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와이프의 후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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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르렁.. 푸후...'


계속해서 코를 고는 재홍. 어둠 속에 두 눈이 완전히 적응된 태풍은 몇분 째 닫힌 문고리를 가만히 잡고 서서 재홍을 내려다보고 있다. 술에 꼴아 뻗어버린 재홍 형님의 모습. 형님의 두툼한 몸집. 과하게 단단하지도 않지만 자연스러운 그대로 매력있는 자태에 심장이 쿵쿵대는 태풍의 눈은 재홍의 푸짐한 엉덩이에 고정되어 있다.


'ㅎ하아..'


뜨거운 숨을 내쉬는 태풍. 태풍은 지금 재홍에게 엄청난 끌림을 느끼고 있고, 복잡한 이 마음을 진정시키려는 듯 한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두어번 쓸어내린다.


덜컥-


'어어-'


'뭐야 왜 안자?'


그 때, 갑자기 열리는 방 문. 태풍은 놀라며 문에 밀쳐지듯 뒤를 돌아보고, 재홍의 아내 윤희가 목을 먼저 빼꼼 들이밀며 방에 들어온다.


'어, 씻고 자려고'


'응 얼른 씻고 자. 일하고 와서 얼마나 피곤해. 이불 좀 더 꺼내려고'


그렇게 방 안으로 성큼 들어와 침대 옆 장롱 문을 열며 말하는 윤희. 거실에서 서경과 자는데 이불이 부족한가 보다. 태풍은 20년지기 윤희 누나에게 태연하게 대답하며 괜히 욕실 불을 킨다.


탁-


안방 안에 딸린 작은 욕실의 불이 켜지자 엎어진 재홍의 모습이 더 환하게 불빛에 비친다. 이불을 한가득 꺼내 들고는 그제서야 남편의 모습을 발견하는 윤희. 윤희는 잠든 남편의 우스꽝스러운 자세를 보곤 헛웃음이 터져서 말을 잇는다.


'어이고 아저씨, 저기요. 술 많이 취하셨네. 빵댕이 집어넣고 이쁘게 누워 자'


찰싹! 찰싹!


'드르렁.. ㅍ..우ㅇ으음..'


이불을 껴안은 채 살이 많이 붙은 남편의 토실한 엉덩이를 찰싹 때리는 윤희. 재홍은 정말 많이 취했는지 엉덩이를 때려도 깨어나질 않고 얼굴만 더 침대에 파묻으며 신음을 낸다.


'술도 못먹으면서 그렇게 마셔댈 때부터 알아봤다'


'형님이 귀여우시네'


'귀여워 이게? 진상이지'


'흐ㅎㅇ.. ㅍ후.. ㄷ르렁 푸후..'


윤희와 태풍이 대화를 나눠도 깊은 잠에서 깨어나질 못하는 재홍. 잠시 코골이가 멈춘 듯 새근대더니 얼마 못가 다시 코를 골기 시작한다.


'으으 코골이. 여기서 잘 수 있겠어?'


윤희는 남편의 코골이가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듯 질색을 하며 고개를 절레젓고, 태풍에게 괜찮겠냐고 묻는다. 그런 윤희에게 든든한 미소를 지으며 별 상관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태풍. 그렇게 윤희는 이불을 들고 방을 나가려 한다. 그런 윤희에게 말을 잇는 태풍.


'형님 안씻고 주무셔도 되나'


'이 사람 한번 잠들면 안일어나'


'알겠어 주무세요'


'예이'


툭-














스윽-


욕실에 들어간 김에 대충 세면세족을 하고 조금은 촉촉한 물기가 남아있는 손으로 드디어 어둠 속 침대를 짚고 올라오는 태풍. 재홍은 여전히 침대를 혼자 독차지하듯 대각선으로 엎어져있다.


'형님~ 똑바로 누우셔야죠'


'푸후우.. 드르렁...푸우..'


재홍의 엎어진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재홍에게 말을 걸어보는 태풍. 역시나 윤희의 말대로 절대 안깨어날 것 같은 재홍의 코골이만 이어진다.


'으읏차..'


