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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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엄마의 바다.


지숙이 미용실을 시작한지는 벌써 20년이나 됬다. 

 아들 선후가 태어나고 곧 시작 했으니. 대략 맞아 들어 갈거다. 그리고 이곳으로 이사와서 미용실을 차린지도 10년이 넘어 간다.

동네에 터주대감들은 거의다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중에서도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도 있었고.   

이동네에서 살다가 옆 동네로 이사간 사람들도

많았다.

 가게는 동네 사람들과   동네를 떠난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만나는 장소였다. 

그래서인지 미용실은 많은 이야기들이 흘러왔고 흘러갔다.



“언니.”


“왜”


지숙은 습관적으로 머리를 자르며 귀를 궈울였다. 

이건 비밀인데요.와 속삭이는 말투가호기심을 더 유발 했다.


“내. 친구가 요 앞 길건너  보건소에서 간호사로 일하는데요. 거기에. 얼마전에. 우리나라에 몇 개 없는 엄청나게 비싼 원심 분리기가 들어 왔데요”


“원심분리기?”


“피 뽑고 검사하는 기계인데 정확도가 다른 보건소 보다 높아서 사람들이 몰린다고 하더라고요.”


“그래?그래서 뭐?”


“그래서……”


거기까지 말하고손님은 고개를 돌려

 사람이 없는지 살펴보고. 

더욱 작은 목소리로 조심스레 속삭였다.


“그래서 요즘 거기에 에이즈 검사하러 엄청 많이 온데요”


“뮈? 에이즈?”


“그리고 걸린 사람도 점점 많아 진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멀쩡하게 생긴 사람들이 에이즈 약을 

타간다고 하더라고요,”.


“헉”


지숙은 왠지 간이 철렁거려  온몸이 가라 앉는 것 같았다. 

식은 땀이 나는 것 같아 이마를 훔쳤다.

두렵고 무서웠다.  


며칠 후 지숙은 사람을 불러 cctv를 설치했다.

그 후로 일이 없는 날이나 , 일을 다 마친 후에는 

거실에 앉아 가게 앞 거리를 세밀하게 비추는 

cctv를  보는게 낙이었다.


영옥은 엄마의 행동이 이상해서 소파에  앉았다.

엄마와 cctv를 바라 보며 물었다.”


“아니.엄마. cctv를 뮈하러 이렇게 꼼꼼이 확인하지?

뮈 도둑맞은거 있어??”


“쉿.너 요앞에  k4u 가 무슨 가게인지 알지?”


“저번에 엄마가 말해줬잖아.

게이들이 크로징  하는 장소라고.

그래서 말 조심 하라고 하지 않았어?.”


“그래서 보는거야.”


“왜,?”


영옥은 엄마를 심각하게 쳐다 보았다..

엄마의 눈빛이 약간 풀린 것 같았다.


“동성애자들이 가게 들어 오면 어떡해.

혹시 에이즈 걸린 사람이 들어올지도 모르잖아.”


“그게 얼굴 확인한다고 나오는거야? 

얼굴에 써져있는 것도 아니고.참나 원.

아니 동성애자들이 가게들오면 어때서 그래.

그게 무슨 문제라고. 엄만.참!”


“더럽잔아.위험하잖아.”


그말에 영옥은 깜짝 놀라서  한 톤을 높여 소리질렀다.


“엄마, 엄마 아들 선후도 동성애자야. 

그럼 선후도 더럽고 위험해겠네ㅡ?”


“아니. 내 아들은 깨끗해.

 저 가게에 드나드는거 못봤어. 

정말 한번도 못봤어 .”


“엄마 ㅡ?”


‘“동성애자 출입 금지라고 

  가게 유리창에 써놓을까?”


“엄마ㅡ!”


“선후가 그거 보면 안되겠지? 

 내 새끼 마음 다치겠지?”


하 ㅡ   엄마. 영옥은 비명처럼 소리치며

엄마의 어깨를 잡았다. 

눈물이 핑돌았다.


