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우리에게 돌을 던지랴! 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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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형규의 성감대를 알고나 있었다는 듯이 귓불과 목덜미를 애무하며 양손으로는 몸을 더듬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라 형규는 처음에는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형규도 해밀턴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었다. 둘은 깊고 진한 키스를 나누며 서로의 욕망을 채우기 시작했다. 


 한편, 만식은 화장실로 간 둘이 빨리 돌아오지 않자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 혹시? 둘이 화장실에서...? 에이, 설마...! 내가 있는데… 그럴 리가! 아니다. 안 그러면 지금까지 뭐 한다고 이렇게 오래 있겠어? 화장실에 가 볼까...? 


 만식은 더 참지 못하고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 문을 살그머니 열고 들어서는 만식은 괜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러나 안엔 아무도 없었다. 큰 것을 보는 곳이 1개 있는데… 설마! 안에서...? 만식은 조용히 다가가서 문을 살짝 밀어 보았다. 그러나 문은 쉽게 열렸고 화장실 안에 역시 아무도 없었다.


 잉? 형규와 해밀턴은 화장실에 없었다. 분명히 화장실 쪽으로 간 걸 보았는데…! 그리고 나오는 것을 보지 못했었다. 만식은 이상하다 싶어 주변을 둘러보니 안쪽에 문이 또 하나 더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무슨 문인가 싶어 살짝 열어 보니 찬 바람이 쏴~악 들어 왔다. 바깥으로 통하는 문 같았다. 문을 조심스레 열고 나서는 순간 만식은 꼼짝을 하지 못하고 얼음처럼 굳어 가만히 서 있었다. 


 만식은 급히, 그러나 조용하게 문을 닫고 자리에 돌아와 앉았다. 그리고 소주 한 잔을 원샷했다. 만식이 혼자서 소주를 3잔이나 거푸 마시고 난 그때 서야 해밀턴이 먼저 돌아왔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해밀턴은 소주를 혼자 따라서 원샷을 했다.


- 아니, 뭔 화장실에 그렇게 오래 있었어...? 형규는 어디 가고...?


 아까 클럽에서 술자리를 하면서 만식은 해밀턴에게 말을 놓기로 했었다.


- 아...! 형규, 곧 올 겁니다. 내가 속이 안 좋아서 오바이트 좀 했어요...! 뒤에 치우느라…

- 그랬어? 어쩐지 술을 곧잘 마신다더라니! 그래 좀 괜찮아...? 

- 네, 괜찮아요!… 이젠 괜찮아요...!


 그제야 형규가 자리로 돌아왔다. 


- 해밀턴 오바이트했다며! 네가 치우느라 욕봤다...! 술을 제법 마시더라니...!

- 아...? 네,…꽤 괜찮아요… 제가 치우고 왔어요…

- 그럼, 다들 술도 적당히 마신 거 같으니 인제 그만 일어날까...? 나도 좀 피곤하다…

- 저도 급히 마셨더니 좀 그러긴 하네요!… (형규가 맞장구를 쳤다)

- 난 더 마시고 싶은데… 두 분 먼저 가세요...!

- 해밀턴, 괜찮겠어? 술이 좀 된 거 같은데...! 일행들 기다리겠다. 그만 일어나자...!

- 아뇨! 기분도 좋은데… 왜 벌써 가려고 그래요?... 헤이! 형규. 컴 온! 이리 와! 같이 한 잔 더 해...!


 그러자 형규가 좀 불편해하는 표정이었다. 아까와는 확실히 다르게 뭔가 불편해하는 모습이었다. 만식의 눈치를 본다고 할까...? 좀 전에 보았던 그 일 때문이었나? 만식도 갑자기 생각이 복잡해졌다. 오후에 형규를 만나서 어떻게 하려는 건 아니었지만 뜻밖에도 해밀턴을 만나서 일이 좀 잘 풀리는가 했는데… 죽 쑤어 남 좋은 일만 한 거 같은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지난번 종로에서 해밀턴을 처음 만났을 때도 *카사블랑카에서 클루에게 해밀턴을 뺏긴 것 같았는데 이번에도 이런 상황이 벌어지니 괜히 또 형규가 미워지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만식의 입에서는 마음과 다른 말이 튀어나왔다.