결국 자리를 만들듯 이불 안으로 비집고 들어가는 태풍. 덩치가 큰 태풍이 들어가며 발로 살짝 재홍을 밀어내자 저절로 침대를 독차지하고 있던 재홍의 몸이 커텐이 쳐진 벽과 닿은 침대 안쪽으로 밀려난다.


'으아하.. 으우움..'


부스럭-


그리고 그제서야 천장을 바라보며 뒤집혀선 알 수 없는 앓는 소리를 내는 재홍. 두 손목에는 힘이 빠져서 팔꿈치가 침대에 닿은 채 두 손이 가슴에 올려져 있고, 두 무릎은 벌려져 있다가는 이내 다리에 힘이 풀리듯 침대에 두 다리가 뻗어진다.


태풍은 그렇게 자신을 향해 목이 돌아가는 재홍을 바라보려 팔로 자신의 머리를 받치고 옆으로 돌아 눕는다.


어둠 속에서 눈을 반짝이며 재홍을 관찰하는 태풍.  재홍 형님의 이목구비가 그저 섹시하다. 헝클어진 짧은 머리에 잘생긴 짙은 눈썹. 살며시 감긴 눈 아래로 살짝 튀어나온 광대와 볼살이 도드라진다. 평소에는 눈빛이 또렷해서 투박하고 사나운 느낌도 있는 형님인데 잠든 채로 입을 살짝 벌려 새근대고 있는 이 모습은 왜 이렇게 귀엽기만 한지. 성격도 내성적인 듯 보였는데 술을 먹으니 또 전형적인 남자다.


'드르렁...ㅇ'


꾸욱


그 때, 재홍의 코골이가 잠시 멈췄다가 다시 시작되려고 하자 태풍은 자연스레 재홍의 코를 붙잡아 막는다. 그저 잠에 취해서 코를 붙잡힌 채 입으로 뜨거운 숨을 뱉는 재홍. 태풍은 그런 형님의 숨이 손에 닿자 오묘한 느낌에 눈을 감고 입술을 꾹 깨문다.


'흐음..'


잠시 후 잡은 코를 놓아주는 태풍. 태풍은 감고 있던 두 눈을 뜬다. 이제서야 안정적으로 숨을 내쉬는 재홍의 가슴과 배가 숨을 쉴때마다 들어갔다 부풀어오르기를 반복한다. 가슴에 올려진 통통한 재홍의 손이 짜리몽땅해서 더 섹시하다. 그렇게 누워있는 재홍의 몸을 한번 훑던 태풍이 결국 어둠 속에서 두 눈을 다시 한번 반짝이며 팔을 뻗는다.


스윽-


'형님 이거 벗고 주무시죠'


'ㅇ흐으음'


태풍은 재홍의 뱃살에 조금 말려뒤집힌 티셔츠를 힘껏 들어올리며 말한다. 그대로 무방비로 드러나는 토실토실한 재홍의 속살. 그렇게 태풍은 재홍을 벗기기 시작한다. 


동시에 재홍에게 이불을 덮어주려는 듯 이불을 들어올리는 태풍. 태풍이 재홍의 목 위로 티셔츠를 빼내려고 재홍의 두 팔을 들어올린다. 토실토실한 형님의 팔뚝을 들어올리고 형님의 얼굴에서 티셔츠를 잡아당겨 빼내는 태풍. 재홍은 힘이 빠진 풍선 마냥 이상한 신음을 내며 이리저리 몸이 움직인다.


그렇게 재홍의 상의를 벗긴 태풍. 살집이 가득 찬 가슴과 뱃살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동네 목욕탕에 가면 꼭 마주칠법한 익숙하고도 전형적인 통통한 아저씨들의 몸매. 형님의 겨드랑이와 가슴 젖꼭지에 자라난 잔털마저도 섹시하게 느껴진다.


여전히 깨어나질 못하는 재홍은 지금 태풍이 자신에게 어떤 짓을 해도 기억조차 못할 정도로 깊은 잠에 빠져버린 것 같다. 


그렇게 속살을 내보인 채 기절한 재홍을 가만히 바라보던 태풍은 재홍에게서 두 눈을 고정한 채 손을 점점 아래로 내리기 시작한다. 그러다 태풍의 손은 이불 속 재홍의 탱탱한 아랫배를 거쳐 재홍의 바지 허리춤을 쥐어잡고야 만다.






