“엄마. 우리 이사가자.여기 더 있다간 엄마가

정신 병원에 가야할 거 같아.”


“안돼. 선후가 안 왔잖아.  선후가 안 오잖아.

선후 언제오니.? ”


엄마의 동공은 텅 비어 있었다.


“선후가 보고 싶어. 선후가”


그러면서 엄마의 가게 앞 거리를 비추는

cctv 영상에 눈을 떼지 못했다.


“엄마 ..아.엄마.흐흐흑”


엄마의 맨탈이 붕괴되고 있었다.

결국 영옥은 엄마를 안고 오열했다.




……………………


고요함과 우울함이 교묘하게 교차하며 

집안을 가라 앉게하는 어느 날이었다.

소포가 하나 날아들었다.


집안에 들여놓고 보니,

(젊은이여 ! 해병대로), 란 로고가 

큼직하게 찍혀있는 박스였다.


(해병대에 입대한 자제가 보낸 소포입니다 )란 글에 

엄마는 쓰러지듯 박스에 엎어지며 

 숨 가쁜 울음을 터트렸다


“흐흐흐흑.하아  하아.흐흑…”


엄마는 두손으로 박스를 쓰다듬었지만

차마 그  박스를 뜯을 용기는  없는 것 같았다.


영옥이 가위를 들고와 박스를 개봉했다.

박스를 여니 선후가 군대에 입대 할 때

입고 갔을 옷이 들어 있었다.


잠바,쥐색 남방,무릎 빠진 청바지,

그리고 런닝과 팬티에 양말까지 …

가지런히 차곡 차곡 쌓여있었다.


지숙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맨위에 있던 잠바를 꺼내 들었다.

언젠가 자신이  백화점 세일에 

싸게 샀다고  좋아 했던 옷이었다.

선후가 입으니까 인물이 더 훤하다고 

몇 번이나 입혀 보던 옷이었다.


조심히 옷을 들어올리고

한참동안 고개숙여 얼굴을 묻었다

지숙의 어깨가 바스라니 떨렸다.


아이의 냄새가 났다

선후 냄새였다.

그리운 그 냄새가 사무치게 그리워서 

가슴이 미어졌다.


윗도리. 바지.속옷.양말을 차려대로 꺼냈다.

지숙은 의식처럼 천천히 하나 하나 냄새를 맡았다.


“ 선후 냄새가 나...흐흑”


그말이 ...

엄마의 모든 마음이  한꺼번에

표현되는 것 같아 영옥도 같이 울었다.





맨 밑에 선후가 남긴 글이 나왔다.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엄마 아빠 누나. 건강하세요.”.


글을 읽고 멍하니 정신이 나가 있던  엄마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중얼거렸다.


“얼굴한번 보여주고 가지, 선후야.

금쪽같은 내새끼 .선후야.

꿈에서라도 보여줘라.선후야”


“해병대는 훈련이 힘들다던데....”


“니가 뭐가 부족해서 이렇게 군대를 가 ㅡ ㅡ”


곡조에 올라탄 중얼거림과

신음처럼 길게 이어지는 엄마의 울음소리가 구슬펐다.




… … … … …



연락을받고 일찍  퇴근한 아빠는 

박스와 선후의 옷을보더니 

한참 동안 눈을 감고 있었다.

주먹 쥔 두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부산 가서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말해줘.

왜. 애가 전화도 안 받고 연락도 없다가

 혼자서 이렀게  말없이 군대갔는지도. 응?”.


“ ……………”


“왜 집이 있는데 집에도 안오고 이게

 날아왔는지 당신은 알거아니야 ㅡㅡ”


엄마의 목소리는 날카롭게 격양되었다.


“당신 부산 같다오고  한동안

얼마나 힘들어 했는지 다 알아.

그러니까 이야기 해줘.제발. 

무슨 일 있었어? 엉? ”


“아무일도 없었어”


엄마는 아빠의 옷을잡고 흔들며 소리쳤다.


“나 미치는 거 보고 싶어서 그래? 나 미치겠어.

