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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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관우.그 이름에 대하여




할아버지 께서 말씀 하셨지.



남자는 익숙한 거 한가지 면 된다꼬.




……………………………………



할아버지는 원래  농사꾼이었다. 

조상 대대로 떵떵거리며 잘 살았다는  말은

어느 집에나 있는 말이지만,

  관우의 조상님들이 잘 살았다는 말은 사실인거 같았다.

 대대로 살고 있는 집을 보면 알 수 있었다.

흔히 볼 수 없는 크기의 기와집이었다.

하지만 증조 할아버지도

할아버지도 가난했다고 한다.

땅 욕심이 많았던 할아버지는 열심히 일했고  돈이 생기는 데로 땅을 샀다. 

가격이 저렴 할 수록 넓은 땅을 살수 있다는 사실에 

농사를 지을수도 없는 뻘 땅도 

가치가 없는 돌산도  닥치는 데로 사놓았다.

그렇게 10년이 지나고 나자  울산의 도시가 팽창하기 시작했다.   쓸모가 없어서  방치 된  뻘 땅에 아파트가 올라가기 시작했고 ,

 돌산도 자재확보를 위한 건설사의 경쟁으로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갔다.

 하지만 그가 깜짝 놀란 것은 다른 것이었다.

땅위에 가건물이나 나무를 심어 놓은 땅주인들이 ,아무조치도 안해 놓은 할아버지의 땅보다 두배에서 다섯배 까지 보상금을 더 많이 받았다는 것이었다.

충격이었다

할아버지에겐 그 사실이 혁명의 단초였다.


그후로 할아버지는 도시 근교의  도로 옆에 붙어있는  

땅들을  사기 시작했다.

그 위에 허름하지만 대형 창고를 올리고  가구점을 냈다. 

가구는 시간이 흘러도 썩지 않는다는 것이 가구점을 선택한 이유였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또 십년만에  대박을 터뜨렸다.


할아버지는  말씀 하셨다,  

부자가 된다는 것은,  돈을 버는 자신만의  방법을    

한가지  알고 있다는 것이고, 

 부자가 유지 된다는 것은, 알고 있는

 한가지  방법을 계속 반복 실행하면서 실수를 줄이는것이라고.

그리고  그 익숙한 한가지를  자손들에게 확실히 

전해주는것이 대대로 부자 되는 노하우라고 수없이

 반복해 주셨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것이 그 방법대로 실행해서 돈을 벌어본 경험이라고 했다. 

돈을 벌어 본 경험이 있어야만 그 일에 대한 확신과 믿음을 가질수 있다고 .


“남자는 익숙한거 한가지만 있으면 된데이.


 사람에 대한 의리 . 일에 대한 의리를 지표로 세워라.


그걸로 인생을 축적하그라.”


… … …



관우에게  중요한 일은 가구를 파는 것보다 십년을 내다보고 땅을 사는 일이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했고 접대도 해야했다. 

아무리 작은 땅도 매입하기 위해선 , 

사돈의 팔촌까지 팔아야 했고

 때때로  알고있는 모든 인맥도 동원 해야 했다.



울산은  관우의 고향이었고, 

직업이 안들어놓은 인맥의 파라다이스 였다.

그런 곳에서  이쪽 술집을 가야만 다시 시작 한다는 선후의 말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분명  이쪽 술집엔  자신을 아는 사람들이 있을 확률이 높았다. 

 소문이 순식간에 퍼질 거란 생각에 

관우는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선후가 울산에서 직장을 잡은것은 너무 기분 좋은  일이었다.

자신이 있기에. 

자신을 만나기 위해.

자신과 다시 시작 하기 위해, 

울산으로 온것 같아 내심 흐믓해 했었다.


“짜식 의리는 있네”


하지만 그 말을 듣는 순간 놈을 울산에서 쫒아내고 싶어졌다.



c발놈. 커밍아웃으로 그렇게 마음고생 해놓고 

자신을 그곳으로 끌어들이려는 심보를 이해할 수 없었다.

생각할수록  고민할수록 해답이 없는 문제였다.

어떤 결정도 할 수 없었다.

삶과  사랑이 선택을 강요하고 있었다.



“하ㅡ. c발 졸라 하고 싶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갔다.




…………………………………



할머니 한테서 전화가 왔다.


“관우가?”