'드르렁.. 푸우ㅂ..'


암막 커텐이 쳐져있어 어두컴컴한 방 안. 코가 얼얼해지도록 코를 골며 잠들어 있던 재홍이 자기 코고는 소리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난다.


얼굴이 퉁퉁 부은 재홍. 재홍은 잠에서 깨어나자 몰려오는 숙취에 앓는 소리를 내고 누워있다간 잠시 후 이불 안에서 무릎을 꿇고 엎드려 몸을 일으킨다. 무게가 꽤 나가는 재홍이 움직이자 침대가 덜컹인다.


'으허어 아아.. 두야'


어제 너무 무리를 했다. 자기가 어디서 자고 있었는지도 모르는지 얼굴이 부어 떠지지도 않는 눈으로 주변을 돌아보는 재홍. 그래도 늘 자는 곳에서 자긴 했네. 어젯 밤 기억이 태풍과 담배를 피러 엘레베이터에 타는 시점에서 끊겨 버렸다. 


'으우움'


부스럭-


자연스레 침대에 걸터 앉는 재홍. 커텐이 쳐진 벽 쪽을 향해 발을 빼고 앉아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얼굴을 문지른다. 그리고 습관처럼 일어나자마자 커텐을 걷는다.


촤악-


그제서야 밝은 햇살이 환하게 재홍과 방 안을 감싼다. 눈이 부셔 안그래도 안 떠지는 눈을 더욱 찡그리는 재홍.


'으엉?!


그 때, 재홍은 지금 자신이 팬티 하나 안걸치고 발가벗은 상태임을 발견한다. 두껍게 접힌 뱃살. 살이 눌려 더 퉁퉁한 두 허벅지 위로 뭉개진 불알과 꼬추가 시뻘개질 정도로 아침부터 힘이 빠짝 들어가 세워져 있다.


이렇게 아침부터 귀두가 다 빤질거려 아플 정도로 발기된 건 오랜만인 것 같다. 허벅지 살에 뭉개져서 더 짧아보이는 덩치에 비해 귀엽기만 한 크기지만 말이다.


'...으허?'


그런 자신의 알몸을 내려다보고는 잠시동안 정신을 못차리는지 눈을 꿈벅거리다가 놀라서 눈을 번쩍 뜨는 재홍. 어젯 밤에 우리 집에 손님들이 왔는데 왜 평소에도 팬티는 입고 자는 내가 지금 알몸인가 싶다. 


재홍은 본능적으로 다시 이불을 당겨와 잔뜩 성이난 자신의 꼬추를 가리며 당황한 표정으로 주변을 돌아본다. 괜히 집에 손님들이 왔다는 이유로 더 당황스러운가 보다. 이 작고 똘똘한 친구가 평소에는 아침이라고 성을 내고 그러는 애가 아닌데.


당연히 옆에선 아내가 같이 잤을 거라고 생각하는 듯한 재홍. 태풍이 밤새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을 줄은 상상도 못할 거다. 누군가 누워있던 흔적이 보이긴 하지만 방 안에는 지금 혼자 남겨진 재홍.


재홍은 침대 아래로 벗겨져있는 옷가지들을 발견한다. 입고 있던 반팔, 반바지며 팬티까지 민망하게 뒤집혀져 널브러져있다. 재홍은 그렇게 급히 한쪽 다리를 들며 트렁크 팬티를 주워 입기 시작한다.











빼꼼-


'일어나셨어요~?'


혹시 거실에 손님들이 있을 수도 있어 옷을 다 입고 방 문을 열어 살며시 바깥을 살피는 재홍. 허나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부엌에서 밥을 하는 듯한 윤희가 경쾌한 목소리로 재홍을 반긴다.


'어어.. 다들 갔어?'


'애들? 진작 갔지'


윤희는 술을 그렇게 먹고도 멀쩡하다. 재홍은 봐도봐도 와이프의 주량이 참 신기할 뿐이다. 엉망진창이 돼서 퉁퉁 부은 재홍은 아직도 숙취와 잠에서 덜 깨어난 듯 머리통엔 까치집을 짓고 식탁 의자에 멍하니 앉는다.


'음.. 쩝. 인사도 못했네'


'당신 술 마시면 누가 업어가도 모르잖아. 그냥 가라했어.'