벌써 미쳐간다고ㅡㅡ 흐흑”


“”‘영옥아 너. 밖에 나가있어”’


아빠의 말에 ’당신 딸도  알거 다 아는 성인’이라며 엄마는 더 세차게 아빠를 몰아새웠다.


그제서야 아빠는 ……


그날의 이야기를 꺼냈다.





……… …… … …




아빠가 방을나간 뒤 선후는 멍했다

관우는 얼른 옷을  줏어입고 

정신이 빠져있는 선후에게 옷을 입혔다

그리고 자신에게 주문을 걸듯 계속 중얼거렸다.


“정신차려.정신차려.정신차려…… ”




1층으로 내려가니 아빠가 차에 기대어 서 있었다 .

핏기없는 하얀 얼굴이 너무슬퍼 보였다.

선후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하지만 울 수도 없었다.

우물쭈물 쭈삣거리며 아빠에게 다가갔다. 


아빠가 너무 애처럽게 보여서

아빠가 눈을 감고 가만히 계셨다면 

아빠를 꼬옥 안아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아빠는 실망어린 눈빛으로 

미간을 찌프린체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움직일 수 없었다.


갑자기 아빠가 오른손을 올려 내 빰을 때렸다.


“짝”


태어나서 아빠에게 처음으로 맞는 매였다.

그래서 더 눈물이 났나?


“짝”


연이은  타격에도.


“짝”


그 어떤 반항도 할수 없었다.


아빠의 성격을 아니까...

내가 당신을 닮았으니까…

그래서  더 서러웠다.

그래서  더  아팠다.

이렇게 못난 아들이라 슬펐다.


아빠의 계속되는 타격에 

관우가 소리내어 울며 나를 감싸 안았다.


“퍽.”


그리고 나대신 …


“퍽”


매를 맞았다



“그만해요.그만해요.그만해요.제발.크흐흐흑"


관우의 울음 소리와 겁에 질려 억눌린 목소리 만이 

공간을 수 놓았다.



“”헤어져. 이순간 부터 만나지마.

헤어지지 않으면 둘다 학교에 알려서 

학교 못 다니게 할거다.

너 네 집에도 알릴거다.명심해”


아빠의 목소리가 차가웠다.

그 명확함에 소름이 올라왔다.


“그리고 당분간 넌 집에 들어 오지마.”


선후에게  그 말을 한후 아빠는 차를 타고 떠났다.


모든 긴장이 풀어진 뒤

남겨진 둘은 

눈을 마주칠수가 없었다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본 체 

손은 더 깊이 마주잡고 있었다




… … … …




말하지 않아도 알수 있었다.

아빠의 마음을.

너무나 충격적인 연출이었다.

낮 뜨거운 상황에 …

나의 얼굴을 대하는게 힘드셨을 아빠.

선후도 차마 아빠 얼굴을 편하게 볼수 없었다.


쫓기듯이 서둘러 군대에  자원 입대했다.

모든것을 잊고 싶은 마음에 해병대에 지원했다.

헝클어진 마음을 육체의 고단함으로 체우고 싶었다.

이유없는 죄책감에

더.더.더 나를 망가뜨리고 싶었다.

죽도록 힘들어도 웃었다.

훈련으로 이러다가 죽겠다 싶은 순간이면

난 실실거리며  더 기를쓰고 어둠으로 달려들었다.

미친 놈이 되었다.

지금  이순간 죽어도 좋다는 마음이

 내 모든것을 태워버렸다.

그러자 별명이 독종이 되어버렸고

제대를 앞두고 UDT 특수부대로 스카웃 되었다.


그때 나에게는 , 

그저 하루를 악착 같이 살아 냈을 뿐 내일은 없었다.

그래야만 살아 갈 수 있었다..


그래서.


그림에 대한 꿈도 . 

막혀서 더 애절한 나의 사랑도 ,

가족에 대한 미안함도 다 잊을수 있었다.



그렇게 10년이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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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요
넘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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