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와이프의 후배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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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칵-
카드 키로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오는 두 남자. 편의점에서 산 술과 주전부리들을 한 봉지씩 나눠 들고 있다.
'와아. 방 퀄리티 봐라... 진짜 좋네'
로비에서 엘레베이터, 호텔 복도를 지나 방에 들어오면서도 계속 주변 시설을 바라보며 감탄을 하고 있는 재홍. 방에 들어서자마자 저만치 전면 창에 보이는 야경에 더욱 흥분한 듯 신이 난 목소리를 뱉는다.
그렇게 쉴 틈 없이 조잘조잘대고 있는 재홍 형님이 귀엽다고 웃는 태풍은 자신이 들고온 봉지와 재홍에게서 건네받은 봉지를 침대에 내려놓고 말을 잇는다.
'형님 너무 촌티 내시는 거 아닙니까.'
'야 촌티는 무슨, 나 서울 사람인데. 이런 곳 안와봐서 그러지'
'그럼 서울 촌놈이죠. 말씀 안하셔도 처음 와보시는 거 너무 티나십니다~'
'...'
태풍은 형님이 귀여워서 무안을 주는 건데 재홍은 기분이 상했는지 입을 다물고 괜히 태풍을 한번 매섭게 노려본다. 허나 그런 재홍의 심술난 통통한 얼굴에 더욱 웃음이 터진 태풍은 급히 말을 바꾸며 재홍의 기분을 풀어준다.
'에이 형님. 장난입니다. 저야 말로 형님 아니었으면 이런데 못와보죠'
꽈악-
'그치'
그렇게 살갑게 달라붙으며 괜히 재홍의 통통한 팔뚝을 주물럭대는 태풍. 재홍은 태풍의 스킨십에 또 기분이 금방이 풀려서는 고개를 끄덕대기 시작한다.
잠시 후, 멋지게 펼쳐진 야경을 감상하고 있는 듯 몇분 째 가만히 창 밖을 바라보며 주머니에 손을 넣고 서있는 재홍. 비록 오늘 태풍의 기분이 그리 좋은 상태는 아니지만, 그래도 태풍과 함께 이런 멋진 곳에 왔다는 게 이 나이에도 참 기분이 들뜨고도 설렌다.
확실히 같은 40대라 해도 태풍이 자신에 비해 훨씬 젊은 분위기의 소유자라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런 멋진 동생과 어울리는 이 순간 만큼은 재홍도 아무 생각 없이 그저 행복할 뿐이다.
태풍은 그새 부지런히 술을 꺼내서 냉장고에 넣고 있다. 그런 태풍을 도와줄 생각은 안하고 그제서야 야경이 지겨워졌는지 방을 한번 다시 둘러보는 재홍. 호텔이 다 마음에 드는데, 굳이 딱 하나 걸리는 게 있다면 침대가 하나라는 점.
'근데 체크인 할 때 침대 두개 있는 방은 없었냐?'
'침대 두개요? 있겠죠, 근데 그럼 침대 작아지잖아요. 저 싱글 침대에서 답답해서 못잡니다'
침대가 두개인 방은 없었냐고 물으며 자켓을 벗는 재홍. 태풍은 있는데도 굳이 침대가 하나인 방을 잡았단다. 그런 태풍을 바라보며 넥타이를 풀기 시작하는 재홍은 불평하듯 말을 잇는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침대 두개로 따로 자는 게 낫지, 니랑 나랑 덩치가 있는데 한 침대에서 자는 게 더 좁지 않겠냐?'
'에이. 형님. 둘이 꼭 붙어자면 되지. 뭘 걱정하십니까. 형님은 차암 제 마음을 몰라주시네'
헌데 오히려 서운한 척 고개를 젓는 태풍. 붙어자긴 뭘 붙어자자고. 재홍은 또 대체 태풍이 무슨 의도로 저런 소리를 하는지 혼란스러워서 태풍을 바라본다.
태풍은 그저 평소와 같은 뻔뻔한 표정으로 냉장고 정리를 마치고 일어난다. 그리고는 단정하게 차려입은 셔츠를 배 밖으로 꺼내며 단추를 하나 둘 풀기 시작하는 태풍.
