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라 황석호 -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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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철우와 함께 또 신나게 합주를 하며 가장 괴로운 계절, 여름을 맞이했다. 1994년만큼은 아니어도 여름은 여름이라서 합주실은 여전히 찜통이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팬티 바람에, 물에 적신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석호가 뽑아낸 곡들을 연습했다.


  7월 말의 어느 날, 유난히 더워서 발가벗고 합주를 한 날이었다. 합주를 끝내고, 신혼의 달콤한 나날들 보내던 철우가 먼저 집으로 돌아간 후, 석호는 늘 그렇듯이 다시 창작의 고통 속에 제 발로 들어가고 나는 수학책을 꺼내어 문제를 풀려던 때였다. 민구가 나에게 넌지시 물었다.


  “영기야, 애들 가르치기 쉬워?”


  “글쎄.... 나는 이제 좀 버릇이 돼서....”


  갑자기 민구가 나에게 푸념을 늘어놓았다.


  “씨.발.... 나 아버지한테 존.나 혼났어.”


  “왜?”


  “대학 보내놨더니 졸업하고도 놀기만 한다고.... 철우는 벌써 결혼도 했는데 너는 그래가지고 결혼이냐 하겠냐고.... 씨.발.... 그래서 말인데.... 나도 이제 안 놀고 돈 좀 벌어 보려고....”


  “뭘로?”


  “너 과외해서 돈 좀 번다고 존.나 자랑했잖아. 그래서 나도 한 번 해보려고. 너처럼 과외할 수 있음 하고 아니면 학원에라도 갈까 싶어서.... 너 나한테 수학 잘 한다고, 내가 가르쳐 주면 쉽게 이해된다고 그랬잖아. 나도 학교 다닐 때 수학 좀 했고....”


  “오~~~ 좋은 생각. 마음먹은 김에 당장 해.”


  “그러기 전에 내가 너한테 물어볼 게 많아서.... 영기야, 우리 석호 방해하지 말고 나가서 얘기하자.”


  민구와 나는 옷을 입고 연습실을 나왔다. 학생들이 방학이라 합주가 없는 때에 수업시간을 분산시켜 놓았기에 마침 과외가 없는 날이었다. 자연스럽게 민구와 나는 내 자취방으로 갔다. 땀에 절었던 몸을 시원하게 씻고, 팬티 바람으로 내 방에 앉아 각 학년별로 어떤 내용이 있는지 민구에게 보여줬다. 민구는 쉽게 이해했다.


  “우리 때랑 비슷하네 뭐.”


  “그렇지. 수학이 달라질 게 뭐가 있겠어. 너 잘할 수 있을 거야. 나한테도 잘 가르쳐 줬잖아.”


  나는 방에 널브러진 책들을 챙겨 책꽂이에 꽂았다. 그때였다. 민구가 내 팬티를 벗겼다.


  “씨.발 뭐야.”


  아래층 주인집에 들릴까봐 나는 낮게 깐 목소리로 민구에게 욕을 했다. 민구도 이런 나의 약점을 잡고 능글능글 웃으면서 조용히 말했다.


  “씨.발 아까 합주할 때 너 보고 존.나 꼴렸어. 이상하게 너 궁뎅이만 보면 꼴려.”


  “씨.발새끼가 또 미쳤나....”


  “너도 그때 좋아했잖아.”


  “좋기는 개뿔.... 씨.발새끼야 볼 일 다 봤으면 꺼져.”


  “볼 일 다 안 봤어. 진짜 볼 일은 지금부터야.”


  민구는 팬티를 벗었다. 반쯤 발기된 자지가 음모 속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민구는 자기의 자지를 만지며 당당하게 말했다.


  “빨아서 세워.”


  어이가 없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민구가 말을 이었다.


  “그럼 내가 먼저 똥구멍 빨아줄게. 엎드려.”


  “이 미친새끼가 처돌았나....”