“네 .할무이.무신일 있습니꺼”

“내일. 아가   일  있다고. 유비 좀 봐달라는데 니가  아침에 아가 집에들러 우리 강아지 시골로 데리고 온나.글고 내일은 시골에서 아 하고  하루 종일 놀아주레이”

“알겠으예.들어가이소.할아버지는 어때예.”

“여전하다.내일 보자.”




… … … …


오래된 시골집이  주변의 시골풍경과 어울려 한적한  푸근함을 느끼게 하고 있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자. 넓은 마당을 기준으로 세월이 느껴지는 기와집과 빨간벽돌로 지어진 정갈한 양옥집이 나란히 놓여있었다.양옥집 현관문이 확짝 열리며  할머니가 뛰어나왔다.


“아이고 유비야. 어서온나. 아이고 내 새끼.

그새 이만큼 컸네.”

“할머니ㅡ”

아이가 두손을 번쩍들고 할어니한테 뛰어가 안겼다.

“유비는 할머니 보고싶었어요”

“아이고 ...어쩜 이렇게   이쁜 말도 잘하노”


관우는 할머니와   유비의 시끌벅적한 상봉을 지켜보다. 할아버지 한테 인사드리러 가야한다고  다시 유비를 손을 잡았다.


기와집 방문을 열고 들어간 관우는 유비랑 나란히 서서 할아버지 한테 큰절을 올렸다.

혼자 들를 때는 저왔으예 라는 인사로 모든게 끝나는데 아이랑 오면 어릴때 아빠 행동이 곧 

교육이라고 할아버지가 절을 시켰다.


아이가 세발 자전거를 타고  마당에서   놀고 있었다.

할어니가  자신을 따라 다니니 아이는 더 신나했고 웃음소리도 높았다.


“ 할아버지 건강은 어때예”

“뮈 맨날 그렇타.잘왔다.  오늘은  니하고

 이야기나 해야겄다.

처음으로 하는 야기도 있고  들은 야기도 있을끼라 .

잘들어라. 이 할아비가  죽으면 묻힐 이야기다.…

이제. 죽을날이 멀지 않으니  자꾸 잊고 있었던 지나간것이 생생하게 생각나네.”


“어데예. 괘차하시고. 저 더 가르쳐 주셔야지요.아직 모르는게 많습니더.”


“일 없다.글고 끊지 말고  잘 들으라. 이야기할 시간이 더 있을지 모르겠구구나.”


“네”



관우는   좌식의자에 기대어. 이불을 덮고 있는 할아버지를 위해 등에 푹신한 베게를 끼위 조금 더  비스듬이 눞여  놓았다.

할아버지의 숨결이 한결 편해 보였다.

열어놓은 문밖에선 증 손주가 뛰어 놀고 있었고.

해맑은 아이의 웃음소리가 기분 좋은지. 할아버지의 표정은 부드러윘다.

그리고 정신도 모처럼 맑았다



“니도 낙석사 알제.”

“네.어렸을 때 부터 할머니 하고 자주 다녔어예”.

“니 할메가 니 아부지 낳고 거기로 가서  젊은 스님한테   사주팔자를 보았단다. 그 스님이. 좋은 스승 밑에서 명리학을 공부했는데 명석해서 그런지 성취가 남 달랐다고 주변에 소문이 자자한 분이었제.


  “다 좋은데 단명합니다.   하고 싶은거 다 해보고 죽게, 막지 마시고

인연또한 억지로 역지 마이소.. 다 부질없는 인연이니까 소용 없습니다. ”’  

그리고 돌아 앉아. 니 할메를 쫒아냈단다. 

그러면서“과보다 과보여”  하고 혀를 차고 염주를 돌리더란다.


그래서 할멈이   울면서  돌아왔고  그때부터 니 할메가 온갖 산을 다니며 궂을 했고. 절이란 절은 다 찿아가 니 아부지를 팔아 승적에  올려 놓았다.



이 할아비가 그 말을 듣고 니 아부지 이름을 장비라고 지었데이.

타고난 명이 짧다고 하니까

짧지만 굵고 강하게 살아가길 바랬다.

이 할아비가 평생  삼국지 만 읽은건 알고 있제?”


“네, 어렸을때. 동구밖에서도 할아버지가 삼국지를 소리내어 읽으시는거. 많이 들었습니더”


“그래 내가   글로 아는 세상은 삼국지 밖에 없었다.


할아버지는  그리운듯  아련한 미소를 띄고있었다.