태풍이 순식간에 셔츠를 벗어 던지자 처음보는 나시 입은 태풍의 몸매가 드러난다. 재홍은 이 순간을 은근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태풍을 위아래로 빠르게 훑는다.
참 남자다운 몸을 갖고 있는 태풍. 겉보기보다도 훨씬 근육질이었다. 셔츠를 입고 있을 때도 셔츠 가득차 드러났던 굵은 어깨선과 팔뚝은 물론이고, 두터운 가슴 아래로 근육과 살집이 차있어서 듬직함을 더 해주는 탄탄한 뱃살. 두꺼운 몸매가 섹시함을 넘어 강해보이는 느낌까지 주고 있다.
재홍은 태풍도 자신처럼 지방이 좀 붙은 몸인 줄 알았나 보다. 딴딴하게 관리되어 부풀어 있는 태풍의 몸에 본능적으로 위축이 되는 듯한 재홍. 살짝은 놀란 눈치로 태풍의 몸에서 아예 시선을 떼려 등을 돌린다.
'형님 저희 갈아입을 옷도 없는데, 저 빤스만 입고 있어도 되죠?'
'그래야지. 빤스 입고 있는 게 어때서'
'혹시 보기 싫으실까봐 그러죠'
훌렁 훌렁-
망설임도 없이 바지를 내리는 소리가 재홍의 등 뒤로 들려온다. 태풍의 말대로 갈아입을 옷이 없으니 재홍도 편하게 팬티만 입고 있을 생각이긴 했는데 막상 실제로 태풍과 팬티 바람으로 이 밤을 보낼 생각을 하니 가슴이 두근대기도 하는 재홍.
그렇게 재홍은 살짝 고개를 숙인 채 입고 있는 셔츠를 벗어 내린다. 흰 면티 차림의 토실토실한 재홍의 상체가 드러나고, 괜히 더 큰 몸짓으로 바지까지 한번에 내리는 재홍. 나도 꿀릴 거 없다 싶은 의도적 움직임이다.
휙-
'좀 씻고.. 어어. 어.'
그렇게 바닥에 벗어낸 바지를 집으며 몸을 돌리는 재홍. 헌데 눈 앞에 보이는 팬티 바람이 된 태풍을 보고는 놀라 또 급히 시선을 돌린다.
워낙 평소에도 눈길이 갔던 태풍의 하반신. 역시나 그럴만한 대단한 이유가 숨어 있었다. 바지를 벗은 태풍의 앞섶은 민망할 정도로 두툼해서 그 부피감이 드로즈 팬티에 가득 찰 정도다. 겉보기에도 크기가 가늠되는 꼬추. 저정도로 앞섶이 부풀어 본 적이 없는 재홍은 그저 당황스럽다.
심지어 어디가서도 퉁퉁한 허벅지 굵기 하나는 안꿀리는 재홍보다도 굵어보이는 태풍의 근육진 허벅지. 순간 재홍은 생전 처음 보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남자다운 태풍의 몸매에 아찔한 감정까지 들어오는 듯 급히 먼저 씻겠다며 욕실로 발걸음을 돌린다.
'먼저 씻으실 거ㅈ..'
'ㅇ..어 잠깐 나 먼저 씻을게'
'예 그러시죠'
그리고 급하게 욕실로 들어가는 재홍 형님을 힐끔 바라보는 태풍. 재홍 역시도 살집에 벌어진 어깨와 허리에 둘러진 두툼한 뱃살에 참으로 듬직한 뒷태를 갖고 있다. 정장 바지를 입었을 때도 질펀해보이던 엉덩이도 팬티 바람이 되어서 더 토실토실해 보이고, 두 두꺼운 허벅지는 생각보다 뽀얀 속살을 드러내며 귀여운 느낌까지 준다. 태풍은 그렇게 당황한 티를 다 내며 도망치듯 화장실에 들어가는 재홍의 반응에 그저 입꼬리를 올린 채로 벗은 옷을 마저 정리하기 시작한다.
'후우'
덜컥-
욕실에 들어온 재홍. 절로 한숨이 새어나온다. 이게 대체 뭔 난리인지. 태풍에게 느끼면 안될 감정을 너무 느끼는 것 같아서 혼란스럽기는 하지만서도, 재홍도 나이를 먹을대로 먹은 사람이라 솔직히 100% 순수한 의도로 이곳에 온 것은 아니긴 하다. 남자끼리, 그것도 와이프의 후배라는 태풍과 오늘 그 어떤 일이 있어서도, 있을 리도 없는 거라겠지만. 둘이 나누는 대화와 눈빛에는 자꾸만 뭔가 찝찝한 여운이 남고 있다.
