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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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프롤로그
ㅡ 아빠의 초상…
삶은 언제나 힘겹다.
살아가고 살아 내서 나이를 먹어 간다는 것은 ,
어쩌면 채웠던 욕심을 덜어내고 가벼워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지혜로웠다면 …인생이 흘러 죽는 날
텅빈 두 손을 펴고 홀가분하게 떠나 가리라.
하지만 어리석은 내 마음은 과거의 한 장면에서.
목이 잘려 박제된 사슴의 눈 처럼 멈추어 있었다.
지혜롭게 성장할 수 없었다.
그래서 두 손을 움켜 줜 체 어리석게 살아왔다.
그날엔
주저 앉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마음것 목놓아 울 수도 없었다.
너무 황당해서 상황이 현실 로 인식되지 않았다.
무엇 때문일까?
무엇 때문에 내게 이런일이 일어난 걸까?
목구멍을 타고 올라오는 비명소리가
머리끝까지 치고 올라가는 느낌에
난 모든 감각을 닫아 걸어야 했다.
그날도 충격이었다.
깊이를 알수 없는 화가 끓어 올랐고
난 날것 그대로인 분노를 아들에게 풀어냈다.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가는 아들이 안타까웠고
마음 내키는 대로 따라가는 자유로움이 부러윘다.
내가 가고 싶은데 가지 못해서?
꿈만 꾸던 자유로움이 내겐 없어서 화가 났는가?
질투인가?
사랑인가?
내가 느끼는 감정을 명확히 알 수 없었다.
바로 그날에
난 처음으로 아들을 때렸다.
눈물과 신음소리가 저절로 나올 것 같았지만
난 결코 그럴수 없었다.
이 모든것이 예전에 내가 쌓은 과보였기에
이를 악물고 참아내야 했다.
그래도…
하늘이 원망스러윘다.
ㅡ 엄마의 풍경.
목련이 피고지고 벗꽃도 피고지고
그렇게 많은 꽃들이 피고지는 봄이 지나간다.
나른한 초여름 밤 .
지숙은 불꺼진 미용실 창문 앞 티테이블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문득 오늘 낮에 미용실 풍경이 떠오른다.
같이 일하고 있는 두 아이가 손님이 뜸 하자
자기들 끼리 테이블에 앉아 소근거린다.
“아. 맞다니까? 찜질방인데. 회원 전용이래.”
“그게 뭐?”
“남자들만 손님으로 받는다고 그러더라고”
“그래서?”
“이 ,.... 바보야 ..그게 ...동ㅅ..”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던 지숙은 그녀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만 ㅡ. 남의말 함부로 하는거 아니다.
말 조심해”
그러자그녀들은 슬슬 눈치를 보며 일어섰다.
“손님 언제 올지 모르니까 도구 정리하고 바닥 청소 다시해 ”
차가운 지숙의 말투에 공기의 밀도가 얼어버린 느낌이었다.
.....................
작년 이맘때 였다.
고3이 되고 수척해진 아들이 안스러워
거실에 과일을 깎아 놓고 아들을 불렀다.
아들이 윗층 에서 내려오자
자기 방에서 공부하고 있던 딸도 거실로 나왔다.
“엄만. 아들 만 챙기기 있어? 없어”
“어이구. 정말 그랬으면 네가 가만히 있었겠냐?
벌써 난리가 났지.호호호”
평범한 날이었다.
딸은 간호학과에 다니고 있었고 ,
아들은 미대를 목표로 정신없이 영어학원과
미술학원 사이를 날아다니고 있었다.
“이젠 태권도 도장에 안가도 되는거야?”
“네. 4단 까지 따 놨으니까
이젠 그림 만 그리면 되요 ”
“아이고. 고생 많았다. 내새끼.”
아들이 미술을 전공하겠다고 선언했을때.
아이 아빠는 조건을 걸었다.
심심풀이로 다니고있던
태귄도 도장에 빠지지 말것.
그리고 4단까지 딸 것.
그때부터 아이는 묵묵하게 하루도 거르지 않고
태권도 도장에 다녔고 ,
학원은 미술 학원만을 고집했다.
