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멸망해도, (0)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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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시작,

 

 

 

 

 

 

 

 

 

인류는 커다란, 두 번의 전쟁 후 우주로 진출한다, 전쟁통에 만들어진 신인류의 이주가 그 시작이었다.

 

이제는 구 인류라 불리는 그들 또한, 새로운 이상향을 위해 신인류를 따라 기나긴 여정에 참여했다.

 

신력 80, 수만 광년의 너머에 자리한 새로운 고향에 도착한 그들은, 그곳을 제1번 행성, 제국성(帝國星)이라 칭하고, 자신들을 제국인(帝國人)이라 칭한다.

 

그 후, 수백 년이 흐른 후, 신인류는 또다시 우주로의 모험을 떠나게 된다.

 

여러 우주의 행성들을 정복한 그들은 자신들의 새로운 숙적을 만나게 되는데,

 

그것의 이름을 괴수(怪獸)라 명명한다.

 

 

⦁ ⦁ ⦁

 

 

함선 안, 혼란스러운 전쟁통 속에서 그나마 안전한 장소,

 

하지만 그것도 이제 곧 끝이었다.

 

, 코르쵸! 수백 마리, 다가옵니다!!”

 

군데군데가 부서지고 천장이 뚫린 함선 안은 이제, 더 이상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었다.

 

! 콰앙!’

우르르르!’

 

달려드는 코르쵸 무리에 의해 남아있던 에너지 쉴드가 요동쳤다.

 

입을 꾹 다물었던 함장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마지막이다,”

 

50대 중반쯤 되었을까, 군데군데 새하얀 머리카락을 내비치는 남자는 먼지와 땀, 그래고 군데군데 묻어있는 피에도 불구하고, 단단한 인상과 널찍한 어깨로 남자다움을 한껏 뽐내었다.

 

, 괴수의 둥지를 향해 돌격! 우리들의 각오를 보여준다!!”

돌격!!”

 

그의 무모한 발언에도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들도 잘 알고 있던 것이다.

 

더 이상 그들에게 희망은 없다는 것을, 이제는 주포나 부포를 발사할 에너지도 모조리 보호막에 집중한 채 둥지를 향해 돌진했다.

 

쉴드는?”

 

계속해서 코르쵸 무리가 달려드는 상황에도 함장의 표정은 덤덤했다.

 

아직 괜찮습니다, 돌진 후, 자폭을 할 동안 충분한 시간을 만들어 주겠지요,”

 

함장의 물음에 복부에서 피를 질질 흘리는 한 여성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 부함장, 그대도 고생 많았네,”

아닙니다, 존경하는 함장님 밑에서 일하게 되어 영광이였습니다,”

 

사랑했습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애잔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럼, 지금부터 자네들의 업무를 종료하겠네, 자폭까지 남은 시간 1시간, 그때까지 다들 마지막으로 자유롭게 있도록, 사랑을 나눠도 좋고, 하하,”

하하하,”

 

함장의 말에 몇몇 병사들은 손을 꼭 붙잡은 채 서로를 애잔하게 바라본다,

 

, 흐윽,”

 

눈물을 흘리는 자도 있는가 하면,

 

흐읏, , , 여기서는 좀,”

, 몰라, 나도 몰라,”

 

주위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은 채 몸을 섞는 병사들 또한 존재했다.

 

쿠웅! 콰앙!’

 

함장은 부함장의 손을 꼭 붙잡았다. 그녀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느낀 함장은 부함장의 이마와 입술에 짧게 입맞춤을 하며 입을 열었다.

 

미안하네, 자네의 마음을 받아주지 못해서,”

, 아닙니다, 저는, 저는,”

하지만, 지금이라면 괜찮겠지, 그래, 사랑했네, 그대를,”

, 아아-, , 저도, 저도 사랑, ,”

 

그녀는 기쁘다는 듯이 화사하게 웃으며 조용히 생을 마감했다.

 

콰앙! !!’

 

함선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한 채 폭발하고 있었다.

 

이런,”

 

그는 그녀의 손을 꼭 붙잡은 채 점멸하는 시야 속에서 눈을 감았다.

 

콰아-아앙!!’

 

 

⦁ ⦁ ⦁

 

 

,”

 

하늘을 바라보는 한 명의 시선이 있다.

 

함선이 무너져 내리며 하늘을 밝게 수놓았다.

 

-, , 죽어 나가는구나,”

그러게, 그래도, 우리는 살아남았어,”

 

규선의 안타깝다는 그 말에 듀칸은 그의 손을 꼭 붙잡았다.

 

, 이래야하는 걸까?”

 

그는 듀칸의 손에 쥐어진 연녹색의 빛을 발하는 주먹만 한 구슬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어쩔 수 없는 거야, 이건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야, 그러니까 우리는,”

 

그는 규선을 껴안은 채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으앗!”

살아남아야지, 이 세상의 마지막이 되더라도,”

 

규선은 따스한 제 남편의 품에 안긴 채 허망하게 스러져가는 생명들을 바라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군데군데, 서로를 꼭 껴안은 채 죽어있는 병사들의 모습이 그의 눈에 비쳤다.

 

이런 곳에서조차, 사랑은 꽃피는구나,”

 

규선의 말이 황량한 하늘 위에 울려 퍼졌다.

 

듀칸은 피로 물든 세상을 무심하게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그래, 이 세상의 마지막이 되더라도, 우리는, 반드시, 살아남을 거다, 반드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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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려주신 글들 재닜게 읽고 있는데
갑자기 삭제 되서 ㅠ
다시 올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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