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빛깔의 이야기 -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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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라……무정자증


   동탁은 어느덧 35세에 접어들어 습작으로 써 본 소설을 자비(自費)로 출판했다. 삶의 음모를 꾸미다라고 제목을 붙여 장편(掌篇)으로 흥미 있게 전개했다. 소설을 출판하자마자 여기저기에서 강연 요청을 받았다. 동탁은 남다른 야심도 포부도 없는 평범한 택시 운전자일 뿐이었다. 몇 차례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강연을 고사하다가 독자들과 모임을 가지기로 약속했다. 


   승용차가 바람을 가르며 가로수길을 달리고 있다. 화창한 봄날 동탁은 햇빛에 눈이 부셨다. 동탁은 승용차를 운전하며 라디오 방송을 들었다. 오늘 따라 디제이가 동탁의 마음에 드는 음악을 들려주었다. 동탁이 목적지에 다다랐을 무렵 노래방에 가서 자주 부르던 음악이 흘러나왔다. 음악을 듣는 순간 문뜩 학창을 같이했던 옛 친구가 머리를 스쳤다.


   동탁은 주최자의 소개로 강단에 서서 머리 숙여 인사하고 주위를 살펴보았다. 독자들이 동탁을 주시하고 있는 눈길이 마주쳤다. 동탁은 설레는 마음을 진정하고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일 먼저 이 자리를 빌려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여러분을 만나면 어떤 인사말이 좋을까 궁리했는데 이 말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동탁이 정중한 태도로 다시 인사하자 박수갈채를 받았다. 동탁은 잠시 목청을 가담듬고 말을 이었다.

"제가 잘나서 이 자리에 있는 게 아니고 여러분이 저에 대해 궁금히 여긴 것을 풀어 드리려고 나왔습니다. 그러니말리 의견이 구구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본인이 직접 물어 보시면 성심으로 답하겠습니다."

동탁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손을 여럿이 들었다. 동탁은 주위를 두루 살펴보고 맨 앞에 앉은 사람을 지적했다.

"네, 말씀해 주세요."

"작가 자신을 이성애자라고 보나요? 아니면 동성애자라고 보나요?"

동탁은 소리 없이 빙그레 미소지으며 질문에 서슴지 않고 대답했다.

"저에 대해 피할 수 없는 질문이 첫번째로 나왔네요. 전 양성애자입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사람들 가운데 누군가 질문을 불쑥 내던지자 동탁이 덧붙여 설명했다.

"양쪽 다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느 쪽이 더 많으신가요?"

두지가 앞쪽에 앉아 손을 번쩍 들더니 동탁의 허락도 받지 않고 질문했다. 동탁은 말없이 두지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질문에 관해 입을 열었다.

"이성과 동성을 접시저울에 올려 논다면 동성 쪽으로 기웁니다. 그럼 다음 질문 받겠습니다." 

"작가님은 주로 콩트를 쓰시는데 장편을 쓰실 의향은 없으신가요?"

"저를 살려 주는 질문이네요. 아무튼 고맙습니다."

동탁은 주머니에서 조그마한 공책을 꺼내 자세히 훑어보고 대답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장편은 일생을 깊이 있게 다룬 소설이라면 콩트는 가벼운 일상적 얘기를 그린 작품이라고 봅니다. 저는 아직 습작의 단계라 장편을 쓴다는 건 역부족입니다."

"콩트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뭐라고 할 수 있나요?"

"일상생활입니다."

"그건 왜죠?"

"글은 영감이 떠오르는 것이 아니고 일상생활 중에 뇌리를 스치는 겁니다."

"작가님은 글을 쓰게 생기지 않으셨어요."

중년 신사가 손을 조심스레 들고 동탁에게서 느끼는 바를 밝히었다. 중년 신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리었다. 동탁은 중년 신사의 솔직한 말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글을 쓰는 사람은 어떻게 생겨야 하나요?"

"작가님이 잘생겨서 한 말이니 마음에 두지 마세요."

"그러지 않아도 제가 쓴 글을 친한 친구에게 보여 주었더니 대뜸 대필이 아니냐고 의아하게 생각하더군요. 잘생긴 저를 못믿길래 그 친구와 의절했습니다."

중년 신사와 사람들이 연방 웃음을 터뜨리었다. 두지가 손을 높이 들고 이야기를 엉뚱한 방향으로 돌렸다.

"저의 아빠는 석자 화자입니다. 기억하고 계시나요?"

동탁은 두지의 뜻밖의 질문에 적이 당황했다. 두지를 뚫어지게 보고 차분한 마음으로 대답했다.

"예, 그 이름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두 분은 어떤 사인가요?"

동탁은 두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자기가 궁금히 여긴 것을 물어 보았다.

"혹시 아빠랑 같이 왔나요?"

"아뇨, 어제 삼우제를 마치고 일부러 작가님을 뵈러 왔어요."

사람들이 두지의 딱한 사정을 못내 안타까워했다. 두지는 자신의 아버지에 대하여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아빠가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작가님을 티브이로 보시더니 이렇게 혼잣말로 말끝을 흐리셨어요. 내가 잘 아는 친군데 ‥‥. 아빠는 끝내 악성 종양 때문에 돌아가셨어요." 

동탁은 솟구쳐 오르는 슬픔을 지그시 참고 두지의 질문에 대답했다.

"아빠를 나 자신보다 더 좋아했던 적이 있어요. 우여곡절 끝에 아빠와 헤어지고 지금껏 못 만나고 있었는데 ‥‥."

동탁은 어물어물 말꼬리를 흐리고 사사로운 감정을 접어 두었다. 두지에게 궁금한 것을 역으로 물어 보았다.

