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황석호 -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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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1994년 3월 12일 토요일
영기가 연습실에 옛날 노가다 할 때 만났다는 아저씨를 데리고 왔다. 나만큼 덩치가 크고 우락부락하게 생긴 아저씨였다. 고기를 사주니까 맛있게 먹기는 했는데, 눈빛이 좀 이상했다. 나랑 민구를 바라보는 눈빛도 그랬고, 영기를 바라볼 때도 그랬다. 특히 영기를 바라볼 때의 눈빛이 왠지 내가 영기를 바라보는 눈빛이 저렇지 않을까 싶었다. 어쩌면 아저씨는 나랑 똑같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노가다를 한 지 몇 년이 지났는데, 갑자기 영기를 만나러 온 것도 그렇고 연습실까지 따라오는 건 보통의 일이 아니지 않는가. 헤어질 때 보니까 아저씨 바지 앞이 불룩한 게 진짜 나랑 똑같았다. 나처럼 영기를 따먹고 싶은 마음이 있어 보여 동병상련이 느껴졌다. 아저씨가 나처럼 게이라면 아저씨 인생이나 내 인생이나 참 조ㅈ같다. 안 그런 척하면서 존.나 여자 따먹고 다니는 영기한테 헛물을 켜고 있으니까....
1994년 4월 4일 월요일
설날에 민철이 형한테 들은 곳으로 찾아갔다. 어둠 속에서 나를 더듬는 손길이 있었다. 긴장이 됐지만 몹시 흥분도 되었다. 바지 속으로 손이 들어와 내 자지를 만졌다. 놀라는 표정이 어둠 속에서도 보였다.
여관에 가서 섹스를 했다. 자지가 크다고 못하겠다고 하는 걸 잘 꼬셔서 박았다. 좋아할 거면서 앙탈 부리는 건 뭐지? 신나게 박다가 쌌다. 근데 씨.발.... 존.나 허탈했다. 내가 먼저 씻고 여관을 나오려는데 너무 좋았다고, 또 만나자고 나한테 삐삐 번호를 적어줬다. 씨.발 마음이 복잡하다.
1994년 6월 22일 수요일
영기가 또 나에게 가사를 써서 줬다. 영기가 가사를 써 줄 때마다 나는 너무 기분이 좋다. 꼭 나한테 연애편지를 보내는 것 같아서. 노래 만들 걸 공개하고 싶은데, 그러면 다른 사람들도 보고 듣는 거니까 절대로 그럴 수 없지. 영기가 나한테 써 준 가사니까 나만 보고 나만 부를 거다.
오늘 영기가 써 준 가사는 진짜 완전 내 얘기였다. 진짜 나는 영기만 바라보는데, 영기는 나를 쳐다봐주지 않아 안타까운 내 마음이 가사에 고스란히 실려 있었다. 가끔 꿈에 나오는 영기랑 사랑을 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영기가 다른 곳을 보고 있어도 나는 항상 영기를 바라보고, 내 마음 속에는 영기가 들어 있는데, 이런 마음이 가사에 모두 담겨 있어서 영기가 내 마음에 들어왔다가 나간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소름도 좀 끼쳤다. 내 마음을 알고 가사로 적어서 나를 엿먹이는 게 아닌가 싶은 마음도 들었다.
혹시나 싶어 짝사랑 하냐고 물었더니 역시나 그랬다. 영기도 나처럼 짝사랑을 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내 마음과 같은 가사가 나올 리 없었다. 영기가 짝사랑하는 국문과 어떤년아, 존.나 부럽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영기의 마음을 가져갔으니까.
영기가 용기를 내어 고백을 해서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과 연애를 했으면 하고 바라면서도 절대로 고백하지 말라고, 그냥 연습실에서 내 옆에서 베이스나 치라고 빌었다.
1994년 7월 29일 금요일
진짜 인간적으로 너무 덥다. 발가벗고 다라이에 들어가도 그때뿐이다. 덥기는 해도 발가벗고 합주를 하니까 영기 몸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영기 자지가 딸랑거리면 저절로 자지가 선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니까 다행이다.
