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의 호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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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충동 (衝動)


   나는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석이를 만났다. 석이는 키가 크고 호리호리하며 이목구비가 수려한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나는 석이와 다른 반이라 가끔 복도에서 마주치면 먼저 말을 걸어 사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1년을 마음속에 담아 두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2학년 때는 한 반이 되었다. 석이는 1학년 때 반장을 맡아서 2학년 급우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 다시 반장으로 선출됐다. 


   날씨는 쌀쌀해도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 운동장에 급우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놀고 있었다. 석이가 놀고 있는 급우들을 소리쳐 불렀다. 

"야, 체육 선생님이 오실 때까지 내가 성불사 전설에 대해 얘기해 줄게. 이리 모여 봐."

급우들은 말없이 석이를 바라보고 운동장에 앉았다. 석이는 급우들을 내려다보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성불사는 고려 태조 3년인 920년, 혜조대사(慧照大師)가 창건했어. 전해오는 전설에 의하면 혜조대사가 절을 창건하러 이곳에 다다르니 이미 학 세 마리가 바위를 쪼아 여래입상과 십 육 나한을 새기고 있었데, 학이 인기척에 놀라 바위를 쪼다 말고 날아가는 바람에 완성하지 않은 자태로 남아 있는 거야."


석이는 하늘색 운동복을 입고 전설을 자세히 설명했다. 나는 제일 앞에 쪼그리고 앉아 설명을 들으며 석이의 이모저모를 살피는 중에 앞자락이 눈에 확 띄었다. 오른발 한 쪽에 중심을 두고 서 있는 석이의 앞자락이 유난히 볼록 내밀고 있어 한번 만져보라고 유혹하는 듯했다. 그동안 항상 마음에 두고 있던 힘이 작용했는지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석이의 앞자락을 덥석 잡았다.

"와~."

나의 갑작스런 행동에 급우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는 반면 석이는 멍한 표정으로 말을 잃고 서 있었다. 사실 그 때 내가 무슨 행동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이게 어딜 함부로 만지고 있어?"

석이의 왼발이 한순간에 들리는 것까지 보이고 그 뒤로 나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은 채 안면에 충격이 가해졌다. 나는 대낮에 뒤로 벌렁 자빠져 허공에 별이 반짝반짝 빛났다.

"야, 제 코피 나."

한 급우가 말하자 여러 명이 달려들어 나를 일으켜세우고 2명이 부축해 양호실로 향했다. 양호실에서 응급처치를 받고 침대 머리 쪽을 높이 올려 안정을 취하면서 혼자 실없이 웃으며 생각했다. 훈이의 그 곳은 발기하지 않아서 작다는 느낌이 손끝을 통해 실체를 파악했다. 담임 선생님이 양호실 문이 열고 안으로 들어오면서 혀를 끌끌 찼다.

"쯧쯧, 장난할 때가 따로 있지. 그 많은 애들 앞에서 반장을 모욕하는 거냐?"

나는 입이 열둘이라도 할말이 없고 그저 고개를 푹 수그린 채 선생님한테 꾸중을 들었다. 석이에게 품은 감정을 선생님에게 털어놓을 수 없어 안타까웠다. 


   그 일이 있은 뒤로 나와 석이의 사이가 점점 멀어졌다. 나의 돌발적인 행동을 두려워하더니 급기야 한 급우는 나를 동성애자라고 마구 놀려 댔다.

"야, 호모 내 거 한번 만져 볼래?"

"친구끼리 장난으로 그런 건데 놀리지 마."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석이가 나서서 나의 허물을 너그럽게 감싸 주었다. 사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사람은 생긴 대로 언행이 일치되었다. 


얼굴이 잘생긴 사람은 마음씀씀이가 곱고, 어딘가 남다른 데가 있었다. 마음씨 나쁜 사람은 얼굴이나 신체 부위가 못생기고, 짓궂게 굴었다. 선한 사람은 성질이 순하고,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는 파렴치한 행위를 하지 않았다.


   화학 시간에 조를 편성하여 실험대에 마주 앉았다. 실험대 선반에 기본 시약을 준비하고, 옷에 화학 약품이 묻었을 때를 대비하여 실험실 뒤쪽 구석에 물을 가득 담은 녹색 페인트칠한 드럼통이 있다. 화학 선생님은 칠판에 글씨를 쓰고, 나는 칠판과 공책을 번갈아 쳐다보며 수업 내용을 필기하다가 앞에 있는 석이와 눈길이 마주쳤다. 내가 소리 없이 빙그레 미소짓자 석이는 음흉하게 웃으며 피펫에 물을 빨아 넣고 입으로 불었다. 피펫에서 내뿜은 물이 옆의 급우에게 피해를 주는 바람에 깜짝 놀라 소리를 꽥 질렀다.

