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아저씨의 미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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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르렁.. 푸우...'
눈동자가 이리저리 돌아간다. 작은 동네 슈퍼 내부. 미로처럼 빼곡하게 세워진 과자 진열대 뒤로 한 고등학생 교복을 입고 있는 남자 아이가 몸을 숨긴 채 눈만 내밀고 있다.
계산대에는 한 손에 파리채를 들고 턱을 괴고 졸고 있는 슈퍼 주인 아저씨 48세 김형재가 보인다. 얼굴만 보면 몸 좀 썼을 것 같은 인상에 유독 심드렁한 분위기가 풍겨나는 이미지. 까칠한 수염 자국이 자란 짧은 턱에 턱살이 푸근하게 접혀있다. 계산대 밖으로 짧은 한쪽 다리를 쫙 벌린 채 다 늘어난 회색 츄리닝 위로 접힌 뱃살과 가슴이 빵빵하다.
그렇게 졸고 있는 슈퍼 아저씨 몰래 한 학생이 망을 보는 듯 보이고, 또 다른 학생은 진열대 뒤에서 눈치를 보다 작은 사탕 따위를 주머니에 꾸겨넣는다.
'으움..'
부스럭대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나는 형재. 잠든 사이에 가게에 들어온 줄도 모르고 있었던 고등학생 손님들을 보고 형재가 잠긴 목소리를 뱉는다.
'태주 언제 왔냐. 거긴 누구야'
'아 안녕하세요 아저씨'
잠에서 덜 깨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아이들과 아는 사이인데도 험상 궂은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아이들 쪽으로 목을 빼는 형재.
그리고 그제서야 뻔뻔하게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진열대 옆으로 나오는 다른 아이. 이제는 망을 보던 키가 작으면서도 통통한 몸매의 태주가 괜히 물건을 돌아보는 듯 옆으로 돌아가고, 사탕을 훔친 아이는 한 손에 작은 과자 봉지를 들고 계산대로 다가온다.
'박진성. 이태주. 너네는 왜 둘이서만 붙어다니냐'
며칠 후 해가 바뀌면 스무살 성인이 되는 두 아이. 키가 이미 어른보다도 크고 덩치도 좋은 진성 또한 알고 있는 듯한 형재. 작은 동네에서 슈퍼를 하는 태주 역시도 이 동네의 주민인지라 진성과 태주 뿐만 아니라 모든 동네 주민을 안다. 워낙 작은 동네라 거의 모든 어른 아이들이 서로를 전부 알고 있다.
그리고 어릴 때부터 동갑내기 절친 사이였던 진성과 태주는 고등학교 3년 내내 이렇게 단 둘이만 붙어다니며 뭘 그렇게 하고 다니는지 매일 이리저리 쏘다니기 바쁘다. 수능도 끝난 시기라 아주 놀자판이다.
'그럼 안돼요?'
그 때, 저만치 진열대 뒤에서 들려오는 태주의 목소리. 진성이 형재 아저씨의 시야를 가리듯 특유의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형재 아저씨 앞에 과자 값을 내민다. 돈을 무심하게 받아드는 형재는 진성을 힐끔 올려다보고는 아직 진열대를 둘러보고 있는 태주에게 말을 잇는다.
'이태주 많이 컸다 말대답을 해 혼나고 싶냐'
'아니 그런게 아니고요.'
아저씨의 목소리에 그제서야 조금 소심해진 목소리로 대답하는 태주. 진성은 아까부터 뭐가 그리도 재밌는지 형재 아저씨를 보고 미소를 지으며 슈퍼 문 앞에 서서는 계산한 과자를 주워먹고 있다. 그런 진성을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노려보는 형재.
'뭘 실실대 니는'
'왜요'
'니네들 왜이렇게 별나게 구냐 둘 다 여자친구 없지?'
'참나 저희가 어때서요'
'진성이 여자 애들한테 인기 많거든요'
툭-
부스럭-
태주가 드디어 골라온 과자를 한 봉지 내밀자 괜히 과자 봉투를 한번 돌려보는 형재. 그러더니 이번에는 돈을 받지도 않고 의문의 노트에 과자 이름과 가격을 적는다.
말 대답을 하는 태주에 형재가 눈을 부라리자 다시 긴장한듯 괜히 시선을 돌리는 태주. 형재가 그렇게 노트를 옆으로 다시 밀어놓고는 진성과 태주를 한번씩 돌아보며 말을 잇는다.