  “미친새끼니까 돌았지.... 돌았으니까 미친새끼고.... 나만 미친새낀줄 아냐? 철우도 니 궁뎅이 보면 꼴린다고 그러더라. 조ㅈ만 안 달려 있으면 벌써 박았다고.... 석호는 안 그런 줄 알아? 말은 안 해도 니 궁뎅이 보고 조ㅈ 껄덕대는 거 다 봤다고.... 씨.발새끼들이 게이로 오해살까봐 못 하는 거지.”


  “씨.발 너 진짜 게이냐?”


  “게이든 아니든 그게 뭔 상관이야. 그냥 꼴리는 대로 사는 거지....”


  “씨.발 난 게이 아니니까 꺼져라.”


  거짓말을 했다. 어쩔 수가 없었다.


  “내가 언제 너보고 게이랬냐?”


  “씨.발 그냥 닥치고 꺼지라고~”


  “하우 요 귀여운 새끼. 앙탈부리는 것도 귀여워.... 석호 말이 딱 맞아. 씨.발년들이 똥구멍으로 못한다고 존.나 앙탈부리다가 막상 조ㅈ 박.아주면 물 질질 싼다고 나한테 그러던데 니가 딱 그래. 너 전에도 못한다고 나한테 앙탈부리다가 내가 조ㅈ 박.아주니까 조ㅈ물 질질 쌌잖아. 씨.발 남자나 여자나 똑같애....”


  “내가 안 한다고 꺼지라 그랬다....”


  “아~ 씨.발 이제 앙탈 그만 부리고 그냥 대. 어차피 할 거면서 앙탈은.... 자지도 존.나 잘 빠는 새끼가.... 니가 나랑 석호 자지 힐끔거리면서 보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았어? 씨.발 진짜 너 게이 아냐? 니가 내 조ㅈ 빤 거 석호가 알면 난리 나겠는데....”


  평소에는 엄청 착하고 배려심도 많은데, 발.정만 나면 이기적인 새끼로 돌변을 해서 물 불 안 가리듯이 여자 남자를 가리지 않으니 내가 미칠 지경이었다. 석호를 들먹이며 협박까지 해대는 통에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안 그래도 요즘 석호가 바빠서 못 따먹었다고, 철우 존.나 부럽다고 나한테 징징거리던데 석호한테 삐삐 칠까? 니가 조ㅈ 빨고 싶어서 자지 발딱 세우고 있다고....”


  나는 그제야 민구가 팬티를 벗긴 그대로 있었음을 깨달았다. 게다가 자지도 발기가 되어 있었다.


  “입으로는 거짓말해도 몸은 거짓말 못해. 너도 여자 따.먹어봐서 알잖아. 내숭 존.나 떨면서 못한다고 그러다가 빤스 안에 손 넣으면 축축한 거. 지금 니가 딱 그짝이야. 너도 저번처럼 하고 싶잖아. 한 번 잘 해놓고 이제 와서 또 앙탈이야.... 씨.발 빨리 빨아. 너도 지금 존.나 꼴렸잖아....”


  씨.발.... 사실이었다. 한 번 하나 두 번 하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나는 민구를 보며 욕을 퍼부었다.


  “씨.발.... 게이 새끼....”


  민구의 자지를 입에 넣었다. 민구는 어깨를 넘어가는 내 머리카락을 감싸 쥐고 고개를 움직였다. 이놈의 긴 머리가 민구를 자극하는 것만 같았다. 민구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닥에 뒤집어 눕혔다. 민구의 혀가 내 엉덩이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똥구멍을 자극했다. 자지가 들어왔다. 한참을 움직이다 바닥에 덜렁 드러누워 나를 위에 올라 앉혔다. 허리를 쳐올리며 자지를 쑤.셔댔다. 한 손으로 내 작은 자지를 가리는 것은 옛날이나 똑같았다.


  “영기야, 뒤로 돌아.”