“니 아부지 성격은 소탈했고  사내다웠고 의리가 있었다.

그러면서도 마음은 한없이 착해서.한번도 부모 속을 썩인 적이 없었단다. 아니  단 한번  있었지. 

3대 독자라서 군대를 안가고 6개월 방위로 빠져도 되는데 굳이 군대 간다고 떼를 썼단다.

그때 왜 스님이 애 하고 싶은거 막지 말라는  말이 떠올랐을까....

그래서  니 할메가  부랴부랴 선을 봐서 혼인을 시켰지. 

혼인 안하면 절대 군대  못 보낸다고 니 할메가. 머리에 티두르고 단식 까지 했단다. 

니도 한번 당해봤으니 니 할메가 성격 나오면 알제.?”


“네. 잘 알죠.후후후”


할머니 성화에 관우도 남들보다 빨리  중매 결혼을 했고 , 서로 너무 맞지 않아서 3년 만에  합의 이혼을  했다..

아이는 그녀가 재혼 할 때까지  키우기로 했다.



“”스님 말대로  군대가서  니 아부지가 죽어 나왔다.

니는  니 아부지가 죽고 태어났지.

그놈은  지 자식이 생겼는지도 몰랐단다. 후ㅡ

다행이 니 아부지는 죽었지만 훈장도 타고

국가유공자가 되어서 집안에게도 자식에게도 

앞 길은  열어 주고 갔제.


“그 놈이 불효자는 아닌기라.”


할아버지의 눈가가 촉촉히 젖어왔다.



여기 까지는 관우도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니가 태어나자 할메가. 

니를 안고 다시 낙석사로 찿아갔데이.

주지스님된 그 스님께 대뜸 감사하다며 큰 절을 하고

 절 재건 불사가 있으연 시주하겠다고 말했지 .

그리고 니 하고 니 사주팔자를 내밀었단다”



“지는 …  사주 팔자가 어떻게 나왔는데예”


머리가 쭈뻣 섰다.

관우는 자신도 모르게 침욱을 꿀꺽 삼키며

할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지 아부지의 소원을 이루는 아이”라 했다.

그리고 네 얼굴을 유심히 살펴 보더니

“지 아부지 덕에 인복이 들어 왔으니 들어오는 

인연 막지 마시고 가는 인연 잡지마시게” 그리고

대를 잇고 싶으면 혼인을 일찍 시키라고 말했단다.”


 “그래서 할메가 그 난리를 피윘군요”


  관우는 그제서야  손주의 결혼에 목숨 걸고

 메달린 할머니가 이해됬다.


“그런데 전 아빠의 소원을 모릅니더.”


“내도 모른다.

 니 아부지의 유품이라도 있으면 알수 있을까 싶어서 

군대에 몆 번을 찿아가도한개도 얻을 수가 없드라.

군대에서 같이 생활하던 사람들도 찿을 수가 없었데이.

일급비일이라고 알려주지 않드라.

군대에서 가져온 거라곤.

니 엄마가 면회 갈때마다 챙겨온 사진 몇 장밖에 읍다.





아버지의 소원을 이루는 아이라....관우는

어쩌면 평생을 쫒아서라도 해결 해야할  

숙명를 만난것 같았다.

마음이 무거윘다.

아버지의 소원을 이루는 아이라....

그 말이 저절로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


관우는 사랑도 관심도 돈도

살아 오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오직 없는 건 아빠였다..

그래서 관우에 있어 모든 친구들은 부러움의 대상이었고  

아빠 나이의 중년들은 동경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중년의 남성을 대하는게 

부자연스러웠다.


어렸을때 친구따라 친구아빠와 목욕탕을 갔었다.

친구 아빠가 자신을 씻겨주자 너무행복 했다.

아빠랑 목욕하는게 이런 거군나 하고 느끼는 날이었다. 

하지만그분의 눈빛을 보니  관심 없는 친절이 느껴졌다.

 마치 장애자가 도움이 필요할때.

 지나가는 사람이 도움을주고. 

곧바로 그 상황을 지워버리는 무심함이 느껴졌다.

그후로 관우는 목욕탕 가는게 싫어졌다.


선후를 만나고 서로에게 빠져들었을때

선후의 지갑에 들어 있는

 아빠의 사진을 보는 순간 

관우는 그사진을 자신의 지갑으로 옮겼다.

무슨 이유가 있는 행동이 아니었다.

