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여우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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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발걸음으로 계단을 올라 정원을 가로질러 걷기 시작했다.
거실의 커다란 창문을 통해 밝은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흔하지 않은 일이었다.
재훈의 부모님은 항상 똑같은 시간에 저녁 식사를 하고 여덟시 반이 지나면 아버지는 서재로 어머니는 침실로 자리를 옮기셨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의 어머니는 음악을 틀어놓고 얼굴에 팩을 하고 누워계시거나, 시시껄렁한 잡지를 손에 들고 침대의 맞은편 벽에 걸려있는 티비를 보는 것이 일상이었다.
야간조명만이 희미하게 켜져 있을 거실에 모든 불이 다 켜져 있다는 것은 누군가 손님이 와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아버지의 로타리 클럽 회원들이 값비싼 샴페인을 한잔씩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거래처의 까칠한 담당자와 저녁식사를 마치고 재훈은 느즈막히 돌아오는 길이었다.
반드시 체결해야만 하는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서 딴에는 갑질을 즐기는 듯 보이던 상대에 가능한 비위를 맞춰주었다. 자신의 유능함을 증명한다기 보다는 적어도 무능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어야만 하는 처지였다.
피곤함이 몰려와 쉬고만 싶었던 재훈은 그런 아버지의 손님들의 방문이 결코 반갑지 않았다. 그래서 대충 인사만 드리고 자신의 방으로 올라가리라 생각하면서 현관문을 열었다.
“이제 와?”
문이 열리는 소리에 거실쪽에서 나와 얼굴을 내민 사람은 뜻밖에도 하준이었다.
놀란 표정으로 서서 바라보는 재훈을 보고 그가 씨익 웃어보였다.
“너가 왜 우리집에....”
“내가 초대했다.”
주방쪽에서 그의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간되면 같이 식사라도 같이 하자고 했더니 이렇게 와 주었네.”
그의 어머님이 현관쪽으로 걸음을 옮겨서 재훈을 보고는 눈을 가늘게 뜨고 혀를 찼다.
“진작에 좀 와서 같이 저녁이라도 먹었으면 좀 좋아?”
“올라갈게요.”
그가 그런 그의 어머니의 시선을 무시한 채로 몸을 돌려 2층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걸음을 옮겼다.
“여기가 형 방이구나?”
재훈의 뒤를 따라 들어온 하준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방의 구석구석을 돌아보았다.
마치 자신외에 아무도 없는 것 마냥 하준을 신경쓰지 않고 재훈은 정장의 상의를 벗어서 책상 앞에 놓여있는 의자의 등받이에 던져 놓고는 벨트를 풀고 바지의 지퍼를 내렸다.
그런 그를 흘끗 본 후에 하준이 침대에 몸을 던져 대(大)자로 드러누웠다.
“형.”
팬티차림으로 실내복을 손에 쥔 재훈을 하준이 불렀다.
“이리 와.”
돌아본 재훈의 눈에 바지의 지퍼를 내린 채로 한 손을 자신의 팬티 속으로 집어넣은 하준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런 그를 보고는 재훈이 한숨을 내쉬었다.
“큼지막하고 빳빳한 것이 지금 내 손안에 있는데 보고싶지 않아?”
짖궂은 표정으로 입주위에 웃음기가 가득한 채, 마치 유혹하는 듯한 나긋나긋한 말투로 그렇게 말하고는 그가 재훈을 빤히 바라보았다.
벌어진 바지 앞섶사이로 보이는 진홍색의 팬티안에 집어넣은 그의 손은 여전히 그 안의 무엇인가를 리드미컬하게 주무르고 있었다.
그런 그를 본 재훈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손에 들고 있던 실내복 바지에 자신의 다리를 부지런히 집어넣었다.
“미쳤냐?”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재훈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치 그런 상황을 즐기는 듯, 다른 한 손은 자신의 상의를 걷어 올리고 가슴으로 향했다.