  나는 민구에게 등을 지고 돌아앉았다. 민구는 자지를 문지르다 똥구멍에 조준을 하고 나를 자지 위에 올라 앉혔다. 내 허리를 잡고 위 아래로 움직였다. 때로는 자기가 허리를 쳐올려 자지를 박았다.


  “오~ 씨.발 궁뎅이 존.나 섹시해.... 영기야 내 마음 알지? 너도 뒤치기 할 때 궁뎅이 보면 존.나 섹시하잖아. 너도 딱 그래. 오~~~~ 씨.발 자지가 똥구멍에 빨려 들어간다.... 석호한테 니 똥구멍 존.나 맛있다고 말할까....”


  “미쳤냐?”


  “그치? 석호 그 새끼 우리 이러는 거 알면 너랑 나랑 아마 죽일 거야....”


  나는 그냥 지나가는 말로 민구에게 물었다. 아까부터 묻고 싶던 말이었다.


  “근데 석호가 내 엉덩이 보고 좋아했어?”


  “석호뿐만이 아냐. 지나가는 남자들한테 물어보면 다 너 궁뎅이 보고 이쁘다고 박고 싶다고 할 거다 아마. 너도 니 뒷모습 보면 너한테 박고 싶어 할 걸? 크크크크”


  “씨.발 변태 새끼.... 너 가고 나면 그저께 따먹는 년 불러서 존.나 해야되겠다.”


  나는 내가 남자이고, 게이가 아니라는 걸로 포장하기 위해 한 말이었는데, 곧 실수라는 것이 밝혀졌다.


  “지금 불러. 내가 그년 똥구멍 뚫어줄게. 너도 똥구멍 맛 좀 봐. 존.나 맛있어. 빨리 불러.”


  아찔했다. 하지만 곧바로 수습을 했다.


  “씨.발 미쳤냐? 남자한테 똥구멍 따이는 거 보면 기절초풍 할 거다. 씨.발새끼야 빨리 싸고 가. 나도 그년 똥구멍에 조ㅈ 박을 거야.”


  내가 한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었으니 나는 민구가 싸기 전에 내가 먼저 싸 버렸다. 씨.발 또 존.나 허탈했다. 그런데 민구는 싸고 나서도 그렇지가 않은 모양이었다. 사정을 해버려서 여자를 부르지 못하겠다는 내 변명을 사실로 알아들은 민구가 발가벗은 채로 내 옆에 누워 조곤조곤 이야기했다.


  “씨.발 존.나 이상해. 처음에 너랑 했을 때는 존.나 어색했거든. 내가 꼴려서 미친 짓을 했구나 싶어서 너한테도 존.나 미안했고.... 근데 오늘은 존.나 좋네. 지금 기분으로는 니 자지도 빨 수 있을 거 같애. 영기야.... 우리 가끔 하자. 다른 애들한테는 절대 비밀로 하고....”


  “몰라 새끼야.... 빨리 꺼져.”


  하지만 민구는 발가벗은 그대로 누워서 잤다.


  다음날, 답답한 기분에 잠에서 깼다.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가위에 눌린 듯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실상은 민구의 튼실한 몸에 눌린 것이었다.


  “깼어?”


  “씨.발 뭐야. 무거워 내려와.”


  “넌 어째 자는 모습도 이쁘냐.... 여자들은 화장 지우고 아침에 일어나서 보면 섰던 조ㅈ도 죽는데 넌 안 그러네....”


  “씨.바..웁.”


  민구가 입을 맞추고 혀를 내밀었다. 본능적으로 그 혀를 받아 빨았다. 키스를 끝내고 민구는 내 몸을 핥으며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자지에 이르러 애무를 멈추고 한참을 바라보던 민구가 큰 결심을 한 듯 내 자지를 입에 넣었다. 저절로 신음이 터져 나왔다. 파마를 해서 곱슬거리는 민구의 긴 머리를 손가락으로 쓸어 올리고 민구가 내 자지를 빠는 모습을 지켜봤다.