'ㅇ어?'
그 때, 샤워를 하기 위해 자엽스레 팬티를 엉덩이 반쯤까지 내리다가는 느껴지는 누군가의 시선에 깜짝 놀라서 옆을 돌아보는 재홍.
쾅쾅-
'형님 다 보이네요 흐흐. 형님 샤워하시는 거 구경해도 됩니까?'
샤워 부스 벽면이 커텐이 쳐진 전면 유리창이었다. 커텐을 걷고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재홍을 바라보고 있는 태풍. 커플들끼리나 즐길 법한 장난을 하는 태풍에 재홍은 무척이나 당혹감을 느껴서 이미 엉덩이 반쯤 까지 내린 팬티를 다시 급하게 올리며 괜히 성질을 낸다.
'야, 니 지금 뭐 하냐!?'
'아 장난이죠. 알겠습니다. 죄송해요 ㅎㅎ'
그렇게 끝까지 능글대며 커텐을 다시 닫아주는 태풍. 재홍은 잔뜩 당황한 얼굴에 인상을 쓰고는 다시 트렁크 팬티 허리춤을 쥐어잡는다. 다시 팬티를 내리기 전에 커텐이 다시 열리진 않나 이리저리 시선을 돌려보는 재홍. 욕실 밖에서는 침대에 드러누워 티비를 켜는 듯한 소리가 들려온다.
그제서야 팬티를 내리고 면티를 벗어 알몸이 되는 재홍. 그저 장난끼 많은 태풍이 또 커텐을 걷어버리면 어쩌나 하고 심장이 쿵쿵댄다. 동네 목욕탕에서도 남자끼리 허구헌 날 보이는 게 알몸이긴 한데, 지금 재홍은 왜 이렇게 태풍 앞에서 긴장을 하고 있는 건지. 사실 그 이유를 알 것도 같다.
덜컥-
'어으으. 시원하다~ 야 여기 수압 좋다'
'다 씻으셨어요? 그럼 제 차례죠'
'엉'
걱정과는 달리 침대에 누워 티비를 틀고 과자나 까먹고 있던 태풍. 재홍이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벌떡 침대에서 일어나며 아직 재홍이 서있는 욕실로 다가온다.
샤워를 하면서도 계속 생각났던 태풍의 하체를 애써 바라보지 않으려고 시선을 괜히 딴 곳으로 두며 태풍이 지나가도록 몸을 피해주는 재홍. 사실 샤워 도중에 태풍을 상상하며 살짝 고개를 들어올렸던 꼬추를 애써 죽이고 나온 재홍이다.
그렇게 자연스레 서로를 스치는 두 사람. 재홍에게서 젖은 머리의 향긋한 샴푸 향이 풍겨난다.
그리고 욕실로 들어가는 태풍의 발 끝을 그제서야 괜히 힐끔 돌아보는 재홍. 이제 내가 미쳐가지고 남자 발꿈치도 멋있어 보인다 싶다.
'으읏'
에라 모르겠다. 침대에 대자로 드러눕는 재홍. 의미없이 켜진 티비 소리. 저만치에 보이는 옷장에서는 또 센스있게 재홍의 정장이 꾸겨지지 않게 정리해놓은 태풍의 섬세함이 느껴진다.
재홍은 이리봐도 저리봐도 치명적인 태풍의 매력에서 벗어나려는 듯 가만히 눈을 감는다. 잠시 눈을 붙이고 쉬어야지 싶다.
'흐음..'
툭. 쏴아아-
허나 시야를 가리려 눈을 감자마자 이어지는, 애석하게도 전혀 대비하지 하지 못한 청각적 자극. 커텐 하나로 가려진 욕실 안에서 태풍의 근육질 몸을 적시며 쏟아지는 듯한 물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지금 재홍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가만히 누워선 쓸 데 없이 상상력이 풍부한 자신을 탓하는 것 뿐이다.
쏴아아- 어푸푸.