"으악, 이게 뭐야?"

"누구야, 소리 지른 놈이?"

화학 선생님은 글씨를 쓰다 말고 고개를 획 돌려 무서운 얼굴로 우리들을 바라보았다. 급우는 화학 선생님으로부터 혼나지 않으려고 이유를 밝혔다.

"선생님, 누가 약품을 뿌렸어요."

"뭐, 누가 그런 위험한 장난을 했어? 그 조 다 나와."

우리 조가 교단 옆에 엎드려뻗쳐 있는 사이에 화학 선생님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야구방망이를 가지러 사무실로 갔다. 화학 선생님은 엉덩이를 야구방망이로 사정없이 내려쳤다. 우리 조가 야구방망이에 맞아 거꾸러지자 화학 선생님이 다구쳐 물었다.

"누가 그랬어? 안 나오면 나올 때까지 맞는다."

"제가 그랬습니다."

석이는 잔뜩 겁에 질려 선뜻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아 내가 당당하게 나섰다. 나는 야구 방망이에 오래 버티지 못하고 결국은 기절한 채 양호실로 향했다. 


   나는 타박상 연고를 발랐더니 엉덩이가 후끈후끈하고 온 삭신이 쑤셨다. 침대에 엎드려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았다. 담임 선생님과 석이가 양호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담임 선생님은 비아양거리는 투로 말했다.

"너는 양호실하고 인연이 많나 보네. 하루가 멀다고 사고만 치고 다니고 ‥‥. 쯧쯧."

"선생님, 죄송해요."

"나 갈테니 반장이 잘 돌봐 줘라."

"예, 선생님."

담임 선생님이 양호실을 나가고 나와 석이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나는 석이의 마음속을 환히 꿰뚫고 말을 먼저 건네려는 찰나에 석이가 본심을 드러냈다.

"아까는 미안하고 진심으로 고맙다! 니 소원이라면 뭐든 다 들어 줄게."

"정말?"

"응, 생명의 은인인데 무슨 소원이든 말해."

"야호! 기분 째진다!"

나는 침대 한쪽을 비워 주며 매트리스를 탁탁 쳤다. 석이는 행동을 망설이지 않고 내 옆에 편하게 누웠다.

"눈 감어."

"왜, 뭐하게?"

"눈 감고 가만히 누워 있어. 그 다음부터 내 소원이라고 생각하면 돼."

"너어~ 분명히 ‥‥."

나는 대답 대신에 고개를 끄덕이며 방긋 웃었다. 석이가 눈을 지그시 감고 내가 하는 행동을 받아들일 준비하다가 돌연히 멈추었다.

"양호 선생님 오시면 어떻게 할려고."

"걱정 마. 한참 있다 오실걸."

나는 모로 누워 반듯이 드러누운 석이의 허리띠를 풀었다. 지퍼 고리를 당겨 열고 손을 팬티 속으로 넣으려고 하는데 석이가 잽싸게 탁 치는 바람에 내 손이 엉덩이에 떨어졌다.

"으악, 아퍼 죽겠네."

"미안, 미안 모르고 그랬어."

"그러니까 가만히 누워 있어."

"너 체육 시간에 한 행동 본심이지?"

나는 석이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손을 팬티 속에 넣었다. 석이의 말랑말랑한 자지의 감촉이 좋아 눈앞에 선명히 보이는 듯했다. 석이의 자지는 성적 반응을 보이고 팽팽하게 발기했다. 나의 자지는 왼쪽으로 휘었는데 석이는 비스듬히 배꼽 쪽으로 휘었다. 

'아~, 황홀한 전율이 온몸을 스치고 지나간다!'

내가 흠모하는 석이의 자지를 만지며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었다. 문득 얼굴이 잘생기고, 공부를 잘하는 석이에게 의문이 생겼다.

"너 딸딸히 치니?"

"그거 안하는 얘들이 어디 있니? 그러는 넌?"

"난 가끔 널 생각하며 해."

나는 창문 너머로 정원수에 눈길을 주었다. 잎이 뾰족한 향나무는 검푸른색 사이로 연녹색을 띠고 있다. 석이에게 품은 나의 간절한 바람을 풀기에 딱 좋은 계절이었다.


