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스터는 세계 최강!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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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선우는 만나기로 한 사냥꾼을 기다리며 사냥꾼 협회의 대합실(待合室)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


 “이봐요,”

 “응?”


 그러던 와중, 어디선가 들려오는 남자의 굵직한 목소리에 선우는 시선을 이리저리 돌렸다. 귓속을 간지럽히는 그 울림에 선우의 마음은 어느새 들떠있었다.


 “어라?”


 하지만 선우의 주변에는 어떤 사람의 모습도 보이질 않았다. 자신을 향해 시선을 보내는 남자 또한 보이질 않았다.


 “뭐, 뭐지?”

 “아, 이봐요! 여기!”

 “네?!”


 다시 들려오는 목소리에 당황한 선우는 한 걸음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물컹!’


 “윽!”

 “으앗! 뭐, 뭐지?”


 선우는 자신의 허리춤에서 느껴지는 푹신한 촉감에 시선을 내렸다. 그곳에는 새까만 보석이 박힌 동그란 햄스터 한 마리가 서 있었다. 양미간과 등어리로 까만 줄무늬가 박혀있었고, 얼굴과 등에는 옅은 고동색, 턱과 배에는 새하얀 털이 비단처럼 복슬거렸다.


 정글리안 햄스터였다.


 “어, 어어? 해, 햄스터?”

 “흥, 뭐, 왜?”

 “엇!?”


 자신을 불만스레 올려다보는 정글리안 햄스터는 그 깜찍한 모습과 어울리지 않는 굵직한 성인 남성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건장한 남성의 키의 반쪽만 한 햄스터는 역시, 어울리지 않게 쯧! 소리를 내며 그 앙증맞은 입을 다시 열었다.


 “햄스터 처음 봅니까? 나도 내가 귀여운 거 아니까 그만 좀 보쇼! 니들도!”


 햄스터는 새까만 사과 씨앗을 떠올리게 만드는 눈을 주위를 향해 부라렸다.


 “흠, 흠,”


 선우와 햄스터를 바라보던 사람들은 무안한 듯 헛기침을 내뱉으며 고개를 돌렸다.


 “흥, 나는 강열우라고 합니다, 그, 사람 구한다던데,”

 “네? 어, 그,”


 선우는 아직도 머리가 멍한 채로 깜찍한 햄스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거부할 수 없는 귀여움이 열우에게서 뿜어졌다.


 “읏,”


 푹신푹신했다. 끌어안고 배에 마구 입김을 불어 넣고 싶었다. 앙증맞은 저 분홍빛 손을 깨물고 싶었다.


 “그만해! 왜 이래 진짜! 매너 없게!!”


 ‘탁!’


 열우는 자신을 쓰다듬는 선우의 손길을 내치며 씩씩거렸다. 저주에 걸린 이후부터 짜증 나는 관심이 너무나도 잦았다.


 ‘망할 신!’


 열우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분노를 자신에게 저주를 내린 신에게 내뱉었다. 어찌 됐든 일감은 필요했으니까,


 “으앗! 미, 미안해요! 너, 너무 귀여워서 그만!”


 너무, 너무 귀여웠다. 어린아이 크기의 햄스터라니, 몸과 마음이 흐물흐물 해질 것만 같았다.


 ‘물컹,’


 그리고 그 볼은 너무나도 부드러웠다. 선우는 야릇한 표정을 지으며 열우의 눈을 빤히 바라봤다. 자그마한 바지만을 입은 그의 눈빛에선 분노가 치솟고 있었다.


 “아,”

 “이, 씹,”


 열우는 귀여운 입가와 눈가를 그리고 수염을 파르르 떨며 분노를 표했다.


 ‘텁!’


 열우는 앙증맞은 분홍색 손으로 선우의 손을 붙잡았다.


 ‘말캉!’


 “흐으,”


 부드러운 감촉에 선우의 온몸에 전류가 타고 흘러갔다.


 “앗, 저, 저기, 미, 미안, 새, 생각만 한다는 게, 그, 것보다, 네 주인님은 어디 계시니?”


 열우의 보드라운 손을 주물럭거리며 선우는 얼굴을 붉혔다. 주인이 없다면, 이대로 납치하고 싶은 귀여움이었다. 실제로 그는 소환사였기에 서로의 협의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했다.


 “찍! 나는 펫 따위가 아니야! 사람이라고!! 지금은 이런 모습이라도 원래는 사람! 건장한 남자!! ㅆ발!!”


 그 귀여운 모습으로 욕설을 내뱉자 선우는 다시 머릿속이 멍해졌다.