이 호텔 욕실은 전혀 방음이 안되나 보다. 제 집 안방 침대인 듯 뱃살을 내밀고 침대에 누워있는 재홍의 귀에 계속 들려오는 물 소리. 미치겠다. 재홍은 결국 몸을 이리저리 굴리다간 침대에 엎드려서 욕실 옆 커텐을 매섭게 노려본다.
이 커텐만 걷어내면 바로 태풍이 샤워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일텐데. 자기는 커텐을 닫으라고 성질을 냈으면서, 장난인 척 한번 확 걷어보고도 싶은 재홍. 형이 장난치겠다는데 뭐 어쩔 건데 싶은 유치한 생각도 들고, 사실 태풍이 그런다고 화낼 것 같지도 않다.
허나 이것저것 피곤해질 유혹을 뿌리치려 재홍은 괜히 고개를 숙이며 평소에는 관심도 없던 드라마로 시선을 내려본다. 하지만,
촤아악-
이건 분명히 태풍의 그 넓디 넓은 가슴팍에 부딪혀 떨어지는 폭포수 같은 물 소리다. 재홍은 지금 두 귀를 막고 싶을 정도다. 내가 이렇게 머릿 속에 태풍을 잘 그려낼 수 있을 줄은 몰랐다. 남자가 샤워하는 소리가 이렇게 두근거릴 일인가 싶다. 커텐만 걷으면 바로 보일 태풍의 모습. 재홍은 마음 속에 커져오르는 음흉한 욕망을 애써 억누르며 애꿎은 리모컨만 침대에 두드리고 있을 뿐이다.
'읏차'
결국 정신을 차리려 침대에서 일어나 냉장고를 여는 재홍. 물 한 병을 꺼내선 꿀꺽꿀꺽 마셔댄다.
쿵-
그리고는 냉장고 문을 닫고 다시 침대에 누우려고 몸을 돌리는 재홍.
헌데 그 때, 침대와 욕실을 가로막고 있던 커텐의 옆부분으로 화장실의 조명이 새어나오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커텐이 완전히 닫히지 않고 살짝 떠 있나 본데.
'...'
결국 계속되는 물 소리를 들으며 아주 천천히 커텐 끝 부분으로 다가가는 재홍. 순식간에 심장이 요동치지만 재홍은 괜히 무심한 듯 자연스레 몸을 움직여 힐끔- 커텐 틈 사이를 훔쳐본다.
'ㄲ음.'
그리고 그 틈 사이로 보이고야 마는 태풍의 알몸. 재홍이 상상했던 모습 그대로 샤워를 하고 있는 태풍의 등과 엉덩이가 재홍을 향해 있다. 잔뜩 젖은 머리 위로 물줄기를 받으며 두 팔을 들어 머리를 젖혀넘기는 태풍의 팔뚝. 같은 남자가 봐도 부럽고 멋있는 팔뚝이다,
하루 이틀 운동으로는 절대 안될 것 같은 몸매. 드넓은 등판과 잔뜩 힙업이 된 엉덩이를 보니 알겠다. 재홍이 왜 그간 동네 목욕탕에서는 이런 느낌을 받지 못했었는지. 이건 여느 남자들과는 확실히 다른 독보적인 몸매다.
결국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라고, 몰래 훔쳐보고 있다가 들킬까 재빨리 다시 침대에 눕는 재홍. 내가 방금 태풍이 샤워하는 모습을 훔쳐봐서 뭘 어쩌겠다고 이런 거지 싶어 그저 도리도리 고개를 젓는 재홍이다.
허나 방금 본 태풍의 샤워 장면은 쉽게 눈 앞에서 사라지지 않는 잔상으로 남는다. 태풍의 몸이 계속 눈 앞에 아른거린다. 재홍은 결국 아주 긴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 얼굴을 묻는다.
'하아아아...'
한 시간 후, 탁자에 마주보고 앉아 있는 두 사람, 재홍이 살짝 고개를 들어올리면 두 허벅다리를 벌리고 앉아 있는 태풍의 묵직한 앞섶이 보인다. 사실 이건 태풍도 마찬가지다. 재홍의 뱃살과 살집에 말려들어간 트렁크 팬티 속 불룩하게 뭉개진 재홍의 꼬추가 시선에 닿는다. 그저 내 집 처럼 편안한 속옷 차림으로 술을 먹고 있는 두 사람은 한 시간만에 소주 네 병을 비운 상태다. 물론 이 중에 세 병은 태풍이 먹었지만.
