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의 사우나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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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두둑..후두둑..


집을 나서자 아직 어두운 새벽, 겨울비가 내리고있었다. 요상하게도 겨울에는 비나 눈이 오는날이 더 춥지않다. 빗발도 약하고..우산을 가지고 나오는 10초가 귀찮아, 바람막이에 달린 모자를 듸집어 쓰고 걷기 시작한다. 입에서는 하얀 입김이 난다.

후두둑. 날카롭고 차가운 비가 얼굴을 때린다.


저번주에 방학을 했다. 매일 게임과 술로 늦잠을 자다가 오늘따라 일찍 눈이 떠졌다. 왜 그런날이 있지 않는가..

피곤은 한데 눈이 또랑또랑한게 싫어서 뜨거운 물에 몸 좀 담글 요량으로 목욕탕으로 나선 길이다. 사실 이동네는 학교때문에 자취를 하러 온 타지라서 지리를 잘모르지만, 얼마전 술마시다가 담배피러 나왔을 때 대중목욕탕 간판이 있던게 기억이 난다.


낡았다. 할아버지사장님께 계산을 치르고 탕으로 들어갔다. 역시 작고 허름하다. 그래도 밖과 다르게 훈훈한 기운에 두뺨이 녹는 기분이 썩 좋다. 후다닥 옷을 벗고 탕으로 들어간다. 역시 시간이 시간인지라 아무도 없다. 샤워기에 몸을 헹구고 온탕에 몸을 집어넣자, 아직 녹지않아 쪼그라들어있던 불알이 축 쳐진다.


5분? 아니 3분쯤 지났을까.. 목욕탕타일만 보고있자니 지루해 죽을맛이다. 작은 목욕탕이지만 혼자 이렇게 앉아있으니 욕탕이 커보인다. 공허함속에서 문득, 온탕안에서 몸 지지며 핸드폰으로 인터넷이나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폰을 가지러 나오자, 언제들어왔는지 건장한 아저씨가 옷을 벗고 있다. 조각조각 갈라지지는 않았지만 크고 탄탄한 근육들이 보기좋게 붙어있다. 여기저기 상처들이 있는게 현장에서 몸으로 일하는 사람같았다. 굵은 허벅지 사이에 그에 맞게 굵은 물건이, 우람한 불알에 밀려 앞으로 솓아있다. 커지면 어느정도 일까..? 내 눈길과 상상이 무색하게, 아저씨는 자기 옷벗고 자기 타올 챙겨서 휙하고 탕으로 들어간다.


욕탕에 들어오니 아저씨가 안보인다. 사우나실에 들어가 있는 모양이다.

'아후..지겨워..어쩔것도 아닌데 이렇게 남자쳐다보고 있는게..그만하고 폰이나 해야지'

혼자 푸념하며 사우나실과 조금 떨어진 온탕에 들어앉아서 인터넷 기사를 본다.


끼이이익..

기사 두어개쯤 읽자 사우나실 문여는 소리가 들린다. 아까의 다짐을 비웃듯이 자동으로 내 고개가 들어진다. 땀에 젖은 아저씨의 몸이 욕탕의 낮은조명에 비쳐져 아까보다 더 탄탄해 보인다. 아저씨는 나오자마자 바로옆 냉탕으로 들어간다. 그런데

'잠깐, 내가 잘못 본거 아니지?'


아저씨는 사우나와 냉탕 왔다갔다를 몇번 더 했다. 옛날에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있다. 물건을 뜨겁게 차갑게..급하게 온도 변화를 주면 정력이 세진다나 뭐라나. 아마도 저 아저씨는 그걸 믿고 있는 모양이다. 내가 아까 잘못본게 아니라는건 아저씨가 세번쯤 왔다갔다 하는사이 확실해졌다. 아저씨는 분명 발기해 있었다. 위로 휘어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 물건이, 엄청난 크기라는것도 확실해졌다.

공공장소에서 성인의 발기된 모습을 본 충격에 넋놓았다가..다시 폰으로 눈을 돌려 웹툰을 본다.


"학생."