 “어, 어어,”

 “어, 음, 후-우,”


 열우는 선우의 멍청한 표정에 다시 감정을 추슬렀다. 하지만 자신의 손을 계속 붙잡고 있는 행동은 참으로 거슬렸다.


 “사람, 구한다면서요, 원거리 후방, 사수(射手) 저는 척후(斥候)도 가능합니다,”

 “어-, 혹시, 강열우 씨, 인가요?”


 그제야 선우는 약속을 잡았던 한 남자의 이름이 떠올랐다. 열우는 이미 자신을 소개했던 차였지만, 그 치명적인 귀여움으로 선우의 머릿속은 한바탕, 지우개가 지나간 뒤였다.


 “ㅆ발,”


 열우는 작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술사라고 할지라도 선우 또한 초인의 한 부류 듣지 못할 리가 없었다.


 “어, 그,”


 그만해! 그 귀여운 얼굴로 욕설을 내뱉지 마! 선우는 속으로 마구 소리쳐댔다. 하지만, 이미 자신은 여러 차례 무례를 범한 뒤였기에 삐져나오려는 입을 꾹 닫을 수밖에 없었다.


 “-제가, 아니, 우리 부대에서 사람을 한 명 구하고 있기는 한데, 음, 4급 사냥꾼, 강열우 씨? 음, 맞나요?”

 “응, 맞아, 아니, 맞습니다,”

 “아,”


 사진과는 너무나도 다르게 생겼었다. 그게 본래의 모습인 모양이었다. 선우는 조금 아쉬워졌다.


 ‘참, 내 타입이었는데, 커다란 키에 근육질의 몸, 인상을 쓰는 듯한 날카로운 얼굴, 그리고 짧은 머리를 바짝 세운, 언뜻 보면 사납지만 사내다운 인상을 가진, 뭐. 나랑 만난다고 해서 나를 좋아해 줄 이유는 없나?’


 선우는 아쉬운 마음에 헛웃음을 지었다. 열우의 자그마한 손을 만지작거리며, 그와 마주한 시선에서, 선우는 이 남자라면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검은색의 보석을 박아넣은 듯한 눈동자에서 악의는 느껴지지 않았다.


 “음, 좋아요, 가죠,”

 “어? 지, 진짜? 아니, 진짜요?”

 “네? 무슨 문제라도? 혹시, 거짓말이라도?”

 “어, 찍, 아니, 그건 아닙니다만,”

 “흐-음,”


 선우는 열우를 내려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귀엽고 앙증맞은 그 모습에 보물을 하나 얻은 것 같았다.


 “자, 가요,”


 부드럽게 미소 짓는 선우의 모습에 열우는 제 손을 붙잡힌 것도 잊은 채 떨떠름하게 선우를 따라 쫄래쫄래 걸음을 옮겼다.


 선우는 아장아장 걷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귀엽다는 듯이 내려다봤다. 열우는 그 시선에 여러모로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꾹, 참았다. 이 모습이 되고 난 뒤로 일을 구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 같이 어려워졌으니까 말이다. 이런 자신을 아무런 편견조차 없이 냅다 받아주는 일은 전혀 없던 일이었다.


 “이봐요, 괜찮겠어요? 찍, 다른 놈들, 아니, 사람들이 보면 싫다고 하는 거 아닌가?”

 “응? 뭐야, 나 걱정해주는 거야? 으그, 귀여워!”


 선우는 열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자신의 욕망을 충실히도 채워나갔다.


 “윽, 이봐요, 앞으로 내가 동료가 되길 원한다면 이런 거, 그만둬야 할걸?”


 열우는 자꾸만 자신의 머리를 건드리는 선우의 손길에 눈을 부라렸다.


 “아,”


 까만 사과 씨 같은 눈동자가 자신을 바라보자 선우는 부끄럽다는 듯이 얼굴을 붉혔다. 짜릿했다.


 “미, 미안, 귀여워서 그만,”


 선우는, 아까부터 똑같은 말만을 반복하는 자신을 때려죽이고 싶어졌다.


 “쯧,”


 열우는 선우를 흘끔흘끔 바라봤다. 속으로 그의 이름을 되새겼다. 진선우, 진선우, 열우의 머릿속에서 추억의 장소가, 따스했던 그때가 떠올랐다.


 “아, 그, 혹시 흑룡 보육원 나왔지?요?”

 “어? 어-, 그, 그런데? 요?”