지금 까지도  그 행동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알수없었다.


그냥 갖고 싶었다.


그분이 지금 자신에게 온다고 전화가 왔다.

그리고 선후가 나이가 먹으면 

저렇게 늙겠구나 하고 생각이 드는  멋진 중년이

  가구점으로 걸어들어왔다.


“선후 아빠네”


“아.네. 알고있습니다.안녕하셨습니까”


꾸뻑. 고개를 숙이는 관우에게 그분은 관우의 어깨를 두드렀다.


“그땐 미안 했네. 많이 아팠지?”


“아...아?  아니라예. 하나도 안아펐스예.”


“미안 하네 나때문에 마음고생 많이 한걸로 알고 있네”


“아니라예. 그게 우리아빠가 있었으면 나도 저렇게 두둘겨 맞았겠구나 하고 좋았습니다.”


‘하. 좋았다니, 으이구 . 그리고 사투리는 안쓰기로 했는데’ 생각하며  관우는 속으로 투덜거녔다.


“선후는 만났는가?”


중후한 목소리에 관우는 정신을 차렸다.


“네. 한번 만났습니다.”


“이제와서. 이런 말하는것은 하는것이 염치 없지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일부러 찿아 왔네”


“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허허 .너무 긴장하지 말게. 따지거나 야단치러 온게 아니네”


“헤헤. 첫 만남이 … …헤ㅡ.네”



관우는 그제서야  힘이들어갔던 어깨가 자연스럽게 내려가는걸 느꼈다.



“선후가 10년 만에 집에 왔었네. 

술을 취해  들어와서 한 일이 

내 발목을 잡고 엎드려 우는 것 뿐이었네”


정우의 눈가에 엷은 습기가 차올랐다.


“아무말도 하지 않았네 아무말도. 

윈망이라도 해주었다면 내 속이 조금 편했을 텐데.…

그렇게 소리내서 우는 모습에 가슴이 너무 아팠네. 

통곡 이였네.. 

모든 아픔들을 삭이고  삭여  가라 안친뒤. 

아빠 나 이제 괜찮다고  소리지르는것 같았네.

그래서 아직도. …   아직은 행복하지 않다고

 말해주는것 같았네.”



정우는 젖은 눈으로 관우를 바라보았다.


“선후를 웃게 해주게”


“네?”


“부모란  자식의 불행을 성장의 기회로 

생각하는 대범함도 있지만.

 때론 자식의 아주 작은일에도  마음이 상해  

아무  일도 못할 정도로   괴로워 하는게… 또 부모라네. ”


“…………”


관우는 고개를 끄떡이며. 

자신의 기슴에  파동치는 심장소리를 들었다.



“선후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진거 같아 

그날 부터 아무것도 할수 없었네”


가슴이 두근 거렸다.


“선후를 웃게 해주게. 부탁하네”





…………………



공항에서 가는 길에 운전하는  관우를 보며

정우는 그 모습의 익숙함에 미소를 지었다.


처음 보았을 때보다 관우는  덩치도 굵어지고  

목소리도 더 남자다워져 있었다.

얼굴도 그때는 생각나지 않을정도로 변해있었다.

그리고 그 얼굴이 너무 익숙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선후는 안 만나고 올라가십니까”


“아직은 아빠를  불편 해 할것 같네”


“네… …”


“언제 집으로 놀러오게. 

선후 엄마도 보고싶어 하네.”


“헤.….네”



정우가 공항 게이트 앞에서 

 관우에게 처음으로  손을 내밀었다.

관우가 그 손을 잡는 순간이였다.

그 찰라의 순간,

 둘은 왠지 오랬동안

기다렸던 신호등이 껴지는것  같은 느낌을 동시에 받았다.

아직은 빨간색이어서 건널수 없는 느낌이지만

주변으로 민들레 꽃씨가  훨훨 날아다니는 느낌이었다.


관우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정우는 미소지으며  손을 흔들고 게이트안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묘한 감정의  파동은 여운 처럼

 그들의 가슴에 남아 흐르고 있었다..


“역시 . 멋진 분이군”


관우는 뒤돌아서며 중얼거렸다


“선후야.기다려라.형아가 간다.”


…………………


비행기를 타기 전 정우는 후배에게 메세지를 남겼다.

관우의 이름과 전화번호였다.


(이 사람의 모든것을 조사해주게 .부모 까지도.

네번째를 사용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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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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