1994년 8월 5일 금요일
오늘 영기가 나한테 똥꼬 따일까봐 겁난다는 말을 했다.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아서 간담이 서늘했다. 민구랑 영기가 요즘 부쩍 친해진 거 같아서 기분이 좀 그랬다. 민구가 영기 엉덩이 이쁘다고, 똥구멍 대달라고 할 때 하마터면 나도 대달라고 말할 뻔했다. 민구가 말하는 걸 보면 나처럼 진짜 똥구멍에 조ㅈ 박는 걸 좋아한다는 게 뻔히 드러난다. 한두 번 박은 게 아닌 것 같다. 민구가 자기 조ㅈ에 침을 바르고 영기 엉덩이에 갖다 댔다. 장난인 줄은 아는데, 민구는 왠지 장난이 아닌 것도 같았다. 자세로 봐서 딱 맞았다. 민구도 그랬지만 영기가 가만히 있는 게 화가 났다. 나는 하고 싶어도 못하는데 장난이랍시고 둘이 껴안고 있는 게 부아가 나서 수건을 던지고 소리를 질렀다.
나는 혹시나 내가 게이라는 것을 들킬까봐 장난으로도 못하는데 민구랑 영기는 진짜 하는 것처럼 해서 너무 짜증이 났다. 영기가 나한테 화를 냈다. 왜 나랑은 그런 장난을 안 치고 민구랑만 치냐고,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영기한테 똥구멍 아무나한테 다 대준다고 했는데, 영기가 내 마음을 읽은 듯이 민구는 장난인데, 나는 진짜 찌를 것 같다고 했다. 영기가 너한테는 안 대줘서 삐졌냐고 할 때는 정말 마음을 들킨 것 같아서 소름이 돋았다. 민구랑도 장난을 쳤으니 나도 장난치는 것처럼 진짜 영기 똥구멍에 조ㅈ을 박으려고 벌떡 일어나는데, 철우가 말려서 못했다. 씨.발 존.나 아쉽다. 마지막으로 달릴 때, 영기 엉덩이를 보면서 기타를 치는데 존.나 꼴렸다. 땀은 나고, 자지가 기타에 쓸려서 나도 모르게 사정을 했다. 조ㅈ물이 영기 허벅지에까지 튀었다. 씨.발 존.나 좋았다.
어쩌면 영기는 내가 게이라는 걸, 자기를 따먹고 싶어한다는 걸 아는지도 모르겠다. 민구랑은 스스럼없이 장난을 치면서 나랑은 거리를 두는 게 딱 그렇게 보인다. 오늘 조ㅈ물까지 쌌으니까.... 씨.발 어떡하지....
1994년 10월 31일 월요일
올해도 모든 예심에서 다 떨어지고 그냥 한 해가 흘러간다. 더위도 참고 그렇게 열심히 연습했는데.... 내가 곡을 못 쓰니까.... 씨.발 멤버들한테 존.나 미안하다. 특히 영기한테는 더 미안하고 고맙다. 1차 예심 때 영기를 메인보컬로 세우는 게 어떻느냐는 심사위원의 제안에 내가 난감해 하고 있을 때 영기가 절대로 안 된다고 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오늘 영기 자취방에 놀러갔다가 책상에 방송국 명함이 있어서 뭐냐고 했더니 드라마 PD 명함이라고 했다. 특채로 탈렌트 데뷔시켜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했다. 씨.발.... 사람 보는 눈은 다 똑같았다. 어쩌면 영기는 밴드보다 탈렌트가 훨씬 더 어울렸다. 영기가 그 제안을 받으면 밴드에서 나가는 것은 물론이고 나 같은 놈은 쳐다도 안 볼 건데.... TV에 나오면 엄청 인기가 많아질 테니 이쁜 연예인이랑 사귀고, 팬레터도 존.나 많이 받고, 엄청 잘 나가서 나는 옆에도 못 갈 게 뻔해서 존.나 심란했다.
근데 이 미친 새끼가 명함을 찢었다. 진짜 속을 알 수가 없는 새끼다. 내가 솔로 가수로 데뷔할 제안을 받으면 나는 쪼끔 고민하다가 멤버들한테는 미안하지만 받아들일 거 같은데....
1994년 11월 17일 목요일
인문대 공연도 영기랑 반반씩 노래를 불렀다. 씨.발 유치하지만 영기가 여학생들한테 환호 받는 게 싫어서 박박 우겼다. 영기가 여학생들한테 손 흔들면 존.나 질투난다. 저년들 중에 한 명씩 골라서 영기가 따먹는다 생각하면 더 질투 나고 어떨 때는 화도 난다. 여자들보다 내가 훨씬 조ㅈ도 더 잘 빨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애무해 줄 수 있는데, 발가락도 빨고 똥구멍도 빨아 줄 수 있는데.... 씨.발.... 나는 보지가 없구나.... 보지가 있어도 영기가 나한테 관심이나 보일까? 씨.발 남자인 게, 뚱뚱한 게 죄다.