한창 만화을 보다가 고요속의 적막을 깨는 굵고 낮은 목소리에 놀라 고개를 든다. 처음 눈에 들어온건 손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는 아저씨의 굵고 돌처럼 단단해 보이는 물건. 울퉁불퉁 튀어나온 핏줄과 검붉은 귀두의 윤기까지 보일정도로 가까이에서, 생생하게 발기된 자지를 보니 내 물건에도 갑자기 힘이 들어간다. 더 고개를 올리자 아저씨가 냉랭한 눈으로 날 내려다 보고있다.


"사진찍었지? 응?"

"응?"


아저씨의 세차례 질문에도 어안이벙벙해 대답을 못하고 있다가, 폰 내놓으라는 아저씨의 말에 상황이 판단되었다. 행여나 물속에 폰을 빠뜨릴까봐 탕밖으로 손을 뻗어 폰을 하던게 화근이었다.


""아니요, 저 만화보고 있었어요.""

"거짓말 하지마."

""정말이에요.""


나는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폰화면을 들어보인다. 그와중에도 아저씨의 자지에 눈이 가지 않도록 안간힘을 쓴다.


"사진첩 열어봐."


보여주지 못한다. 사진첩을 열어 보여주면 간단히 끝나는 상황임에도 그러지 못한다. 사진첩 제일 최근사진이 어제 게이사이트에서 다운로드한 남자의 헐벗은 사진이라는 것이 그 짧은 순간에도 떠올랐기 때문이다.


""죄송한데 못보여드려요. 그런데 진짜 안찍었어요.""

"그래? 그럼 경찰에 신고할수밖에."


아저씨가 탕에 들어올때처럼 휙하고 돌아 나간다. 뛰쳐나가 잡을 수없다. 이 상황에도 야속하게 내 자지가 커져있기 때문이었다. 아저씨는 발기한채로 저리 당당히 걸어다니는데 나는 왜이렇게 창피한걸까..


""아저씨!!아저씨!!""


소리쳐 불러도 아저씨는 저벅저벅 걸어간다. 만약 경찰이 왔다가는 모두에게 사진첩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 삭제 할수도 없었다. 더 큰 오해를 살게 분명했다. 하는수 없이 물속에서 박차나와 커진 자지를 부여잡고 아저씨를 향해 냅다 뛴다. 나가려고 탕문을 여는 아저씨의 손목을 잡았다. 아저씨는 뒤돌아서서  한손으로 커진 자지를 가리고 있는 나를 보더니 눈썹을 씰룩였다.


""여기 폰..이요.. 정말 안찍었어요..""


아저씨는 바탕화면에서 이내 사진첩을 찾아 열었다. 아저씨의 눈동자에 남자의 나체가 비쳐졌다. 속으로 사진을 넘기지 않기만을 바랐다. 그 다음사진도 그 다음사진도 남자의 나체사진이었으니까..하지만 내폰을 쥔 아저씨의 손은 폰화면 위에서 엄지가 좌우로 몇번 왔다갔다 했다.


"너 뭐..남자 좋아하는..뭐 그런거냐?"

"".....네...그런데 저 정말 안찍었어요..""


고개숙인 상태로 대답했다. 발뺌 할 수 없어 그렇다고했다. 괜시리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공공장소에서 발기한채로, 억울하게 모르는 사람에게 커밍아웃이라니.. 집에서 게임이나 할걸 하는 후회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10초정도 내가 탕에 처음 들어왔을때처럼 적막이 흘렀다.


"뭐.. 어쨋든 내가 오해한거니까 미안하게 됐네. 자 폰 받어."


뭔가 상황이 생각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흘러가지 않은 것에 안도되었다. 한숨과 함께 눈물 한방울이 떨어졌다.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폰을 받아 바로 뒤돌아 온탕으로 갔다. 망할놈의 자지가 아직도 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목욕탕에 둘뿐이라 나가서 옷입어도 되었는데 정신이 없긴 없었나보다. 온탕안에서 고개를 푹숙이고 있는데 뒤에서 샤워기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는


참방..


물소리와함께 온탕의 수위가 높아진다. 나와 조금떨어진 옆으로 아저씨가 들어와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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