  “씨.발.... 보지 마. 쪽팔려....”


  민구는 몸을 반대로 돌려 내 자지를 빨면서 자기 자지를 내 입에 넣었다. 나는 민구의 퉁퉁한 엉덩이를 쓰다듬으며 자지를 빨다가 고개를 들어 민구의 똥구멍을 빨았다. 민구가 자지러지며 좋아했다. 똥구멍을 처음 빨리는 듯 했다. 민구는 내 다리를 들어 똥구멍을 빨다가 자지를 찔러 넣었다. 이제는 내 자지를 손으로 가리지 않았다. 아침 햇살이 환히 들어오는 자취방 안에서 서로의 몸을 보며 민구와 나는 섹스를 했다. 제대로 된 섹스인 셈이었다. 민구의 굵은 자지를 똥구멍으로 받으면서 나는 석호를 떠올렸다. 민구의 얼굴을 석호로 바꾸고 석호가 나를 유린하는 것으로 여겼다. 흥분이 밀려왔다. 나는 자지를 잡고 마구 흔들었다. 민구가 보는 앞에서 나는 사정을 했다. 민구도 얼마 있지 않아 내 안에 사정을 했다. 역시나 허탈함과 허무함이 밀려왔다.


  민구와 나는 대충 수건으로 닦고 또 잤다. 민구와 내가 일어난 건 석호가 깨워서였다. 민구가 기지개를 펴며 일어나 몇 시냐고 물었다. 


  “12시 넘었어. 니들 밤새도록 빠.구리 했냐? 발가벗고 자빠져 자고 지랄이야.”


  민구가 능청스럽게 석호의 말을 받았다.


  “어떻게 알았지? 영기 존.나 맛있어서 두 번 했잖아.”


  민구가 엎어져 누워 있는 내 엉덩이를 토닥이며 말을 이었다.


  “자기야, 우리 석호도 왔는데 2대1로 한 번 더 할까?”


  민구의 말이 사실이었지만, 가만히 있으면 석호가 진짜로 알 것 같아서 나도 장난인 듯 농담으로 받았다.


  “석호 땀 냄새 나. 씻고 오라 그래.”


  석호가 내 말을 바로 받았다.


  “진짜 좀 씻자. 밖에 존.나 더워.”


  석호는 옷을 훌렁훌렁 벗고 계단을 내려갔다. 철주가 대학에 가면서 주인 아주머니도 일을 하러 나갔는지라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석호가 나가자마자 나는 민구에게 타박을 했다.


  “씨.발 뭐야. 깜짝 놀랐잖아.”


  “나두 놀랬어. 당황하면 더 이상하지.... 근데 씨.발 진짜 석호랑 2대1로 하고 싶네. 저 새끼 똥구멍 잘 쑤신다고 나한테 존.나 자랑하는데 어떻게 하는지 보고 싶어.”


  “씨.발 미친새끼.... 담배나 줘.”


  담배를 피우는 동안 석호가 수건으로 몸을 닦으며 방으로 들어왔다.


  “아주머니 안 계시니까 존.나 편하네. 샤워하고 다시 옷 입기 존.나 귀찮았었는데....”


  나는 엎드린 채로 담배를 비벼 끄고 석호에게 물었다.


  “근데 이 시간에 여긴 웬일이야?”


  “의논할 게 있어서 일찍 나오라고 삐삐쳤는데, 답이 없길래 민구 너네 집에 전화했더니 집에 안 들어왔다고 하셔서 여기 있겠다 싶어가지고 왔지.”


  “철우는 왔겠네. 우리도 빨리 가자.”


  “철우 못 온대. 마누라랑 초음파 하러 가는 날이래. 방금 전에 삐삐 음성 왔어.”


  석호가 나랑 민구 사이에 벌렁 드러누워 담배를 꺼내 물고 이어서 말했다.


  “날도 더운데 그냥 여기서 얘기할게. 철우한테는 대충 얘기했어.... 니네들 공연하고 싶지?”