"학생은 남잔가요? 여잔가요?"

두지가 의자에서 일어나 바지와 함께 팬티를 내리고 동탁에게 성기를 당당하게 보여 주었다. 사람들이 뜻밖의 놀라움을 나타내고 한 남자가 짓궂게 굴었다.

"뒤 좀 돌아봐요."

사람들이 잠시 웃음을 터뜨리는 사이에 동탁은 역삼각형의 체모 가운데 성기 부분을 자세하게 살피더니 본 대로 느낀 대로 말했다.

"아빠 거와 전혀 다르네요."

"아빠 거는 어떻게 생기셨어요."

두지는 팬티와 바지를 입으면서 동탁에게 아버지에 대하여 물어 보았다. 동탁은 두지의 질문을 되받아 물었다.

"아빠하고 목욕 한번 안해 봤나요?"

"어릴 적에 목욕탕에 같이 갔지만 아빠에게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보질 못했어요."

"음, 귀두를 포피로 반쯤 싸고, 발기하면 포피가 젖혀지고 빨간빛을 띤 귀두가 예쁘게 생겼어요. 근데 학생은 귀두를 포피로 다 쌌네요."

"저의 아빠는 어떻게 만나셨어요?"

두지는 동탁의 대답을 듣고 질문이 끊이지 않았다. 두지의 질문에 대하여 대답하기 전에 동탁은 사람들의 양해를 구했다.

"학생의 질문에 답해도 괜찮겠습니까?"

"예, 해주세요."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동탁의 대답을 허락했다. 동탁은 기억을 더듬으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와 석화는 단짝 친구였습니다."


   나와 석화는 인연이 닿아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같은 학교에 다녔다. 서로 돕고 지내면서 자기 집인 양 드나들고 잠을 자곤 했다. 그런데 석화가 고등학교에 들어가더니 어느새 여자 대학생과 사귀면서 나에게 소개했다.

"내가 아는 누나야. 인사해."

"안녕하세요? 전 ‥‥."

"석화한테 얘기 많이 들어서 잘 알고 있어. 우리 친구처럼 지내자."

여자 대학생이 나의 말을 가로채고 임의로이 대화했다. 석화는 나의 눈치를 보고 어깨를 툭 치며 긴장을 풀어 주었다. 

"자, 우리 이제부터 말 트고 지내는 게 어때?"

"좋아!"


   석화는 고등학교 2학년이 되어 잦은 결석하더니 무단 가출했다. 나는 석화에게서 몇 달째 소식이 없어 퍽 궁금하던 차에 여자 대학생을 교문 앞에서 만났다. 여자 대학생이 교문 앞에서 내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여자 대학생이 방긋 웃었다. 나는 석화 이야기를 꺼내자니 차마 말할 수가 없어 담담한 어조로 인사말했다.

"소식도 없이 웬일이니?"

"문득 니가 보고 싶어서 ‥‥."

나는 여관에 들어 여자 대학생과 같이 있으려니 서먹서먹했다. 여자 대학생은 내게 늘 친절하게 대했다. 깊은 밤, 나는 여자 대학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잠자리를 같이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에 제가 잠에서 깨어나기도 전에 여대생은 인사 한마디 없이 훌쩍 떠났어요." 

"그건 작가님이 잘 알고 있지 않나요?"

바로 그 때 인이가 동탁의 말에 의문을 제기했다. 동탁과 두지는 귀에 익은 목소리에 어리둥절하여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어! 인이 누나!"

"엄마가 여길 어떻게 ‥‥."

"그 얘는 석화 아들이 아니에요."

인이는 동탁에게 잔뜩 벼르고 있었는지 두지의 뿌리를 말했다. 인이의 충격적인 말에 사람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동탁은 뜻하지 않은 일에 휘말리며 의구심을 가졌다.

"그건 무슨 뜻으로 한 말인가요? 전 누나도 알다시피 체외 사정했어요."

"그 말이 맞아요. 그 날 영리한 녀석이 체외 사정해서 정나미가 떨어져 여관에서 도망치 듯 나왔어요. 근데 왜 저와 하룻밤을 잔 거죠?"

"석화가 누나를 왜 좋아하는지 알고 싶어서 그랬어요. 그러는 누나는 왜 절 찾아온 거죠?"

"전 석화와 대판 싸우고 작가님을 찾아간 거에요. 근데 제가 임신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석화와 화해하고 살았어요. "

사람들이 여기저기에서 목소리를 죽여 두런두런 이야기했다. 두지는 의외의 결과에 말을 잃고 동탁과 인이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동탁은 위기가 닥쳐오고 있음을 깨닫고 사람들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여러분 송구스럽습니다. 오늘 모임은 ‥‥."

사람들은 눈치가 빨라 조용조용 걸어서 밖에 나갔다. 동탁과 인이와 두지만 남아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인이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가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두지가 어느 정도 크고 나서 둘째를 가지려고 애를 쓰다가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었는데 석화는 무정자였어요."

"아까도 말했지만 저는 체외 사정했어요."

"작가님, 참 뻔뻔하네요. 전 이날 이때까지 작가님과 석화 두 사람하고만 관계를 가졌어요."

동탁은 의문 나는 점이 있어 서슴지 않고 반박했지만 인이는 하고 싶은 말을 주서하지 않고 말했다. 동탁과 두지는 멍한 표정으로 말을 잃고 서 있었다. 잠시 후에 두지가 표정이 굳어진 채로 말 한 마디만 툭 던지고 사라졌다.

"그 문제는 뒷날로 미뤄 두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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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소설은 끝인가요?
새로운 소설 잘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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