1994년 12월 20일 화요일
제주도 너무 좋다. 멤버들이랑 다 같이 오니까 더 좋다.
근데 영기가 민구랑 자니까 좀 조ㅈ같다. 민구도 영기 옆에 찰싹 붙어서 다니니까 내가 끼어 들 틈이 없다. 씨.발 혹시 김민구 이 새끼 나처럼 게이 아냐? 근데 아무리 봐도 안 그렇다. 지가 따먹은 여자 얘기할 때 눈 반짝이는 거 보면 절대로 아니다. 섹스를 어떻게 했는지 말하는 거 듣고 있으면 포르노 비디오 보는 것 같다.
근데 이 새끼들 둘이 자면서 여름 때처럼 장난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그러다가 진짜 하는 거 아냐? 씨.발 혹시나 만약에 민구랑 영기랑 하면 민구 이 새끼 죽여 버릴 거다. 죽이면 드럼 치는 사람이 없으니까 조ㅈ몽댕이만 잘라 놓을 거다. 자꾸 여름 때 민구랑 영기가 장난치던 게 떠오른다.
철우가 놀러 와서 뭐 쓰고 앉았냐고 빨리 불 끄라고 지랄이다. 불 끄고 자야겠다.
1995년 2월 17일 금요일
드디어 졸업을 했다. 영기 누나들을 보니까 영기가 왜 잘생겼는지 알 만 했다. 유전인 듯 인물 집안이었다. 우리집 남자들은 다 뚱뚱하니까 그것도 유전인가....
연습실에서도 사진을 찍었다. 이제 대학생 신분이 아니니까 본격적으로 노래 만들어야 한다는 의무감과 책임감이 든다.
1997년 6월 29일 일요일
철우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민구가 많이 부러웠는지 술을 진탕 마셨다. 영기도 부럽다고 했다. 나도 부러웠다. 나 같은 게이는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어도 결혼 자체를 못하는데, 철우는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는 그 자체가 부러웠다.
영기랑 연습실에서 해철이 형 노래를 들었다. 영기를 바라보며 너도 언젠가는 철우처럼 결혼을 하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철우처럼 결혼은 못해도 속 시원히 영기한테 사랑한다고 말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내 속 편하자고 그럴 수는 없었다. 게이인 내가 자기 자지를 만졌다는 사실에 영기는 엄청 더러워할 테니까. 그냥 이대로 마음속으로 간직하면서 영기를 바라볼 밖에 도리가 없다. 그래야 그나마 영기 옆에 있을 수 있는 거니까.
1997년 7월 30일 수요일
처음으로 오디션을 봤다. 다행히 일주일에 한 번 공연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앨범을 내기 전에는 공연을 안 하려고 했는데,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8월 6일이 첫 공연이다. 열심히 연습해서 잘 해야지.
근데 오늘 영기랑 민구가 같이 자고 있던 게 자꾸 마음에 걸린다. 발가벗고 자는 것도 그렇고, 방에 들어가자마자 나는 냄새도 그렇고, 수건에서도 냄새가 났다. 민구는 내가 있든 말든 포르노 보다가 딸딸이 잘 치는 새끼니까 그냥 딸딸이를 쳤겠지 싶었는데, 영기가 발가벗고 자는 거는 좀 그랬다. 나랑 같이 잘 때는 아무리 더워도 절대로 안 그러는데, 한여름에 이불까지 덮고 자는 놈인데.... 진짜 영기는 내가 게이인 걸 알고 선을 긋는 건가....
민구가 영기랑 2대1로 하자고 농담할 때 그 농담을 진담처럼 받아들이고 진짜 하자고 할 걸 그랬다. 씨.발 존.나 후회된다. 클럽 오디션만 아니었으면 분위기 조성해서 할 수도 있었는데.... 혹시 진짜 민구도 할 마음이 있었던 건가. 나한테 남자 똥구멍에 조ㅈ 박을 수 있냐고 물어서 자격지심에 미쳤냐고 욕을 하니까 자기는 똥구멍 느낌이 너무 좋아서 남자 똥구멍에도 조ㅈ 박을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랬으니까 민구 이 변태 새끼는 진짜 하자고 하면 할 수도 있는 새낀데.... 씨.발 김민구 이 새끼 진짜 영기 똥구멍에 조ㅈ 박은 게 아닐까? 설마.... 만약 그랬으면 영기가 가만 안 있었겠지.... 씨.발 날도 덥고 영기랑 하고 싶고 그러니까 별 생각이 다 든다.
