을 가다듬고 손에 공책을 들었다. 찻집에서 밝은 장소를 찾아내고 자리를 옮겨 앉아 커피를 주문했다. 그리고 공책을 펴서 읽기 시작했다. 


   10월의 눈부신 햇살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반사되어 나뭇잎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나는 아카시아 꽃 향기를 맡으며 군대를 제대했다.

집에 돌아와 몸과 마음을 충전하고 나니 어느새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었다.

이제는 회사에 취직할 생각으로 읍내에 나갔다.

사진을 찍으려고 잠시 기다리는 동안에 벽에 걸린 커다란 가족 사진이 눈에 보였다.

그 중에 막내아들이 잘생겨서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나는 사진관에서 곧바로 문방구에 들러 이력서와 필기구를 샀다.

서류 봉투를 들고 집으로 가는 길에 머리가 긴 소년과 눈길이 마주쳤다.

소년은 나와 눈길을 피하고 어깨를 스치며 지나갔다.

소년이 내 옆을 지나가는 순간 불현듯 어디서 본 듯하여 뒤를 돌아보았다.

내가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마음이 뒤숭숭했다.


나는 길을 걷다가 전자오락실을 발견하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전자오락에 열을 올리다 보니 소년도 잊은 채 게임에 열중했다.

전자오락을 한참이나 하고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데 소년이 눈앞에 보였다.

나는 소년 얼굴을 한번 힐끗 보고 이내 전자오락실에서 나왔다. 


   나는 학교 생활을 마치자마자 달음박질로 언덕을 내려와 집으로 향했다. 

어머니는 나를 보자 반색하고 심부름을 보냈다.

"아들! 공과금 좀 내고 와"

"내일 갈게요."

"내일 내일 하다가 먼젓번처럼 연체료 붙게 하지 말고 당장 갔다 와."

"예."

나는 읍내에 있는 은행에 공과금을 납부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골목길에서 벗어나 가로수를 심은 한길을 걸어가는데 낙엽은 나로 하여금 마음을 쓰게 했다.

나는 은행에서 볼일을 보고 전자오락실에 갈 생각으로 가벼운 발을 옮겼다. 그런데 이쪽으로 오고 있는 형아가 나를 뚫어지게 보고 있어 눈길을 돌리며 속말했다.

'첨 보는 사람이 왜 날 똑바로 쳐다보지?'


나는 은행에서 나오자마자 전자오락실을 향해 달렸다. 

전자오락실 앞에서 숨을 돌린 뒤에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형아를 또다시 만났다. 

나는 오직 한 곬으로 마음을 기울이고 형아는 예사로 여겼다.


   나는 소년에 대한 궁금증이 한동안 머리에서 떠나지 않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잊어버렸다. 사진을 찾으러 사진관으로 들어섰을 때 벽에 걸린 커다란 가족 사진을 보는 순간 어제 길에서 마주쳤던 소년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길로 가지 않고 샛길로 빠져 수목원을 가로질러 걷는데 바로 그 때 소년이 대문이 없는 집에서 후닥닥 뛰어나왔다. 

나는 소년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서 있다가 소년의 모습이 길모퉁이를 돌아 보이지 않자 다시 걸었다. 


나는 이력서에 사진을 붙이고 서류 봉투를 챙겨 집을 나섰다.

시내버스를 타고 농공 단지 입구에 내려 중소 회사에 입사 서류를 제출했다.

나는 서류를 제출하고 나니 아주 홀가분했다.


나는 무의식적 행동으로 전자오락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전자오락실로 들어서자마자 동전을 교환하고 주위를 살펴보았다.

소년은 벌써 게임에 빠져 자기 존재를 잊은 듯했다.

나는 소년이 게임하고 있는 오락기 옆에 앉아 접근을 꾀했다. 

소년이 게임을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에 나가려고 할 때 나는 용기를 내어 소년에게 말을 걸었다. 


   "학생 잠깐만! 나랑 같이 햄버거나 먹으러 갈래?"

"예, 좋아요."

나는 전자오락실을 드나드는 사람들과 안면이 있어서 친근한 사이로 지냈다. 

형아와는 거리감이 느껴져 멀리했는데 뜻하지 않게 나에게 말을 걸어 내심으로는 좋아했다.

형아가 햄버거 세트를 쟁반에 담아 가지고 탁자 위에 놓았다. 그리고 의자에 앉자마자 나와 함께 먹을 것을 권했다.

"자, 먹자."

"예, 잘 먹을게요."

"응, 먹고 모자라면 또 시켜도 돼."

"정말요?"

형아가 대답 대신에 소리 없이 빙그레 미소지었다. 

나는 햄버거를 먹으면서 형아에 대하여 물어 보았다.

"제가 뭐라고 불러요?"

"나 기준이라고 불러도 돼."

"네?"

"킥킥- 성이 나 씨고 이름은 기준이야."

"정말요?"

"응, 군대에서 내 이름 숱하게 불렀지. 근데 니 이름은 뭐야?"