재홍은 결혼 선배로서 태풍에게 한참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혼자 연설을 하다가 잠시 쉬는 듯 오징어를 뜯고 있다. 태풍은 예상보다 조용히 재홍의 말을 들으며 술만 마신다. 그러다 지금 비워진 병 수가 네 병이나 됨을 알아차리는 재홍. 얼굴이 새빨갛다.
'헤엑. 근데 우리 이거 언제 네 병이 됐냐'
'형님이랑 저랑 먹은 거죠오'
꼴깍- 꼴깍-
'크으.. 형님이랑 이렇게 마시니까 이게 술인지 물인지 모르겠습니다'
평소에는 잘 안취하던 태풍이 오늘은 좀 취한 듯 보인다. 그렇게 대답을 하면서도 오늘은 술이 더 잘 들어간다고 종이컵에 가득 따른 소주를 정말 물 마시듯 퍼붓고 있는 태풍. 밖이였으면 재홍이 태풍을 말리기라도 했겠지만, 그래도 잘 곳이 바로 마련되어있는 오늘만큼은 감정적으로 힘들다는 태풍이 마음껏 술을 마시게 하고 싶기도 하다.
'야 근데, 마시는 건 좋은데 알아서 적당히 조절하면서 먹어. 너 너무 빨리 마시는 거 아니냐. 난 너 감당 못한다.'
'형니임. 내 마누라가 도망갔는데 제가 오늘같은 날 술 먹지 언제 먹습니까.'
'에이씨. 뭘 자꾸 도망갔대. 여자들 원래 불리하면 친정집 가있고 그런다니까. 내 마누라도 가끔 그래. 니도 잘 알잖냐. 걔 성격.'
그 와중에 잔뜩 풀어지는 두 사람의 자세. 힐끔 자신의 무릎에 닿아있는 태풍의 굵고 긴 다리를 내려다보는 재홍. 술을 먹으니 더 이상한 생각이 들어 미치겠다. 근데 워낙 섹시한 태풍의 자태에 그래도 오늘은 이 감정을 끝까지 가져가볼까 싶은 용기가 들기도 하는 재홍이다.
'형님은 혹시요'
그 때, 이어지는 태풍의 목소리. 이제야 좀 지 입에서 먼저 말을 꺼내는 태풍. 재홍은 혼자 결혼이 어쩌니 저쩌니 떠들기 목아프던 찰나에 반갑다고 바로 대답한다.
'나 뭐'
'이런 질문은 드려도 되는 건지 모르겠는데.. 아이, 아닙니다.'
'야 태풍이. 너 내가 이렇게 해주는데 불편하냐? 나한테 못할 말이 뭐가 있어. 그리고 말하다가 끊지 마라. 나 그거 엄청 싫어한다?'
짠-
태풍이 말을 하다 끊으니 궁금해 죽겠다고 말하며 괜히 잔을 들어 태풍과 짠을 하는 재홍. 태풍과 함께여서인지 재홍은 오늘 평소보다 매우 과음을 하는데, 이상하게 정신이 말짱하고 취기가 덜 올라오는 것도 같다.
꿀꺽-
그렇게 소주를 한잔씩 더 마시고는 아직도 망설이는지 입을 쩝쩝대는 태풍. 재홍은 마저 오징어를 뜯어먹으며 태풍을 괜히 노려보다가는 귀엽게도 입을 쩝쩝대는 태풍의 입에 오징어 다리를 하나 찢어 물려준다.
'감사합니다움~'
'ㅋㅋ 니 취했냐?'
귀엽기는. 술에 취해가지고 볼이 발그레해진 채 오징어를 입으로 받아먹는 태풍. 재홍은 자기 얼굴 터질 듯이 붉은 건 생각도 안하고 그저 덩치가 산만한 태풍이 귀여워서 웃음이 터진다.
'아닙니다. 저 안취해요'
'이 새끼 혀 꼬이는 거 보니까 취했구만. 뭘 안취해. 많이 마시긴 했지. 이야 드디어 임태풍 취한 거 보는 거냐'
'아~ 안취한다니까. 재홍 형님 자꾸 절 자극하시네?'