'그랬고만'


벅벅-


얼굴을 벅벅 문지르며 고개를 돌려 시계를 보는 재홍. 아침인줄 알았는데 낮 12시가 다 됐다. 평소에는 주말에 늦잠을 자도 여덟시면 눈을 뜨는데, 진짜 어제 술을 많이 먹긴 했구나 싶다.


'밥 줘요?'


'예'


'속 안좋아 죽겠지? 얼굴 퉁퉁 부었네.'


'토 할거 같어. 말 걸지 마 으아'


재홍은 그저 얼굴을 잔뜩 찡그리고 고개를 숙이며 식탁에 두 다리를 넣고 몸을 돌려 앉는다. 그런 남편을 보고 입꼬리를 올리고 코웃음을 치는 윤희. 마시면 얼마나 마셨다고 죽는 소리를 내는 남편이 귀엽단다.


그렇게 윤희는 밥그릇에 밥을 퍼담기 시작하고, 재홍은 오줌이 마려워졌는지 의자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발을 질질 끌고 좀비처럼 걸어가기 시작한다.







또륵- 또륵- 콸콸콸-


'아윽! 으..'


화장실 문을 닫고 평소대로 쪼그라든 꼬추를 내밀고 오줌을 싸는데 살짝 따끔한 통증이 느껴지는 재홍. 재홍은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몸을 움찔댄다.


꼭 밤새 가득차서 뿜어져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마냥 오줌이 한두방울 떨어지더니 요도 구멍을 힘있게 뚫고 나온다. 이 순간에도 가시질 않는 숙취 기운에 그저 꼬추를 손가락으로 문질문질대며 정신을 못차리고 고개를 들어올리는 재홍. 거울에 비친 오줌을 싸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 얼굴이 말이 아니다.










후루룩 후룩- 꿀꺽


'천천히 좀 먹어요'


'끄허어... 아 좀 살 거 같네'


와이프 윤희의 요리 실력은 인정해줘야 한다. 고춧가루를 팍팍 뿌려 얼큰하고 시원한 콩나물국을 끓여낸 윤희. 재홍은 거의 대접에 코를 박듯 국물을 들어 마신다. 


밥을 다 먹고나니 좀 속이 풀리는 느낌이 드는 재홍. 이제야 정신이 말짱해지고 살 거 같다고 눈을 꿈벅이며 아내를 바라본다. 윤희는 그렇게 웃는 것도 찡그린 것도 아닌 표정으로 남편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게 술을 왜 그렇게 마셨어'


'서경이랑 태풍이가 애들이 좋잖아'


'당연히 좋지 장조림파인데'


'ㅋ아이씨 장조림은ㅋ무슨 ㅋ들을 때마다 유치해 죽겠네'


다시 표정 하나 안변하고 장조림부심(?)을 부리는 윤희의 한 마디에 빵 터지는 재홍. 잠에서 깨어난 이후로 내내 죽을 듯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가 처음으로 웃음이 터진 재홍이다. 장조림이라는 말이 왜 이렇게 얼척없이 웃긴지. 와이프도 참 엉뚱한 면이 있다 싶다.


'내가 얘네 얘기도 많이 하고 결혼식 때도 소개시켜 줬는데 왜 기억을 못해?'


'당신이 뭐 아는 사람이 한두명이어야지. 그 날 소개 받은 사람이 수백은 되는 거 같어'


'서경이는 오빠 결혼식 때보다 뚱뚱해졌다고 놀라드만'


'뚱뚱하대? 내가 어딜 봐서 뚱뚱해'


이제 배부르다며 두툼한 배를 통통 두드리더니만 또 식탁 구석 통에 놓여진 땅콩 몇개를 꺼내 주워먹는 재홍. 원래 어렸을 때부터 통통했어서 자신이 뚱뚱하든 말든 관심도 없어 보인다. 윤희는 재홍이 다 비운 그릇들을 싱크대로 옮기며 말을 잇는다.


'직접적으로 뚱뚱하다곤 안하지. 듬직하대. 어~엄청 듬직하대'


'음 듬직은 하지'


'듬직은 무슨 이게 돼지지 그냥'


달그락-


싱크대에 그릇을 내려놓고 다시 남편과 수다를 떨러 식탁에 앉는 윤희. 재홍은 자신의 입에 땅콩을 던지듯 주워먹으며 윤희를 바라보고 대답한다.