'인기는 니들 착각 아니냐. 인기가 많으면 여자친구가 있겠지.'
'아저씨 저희 수능 끝났어도 아직 고딩이에요. 성인되면 알아서 다 사귀죠. 아저씨나 여자친구 만드세요'
'맞아요 왜 우리한테 그래요'
'이 새끼들 선 넘네. 내가 만만하냐? 태주 너도 원랜 안그러더니 이제 꼬추 많이 컸나보다 자꾸 아저씨한테 덤벼들고'
그 때, 손을 뻗어서 갑자기 태주의 앞섶을 움켜잡는 형재 아저씨.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 있는 아저씨의 손이 정확히 꼬추를 쥐어잡자 태주가 놀라서 쥐어잡힌 꼬추를 손등으로 막아 아저씨의 손을 떼낸다.
'아이씨 뭐에요'
'오 쫌 묵직한데'
'아 아저씨야 말로 선 넘네요'
아이들과 형재는 워낙 오래 알고 지낸 사이지만 그렇게 사이가 좋아보이진 않는다. 말도 막하고 그리 친절하지는 않은 형재의 성격 때문에 오히려 형재를 싫어하는 것 같아도 보이는 아이들.
형재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몹시나 당황한 태주가 진성을 바라보자 셋 중 키가 가장 크고 덩치도 좋은 진성이 정색을 하며 계산대 옆으로 다가온다. 그런 진성을 재밌다고 올려보는 형재.
'뭐 박진성이. 니는 등치가 좋아서 얘보다 더 크냐? 허벅지도 탄탄한게 꼬추도 크겠는데 함 만져봐?'
'그만 하세요'
'뭘 그만 해 새끼야. 뭔데 이래라 저래라냐?'
'그럼 아저씨는 얼마만한데요?'
꾸욱-
'어헉'
그 때, 태주의 복수를 하는 듯 앉아 있던 형재의 가랑이에 순식간에 손을 집어 넣는 진성. 형재는 진성이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예상도 못했는지 깜짝 놀란 몸이 굳은 듯.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두꺼운 두 허벅지를 모으고 엉덩이를 움찔댄다. 진성은 순간적으로 더욱 손을 깊이 넣어 아저씨의 꼬추를 노골적으로 쥐어잡아본다.
진성의 손가락에 꼬추를 기둥채 쥐어잡혀 표정이 순간 험악하게도 굳어지는 형재. 진성은 그런 형재와 눈을 마주치며 입꼬리를 올리고 형재의 꼬추 크기를 가늠하기라도 하는 듯 손가락을 노골적으로 문지르기까지 한다.
그리고 그 짧은 순간 경직된 형재가 정신을 차리고 고함을 내지르며 움찔대자마자 소리를 내지르며 도망가기 시작하는 아이들. 슈퍼 안에서 밖으로 우당탕 소란이 벌어진다.
'이 새끼들이!!!!!'
'ㅋㅋ튀어!!!!!!ㅋㅋㅋㅋㅋㅋㅋㅋ'
'하.. 이제야 좀 살 것 같네. 아저씨 화 안 풀리면 어떡해? 괜찮을까?'
'뭐 어때 시.발 지가 먼저 했는데.'
불알 친구 태주와 진성, 둘만의 아지트. 동네 근처 뒷산 낡은 운동기구들에 걸터 앉아 있는 아이들. 매일 슈퍼에서 졸고만 있어 둔해 보였던 아저씨가 그리도 매섭게 쫓아올 줄은 몰랐다. 맷돼지 한 마리가 쫓아오는 느낌이었다.
그런 아저씨를 겨우 따돌려 뒷산에 숨긴 했지만 잡혔으면 그대로 맷돼지에게 치어 죽었을 것 같았던 추격전이었다. 어른에게 그런 장난을 친 진성이 선을 넘은 것 같아서 뒤늦게 불안해 보이는 태주. 혹여나 아저씨가 부모님이나 학교 선생님에게 말이라도 하면 된통 혼날 것 같다. 뭐 졸업하는 마당에 상관은 없지만.