'어쭈. 그래 자극한다. 어쩔건데 임마.'
툭-
한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지만, 아직 태풍의 자세한 속마음들은 듣지도 못햇다. 태풍이 아직도 나를 어려워하나. 괜히 서운한 재홍은, 오히려 태풍이 자신에게 덤벼들듯 말하자 가까워지는 거리감에 기분이 좋아져서 웃으며 태풍의 머리에 꿀밤을 한대 쥐어박는다.
그렇게 태풍은 형님에게 한대 쥐어박히고는 머리를 감싸고 웃음이 터지다가는 고개를 살짝 돌려 오징어 다리만 질겅질겅 씹는다. 의자에 등을 기대는 재홍. 재홍은 그런 태풍을 빤히 바라본다. 순간 고개를 돌리는 태풍의 눈빛이 조금 젖어들어가는 듯 반짝인다.
그렇게 형성된 고요한 분위기 속 두 사람이 오징어를 질겅대며 씹는 소리가 호텔 방 안을 가득 채운다. 재홍은 태풍이 최대한 우울한 티를 안내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고는 그저 태풍을 바라보며 태풍이 입을 열길 기다리는 듯 보인다. 하지만 몇분이 지나도 아무 말을 않는 태풍. 재홍이 물려준 오징어를 다 먹고는 다시 태연한 척 쩝쩝대며 재홍을 바라본다.
'왜 그렇게 빤히 쳐다보십니까 형님'
'말 안하냐? 말 하다 끊었잖아'
'아 그거 기다리고 계셨던 거에요?'
'아이씨. 이 새끼가 장난하나.'
재홍이 오징어를 엄청 좋아하네. 재홍은 말을 험악하게 하면서도 또 뜯어놓은 오징어를 하나 집어 입에 물고 태풍에게 하나를 더 건넨다. 됐다고 고개를 젓는 태풍. 재홍은 토라진 듯 오징어를 살짝 던져서 내려놓고는 다시 의자 등받이에 등을 갖다댄다.
이번만큼은 한치의 양보도 없는 재홍의 눈빛. 재홍은 여유롭게 오징어를 질겅대며 압박하듯 태풍을 그저 빤히 쳐다본다. 재홍은 태풍의 이야기를 들으려 이곳에 왔다. 그게 자신과는 직접적인 관련없는 태풍과 와이프 사이의 이야기라고 해도, 그게 또 완전히 관련이 없지는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헌데 태풍은 왜 이렇게 말을 아끼는 걸까. 자꾸 재홍과 눈싸움이라도 하듯 눈을 마주치다가 혼자 피식대며 씁쓸한 웃음을 짓는 태풍. 재홍의 입장에서는 뭔가 엄청난 이야기가 있는 것이 분명해보이는데, 재홍은 그저 답답해 죽을 것 같다.
'나 한번 물면 안놓는 놈이다. 이거 오징어 혼자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릴 수 있어'
'아ㅎㅎㅎ.. 아 저는 형님한테 굳이 이런 이야기까지 다 하고 싶진 않습니다'
'뭐?'
이토록 애간장을 태우는 태풍이 끝내 한다는 말이 마치 자신에게 선을 긋는 것 같아서 순간 서운함이 몰려오는 재홍. 재홍은 슬슬 화가나는 듯 흥분한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나한테 말 못할 건 뭔데. 내가 지금 너랑 안친한데 오바하는 거냐?'
'아니 그런거 절대 아니죠. 자꾸 그러시면 저도 서운합니다.'
'그럼 대체 왜. 나랑 관련 있는 이야기냐?'
'아니 제 와이프 이야기 하고 있는데 무슨.. 아, 뭐 어떻게 보면 그렇다고도 할 수 있겠고요'
탁!!
결국 물을 한 모금 마시겠다고 종이컵을 들고 있다가 더 이상 못참겠다고 컵을 내려놓는 재홍. 재홍이 잔뜩 성난 목소리를 뱉는다.
'그게 말이냐? 태풍아. 니 사람 갖고 노는 것도 아니고. 내가 니 기분 풀어주려고 오늘 여기까지 온 건데. 지금 나한테 뭐 수수께끼 내는 거냐?'