2. 감동 (感動)


   석이는 자전거로 통학하고, 나는 학교가 집에서 가까워서 편리했다. 아침 일찍이 등교하여 교실로 들어서자 석이가 나보다 앞서 왔다. 석이는 나를 보고 손을 흔들어 인사하더니 책가방에서 자두를 꺼냈다. 주먹만한 크기의 새빨갛게 익은 자두가 먹음직했다. 석이가 환한 얼굴로 나에게 자두를 주었다.

"너 먹어."

"나 혼자 먹기는 그렇고 반 나눠서 같이 먹자."

"좋아."

석이는 필통에서 커터 칼을 꺼내 자두를 반으로 자르다가 반쪽이 떨어지는 것을 순발력이 뛰어나 바닥에 닿기 전에 잡았다. 그런데 갑자기 핏물이 똑똑 떨어졌다. 나는 석이의 손을 꼭 잡고 의자에 올라서서 높이 치켜들었다.

"이러고 있어. 내가 일회용 밴드 갖다 줄게."

나는 응급 상자에서 일회용 밴드를 꺼내 석이의 약손가락에 감았다. 석이가 반으로 자른 자두를 나에게 주며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너 보기보다 자상한 면이 있네."

"너도 가끔 날 잘 보살펴 주잖아. 이 자두 아까워서 어떻게 먹지?"

"내 피라고 생각하고 먹어." 

나는 소리 없이 빙그레 미소지으며 석이에게 눈길을 주었다. 나와 석이는 얼굴을 마주하고 자두를 한입 깨물어 먹었다. 과육이 아삭아삭하고 석이의 마음결 만큼 달고 맛있다. 석이는 자두를 먹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나의 앞자락을 한번 툭 치고 달아났다. 나는 달아나는 석이를 바라보고 속말했다.

'에이, 바보!'


   석이는 천안 저수지 상류에 위치하고 있는 안서동 한옥에서 살았다. 성불사가 있는 산에서 샘이 솟아 산골짜기는 맑고 깨끗했다. 나와 석이는 손에 낚싯대를 들고 집에서 저수지까지 걸었다. 거울 같이 잔잔한 수면 위에 물결이 이리저리 옮겨 다녔다. 나는 처음 하는 일이라 석이가 방법을 가르쳐 준 대로 미끼를 달아 저수지에 낚싯바늘을 던졌다. 

"으악!"

"왜, 왜 그래?"

"낚싯바늘이 손가락에 ‥‥."

저만큼 떨어져 있던 석이는 낚시를 동댕이치고 단숨에 달려왔다. 나는 낚싯바늘이 약손가락을 꿰뚫어 겁먹었다. 석이는 낚싯줄을 송곳니로 끊고 낚싯바늘을 빼려고 했지만 잘 빠지지 않아 통증을 느꼈다.

"아야!"

"안 되겠다. 집에 갈 때까지 조금만 참아."

"알았어."

석이가 나의 왼손을 꼭 잡고 집으로 향했다. 석이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니퍼로 낚싯바늘을 자르고 조심성 있게 빼내 버렸다. 약손가락의 상처에 약을 바르고 일회용 밴드로 감더니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후유, 이제 안심이다."

"너 참 맘에 든다."

"왜?"

"차분하게 상처를 치료하는 걸 보면 말야. 아차, 낚싯대는?"

"넌 집에 있어. 내가 갔다 올게."

나는 툇마루에 걸터앉아 부리나케 달려가는 석이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석이가 대문을 지나고 나의 시야에서 사라지자 물끄러미 허공만 바라보았다. 감나무에 넓은 잎사귀 사이로 조그마한 녹색 감이 시야에 들어왔다. 문득 나 자신를 돌아보며 자문해 보았다.

'나는 왜 석이의 마음에 끌리는걸까?'


3. 발동 (發動)


   나는 월요일 아침에 일찍이 등교하여 석이를 교실에서 만났다. 석이가 낚싯바늘로 다친 내 손을 잡고 요리조리 살피는데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았다.

"손가락은 괜찮니?"

"응, 아프진 않아."

"우리 이따가 급우들을 놀려먹을래?"

"어떻게?"

석이가 차근차근 자세히 설명하는 것을 들은 나는 급우들이 감쪽같이 속아넘어갈 생각하며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석이가 수업이 시작하기 전에 교단에 서서 칠판에 1 부터 10 까지 숫자를 쓰고 급우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야, 내가 복도에 나가 있을테니까 니네들 중에 한 사람이 칠판에 있는 숫자 중에서 하나 찍어 봐. 그럼 어느 숫자를 찍었는지 맞출게,"

"정말? 니가 그걸 할 수 있어?"