공부는 둿전이었다.
미술을 공부 하고 싶다는 꿈이 변하지 않았다.
그렇게 태권도만 7년 .
정말 긴 시간이었다.
수려한 얼굴의 아이가 표정없이 과일을 입으로 나르고 있었다.
“무슨 안 좋은 일 있지. 표정이 떨떠름 하다?
고민 있어?”
“아니에요.”
아이는 투명 하게 대답했다.
지숙은 운동으로 다져진 아들의 넓은 어깨를
대견한듯 쓰다듬었다.
“넌. 여자친구 없냐?”
“없어.”
딸의 물음에 아들이 정색하며 고개를 젖는다.
“왜 없어 발렌타인 데이 때 선물을 그렇게 많이 받아놓고는.
너 좋다는 여자애들 희망 고문하냐? 못된 놈!”
“뭐래?”
“여자 울리지 말라고 이놈아.”
딸이 버럭 고함을 지르자 아들이 곧바로 대답했다.
“나 남자 좋아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너무 선명하게 튀어나온 말이기에
난 그저 그 말에 놀랄 뿐,
그 순간 그 말의 뜻까지 이해하지는 못했다.
“너.너너.너....”
딸만이 들고있던 포크로 아들을 가리키며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 하고 있었다.
아들은.
멍해져서 초점마저 사라진 나의 두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당연한 걸 당연하게 말한다는 듯이
엄마의 가슴에 화살을 쐈다.
“나 동성애자야. 엄마”
난 그 순간 얼어버린 사람처럼 꼼짝 할 수 없었다.
갑자기 망치로 머리를 쎄게 맞은거 같았다
가슴이 미친듯이 뛰는것을 느낄수도 없었다.
아들은 그녀들이 너무 놀라서
입만 벌리고 있는걸 둘러 본 뒤
조용히 일어나서 윗층 자기 방으로 올라갔다.
아들이 계단 중간쯤 올라갔을때서야
난 용수철 처럼 벌떡 일어나 아들을 향해 소리쳤다.
“아빠한테는 말하지 마. ”
그리고. 딸에게 고개를 돌려 확답을
받아야겠다는 눈빛으로 단단하게 속삭였다.
“아빠에겐 비밀이다.꼭!”
딸과 난 두손을 마주잡고 고개를 끄떡였다.
그리고 같이 고개를 돌려
폭탄 선언을 한 아들을 올려다 봤다.
아들은 위층 자기 방으로 사라지고 없었다.
고요했다.
그리고 그 고요는 결코 쉽게 깨지지
않을것이라는 것을 그 순간 알 수 있었다.
평범한 날은 아니었다.
........................
지숙은 들고있던 커피를 마저 마시고 일어났다.
가게문을 닫고 나와서 옆에 설치된
계단을 통해 집으로 올라갔다.
이층에 올라선 다음 현관문을 열려고
문고리를 잡았다가 놓았다.
이층 복도의 창가로 다가갔다.
일층 가게에서 보는것 보다는
여기가 더 잘 보였다.
[k4u]
몇달 전 부터 공사 하더니
한달 전에 장사를 시작했다.
너무나 작은 동그란 간판에
k4u 란 이름이 반짝거렸다.
찜질방이라는 곳.
남자전용 이라는곳.
맴버쉽 회원만 들어 갈수 있다는곳.
그곳이 궁금해서 미칠 것 만 같았다.
그 건물의 이층에 설치된
타임 형광등이 점멸 할때마다,
사람들이 오르고 내려오는게
선명하게 확인됐다.
이곳에선 얼굴도 잘 보였다.
" 나 동성애자야 "
아들의 목소리가 동굴속에서 울리는 것 처럼
메아리 쳐 퍼져나갔다.
지숙은 멍하니 촛점 없는 눈으로
창밖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형광등이 켜지고 사람의 얼굴이 보일 때 마다
지숙의 눈빛은 반짝 거렸다.
마치 아들의 얼굴을 찿는것 처럼.
아들이 너무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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