  민구와 내가 동시에 말했다.


  “당연하지.”


  석호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우리에게 자초지종을 말했다. 석호의 말은 우리의 귀가 솔깃하도록 만들었다.


  석호는 처음부터 정식 코스로 차근차근 밟아나가기를 원했었다. 음반 기획사와 정식으로 계약해서 앨범을 발매하고, 방송에도 출연하면서 공연 활동을 하는 것을 꿈꾸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졸업을 하고도 2년이 지나 3년째 연습실에 틀어박혀 있었던 것인데, 석호는 지친 모양이었다. 무엇보다 공연을 하지 못하는 것이 답답한 듯 했다. 석호뿐만 아니라 나를 비롯한 민구와 철우도 마찬가지였다. 무대에서 관객들의 반응을 보며 흥분하던 것을 3년이 다 되어 가도록 못하고 있었으니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그래서 석호가 택한 것은 정식 앨범보다 공연이었다.


  “우리 클럽 가서 공연하자.”


  이미 어느 대학을 중심으로 한 클럽에서 밴드의 공연이 자리를 잡았다는 소식은 모두가 듣고 있던 터였다. 클럽 얘기를 가장 먼저 꺼낸 것은 민구였다. 하지만 석호가 앨범 발매부터라고 못을 박아 두고 있었기에 민구의 얘기는 그냥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이었다.

  그런데 석호의 입에서 다시 클럽 이야기가 나온 걸 보면 석호도 공연에 대한 갈증이 큰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당연히 민구와 나는 대찬성이었다. 철우도 보나 안 보나 찬성을 했을 것이었다.


  석호는 원래의 계획을 조금 수정해 앞으로의 계획을 우리에게 밝혔다. 클럽 공연을 하면서 직접 반응을 살피고, 반응만 좋으면 정식 앨범 발매는 훨씬 쉬울 것이라는 말이었다. 나름 타당하고 또 훨씬 현실적이었다.


  “오늘 오디션 보러 갈 거야. 영기 너 오늘 수업 늦게 시작하는 날이지?”


  “응. 9시부터.”


  “9시 전에 끝날 거야. 철우는 클럽 앞에서 만나기로 했어. 연습실 가서 기타 가지고 가면 딱 맞겠네.”


  민구와 나는 서둘러 씻고 석호와 함께 자취방을 나섰다. 학교를 벗어나 공연을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너무 설렜다. 거기에 오디션이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어서 긴장도 되었다. 오디션을 보는 클럽은 두 곳이었다. 첫 번째 클럽 앞에서 철우를 만나 첫 오디션을 봤다.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클럽에서 나와 모두 함께 담배를 피웠다. 석호가 먼저 말을 꺼냈다.


  “씨.발 너네들 왜 이래? 평소대로 해. 이게 뭐라고 쫄고 그러냐? 클럽이 여기 하나야?”


  석호의 말이 백번 지당했다. 그냥 평소대로 하면 되는 걸 괜히 오디션이라는 단어에 긴장한 탓에 몸이 굳어서 신이 하나도 나지 않던 연주였다. 우리에게 쫄지 말라고 한 것은 석호 본인의 마음이 표현된 것이라는 걸 우리는 모두 알고 있었다. 노래를 하는 석호의 목소리가 평소와 달랐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 오디션이 잡혀 있는 클럽 앞에서 우리는 크게 파이팅을 외쳤다. 늘 그래왔듯이 우리 맘대로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그냥 신나게 놀고 오자고 서로를 다독였다. 작은 무대 위에서 악기 세팅을 하고, 연주를 하기 전에 우리는 다시 한 번 파이팅을 외쳤다. 그리고 연습실에서 늘 하던 대로 서로 웃고 눈짓을 교환하면서 두 곡을 연달아 달렸다.


  “사운드가 빵빵하니 좋네. 노래도 특이하고.... 보컬 볼륨 조금 더 올릴 테니까 다시 한 번 해봐.”