'돼지는 이씨. 나 정도면 딱 풍채 좋게 나잇살 붙은 거지 이 아줌마가 진짜 돼지들을 못봤나'


그냥 둘 사이에서 재홍의 살 이야기는 일상처럼 매일 하는 이야기다. 건강 관리에 철저한 아내는 딱히 남편을 돼지라고 공격하려는 것도 아니고, 아내가 그런 이야기 한다고 상처받을 재홍도 아니다. 오히려 아내가 차려주는 대로 먹으면 건강해지는 것 같긴 해서 고맙고 좋다.


'당신이야 말로 나같이 이 나이에 뱃살 하나 없이 관리 잘한 아줌마 봤어?


'모르겠네요. 저는 아줌마 말고 다른 여자들한테 관심이 없어서.'


'참ㅋ 말이라도 못하면 어휴'


재홍도 참 아내 앞에서 입에 발린 말을 능글맞게도 잘한다. 땅콩 껍질이나 까면서 대답을 하는 재홍에게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듯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꿀물을 타기 시작하는 윤희. 재홍은 그저 땅콩을 쩝쩝 씹어대며 거실을 둘러본다. 그리고 그제서야 다시 생각나는 어젯 밤 만난, 임태풍.


'아, 태풍이. 신기하다니까. 우리 회사 같은 건물이야'


딸그락- 딸그락-


'그 얘기 어제부터 벌써 몇번째야. 어제 술 취해서도 계속 그 얘기만 하드만'


'아니 신기하지 않냐고. 담배 필 때도 맨날 마주쳤다니까?'


'그럼 매일 태풍이 만나서 같이 운동도 하고 좀 그래. 태풍이 같은 몸이 딱 듬직하고 좋잖아. 내가 당신 건강 때문에 이러지 뭐 다른 거 때문에 이래?'


'걔도 살은 좀 쪘지 그리고 걔는 키가 크고. 나랑 살은 비슷해'


'말을 말자, 이거나 쭈욱 마시시고 뭐 들어가서 잠 좀 더 주무시든가 하세요. 나 티비 좀 보게'


한 마디를 안지고 대답하는 남편을 포기하듯 등을 두드려주고 꿀물을 건네는 윤희. 재홍은 태풍과 자신을 비교하는 아내를 한번 노려보고는 꿀물을 받아 꿀꺽대며 마신다. 


그렇게 거실로 걸어가 리모컨을 들며 말하는 윤희. 재홍은 그제서야 해장용 아점을 마치고 식탁에서 일어나 의자를 집어넣고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다.




















'음 음음 음음~'


월요일부터 기분이 좋아보이는 재홍. 주머니에 손을 꽂고 정장을 입은 채 배를 잔뜩 내밀고 회사 옥상으로 올라오며 콧노래를 다 부르고 있다. 역시 아저씨 몸매라도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으니 두배는 더 남자답고 섹시해보인다. 담배를 한대 입에 물고 흡연 구역으로 걸어가는 재홍. 재홍은 텅 빈 흡연장을 한번 둘러보더니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빼내 불을 붙인다.



'후우. 어디 보자'


그렇게 담배를 한대 빨고는 손목을 돌리며 시간을 한번 확인하는 재홍. 태풍을 만나기로 약속한 것도 아니면서 꼭 태풍과 마주치기를 기대하는 것 같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타이밍 맞춰 옥상에 올라오는 태풍. 말을 맞춘 건 아닌데 두 사람이 담배를 피는 시간대가 이렇게 한번씩 꼭 겹치는 것도 참 신기하긴 하다.


'어이!'


'오오 형님~!'


'흐흐'


담배를 먼저 피고 있다가 옥상에 올라온 태풍을 발견하고는 바로 입에 담배를 문채 한쪽 팔을 들어 흔드는 재홍. 태풍도 재홍을 보고 반가운 미소를 짓고 다가온다. 재홍은 태풍이 무척이나 반가운 듯 입꼬리가 귀에 걸린다.