- 형규야! 네가 해밀턴과 같이 한 잔 더 해라! 난 피곤해서 좀 쉬어야겠어...! 난 먼저 갈 테니… 그리고 영우에게 내가 내일까지는 서울에 있는 거 절대 비밀이다. 알지...?

- 형님 먼저 들어가시려고요...? 해밀턴은...?

- 뭐... 네가 알아서 혀! 나도 오늘 너 만난 거 너 애인에게 비밀로 할 테니… 흐흐… 잘 해봐! 해밀턴 잘 챙기고… 헤이! 해밀턴~ 나 먼저 간다! 형규랑 한 잔 더 하고 재밌게 보내...!

- 최! 정말 가려고...? 왜 같이 더 마시지! 오늘 내가 쏜다고 했잖아! 

- 내가 어딜 다녀와서 피곤해서 그래...!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형규랑 같이 한 잔 더 해. 그럼~ 간다...! 다음에 한국 오면 꼭 가게 들러요...! 안녕~

- 형님 조심히 들어가세요!…(형규가 마치 죄인인 양 조심스럽게 인사를 했다)


 만식은 해밀턴이 뭐라고 하는 소리를 뒤로 하고 먼저 바깥으로 빠져나갔다. 


= 후후훗...! 아무래도 해밀턴과의 인연은 여기까지인가 보았다. 차라리 잘 되었다. 덕분에 즐거운 오후를 보냈으니 말이다. 


 어차피 오늘은 서울에 도착하여 형규랑 즐겁게 놀다가 푹 좀 쉬고 내일 정수를 만나 마지막 화려한 시간을 가지려고 했었다. 생각지도 않게 해밀턴이 나타나서 잠시 계획이 바뀐 것뿐인데… 그렇게 둘이 눈이 맞았으니!


 만식은 택시를 타고 연신내 집으로 향했다. 일단, 그냥 집으로 가기로 했다. 괜히 서울에 있으면서 호텔비를 날릴 이유가 없었다. 


 창으로 쏟아지는 11월의 햇살이 따사롭게 만식의 침대를 가득 비추고 있었다. 눈이 부셔 잠을 깬 만식은 눈은 뜨지 않고 핸드폰을 향해


- “OK! 구글! 지금 몇 시야?”


라고 묻는다. 


= 지금 시간은 오전 9시 11분입니다!


 시간을 확인하고 만식은 다시 눈을 감았다. 그렇게 얼마를 더 잤을까? 잠을 너무 많이 자서일까? 자는데도 머리가 아픈 것 같았다. 눈을 뜨니 11시가 좀 넘었다. 핸드폰을 보니 아무런 메시지가 없었다. 아직 목포에서 출발하지 않았나? 만식은 정수를 은근히 기다리고 있었다. 여행에서 돌아와 서울에 있으면서 애인 영우에게 알리지도 않고 비밀리에 그를 만나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만식이 정수와 어찌하려는 건 아니다. 어차피 그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사람이고 만식은 영우 곁에 있을 사람이었다. 단지, 여행에서의 그 짜릿한 기분을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느끼고 즐겨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이제 이 시간이 지나면 언제 다시 그런 시간이 주어질까 하는 마음에 아쉽기도 하고 그랬었다. 물론, 영우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일어나서 토마토주스에 타바스코 한 방울을 넣어 마시고 뜨거운 물로 샤워했다. 샤워하고 나니 한결 머리가 좀 나았다. 개운한 기분으로 나오니 전화와 문자가 도착해 있었다. 반가운 얼굴로 재빨리 확인했다. 정수였다. 만식의 표정이 환해지며 손은 빠르게 입력된 번호의 샌드를 눌렀다.


- 여보세요...?

- 최 선생님...? 아! 전화를 안 받으셔서… 놀랐습니다...! 어디세요?