  클럽 사장은 우리의 연주가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석호의 노래 실력을 인정하는 듯해서 나는 기분이 무척이나 좋았다.


  “그럼 니들 여기 와서 해 봐. 페이는 없는 거 알지? 공연 끝나면 술 한 잔 하고 가.”


  사장이 우리에게 선택지로 내세운 2개의 요일 중에 내가 수업이 없는 날을 골라 공연을 하기로 합의를 봤다. 우리는 쾌재를 올렸다. 나는 과외 수업 때문에 일찍 빠지고, 나머지 셋은 계속 남아 자축 파티를 벌였다.


  클럽에서의 첫 공연 당일, 우리는 연습실에서 먼저 신나게 달린 후 모두 함께 클럽으로 향했다. 클럽 앞 입간판에 그날 공연을 하는 밴드의 이름이 공연 시간대 별로 적혀 있었다. 그중에 ‘SUKO FLY’도 당당히 적혀 있어서 우리는 신기한 듯 바라보며 담배를 피우고 클럽 안으로 들어갔다. 휴게실 겸 대기실에 앉아 공연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서로를 격려하며 첫 공연을 잘 하자고 파이팅을 했다.

  공연 시간이 되어 우리는 무대 앞에 섰다. 관객이 생각보다 너무 적었다. 우리의 오디션을 봤던 클럽 사장과 엔지니어가 어디 한 번 해봐라 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석호의 기타가 가장 먼저 울렸다.


  학교를 벗어나 우리가 프로의 세계에 발을 딛는 첫 공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1997년 8월 6일 수요일 오후 5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30분이었다. 늘 하던 대로 열심히 달렸다. 관객이라고는 클럽 사장과 엔지니어뿐이어도 상관이 없었다. 수요일 오후 5시에 관객이 있을 리 만무했다. 우리가 공연 하는 것을 우리 말고는 아는 사람이 없으니, 이 바닥에 SUKO FLY가 나왔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라고는 클럽 사장과 엔지니어밖에 없으니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에게 공연할 수 있도록 장을 열어준 클럽 사장이 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했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우리가 준비한 것들을 보여주는 것이었으므로 열심히 연주를 하고, 석호는 그 어느 때보다 신이 나서 열창을 했다. 프로 세계에서의 첫 공연은 이렇게 끝이 났다.


  그 뒤로도 계속 수요일 오후 5시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었다. 관객이 있으나 없으나 상관하지 않고 신나게 공연을 했다. 어차피 연습실에서 우리끼리만 있어도 신이 났는데, 답답한 연습실을 벗어나 그나마 무대와 객석이 나뉘어진 공간에서 공연을 한다는 것은 정말 신이 나는 일이었다.

  세월이 흘러가면서 오후 5시 공연이 한 시간씩 늦춰져 오후 6시 되고, 7시로 옮겨졌다가 8시가 되었을 때는 평일이어도 제법 많은 관객들이 우리의 공연을 지켜봤다. 그렇게 되기까지 1년의 시간이 흘렀다. 공연의 요일도 조금씩 바뀌어 갔다. 수요일에서 목요일로, 목요일에서 금요일 저녁으로 가는 데에 또 1년이 걸렸다.

  그러는 동안 대기실에서 만나는 밴드들과의 교류도 생기고, 대학 거리에서 우리를 알아보는 사람들도 생겼으며, 일부러 우리 SUKO FLY의 공연을 보러 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는 동안 우리의 나이도 서른이 되었다.




-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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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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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부산맨입니다.
매일 글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으나....
요즘 개인적으로 삶에 급격한 변화가 생겨 글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미리 써놓았던 것도 25편으로 동이 났네요.
게다가 손가락까지 다쳐서.... ㅠㅠ
다음 26편은 주말이 지나야 올라갈 것 같습니다.
최대한 빨리 다시 연재할 수 있도록 해 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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