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여우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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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아름다운 꽃이 피어오른 듯, 고급스럽게 장식된 과일이 담긴 접시와 음료를 검은 유니폼을 입은 종업원이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내려 놓았다.

 

도도한 눈빛으로 그런 그의 손놀림을 내려다 보던 그녀가 이제 룸 밖으로 나가서 고개를 깊이 숙이면서 인사를 하는 그를 보고 손가락으로 가보라는 신호를 보냈다.

 

조용히 문이 닫히자 얼굴에 뜻모를 미소를 띠면서 그녀가 재훈을 바라보았다.

어서 들어요.”

.....”

그런 그녀를 어색한 표정으로 한번 본 후, 재훈은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자신의 커피잔으로 손을 뻗었다.

 

그래서, 그 날 밤에 우리 하준이하고 같이 있었단 말이죠?”

커피를 입에 가져다 대는 그를 빤히 바라보면서 그녀가 종업원이 오기전에 그에게 한, 똑같은 질문을 다시 물었다.

....”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가 마지못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지. 우리 애처럼 착한 애가 이 세상에 또 어디 있다고...”

“......”

, 이 인간을 그냥....!”

자신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분노를 얼굴에 표출한 그녀가 다음 순간 그를 인식하고는 표정을 바꾸어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내 정신 좀 봐.”

그렇게 한 순간 그를 보면서 다시한번 흐뭇한 미소를 짓던 그녀가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리고는 옆에 놓여있던 손가방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휴대폰을 꺼내들고 폴더를 열고 누군가의 번호를 누르는 듯하더니 휴대폰을 그녀의 귀에 바짝 가져다 댔다.

여보!”

그녀가 과하게 기쁜 목소리로 콧소리를 냈다.

이것봐요. 우리 애가 절대 그럴애가 아니라고 내가 그랬잖아요.”

여전히 불편한 표정으로 재훈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여편네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우리 애 한테 뒤집어 씌운거라니까요. 우리집이 어떤 집안인데! 우리 하준이가 우습게 보여?”

그녀가 화가나고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조소섞인 목소리로 그렇게 떠들어댔다.

그리고, 당신은, 당신 아들에게 그렇게 믿음이 없어요?”

그녀가 남편인 듯한 상대방에게 마치 책망이라도 하는 듯이 소리를 쳤다.

그리고, 사실 말해서, 그깢 고양이 새끼 한 마리가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난리 법석을 부리고 경찰을 부르고....”

어이 없다는 듯, 붉게 상기된 얼굴로 그렇게 말하며 그녀가 그를 흘끗거렸다.

 

그런 그녀의 말에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던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 하준은 그에게 그를 만나 하룻밤을 보내기 일주일 전 토요일에 그가 자신과 함께 있었다는 말을 그의 어머니에게 해주기만 하면 된다고 했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그가 만나고 있던 상대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던 그의 부모가 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그를 강제로 일본으로 유학을 보냈다고 하준은 말을 했었다.

그리고 귀국하자마자 자신이 외박을 한 것을 가지고 그의 부모는 하준이 예전의 그 남자와 다시 만나 함께 있었던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부모가 예전의 그의 애인을 찾아내어 괴롭히려고 한다고 그는 말을 했었다.

 

일본에서 유학 동안에 알게 되어 신세를 지게 된 지인이 있어, 귀국후에 고마움을 표현하고자 같이 술자리를 마련한 것이 늦어져서 의도치 않게 외박을 하게 된 것으로 그의 부모에게 둘러댔다고 하준은 그렇게 말을 했었다.

 

그렇게 말만 맞춰주면 되는 것이라고 녀석은 말을 했고 그 녀석을 빨리 떼어 놓고 싶은 생각에, 또한 전 애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한다는 녀석의 말에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러겠다고 약속을 해버렸었다.

 

그런데 그녀가 남편인 듯한 상대방과 통화하는 내용은 그가 하준에게 들은 내용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이렇게 오해를 풀어주시려고 일부러 여기까지 와주셔서 말할 수 없이 고마워요.“

통화를 끝낸 하준의 어머니가 다시한번 얼굴에 화사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게, 우리 하준이 아빠가 좀 유별나서 벌써부터 못된 짓 하고 다니는 자식에게는 절대 자기 회사 넘겨 줄 후계자로 못 키운다고 그렇게 난리 블루스를 추고 해서는....“

”......“

여튼, 오늘 이렇게 와주셔서 다시한번 고맙게 생각하고요. 나중에 하준이 아빠가 시간 될 때 다시한번 정식으로 초대할께요. 잘 부탁드려요.“

그렇게 말하면서 그녀가 그를 보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핸들을 두손으로 부여잡고 재훈은 온갖 상념에 어지러워진 머릿속을 달래며 가랑비가 내리는 도로를 내다 보았다.

사거리 한가운데 공중에 매달린 붉은 신호등 아래로 우산으로 상체와 머리를 가린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울리는 휴대폰의 폴더를 열었다.