'아저씨가 아버지한테 말할 것 같은데'
'야 혼나도 내가 혼나지 너는 잘못한거 없어. 아저씨가 먼저 만졌다 해. 우리가 초딩이냐? 이제 다 컸는데 아저씨 그러는 거 명백한 범죄야. 갑자기 발.정났나 왜 저래'
'그래도. 너 또 아버지한테 혼나면 어떡해'
'하루 이틀이냐 괜찮아'
괜히 불안해하는 태주가 답답하다며 얼굴을 찡그리고 대답하는 진성. 그러면서도 엄한 아버지가 불안하긴 한지 다리를 불안하게 떨고 있는 진성이다. 그렇게 잠시 말이 없다가는 다시 입꼬리를 올리는 진성. 주머니를 뒤적대며 무언가를 꺼낸다.
'근데 아저씨가 그렇게 빠를 줄은 몰랐다. 하마터면 잡힐 뻔 했다니까. 진짜 잡히면 죽일 것 처럼 쫓아오드라 아까 욕하는 거 들었어? 그런 욕은 처음 들어봐'
'그니까 나도 놀랬어ㅋㅋ 뭘 그렇게 화를 내'
진성은 그제서야 훔친 사탕이 떠올랐는지 아저씨를 완전히 골려먹었다는 생각에 실실대며 사탕 하나를 태주에게 건넨다. 헌데 태주가 손을 내밀자 치우라며 태주의 입에다가 사탕을 직접 넣어주는 진성. 태주는 순간 부끄러운듯 떨리는 눈동자를 내리고 사탕을 받아먹는다. 그런 태주에게 어깨동무를 하는 진성.
'요만하던데 큭큭'
그리고는 다른 한 손으로 만져본 아저씨의 꼬추 크기를 묘사하듯이 검지와 엄지를 오므린다.
'ㅋㅋㅋㅋㅋㅋ에이 설마. 진짜면 쪽팔리긴 하겠다'
'ㅋㅋ그러니까 왜 거슬리게 굴어'
그 때, 갑자기 주변을 한번 돌아보더니 자연스럽게 태주의 다리 사이로 손을 집어넣는 진성. 태주는 어쩔 줄 몰라하며 어색하게 목을 들어올리고, 진성은 태주의 꼬추를 문지르며 태주를 껴안는다.
'내껀데 지가 왜 만져 순간 열받았어'
'야아.. 하지마. 누가 보면 큰일나'
'뭐 어때. 우리 둘만 좋으면 되지. 그리고 누가 봐 여기서.'
그렇게 꽤나 당당하게도 태주에게 스킨십을 하는 진성. 조금은 소극적인 태주에 비해 진성은 더욱 과감하다. 그렇게 태주는 불안한 듯 시선을 돌리다가 아무도 없는 한적한 뒷산의 풍경에 점점 안도하며 진성의 품에 고개를 숙여 안기기 시작한다.
덜컥-
탁!
뒷산에서 태주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해가 지고 나서야 집에 들어가는 진성. 헌데 집 안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거실에 앉아있는 퇴근한 아버지의 뒷모습이 보이고, 티비조차 켜져 있지 않은 거실에서 진성의 엄마는 들어오는 진성을 원망하듯 쳐다본다.
탁!
'어휴 동네 망신이지. 내가 아저씨한테 그 소리 듣는데 얼굴이 시뻘개져서.. 어휴 누굴 닮아서 저러고 다닐까'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신세 한탄을 하는 엄마. 진성은 본능적으로 분위기를 느끼고 괜히 아버지에게 퇴근 인사를 건넨다.
'다녀오셨ㅇ..'
'박진성'
'..ㄴ..넵'
'앉아'
'어휴 어휴우'
탁!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엄마. 엄마는 아버지가 화가 잔뜩 났다는 듯 두 손가락을 머리 옆에 갖다대보이며 자리를 피한다. 형재 아저씨가 슈퍼에 들른 엄마에게 말한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아무런 말도 못하고 표정이 굳어서는 아버지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는 진성. 진성은 이 상황이 꽤나 익숙한듯 행동한다.
탁!
집 안이 얼마나 고요한지 계속해서 아버지의 바둑알 놓는 소리만 울려퍼진다. 아버지는 그렇게 바둑을 두면서 슬슬 쓰고 있던 안경을 한 손으로 벗으며 말을 잇는다.
'뭘 했다고?'
'아무것도 안했는데요..'
아버지는 단 한 마디를 뱉었을 뿐인데 그 위압감이 장난이 아니다. 여태까지와는 달리 잔뜩 겁을 먹은 듯 기어들어가는 진성의 목소리. 부자는 서로 눈을 마주보지도 않는다. 아버지는 안경을 벗고 계속 기보집과 바둑판을 번갈아 바라보며 바둑을 두고 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뭐라고?'