 선우는 신기하다는 듯이 열우를 내려다봤다. 그 시선에 열우는 배알이 뒤틀리는 듯했다. 분명히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 혹시, 강열우라고 기억 안 나? 나, 나름 유명했는데,”


 게다가 너랑 같이 놀기도 했는데, 그걸 기억 못 하냐? 열우는 속이 타들어 가는 것만 같았다.


 “음, 미안, 혹시 몇 기?”


 선우는 미안하다는 듯이 눈꼬리를 올렸다. 그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무리는 없었다. 자신이 나온 보육원은 무려 100년의 세월을 간직한 곳이었고, 그만큼 수많은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음, 104기,”

 “아, 그래? 이야-, 나는 100기인데, 음, 그러고 보면 104기에서는 뛰어난 청년들이 많이 나왔다고 하더라,”


 선우는 감회가 남달랐다. 벌써 세상이 뒤바뀐 지 10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는 것에, 하늘이 빛나며 온 세상의 법칙이 크게 뒤바뀌어버린 것에, 세상에 온갖 괴물들과 지옥의 입구가 열렸다는 것에,


 ‘그리고, 우리 같은 초인들도 등장하기 시작했지,’


 태초의 초인, 자신의 보육원, 흑룡 보육원을 세운 사람은 그렇게 불리우는 사람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우리 4살 차이 나네?”

 “어? 어, 어어,”


 선우의 화사한 미소에 열우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멍하니 가슴이 두근거리며 얼굴이 화끈거렸다. 과거의 기억과 지금이 겹쳐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선우의 모습에는 조금 실망했다.


 ‘응? 잠깐, 어차피 못 알아봐도 상관없지 않나?’


 열우는 문득, 자신이 어렸을 때 했던 약속(이라 말하고, 흑역사라 읽는다,)을 떠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차마 남자가 남자에게 할만한 내용도 아니었다.


 “음? 아쉬워? 내가 못 알아봐서,”

 “어? 아니, 그건 아니야,”


 뭐, 앞으로 알아가면 될 일이다, 문제는 자신의 몸이 이렇다는 거지만,


 “너는 혹시 입양 갔어?”

 “어, 10살 즈음,”

 “어? 음~,”


 선우는 무언가 기억이 날 듯 말 듯 한 간지러운 느낌에, 계속해서 머리를 쥐어짰다. 그때였다.


 “형님! 사람 만나셨습니까?”


 한참을 걸은 두 사람은 선우의 동료들과 드디어 얼굴을 마주했다. 대합실의 끝, 자그마한 방에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켁!”

 “아, 주광아,”


 열우는 남자의 얼굴을 알아보며 질색했다. 아니, 왜 저놈이 여기에? 보육원에서도 사사건건 부딪치며 특히나 사이가 좋지 않던 놈이었다. 그 역시 자신과 마찬가지로 선우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기도 했고, 자신의 흑역사를 잘 알고 있는 놈이기도 했다.


 ‘아니, 저놈은 기억하면서 나는 기억을 못 한다고?’


 “응? 어, 저건?”


 주광은 선우가 데려온 깜찍한 햄스터를 바라보며 멍하니 입을 벌렸다. 햄스터는 뭐가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제법 눈초리를 사납게 치켜세우고 있었다.


 “귀엽지?”


 하지만 그 모습조차 사랑스러웠다.


 “윽! 안 귀엽거든?!”

 “허? 어, 형님? 혹시, 새로 계약한 소환수?”

 “아, 아니야, 이번에 새로 지원해주신 강열우 씨,”

 “네? 가, 강열우?”


 주광은 순간, 잘 못 들었나 싶을 만큼 충격을 받았다. 그 강열우? 정말?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그 모습에 열우는 다시 자신감이 차올랐다.


 “흥! 나를 알고 있나 보지?”


 열우는 애써, 그를 모른 척했다.


 “하, 하하, 형님, 강열우라는 남자는 말이죠, 예전에 1급 초인으로서 신예 사냥꾼 중에 최고의 괴물이었어요, 그리고 순식간에 정상을 차지했죠, 음, 강열우란 이름은, 비슷한 이름도 없는 걸로 아는데, 네가 정말 그놈이냐?”


 주광은 예전의 보육원 시절의 열우를 떠올렸다. 보육원을 나와서도 단 한걸음도 따라잡을 수 없었던 녀석, 그런 녀석이 지금 자신의 앞에 서 있었다.


 그것도 아주 귀여운 햄스터의 모습으로,


 

 



조아라에 연제중인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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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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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 작성일
ㅋㅋㅋㅋ
사람 반만한 햄찌라니 ㅈㄴ 사랑스럽겟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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