여보세요.“

고마워요. .“

능글거리는 목소리와 실실거리는 하준의 웃음소리가 그의 차 안에서 울렸다.

!“

날카로운 목소리가 그의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거야!“
뭐가요?“ 여전히 능글스러운 말투로 하준이 물었다.

고양이 얘기 말야!“

”.......“

도대체 너 고양이에게 어디서 무슨 짓을 했길레....“

.....“

그제서야 침묵을 지키던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그 말은 하지 말라고 일렀는데...“

”.......“

... 그냥 집에는 들어가기 싫고 불러낼 아는 놈이 있나 휴대폰을 뒤져보다가.....“ 녀석이 능글맞은 말투로 말을 이었다.

꿀꿀한 마음에 길 위에 빈 깡통이 떨어져 있길레 발로 걷어 찼는데 그게 담장에 가서 부딪친거야.“ 천연덕스러운 녀석의 말이 차 안에서 울렸다.

근데 거기 있던 고양이 한 마리가 나를 보고 하악질을 하더라고... 그래서 손 좀 봐주려고 하니까 도망을 가더라고....“

 

신호등이 바뀐것도 인지하지 못한 그의 뒤에 있던 차량의 운전자가 경적을 울렸다.

비상등을 켜고 그가 천천히 길가로 차를 몰아서 세웠다.

 

그런데 그 풀숲에서 뭔가 꼬물거리는 조그만 것이 보이는 거야. 그래서 자세히 보니까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그 속에 숨어있는거야.“

그래서?“ 그가 물었다.

그냥.... 잡아서 그 빈 깡통안에다가 집어넣었지.“

능글거리는 말투로 그렇게 말을 한 녀석의 희미한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핸들을 잡고 있는 재훈의 손바닥에 땀이 배어나오기 시작했다.

.... 그냥 두세번 발바닥으로 슬슬 굴리고 있는데....“

”......“

그게, 지 새끼였나봐.. 아까 그 고양이가 다시 와서 주변에서 나를 노려보고 야옹거리면서 지랄을 하는거야.“

”......“

그 놈의 새끼가 너무 시끄럽게 지랄을 하잖아. 그래서 슬그머니 밟아버렸지 뭐. 그 깡통을...“

 

녀석의 천연덕스러운 목소리에 순간 그의 등이 서늘해졌다.

 

그랬더니 얼마나 울어대던지 안에서 주인이 문을 열고 나온거야. 그래서 모르는 척 내뺐지 뭐..“

”.......“

문을 열고 나온 그 여자가 우리 아파트 상가 마트 주인인지 내가 어떻게 알았겠어? 늙어 빠진 년이 아직 눈은 보이는지 그게 나라고 난리를 치는 바람에.... 정말 재수도 더럽게 없지..“

”.......“

여튼, 고마워 형. 이렇게 도와준 김에 나중에 한번 더 부탁할게.“

킬킬거리며 웃던 녀석이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재훈의 귓 속에서 그리고 그의 차 안에서는 여전히 녀석의 비열한 웃음소리가 계속해서 메아리처럼 울리고 있었다.

 

 

 

집 근처의 작은 공원앞에 차를 세우고 재훈이 차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선선한 밤 기운이 느껴졌다.

한줄기 바람이 불어와 그의 머리를 헝클어뜨리고 그의 셔츠를 스쳐 지나갔다.

 

차에 기대어 그는 주머니에서 담배갑을 꺼내고 한 개피를 손가락으로 끄집어 내어 입에 물었다. 그리고 주머니를 뒤져 라이터를 찾았지만 손에 만져지는 것은 없었다.

 

낮은 한숨을 쉬고 그는 여전히 담배는 입에 문 채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그렇게 한동안 넋을 놓고 있는 듯한 그의 귀에 차 안에 놓아두었던 그의 휴대폰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몸을 숙여 열려있는 창문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울리는 휴대폰을 집어들었다.

여보세요.“

지금 어디야? 집에 오는 길이지?“

그의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의 다와가요.“

너의 아버지하고 얘기 했다. 이번 주 토요일쯤 해서 혜원이 집으로 부르려고 그래. 그래도 내가 전화하는 것보다 네가 혜원이한테 얘기하는 것이 더 낫지 않겠니?“

마치 그대로 굳어버린 듯 그는 꼼짝 않고 그렇게 서 있었다.

걔 의향도 좀 물어보고 걔가 좋다면 혜원이 부모님도 빠른 시일내에 만나 볼거야.“

”........“

가능하면 올해 안에 네 결혼까지 다 하는 걸로 계획 잡고 있으니 그리 알아라.“

”.......“

그리고 일찍일찍 다녀. 딴 생각 하지말고!“

 

서늘한 바람이 그의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갔다.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그는 조용히 차의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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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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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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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이 긴 소설이 아닐까 싶다.
인물의 관계도는 복잡하진 않지만
에피소드가 다양하면서 읽을거리를 풍부하고
상상력을 더하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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