'슬슬 올라올 때 됐는데 싶었지'


'형님 저 기다리셨어요? 한대 피자고 말씀하시지'


'나 니 전화번호 몰라'


'에이 술 먹다가 저장했잖아요'


'엥? 보자'


기억이 담배 타임 이후로 끊긴 줄 알았는데 술자리 중간 중간에도 빵꾸가 났나 보다. 재홍은 자신의 옆으로 다가와 담배에 불을 붙이는 태풍의 두툼한 앞섶을 습관처럼 힐끔 바라보고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든다.


최근 통화목록을 보니 임태풍 이름 석자가 보인다. 나 참 술을 많이도 먹었구나 다시금 실감이 난다.


'형님 그 날 필름 끊기셨어요?'


'엉 기억 잘 안나. 쪽팔리네 흐흐. 전화번호는 또 언제 저장했대'


'담배피면서 저한테 안기고 난리도 아니셨는데'


'안겨? 내가 니한테 왜 안기냐? 흐흐ㅎ 새끼'


'허, 발뺌하시네. 취하니까 아주 귀여우시던데'


'어쭈 이제 좀 친해졌다 이거냐?'


툭-


마흔 여섯인 재홍보다 다섯살 어린 태풍. 재홍은 집에선 아래로 남동생 하나 여동생 하나 있는 장남인데, 이제는 꼭 태풍도 친동생 마냥 편하게 느껴진다. 


재홍의 옆에 서니 더욱 키가 훤칠한 태풍. 재홍은 괜히 태풍의 허벅지를 불끈 쥔 주먹으로 툭 건드린다. 그런 재홍 형님의 장난에 계속 웃음을 짓고 있는 태풍.


'진짜 술 그렇게 먹은 거 오랜만이었다'


'이제 속은 좀 괜찮아지셨어요?'


'주말내내 자니까 좀 풀렸지'


'그럼 뭐 조만간 남자들끼리 둘이, 또 한잔 달리시죠. 그 날 못 마신거 다 마셔야죠'


'어?'


대화를 이어가다가 조만간 또 술을 잔뜩 먹자고 제안하는 태풍. 태풍이 잘생긴 두 눈을 초롱초롱 뜨고는 눈을 마주치자,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재홍.


하지만 재홍은 술이 싫다고 괜히 거절하듯 고개를 귀엽게 절레절레 젓는다. 거친 이미지의 외모와는 달리 은근 귀여운 행동을 많이 하는 재홍.


절레절레-


'으으으'


'어으응? 좋다구요?'


'아니 싫다고 이씨'


'푸후훕'


두 사람이 동시에 빵 터져서는 담배를 물고 웃음보가 터진다. 헌데 태풍은 재홍의 거절에 조금 마음이 걸리는지 살짝 표정이 굳어서는 말을 잇는다.


'술 왜요. 저랑 술 먹기 싫으신가요 형님'


'후우. 아니. 장난하는 거지.'


남자가 뭘 그런 거로 소심하게 묻냐는 듯 태풍을 쳐다보는 재홍. 귀여운 형님이지만 재홍의 남자다운 눈빛에는 역시 카리스마가 있다.


'조만간 연락하자. 그래 함 또 달려'


'그거죠 형님'


툭-


그렇게 재홍이 태풍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피던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끈다. 재홍을 따라 급히 담배를 한 두 모금 더 빨고 담배를 끄는 태풍.


두 사람이 나란히 흡연 구역을 나온다. 자신보다 키가 큰 태풍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는 재홍. 재홍은 겉으론 티를 안내지만 태풍과 급속도로 친해진 이 상황이 기분이 좋은 걸 넘어서 가슴이 두근대기까지 하고 있다.


꾸욱-


그렇게 태풍의 어깨에 올린 손에 힘을 줘서 태풍의 넓은 어깨를 쥐어잡아 보는 재홍. 헌데 생각보다 더 근육이 딴딴한 어깨에 살짝 놀란 듯 침을 꿀꺽 삼키는 재홍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 태풍은 살며시 눈을 돌려 자신의 어깨에 올려진 재홍 형님의 손가락을 힐끔 바라본다. 지금, 두 남자가 서로에게 아슬한 끌림을 느끼고 있는 것이 분명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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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카페 '이삼이삼구 소설집'에서
제가 작성한 지난 소설들을 모아보실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소식도 종종 작성하니 많이 찾아와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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