1997년 8월 6일 수요일
오늘 클럽에서 첫 공연을 했다. 사장이 관객이 없을 수도 있다고 그랬는데 설마 했었다. 근데 진짜 하나도 없었다. 그래도 사장이 좋다고 해줘서 기분은 좋았다.
씨.발 도전의식이 생긴다. 주말 공연을 할 수 있도록 좋은 곡도 많이 쓰고, 존.나 열심히 해야겠다.
1998년 12월 31일 목요일
나이 서른이 두 시간 남았다. 그동안 해 놓은 것도 없는데, 나이만 들어간다. 그나마 금요일 저녁 공연이 우리 시간이라 버틸 수 있다.
2000년 2월 10일 목요일
드디어 앨범이 나왔다. 가내수공업으로 한 장 한 장 만들어서 비닐 포장만 맡겼다. 이 앨범을 내느라 고생해 준 멤버들에게 고맙기만 하다. 영기 목소리는 정말 신이 준 선물 같다. 어쩜 이렇게 잘 부를까....
씨.발 갑자기 짜증이 난다. 노래방에서 노래 불러주고 얼마나 많은 여자를 꼬셨을까. 눈 살짝 감고 발라드 부를 때 긴 속눈썹에 작은 입이 오물거리는 거 보니까 진짜 쌀 거 같던데.... 웬만한 여자는 다 넘어갈 듯하다. 공연 끝나고 민구가 따먹은 년들만 해도 제법 되는데, 영기는 얼마나 많이 따먹었을라나.... 민구처럼 따 먹은 년 자랑질을 안 하는 새끼라서 더 궁금하다. 씨.발 그냥 알아서 막 벌리겠지.... 씨.발년들 부럽다.
2002년 4월 17일 월요일
뮤직비디오를 찍었다. 다시 간 제주도는 여전히 좋았다.
감독이랑 싸운 게 좀 마음에 걸린다. 편집 조ㅈ같이 해주면 어떡하지? 씨.발 누가 영기를 가운데 내세우면 화면발 잘 사는 거 모르나. 그렇게 되면 안 그래도 인기 많은 영기가 더 부각돼서 여자들이 더 많이 찾을 건데.... 암튼 내 덩치로 영기를 다 가려놨으니 나름 성공이다.
근데 이영기 이 새끼는 마음속에 보살이 들었나.... 옛날에 가요제 예심 때도, 탈렌트 제안도 그러더니 이번에도 양보를 했다. 얼굴도 잘생긴 게 마음도 착하니까 진짜 사람이 아닌 거 같다. 하긴 그래서 내가 더 좋아하고 사랑하는 거지만. 에휴~~~ 그럼 뭐해. 표현도 못하는 걸.
2000년 6월 16일 금요일
은정이가 자꾸 달라붙는 게 너무 귀찮다. 팬이랍시고 다가와서 고마운 마음에 몇 번 같이 술을 마셔줬더니 이제 그걸 당연하게 여긴다. 멤버들한테 내가 좋다고, 나만 좋으면 사귀고 싶다고 선언까지 했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뚱뚱한 내가 뭐가 좋냐고 그랬더니 자기는 영기 같은 멸치 스타일은 딱 질색이고 나처럼 마당쇠 스타일이 좋다나 어쨌다나. 씨.발 미.친년이다. 철우는 은정이 정도면 이쁜 거니까 사귀어 보라고 하지만 나를 몰라도 한참 모르는 말이다. 마당쇠 스타일 좋아하면 여자 존.나 밝히는 민구랑 사귈 것이지.... 은정이 년도 참 남자 보는 눈이 없어도 한참 없다. 어쩌면 내 팔자랑 똑같은지도 모르지. 일반을 좋아하는 게이인 나나, 게이를 좋아하는 여자인 은정이나 팔자가 조ㅈ같은 건 매한가지다.