- 아! 미안해요! 샤워 중이라 몰랐어요! 올라오는 중인가요? 난, 서울입니다.

- 그랬었군요! 다행입니다. 연락이 안 되면 어쩌나 하고 내심 걱정했었는데… 비행기가 곧 출발해요! 점심때쯤 김포공항에 도착 예정입니다. 어디서 볼까요...?

- 호텔은 잡았어요...?

- 네. 온라인으로 예약했어요… 강남에 있는 인터콘티넨털이라고… 혹시, 아세요...?

- 하하하! 알죠! 좋은 곳 잡으셨네요...! 근데 종로에도 저렴하면서 좋은 호텔 많은데… 

- 제가 서울을 잘 몰라서요! 봐서 며칠 머물게 되면 그쪽으로 옮기죠...! 그러면 몇 시에 볼까요...?

- 음… 가만있자...! 몇시쯤 도착인가요?

- 제때 출발하면 12시 40분쯤에 도착 예정입니다.

- 음… 김포공항이라... 아! 공항버스가 종로 3가에도 오거든요!… 그거 타고 종로 3가에서 내리세요! 자세한 건 만나서 얘기하죠! 점심같이 할 테니 배고파도 참으시고요...!^^

- 네. 알겠습니다. 그럼 잠시 후에 뵙죠...! 저... 최 선생님... 빨리… 보고 싶습니다…

- 나두요...!


 만식은 정수의 그 말에 또 한 번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렇게 설레는 감정은 처음이었다. 만식을 스쳐 간 그 많은 사람에게서 좋은 점도 많았었지만 이렇게 가슴 설레고 흥분되고 기다려지는 마음은 정말 처음이었다. 더군다나 좀 전의 그 말, 


- 빨리… 보고 싶습니다…


  그 소리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다. 만식은 머리도 말리지 않은 채 거울 앞에 멍하니 가만히 서 있었다. 머릿속에는 내내 핸섬가이 윤정수 생각뿐이었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급하게 외출 준비를 하였다. 만식은 오랜만에 양복을 꺼내 입었다. 네이비색의 점잖은 스타일의 옷이다. 잘 사용하지 않는 향수까지 뿌리며 최대한 멋을 냈다. 


 차 키를 챙기고 집을 빠져나왔다. 며칠간 방치해 놓은 그의 애마는 짙은 올리브색의 BMW 미니 쿠퍼였는데 먼지가 좀 쌓여 있어도 언제나 멋졌다! 만식은 큰 차를 좋아하지 않았다. 혼자 타고 다닐 차인데 큰 차를 사용한다는 게 탐탁지 않았다. 그래서 예전부터 작은 차를 선호했다.


 오랜만에 핸들을 잡으니 기분이 좋았다. 더군다나 정수를 볼 생각에 마음이 더 설레며 조급했다. 이럴수록 조심, 조심! 안전 운전~!


 맘 같아서는 공항까지 픽업을 하러 갈까 싶기도 했으나 현실적으로 그건 좀 아닌 거 같아 공항 리무진을 타고 오라고 했었다. 어쩌면 정수에게도 그편이 더 편할지 몰랐다. 


 만식은 종로3가의 퍼시픽호텔에 차를 주차하고 로비 커피숍에 자리를 잡았다. 이제나저제나 정수 전화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는 중에 정수의 전화가 울렸다. 곧 종 3에 하차한다는 것이다. 만식은 호텔 위치를 알려 주고 마중을 나가려고 하자 정수가 그냥 호텔에 있으라고 했다. 괜히 부담된다고… 하는 수 없어 만식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만치 서 검은 수트를 입은 정수가 손에는 한 아름의 꽃다발을 품에 안고 로비에 들어서고 있는 게 보였다. 정수의 모습에서 빛이 나고 있었다. 찬란한 아우라가 퍼지고 있었다. 강릉에서 보았던 그의 모습이 아니었다.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 정수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둘은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포옹했다. 


  이곳은 게이들의 파라다이스 종로 3가니까!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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