“좋은 말 할때 일어나라.”
그렇게 자신의 말에도 꿈쩍하지 않고 여전히 자신을 보면서 눈웃음을 치고 있는 그의 손을 잡으려고 재훈이 자신의 손을 내미는 순간 방문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예...”
당황한 재훈이 고개를 돌리고 천천히 문 앞으로 가서 빼꼼히 문을 열었다.
커피가 담겨있는 트레이를 들고 서 계시는 그의 어머니의 모습이 그런 그의 눈에 들어왔다.
찡그린 얼굴로 재훈이 손을 내밀어 트레이를 건네 받았다.
“감사합니다. 어머니.”
그런 그의 등 뒤에서 베게로 자신의 사타구니 부분을 가리고 서서 하준이 태연한 표정으로 그의 등 너머에 서 있는 그녀에게 인사했다.
무슨 말인가 하려는 듯하던 그녀가 표정을 바꾸고는 문 손잡이를 잡고 천천히 그의 방문을 닫았다.
책상위에 트레이를 올려놓은 재훈이 걸음을 옮겨 침대위에 하준이 누워있던 자리를 손으로 탁탁 털어냈다.
“형, 되게 깐깐하네.”
그런 그를 보고있던 하준이 베게를 침대 위쪽으로 던져 버리고는 자신의 바지의 지퍼를 채웠다. 여전히 그의 앞섶은 발기한 물건으로 인해 불룩하게 튀어나와 있었다. 그런 자신의 사타구니 부분에 흘끗 시선을 주는 재훈을 눈치채고는 마치 만족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하준이 슬며시 엉거주춤한 걸음을 옮겨 책상위에 있는 커피잔으로 손을 뻗었다.
“도대체 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
무표정한 얼굴과 말투로 그런 하준을 돌아보고는 재훈이 입을 열었다.
“사랑?” 입가에 장난스러운 웃음을 보이면서 마치 농담을 하듯이 하준이 대답했다.
“미친.....”
재훈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여유롭게 히죽거리면서 하준이 책상에 엉덩이를 기대고 커피잔을 입에 갖다 댔다.
“그럼...뭐...”
다시 커피잔을 내려놓으면서 하준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인생에서의 동반자? 내 아군?”
“절대 그럴 일 없다.” 팔장을 끼고 하준을 향해 재훈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형은 벌써 한쪽 팔은 나에게 묶여있는 걸?”
“......”
“아니, 양쪽 팔 다 인가?” 그가 마치 진지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혜원이 누나도 있으니까 말야.”
“너... 정말....” 굳어진 표정으로 재훈이 그를 노려보았다.
“밖에 어머니 계신거 아냐?” 하준이 히죽거렸다.
“별일 아닌데 목소리 키워봤자. 형만 더 불편해질 것 같은데...”
그의 말에 팔짱을 풀고 재훈이 한숨을 내 쉬었다.
“혜원이 누나하고 정말 결혼할거야?”
“.....”
“형, 혹시...혜원이 누나의 엄마가 누군지 알아?“
다시 커피잔을 손에 쥐고 하준이 재훈을 바라보았다.
”내가 알고 있는 얘기 중에서 한가지 말해 줘?“
마치 선심이라도 쓰는 듯한 말투로 그가 말을 이었다.
”우리 엄마 대학교 동창이었대. 세상 참 좁지?“
”.......“
”얼굴 예쁘고 착하고 공부도 잘 했다나봐. 그런데 아버지 사업이 망하는 바람에 빚이 산 넘어가게 되고 살아갈 길은 막막해지고...“
하준의 입을 통해서 자신도 몰랐던 혜원의 어머니에 대한 말에 재훈이 당황한 표정으로 하준을 바라보았다.
”다니던 대학도 그만두게 되고.....“ 마치 진실로 연민이라도 느끼는 말투로 재훈을 한번 슬쩍 보고나서 하준이 말을 이었다.