'거짓말 하는 거요..'
'또'
탁!
아버지가 바둑을 두는 소리에 움찔 움찔하는 진성. 고개조차 들지 못하고 무릎을 꿇은 채로 주먹만 꽉 쥐고 있다.
'ㅁ..모르겠ㄴ..'
'니 호모냐?'
퍽!!!!!!
'으컥!!'
그 때, 차분히 바둑을 두다가 갑자기 돌변해서는 무릎 꿇고 앉아있는 진성의 배를 걷어차는 아버지. 엄마는 그 모습을 보고도 그저 속상하다는 듯 고개를 돌려 방으로 들어가버린다.
'앉아 후우. 앉아 이 씨.팔롬아'
다시 차분해진 목소리로 진정을 하는 듯 하다가 욕을 뱉는 아버지. 진성은 어린 시절부터 반복된 아버지의 폭행에 무척이나 불안하게 반응해서는 금새 울음이 터져서 어떻게든 울음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입술을 깨문다. 아버지 앞에서 울음을 보였다가는 정말 밤새 맞을 수도 있다.
'대답해.'
'ㄴ...네?'
'니 호모냐고'
'아ㄴ..ㅇ..ㅇㄴ오..'
'말을 똑바로 해애 새끼야아'
휙- 촤락!!!!!!!!!!
'ㄲ아윽'
그 때, 겁에 질려 울먹이는 진성의 머리에 바둑알을 통째로 뿌려 던지는 아버지. 폭력적인 아버지의 행동에 진성은 저항하지도 못하고 순식간에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며 그저 덜덜 떨리는 머리를 숨겨 몸을 웅크린다.
'몽둥이 어딨어. 이 씨.팔 새키. 쳐 맞아야 정신차리지. 니가 김형재 자.지를 왜 만져? 니가 시.팔 저번에 학교에서 호.모짓하고 다닐 때 덜 맞았지'
'ㅈ..죄..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갈수록 더 해 아주. 이제는 늙은 남자 자.지 만지고 흥분하는 거냐? 이 씨.팔롬아. 니 애.비가 그러라고 돈 벌어다 오냐? 시.팔 니 같은 똘.추 새끼는 대학 갈 필요도 없어. 수능 점수도 한심하기 짝이 없는 게. 니는 쳐 맞아도 정신을 못 차려 내가 봤을 땐'
그렇게 결국 온몸을 웅크린 채 덜덜 떨며 흐느끼고 있는 진성과 위협적인 폭언을 뱉으며 거실 구석에서 몽둥이를 꺼내오는 아버지. 진성은 아버지가 몽둥이를 들고 다가오자 공포감에 질려 처절하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흐어억 흐아아아 하아아'
'다물어 이 시.팔롬아!!!!'
퍼억!!!!!!!!
드르륵-
그 날 늦은 밤, 형재의 슈퍼 문이 열리고 한 정장 입은 거구의 남자가 비틀대며 들어온다. 슈퍼 주인 형재와 비슷한 나잇대로 보이는데 형재보다 키가 훨씬 커서 더욱 덩치가 좋아 보인다. 형재는 흐트러진 자세로 턱을 괴고 티비를 보고 있다가는 남자가 들어오자 살짝 놀란 듯 괜히 표정을 굳히고 허리를 세워 앉는다.
툭!
그렇게 냉장고에서 매실 음료 하나를 꺼내 계산대에 내려놓는 남자. 두 사람은 서로 인사조차 하지 않고, 형재는 남자를 험상 궂게 힐끔 올려다보고는 다시 시선을 돌린다.
'외상값 있나?'
'아. 조금.'
그 때, 매실 음료 값을 현금으로 건네고는 처음으로 입을 여는 남자. 남자는 역시 술을 마셨는지 입에서 술 냄새가 잔뜩 풍겨나온다.
외상값이 있냐는 물음에 아까 태주가 과자를 계산할 때 기록했던 노트를 꺼내는 형재. 아이들을 대할 때와는 사뭇 다른 형재의 불편한 분위기. 서로 반말을 하긴 하는데 두 사람 관계가 어색해보인다. 그렇게 형재는 쌓인 외상값을 계산하듯 중얼대다가는 말을 잇는다.
'만 팔천 육백원'
형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지갑에서 이만원을 꺼내 계산대에 던지듯 내려놓고는 매실 음료를 따서 한번에 들이마시는 남자.