"내 말이 의심스러우면 니가 한번 해 봐."

"좋아, 안 보이는 복도에 나가 있어."

나와 급우들이 말없이 칠판을 바라보는 사이에 한 급우가 손가락으로 8자를 찍었다. 교실 문에서 망보던 급우는 복도에 있는 석이를 불렀다.

"석이야! 이제 들어와."

석이는 교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급우들이 우리 계획을 눈치채지 않게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나는 석이와 약속한 대로 손가락을 펴서 숫자를 알려 주고, 숫자를 찍은  급우 뒤에 서 있다가 슬그머니 자리를 떴다. 석이는 급우들을 개처럼 냄새를 맡더니 한 급우 앞에 서서 능청스레 말했다.

"음, 너한테 냄새가 나는데 니가 8 자 찍었지."

"우아!"

석이의 속임수에 넘어간 급우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여러 급우들이 달려들어 숫자를 찍어도 석이가 틀리지 않았다. 

"야, 정말 놀랐는데 그거 어떻게 하는 거야?"

"그건 말해 줄 수 없고 수업 준비나 하자."

나와 석이는 학교 생활하는 동안에 시선이 마주칠 때마다 급우들 몰래 배꼽을 쥐었다.


   "선생님!"

"왜, 질문있냐?"

"화장실 좀‥‥."

"갔다 와."

"고맙습니다."

나는 선생님의 허락을 받자마자 종종걸음쳐서 화장실로 갔다. 아무도 없는 화장실에서 혼자 용변을 보는 것도 편안하고 좋았다. 용변을 마치고 화장실에서 나와 교실로 향하는데 아름드리 밤나무가 눈에 띄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밤나무를 쳐다보았다. 밤송이가 반쯤 벌어져 무엇이든 건드리면 밤톨이 톡 떨어질 것 같았다. 밤나무를 지나쳐서 몇 발짝 앞으로 가는데 밤송이가 아른거렸다. 

"에라, 나도 모르겠다."

나는 운동화를 벗어 오른손에 쥐고 밤송이를 겨냥해 냅다 던졌다.

"이런 젠장맞을 ‥‥."

운동화가 나뭇가지에 걸리자 나는 한동안 멍한 표정으로 말을 잃고 서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 나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학생, 이리 와 봐."

나는 왼발을 들고 한 발로 깡총깡총 뛰어서 교감 선생님 앞으로 다가갔다. 교감 선생님은 내 귀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잡아당겼다.

"아야!."

"공부 시간에 뭐하는 짓이지?"

"화장실 갔다 오다가 ‥‥."

내가 교감 선생님께 붙들려 교실로 들어서자 급우들이 박장대소했다. 나는 선생님과 눈길이 마주치는 순간 이제 영락없이 죽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급우들은 상습적으로 밤나무에 돌을 던지는데 나는 단 한 번에 운동화를 던졌다가 들키다니. 

'아이고 내 팔자야!'

나는 밤나무에 운동화 한 번 던지더니 끝내는 죄를 받아 쉬는 시간마다 밤을 따는 급우들의 명찰을 눈여겨보았다가 교감 선생님께 고자질했다.


4. 연동 (戀童)


   관광버스를 타고 설악산으로 수학 여행을 떠났다. 관광버스를 타고 가는 도중에 급우들이 석이에게 노래를 시켰다. 석이가 점잔을 빼자 급우들이 노래를 빨리하라고 재촉했다. 석이는 마이크를 잡고 '김정호의 작은새'를 불렀다. 급우들은 석이의 노래를 듣더니 절로 감탄을 연발하며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석이의 노래 실력이면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아 나와 급우들은 의아하게 생각했다. 우리들은 관광버스에서 내려 제일 먼저 여관 안으로 들어갔다. 출석 번호순으로 넓은 여관방에 여러 명이 배정을 받았다. 


점심 식사 뒤에 등정 코스를 산행하는데 울긋불긋 아름답게 물든 단풍이 온 산을 수놓았다. 사실 나는 빼어난 경치는 관심없고 빨리 절호의 기회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기다리는 시간이 더디게 갔다.

나는 자유 시간이 끝나고 잠자리에 들 때 석이 옆에 누웠다. 이 시간을 손꼽아 기다리던 나는 형광등이 꺼지자마자 석이의 자지를 만져 보았다.