'아이.. 화내지 마시구요. 제가 정말 모르겠어서 그럽니다 형님. 이걸 제가 말씀드려도 되는 건지'
'뭘 몰라 새끼야. 니가 모르면 누가 알어'
끼익-
벌떡!
'개풀 뜯어먹는 소리하고 있네 이씨. 집에 가버릴까보다'
'아아. 왜 그러세요. 알겠어요 형님'
심지어 나와 관련 있을 수도 있다는 의미심장한 여운까지 남기고는 시원하게 이야기를 해주지 않는 태풍의 모습에 실망한 듯 의자를 박차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재홍. 사실 실망이라기 보다 서운함이 훨씬 크다. 그런 재홍을 말리며 붙잡는 태풍. 재홍도 자리를 뜨려는 듯 몸에 힘을 줘서 벗어나려 한다.
'아 형님 앉으세요'
'놔 이거.'
'아아 어디 가십니까'
'아, 야 놓으라고. 나 화장실 갈 거야 임마'
그럼 그렇지. 오늘 같은 날, 태풍을 놓고 집에 갈 수가 없지. 화장실에 간댄다.
툭-
촤르륵!
헌데, 그렇게 실랑이를 벌이며 자신을 억지로 앉히는 태풍의 손을 치워내다가 먹다 남은 맥주캔을 건드리고야 마는 재홍. 맥주가 그대로 재홍의 팬티 위로 쏟아지고야 만다. 재홍의 트렁크 팬티가 맥주에 홀딱 젖어 든다. 순간 짜증이 몰려오는 재홍.
'아~~이씨'
'아.'
쓱쓱-
태풍은 재홍의 젖은 팬티를 닦아주려 바로 휴지를 뽑아들고, 태풍이 자신의 앞섶을 망설임도 없이 휴지로 노골적으로 문지르자 재홍이 급히 그런 태풍의 손을 치워내며 날이 선 목소리를 뱉는다.
'야이씨 어딜 닦냐.'
순간적으로 날카로워진 재홍. 아닌 듯 보였는데 이제 보니 재홍도 취하긴 취했다. 이렇게 태풍에게 오기를 부리는 것과, 허세를 부리고 있는 것을 보면. 그렇게 태풍에게서 뺏은 휴지로 맥주에 젖은 트렁크 팬티를 문질러 닦는 재홍. 갈아입을 옷도 없는데.
아무튼, 오늘 재홍은 태풍과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을 기대했을텐데, 오히려 태풍이 자신에게 거리를 두는 모습이 무척 속상한 것 같다. 허나 그저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옷장으로 걸어가는 태풍. 호텔 가운을 들고 다가온다.
'일단 이거로 갈아입고 계시죠. 팬티는 입고 계시면 잘 안마릅니다.'
'뭐 언젠간 마르겠지.'
'아니에요 한번 물로 씻고 갈아입고 오세요. 끈적해요.'
'됐어 이씨. 니 어짜피 말도 안하는데'
'아, 전부 다 말씀 드릴게요.'
'확실히 말 할 거야?'
'근데요 형님'
이쯤되니 재홍은 술 취해서 무슨 오기를 부리며 자신이 무슨 말을 그렇게 듣고 싶어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뭐 어쨌든 재홍은 태풍이 자신에게 무언가를 숨기는 듯한 이 분위기가 싫단다. 헌데 무언가를 물으려는 듯 재홍을 바라보는 태풍. 재홍은 태풍이 건네는 호텔 가운을 받아들고는 대답한다.
'뭐'
'들으시면 책임은 지셔야 됩니다?'
'야,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
'오케이.'
이렇게 서로 한치의 양보도 없이 대화를 잇는 두 남자. 재홍은 대체 태풍이 무슨 이야기를 할지는 모르지만 오히려 재밌겠다고 입꼬리를 올리고 호텔 가운을 갈아입으려는 듯 욕실로 들어간다. 혼자 남아서 탁자에 흐르는 맥주를 닦기 시작하는 태풍. 태풍은 지금껏 숨기고 있었던 듯한 능글맞은 미소를 보이며 재홍 형님의 남자다운 반응이 만족스럽다고 고개를 끄덕끄덕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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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보니 분량이 굉장히 길어졌네요.
곧 7화로 이어서 업로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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