”정말 바닥까지 떨어져서 별의 별 일 다 겪고 있던 그 아줌마를 우리 엄마가 그 혜원이 아버지한테 소개 시켜 준거래.“
”......“
”사업하는 사람들 부부동반으로 갖는 모임 있잖아. 거기서 혜원이 누나 아버지만 홀아비였거든....“
”......“
”아니다. 사별남이라고 하는건가? 그 전에 와이프가 죽었대. 뭐 고질병으로 죽었다는 얘기도 있고 자살했다는 얘기도 있다던데, 모르지 뭐.“ 마치 우스운 얘기라도 하는 듯 하준이 웃었다.
”여튼, 그래서 우리 엄마가 다리를 놨다고 하더라고....“
”그런 얘긴 왜 하는건데?“
불편한 표정을 감추지 않고 재훈이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아니...“ 그런 재훈의 시선을 무시하고 다시한번 하준이 히죽거렸다.
”그냥 알아두라고...“
말을 멈추고 그가 재훈을 실눈을 뜨고 묘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내가 그만큼 형 주변의 사람들에 관해서 잘 알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려고....“
말을 멈추고 하준이 천천히 재훈에게 다가와 슬며시 자신의 손으로 재훈의 손등을 잡았다.
그런 그를 빤히 바라보면서 재훈이 자신의 손을 빼내어 바지의 엉덩이 부분에 손등을 문질렀다.
그런 그를 보면서 하준이 키득거렸다.
”오늘은 이만 갈게. 형이 주말에 교회를 나오지 않으면 내가 이렇게 가끔 찾아오지 뭐.“
재훈을 보고 슬쩍 윙크를 한 후에 하준이 문쪽을 향해서 몸을 돌렸다.
침대에 누웠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여전히 꼭 감은 그의 눈앞에 며칠 전 자신을 찾아왔던 혜원의 모습이 떠올랐다.
”한달이야. 오빠.“ 그녀가 말했다.
”앞으로 한달안에 나와 정리했다고 부모님께 말씀 드려줘.“ 담담한 표정으로 그녀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서로 피차 시간낭비 하지 말자.“
아무 대답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는 그의 손을 그녀가 슬며시 잡았다.
”나도 끔찍한 우리 집에서 도망치고 싶어서 오빠가 도피처가 될수도 있겠다 생각했지만...“
그녀가 말을 멈추고 아랫입술을 슬며시 깨물었다.
”예전에도 오빠에게 말했지만 우리 서로 지금 닥친 일에 대한 해결책은 절대 되지 않아.“
”......“
”얼굴 대하기도 싫은 가족들 한테서 오빠하고 어떻게 되어가는지 시시콜콜 질문 받고 싶지 않아.“
괴로운 표정으로 그녀가 마치 사정을 하는 듯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오빠와 상의 없이 내 멋대로 말하고 도망치는 무책임한 사람은 되지 않을거야. 그건 약속해.“
”......“
”그래도, 나도....“ 그녀가 그의 손을 잡고 있던 자신의 손에 힘을 주었다.
”내 인생 살아야 하잖아.“
”그래.“
그런 그녀를 보고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부모님에게 사실대로 말하려고 기회를 보는 중이야.“
자신을 올려다보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그가 마치 확신을 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 아버님 찾아 뵙고 내가 다 말씀 드릴께.“
그렇게 그녀에게 약속은 했지만, 어떻게 그런 말을 그의 부모님께 꺼내야 할지 여전히 그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어찌할 바를 모르고 시간만 보내고 있던 그에게 보름 정도 지난 어느 날 아침 형우에게서 뜻밖의 문자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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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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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는 읽고나서 잠시
사색의 시간을 던지는 글이다.
'사막여우'는 그런 글로써
인물들의 관계들을 생각하며
사람이 살아가는 그리고 사랑하는 법을
되새기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