나는 형아에게 이름을 알려 주었다. 형아는 내 이름을 알고 나서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가족 관계를 일일히 열거했다.

"음, 석이는 아빠, 엄마가 계시고, 누나 밑에 형이 있고 막내가 바로 너지."

"어!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그건 말해 줄 수 없어."

"저 궁금한 건 못 참는단 말에요."

"그래도 안 가르쳐 주지."

 

형아와 나는 패스트푸드점에서 나와 한길을 천천히 걸었다. 

형아가 나를 조금 앞질러 걸으며 뜻밖의 말을 건넸다.

"내가 니네 집까지 데려다 줄게."

"네? 우리집도 알고 있어요?"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형아 뒤를 따라갔다. 

형아는 수목원 근처에 대문이 없는 나의 집 앞에서 환한 얼굴로 서 있었다. 

나는 형아가 스토커처럼 느껴져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야, 정말 믿을 수가 없는데 집은 또 어떻게 알았어요." 

"나중에 알려 줄게. 그럼 나 이만 간다."  


   뉴스에서 겨우내 가뭄이 계속되면 봄에 농사를 짓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자연은 뉴스의 만용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눈이 엄청나게 내렸다.

나는 석이의 졸업식에 참석하고 싶었다. 하지만 신입 사원 주제에 겁 없이 휴가를 낼 수가 없었다.


석이는 중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나에게 하루가 멀다고 찾아오곤 했다. 

때때로 평일 날 내가 퇴근하는 시간에 맞추어 집 앞에서 기다리기도 했다. 

나의 부모는 석이를 보고 누구냐고 물어 보았다.

나는 꼬마 친구라고 거리낌없이 말했다. 


석이가 중학생이 된 뒤에 평일에는 만날 수가 없었다. 

주말 저녁이나 일요일 오후에 나를 잠깐 만났다가 저녁 먹을 시간이면 집으로 돌아갔다.

석이를 엊그저께 만났는가 싶더니 어느새 나의 마음속 깊이 자리잡고 있었다.

나는 석이를 하루라도 만나지 않으면 뭔가 잃은 듯이 마음 한 구석이 텅 빈 것 같았다. 

석이와 함께 놀러 가면 왜 그런지 모르게 몸과 마음이 편안하고, 시간이 빨리 흘렀다. 

나는 석이가 생각나면 통근차에서 내려 수목원에서 집까지 천천히 걸어갔다.


   밤사이 눈이 내려 마당과 지붕 위에 소복이 쌓였다. 나는 눈이 녹지 않아 걷기가 힘들어도 마냥 좋기만 했다. 

초등학교 졸업식을 거행하는 동안에 많은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나는 졸업식을 마치고 어머니와 누나 그리고 형과 함께 사진을 촬영한 뒤에 초등학교를 떠났다.

나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니 시원섭섭했다. 

어머니와 누나는 서로 상의하다가 나의 의향을 물어 보았다.

"석이야 뭐 먹으러 갈까?"

"아무거나 먹어요."

"그럼 오늘은 분위기 있는 데로 가자." 

어머니와 누나 그리고 형과 나는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메뉴을 자세히 훑어보고 여러 가지 양식을 먹을 수 있는 정식을 시켰다.


나는 저녁 무렵에 형아의 퇴근 시간에 맞추어 집 앞에서 기다렸다. 

형아는 멀리서 나를 알아보고 손을 흔들어 반가움을 표시했다. 

형아는 나의 손을 잡고 집안으로 이끌더니 서랍에서 예쁜 봉투를 꺼내 나에게 건네주었다. 

"자, 졸업 축하해."

나는 봉투의 현금을 확인해 보고 형에게 고맙다는 인사 대신에 불만을 늘어놓았다.

"성의는 고마운데 하고많은 것 중에 돈이 뭐에요."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석이가 맘대로 할 수 있게 현금이 젤 난 거 같더라고."

"히- 아무튼 고마워요!"

나는 지금까지 형아에 대한 호칭을 부르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의 솔직한 심정은 형이라고 하기에는 나이 차이가 나고, 아저씨라고 부르기에는 젊게 보여 형아의 속을 떠보았다.

"제가 이름을 부르기가 좀 뭣한데 호칭을 뭘로 해요?"

"형과 아저씨의 중간 호칭으로 불러."

"그게 뭔데요?"

"형아!"

"킥킥- 그럴싸하네요."

형아는 나의 눈만 보고도 무엇을 원하는지 환히 꿰뚫고 있었다. 그래서 형아를 만나면 일부러 어리광피웠다.


   나는 뒤늦게서야 산수유 꽃과 개나리꽃의 색깔이 같다는 것을 알았다. 

봄의 꽃나무는 꽃이 지고 나서 잎이 나중에 돋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석이가 시험 기간 중에 아무 예고도 없이 나를 찾아왔다.

나는 석이에게 이유를 묻지 않고 반갑게 대했다. 

나는 석이와 함께 저녁을 먹고 늦은 시간까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석이는 집으로 돌아갈 생각하지 않아 그냥 내버려두었다. 