2000년 8월 2일 수요일
영기한테 죽을죄를 졌다. 발단은 에어컨 때문이다. 차만 끊어지지 않았어도, 덥지만 않았어도 영기 자취방에 안 갔을 텐데.... 갔더라도 민구만 없었으면, 영기가 잘생기지만 않았으면 또 그런 일이 없었을 텐데.... 이게 다 핑계다. 내 이기심과 욕망 때문에 벌어진 일이니 모두 내 잘못이다.
민구랑 야한 얘기를 한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야한 얘기를 해서 조ㅈ은 꼴리고, 영기는 바로 옆에 누워 있고, 게다가 맨엉덩이가 그대로 보였으니 내가 참을 수 없었던 것은 너무 당연했다. 그래도 참았어야 하는데, 나도 민구처럼 장난을 치면 영기가 받아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그냥 살결을 만졌을 뿐인데, 역시나 영기가 바로 정색을 하고 뿌리쳤다. 장난이라고 변명을 했는데도 영기는 화를 냈다. 민구랑은 발가벗고 잘만 잤으면서, 연습실에서 발가벗고 서로 등 밀어 주고 껴안고 그랬으면서, 나한테는 정색을 하니까 섭섭하기도 하고 화도 났다.
정말 내가 미쳤지. 진짜 영기를 따.먹어야겠다는 마음이 어디서 나온 건지 지금 생각해도 모르겠다. 내가 똥구멍에 조ㅈ을 박.아주면 모든 게이들이 다 좋아했으니까 당연히 영기도 좋아할 것이라 생각했다. 탑이라고 깔짝대는 것들도 내가 박.아주면 받으면서 바로 쌌으니까. 콘돔 없이 생자지로 하면 더 자신이 있었다. 그렇게 한 번 하면 영기도 색다른 경험에 나한테 넘어올 것이라는 생각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인지.... 영기가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더 따.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씨.발 영기 똥구멍에 귀두가 들어갔을 때 진짜 미치는 줄 알았다. 눈이 돌아갔다. 제대로 하고 싶었다. 민구가 진짜 할 거냐면서 음흉한 웃음을 짓는 걸 보고 더 잘됐다 싶었다. 민구를 증인으로 삼아서 영기가 나한테 공식적으로 따먹혔다는 걸 알리고, 영기를 내 걸로 만들고 싶었다. 나는 자신이 있었다. 영기가 색다른 쾌락을 느끼고 나한테 다시 안길 것이라 믿었다. 그러면 나는 평생을 영기만 안고 지내면 되는 것이었다. 씨.발 그토록 바라던 영기의 똥구멍에 자지가 쑥쑥 들어갔다. 온몸에 전기가 통하는 것 같았다. 그때 민구를 보는 게 아니었는데.... 민구의 눈이 똥그래지는 것이 보였다. 내 조ㅈ이 영기 똥구멍에 들어간 것을 본 것 같았다. 민구도 똥구멍으로 많이 한 놈이니까 딱 봐도 알 것 같았다. 나는 혹시나 민구가 의심을 할까봐 자격지심에 영기가 여자 같다고 그랬다. 민구도 인정을 하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영기가 엄청 힘을 써서 나를 밀쳐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내가 힘으로 누르면 아무리 탑이라고 못하겠다고 하던 놈들도 꼼짝을 못했는데, 영기는 달랐다. 진짜 남자였다. 영기가 욕을 하고 밖으로 나갔을 때에야 나는 제정신을 차렸다. 내가 영기한테 죽을죄를 지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민구가 당황하는 모습이 보였다. 민구한테 너무 쪽팔렸다. 씨.발 시간을 되돌렸으면 좋겠다 싶은데 그럴 수가 없어서 정말 죽고만 싶었다.
전화도 안 받고, 문자메시지에도 답이 없다. 오늘 연습실에 나오지도 않았다. 집에 찾아가도 없었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 같다. 씨.발 어떡하지.... 민철이 형 말대로 절대 일반은 건드리면 안 되는 건데.... 씨.발 조ㅈ 됐다.
2000년 8월 4일 금요일
영기가 왔다. 꼭 올 거라던 철우의 말이 맞았다. 못할 줄만 알았던 공연도 했다. 정말 다행이었다. 영기한테 너무 미안하고 고마웠다. 너무 미안하니까 미안하다는 말이 오히려 안 나왔다. 평소에 미안하다는 말을 안 하고 사니까 더 그랬다. 씨.발.... 존.나 미안한데, 내 미안한 마음을 영기가 알아줬으면 좋겠다.