'아, 가을이 깊어 가누나.' 

나는 석이의 자지에 심취하여 시인이 되었다. 그런데 칠흑같이 어두운 밤에 누군가 내게로 다가왔다. 급우는 내가 깰세라 조심조심 누웠다. 나는 석이의 자지를 만지다 말고 쥐죽은듯이 누워 있었다. 급우가 나의 자지를 만지려고 그러는지 배에 손을 얹었다. 내가 석이의 자지를 쥐고 꼼짝 못 하고 있자 석이는 나의 자지를 만지려고 손을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석이가 나의 팬티 속을 파고들기 전에 옆에 누워 있는 급우의 손을 재빠르게 밀쳤다. 석이는 급우의 계획을 눈치채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 저리 안 가."

"알았어."

어둠침침한 방 안에서 목소리를 들어 보니 평소에 나를 보고 느물거리던 급우였다. 나는 오싹하고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급우가 내 곁을 떠나자 석이가 웃음을 참지 못해 킥킥거리더니 귓속말로 소곤소곤했다.

"누가 만져 주면 좋아가지고 아무나 대 주지."

"에이 씨, 너랑 안 놀아."

나는 석이에게 앙칼진 목소리로 톡 쏘아붙이며 돌아누웠다. 석이는 내 골반에 손을 조심스레 얹어 놓은 뒤 바로 자지를 만졌다. 그리고 힘을 주어 나를 힘껏 당겼다. 나도 석이의 팬티 속에 손을 넣어 자지를 만졌다. 석이가 내 것을 만져 주는 산뜻한 느낌과 내가 석이 것을 만지는 행복함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밤이었다.


   저녁을 먹고 텔레비전을 시청하는데 첫눈이 펄펄 날렸다. 나는 첫눈을 보니 공연히 마음이 싱숭생숭하여 어디든 가고 싶었다. 트레이닝복을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무작정 밖에 나갔다. 우리 집에서 석이네 집까지는 꽤 멀어도 석이를 만날 걸 생각하니 마구 가슴이 설레었다. 나는 길을 걸어가는 채로 눈을 받아먹으려고 하늘을 향하여 고개를 들었다. 하늘에서 탐스러운 눈송이가 날렸다. 나는 가장 탐스러운 눈송이를 눈여겨보고 입을 아 벌렸다. 입 속으로 들어올 듯 말 듯 살짝 비켜 가는 눈송이가 얄밉게 굴었다. 나는 숨을 쉬는 바람에 눈송이가 비켜 간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숨을 참았다. 

"야, 드디어 성공!"

눈송이는 아무런 맛도 없었다. 눈 위에 커다란 발자국이 나 있어 나는 시선을 걸어가는 방향으로 따라갔다. 가로등 아래로 공중전화가 눈에 띄었다. 길에 운치있게 서 있는 공중전화를 보니 석이에게 전화를 걸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나는 공중전화 안으로 들어가 수화기를 들고 전화번호를 꾹꾹 눌렀다.

"여보세요?"

"난데, 지금 눈 오는 거 아니?"

"응, 많이 오는데."

"눈이 오는데 니가 왜 보고 싶지?'

"너 나 좋아하는구나."

'내 마음을 속속들이 잘 알면서 모르는 체하는 석이 미워!'

나는 대꾸조차 않고 속말했다. 나와 석이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흐르다가 석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너 어디니?"

"너한테 가고 있어."

"정말? 기다리고 있을게. 얼른 와."

"알았어."

나는 펄펄 날리는 눈을 이리저리 피하면서 겅중겅중 뛰었다. 천안 저수지를 지나가는가 싶더니 어느새 석이네 집이 보이는 언덕에 다다랐다. 나는 달음박질로 언덕을 내려갔다. 석이는 동네 어귀에서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어 소리쳐 불렀다.

"석이야!"

석이는 손을 흔들어 나를 반가이 맞이했다. 내가 석이 곁으로 가까히 다가가자 눈을 손으로 털어 주며 말했다.

"내가 너한테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어."

"그건 내 잘못이 아냐. 역으로 말하면 니가 원인을 제공한 거야."

"오늘은 우리 집에서 자자. 이 악마야!"

"그럼 넌 천사니? 악마와 천사가 합하면, 그것도 기대되는데."

나와 석이는 집안으로 들어가고 악마의 검은 망토에서 천사의 새하얀 깃털이 떨어져 마당에 소복이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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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 작성일
멋진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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