나는 옷을 입은 채 침대에 등을 기대고 책을 읽었다.

석이는 책상에 앉아 시험 공부한다고 참고서를 펼쳤다.


나는 자정이 넘은 시간에 석이와 같이 바람을 쐬러 밖에 나갔다. 

집에서 오백여 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동산에 올랐다.

석이는 겁먹은 얼굴로 나를 꼭 붙잡더니 아무래도 귀신은 뒤에서 온다며 앞장섰다. 

내가 장난으로 석이에게 무서운 이야기를 해주자 석이 혼자 뛰어서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인적이 드문 밤길을 혼자 가자니 무서운 생각이 들어 종종걸음쳐서 집으로 돌아왔다.

석이는 나보다 먼저 집에 와서 옷을 벗고 속옷만 입은 채 침대에 누워 있었다.


나는 새벽에 잠깐 눈을 붙였는데 아버지가 잠을 깨우는 바람에 깜짝 놀라 일어났다. 

나와 석이는 어머니가 밥상을 차려 주어 아침을 맛있게 먹었다.

나는 출근 준비를 서두르고, 석이는 아침을 먹자마자 부리나케 집을 나섰다.

나와 석이는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 타고 학교에 들러 회사에 출근했다. 


   나의 집에는 담 대신에 개나리 나무가 울창하게 뻗어 있었다. 

나는 요즘도 가끔 노란 개나리꽃을 보며 자연의 색깔에 절로 감탄했다. 

나는 저녁을 먹자마자 어머니에게 도서관에 간다고 거짓말하고 집에서 나와 형아네 집으로 갔다. 

형아가 나를 보고 좋아하는 눈치였으나 조금도 내색하지 않았다. 

형아의 어머니는 먹을 것과 음료수를 쟁반에 받쳐 내왔다.

"우리 꼬마둥이 밥은 먹었니?"

"예, 방금 먹고 왔어요."

"그럼 재밌게 놀아라."

"예, 잘 먹겠습니다."


나는 시험 기간만 아니면 형아와 함께 조이스틱을 가지고 컴퓨터 게임을 즐겼을 텐데 공부가 되든 안 되든 책상에 앉았다. 

형아가 책을 읽다 말고 침대에 일어나 하품하며 기지개를 켰다.

"석이야 바람 좀 씌러 가자."

"좋았어!"

형아와 내가 방에서 나오자 쟁반같이 둥근 보름달이 마당을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 

형아가 앞장서고 나는 그 뒤를 졸졸 따라갔다. 

형아가 과수원 둘레에 있는 개나리꽃을 꺾어 나에게 건네주었다.

"이건 내 맘이야."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형에게 개나리꽃을 받았다. 

형아의 뒤를 따라가던 나는 등골이 오싹하여 달음박질로 언덕을 내려왔다.

내가 동네 어귀 가로등 밑에 쪼그리고 앉아 형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형아의 손에 내가 버린 개나리꽃을 들고 있었다. 

형아는 개나리꽃을 길가에 심으며 불쑥 한마디 뱉었다.

"이게 죽으면 너도 함께 죽을 거야."

형아의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가슴이 섬뜩했다. 그리고 형아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다음날 아침에 형과 나는 잠이 깨자마자 분주하게 움직였다. 

형아의 어머니께서 맑은 쇠고깃국과 잘 익은 배추김치를 차려 주어 밥을 맛있게 먹었다. 


   석이는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철부지 소년의 껍질을 벗고 많이 성숙해진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는 석이에게 청계천 전자 상가를 구경시켜 주고 싶었다. 

토요일 오전 근무가 끝나고 석이를 역전에서 만나 점심을 먹은 뒤에 열차를 타고 서울을 향하여 떠났다.

석이에게 목적지를 알려 주면 유락 시설에 가자고 나에게 조를 것이 번해 말하지 않았다.


나와 석이는 서울역에서 내려 다시 전철을 타고 종로 5가에 도착했다.

석이는 청계천 전자 상가 일대를 돌아다니는 동안에 전에 보지 못한 신기한 물건에 넋 놓고 구경했다.

나도 여기저기 구경하는 데 정신이 팔려 뒤늦게서야 석이가 없어진 것을 알았다.

나는 정신이 번쩍 들어 오던 길을 되짚어 생각하며 석이를 찾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내가 석이를 찾아내는 순간 안도의 한숨을 쉬는데 석이는 못마땅하다는 듯이 눈을 흘겼다. 

나는 내 실수에 대해 즉시 석이에게 사과하고 전자 상가 구경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왜 나를 찾지 않고 한 곳에 가만히 서 있었는지 석이에게 물어 보았다. 

석이는 자신이 나를 찾으려고 전자 상가를 헤매고 다니면 서로가 엇갈려 찾기가 더 힘들 거라는 판단을 내린 뒤에 내가 찾아 오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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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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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 작성일
석이가 형아의 죽음으로
얼마나 낙심이 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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