2000년 8월 10일 목요일
영기가 웃었다. 가슴에 꽉 막혀 있던 체증이 확 내려가는 것 같았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영기는 진짜 남자다. 앞으로 장난 같은 건 절대로 안 칠 거다. 영기한테 이상한 마음도 절대 품지 않을 거고, 영기가 하자는 대로 무조건 따를 거다.
2000년 10월 24일 화요일
영기가 어머니 병간호를 위해 고향에 내려가야 한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도 거짓말 같다. 과외까지 정리한 걸 보면 뭔가 큰 일이 생긴 건 분명해 보인다. 이유가 어찌되었든 영기가 하자는 대로 무조건 따르기로 했으니 영기가 마음이 편하도록 받아들였다.
영기가 말은 안 해도 그 이유가 나 때문이라는 걸 잘 아니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내 욕심이 영기를 내보내게 만들어서 마음이 무거웠다. 병간호 때문에 당분간이라고 말을 했지만 그건 차마 그만 둔다는 말을 못해서 뜸을 들이는 것이라는 걸 나는 너무나 잘 안다. 영기는 그런 놈이니까.
벌써 밴드를 그만 둔다고 결정을 내린 것 같지만 미련은 남아 있는 것 같으니까 그 당분간 마음을 돌리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아마 벌써부터 그만 둔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고3 학생들 때문에 과외를 그만 둘 수는 없으니까 종강을 할 때까지 기다린 것이 분명하다. 작년에도 이맘 때 고3들 종강했으니까. 여름에 내가 죽을죄를 지었을 때 며칠 안 나오면서 밴드에서 나갈 거라고 결정을 했지 싶다.
마음 정리를 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씨.발 내가 미친놈이다. 그때 내가 정말 잘못했다고 사과를 하면 다시 남아줄까?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거라고 진심으로 잘못을 빌면.... 내가 영기라도 그러면 더 기분이 나쁠 거 같다. 영기한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것 같아 너무 마음이 아프다.
제발.... 당분간 쉬기만 하고 밴드를 그만 둔다는 말은 안 했으면 좋겠다. 그 당분간이 1년, 2년 아니 10년이라도 좋으니까 그만 둔다는 말은 진짜 안 했으면 좋겠다. 밴드는 마약 같은 거니까 그렇게 쉬다가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거니까. 그만 둔다고 말을 해 버리면 영기 성격에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니까.... 제발.... 제발....
2000년 12월 1일 금요일
결국 영기가 떠났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연습실에 들어왔을 때부터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나름 마음의 준비를 했다 싶었는데, 막상 그만 둔다는 말을 들으니까 그게 아니었다. 그냥 붙잡고 싶어서 아무 말이나 막 하고, 그만 두는 이유를 알면서 진짜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나 때문이라고 솔직하게 말하면 무릎 꿇고 빌려고 했다. 하지만 끝까지 말을 하지 않았다.
베이스를 깨끗이 닦아서 영기에게 건네고 끌어안았다. 영기가 내 품 안에서 울었다. 밴드를 그만 두는 이유가 나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 나는 한 줄기 희망을 품고 언제든 다시 돌아오라고 말했다.
철우랑 민구가 술이나 빨자고 하는 걸 거절했다. 술을 입에 대면 진짜 죽을 때까지 마실 것 같아서였다. 연습실에는 영기의 흔적이 너무 많이 남아 있었다. 영기랑 둘이서 노래를 부르며 치던 통기타가 눈에 들어왔다. 두 개 중에 하나는 영기의 손때가 묻은 것이었다. 통기타도 가져가라고 줄 걸 싶었다. 통기타를 들고 줄을 튕겼다. 영기의 체온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영기랑 같이 기타 치면서 노래를 부르면 언제나 그날 밤에는 꿈에 영기가 나타났었는데.... 꿈에서 영기한테 사랑한다고 속삭였는데.... 이제는 그러지도 못할 것 같아 갑자기 눈물이 나왔다. 정말 한참을 울었다.
더 이상 여기에 있을 수는 없을 것 같다. 내일부터 당장 다른 연습실을 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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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얘기하셨든..자기 맘 얘기는 해야 하는것 같아요..
행복할때나 슬플때나..
그래야 오해도 풀리고...
가슴 아리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