형재는 현금 통에서 거스름돈을 챙기지만 남자는 돈을 받을 생각도 없어보인다. 그렇게 남자는 비틀대면서 슈퍼를 나가다가 말을 잇는다.
'술 취해서 그냥 한번 들렀다'
'오지 마라 어짜피 니 부인이 내고 가니까'
결국 형재의 무뚝뚝한 대답에 슈퍼를 나가다가 멈춰서는 뒤를 돌아보는 남자. 처음으로 두 사람이 눈을 마주친다.
계산대에 앉은 형재는 다소 심드렁한 눈빛으로 거스름돈을 내밀고 있다. 역시 돈을 받을 생각은 안하고 그저 형재를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위 아래로 한번 훑는 남자. 형재는 살짝 당황한 듯 눈을 돌리다가 결국 다시 현금통에 돈을 넣으며 혼잣말을 잇는다.
'태주 오면 줘야겠네'
헌데 얼어버리기라도 한 듯이 멈춰서 계속 형재를 쳐다보고 있는 남자. 형재는 계속되는 시선을 괜히 무시하듯 다시 티비를 바라보면서도 눈동자를 힐끔댄다.
드르륵-
'어우 깜짝이야. 태주 아버지 지금 퇴근해요? 아우 술 냄새 어우우..'
그 때, 다시 슈퍼 문이 열리고 진성의 엄마가 입구에 서있는 거구의 남자를 보고 태주 아빠라며 말을 잇는다. 이 남자의 이름은 이훈. 이 거구의 남자가 태주의 아버지였다.
'어. 진성이 얼굴은 또 왜 그러냐'
'아흐.. 우리 집 아저씨가.쯧..'
그리고 진성 엄마의 인사에 대충 꾸벅 인사를 하고는 엄마의 뒤에 얼굴에 멍이 든 채로 서있는 진성을 바라보는 훈. 아저씨의 질문에도 진성은 그저 아저씨를 올려다보고 꾸벅 인사를 할 뿐이다.
'어으 박한수 미.친 새끼 어휴 미.친 새끼들 참 많다'
아들을 저렇게 매번 쥐잡듯이 패는 진성 아버지 한수가 이해가 되질 않는다며 고개를 절레 절레 젓는 훈. 훈은 그렇게 슈퍼에서 나가며 엄마를 뒤따라 슈퍼로 들어가는 진성을 위로하듯 어깨를 한번 쓰다듬어 준다.
'야 박진성 빨리 사과드려'
그 때, 슈퍼에서 나온 훈의 귀에 들리는 날이 잔뜩 선 진성 엄마의 목소리. 진성이 슈퍼 주인 형재에게 무언가를 잘못했다는 건가 싶어 다시 뒤를 돌아본다.
'ㅈ송합니다'
'똑바로 안해? 어휴 형재 아저씨 진짜 너무 죄송하네요. 제가 동네 민망해서 진짜.'
헌데 아까는 그렇게 죽일 듯이 쫓아왔다고 해놓고는 막상 진성이 제발로 잡혀오자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살짝 짜증을 내듯 대답하는 형재.
'괜찮으니까 가세요. 가. 들어가요. 예'
'아니 어떻게 그래요. 하아.. 야 박진성 똑바로 사과 못드려?'
'죄송합니다 아저씨. 잘못했습니다.'
사과를 하면서도 고개를 숙이고 아무 영혼없이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하는 진성. 형재는 괜찮다고 가라고 하는데도 진성 엄마가 더 유난을 부리며 계속 성질을 낸다.
그리고 그런 진성을 바라보며 다시 슈퍼 안을 힐끔 바라보는 훈. 그러다가 형재가 훈과 눈이 마주치고는 몹시 놀란 듯 계산대에서 직접 일어나며 진성 엄마를 밀기 시작한다.
'아 예. 됐으니까. 들어가ㅅ..'
'뭔데요?'
형재가 급하게 진성 엄마를 내보내려는데 무슨 일이냐며 묻는 훈. 훈은 힐끔 수상한 형재를 바라보고는 다시 진성 엄마를 바라본다.
'아 태주 아버지는 아직 못들었겠구나. 글쎄 아ㄲ..'
'아니. 그만 말하고 나가라고요. 조용히하고 나가시라고. 예. 그만.'
매우 어설프게 진성 엄마의 말을 끊어내며 이젠 힘으로 밀기까지 하는 형재. 허나 사람 속도 모르는 진성 엄마의 주둥아리는 계속해서 나불대고 있다.
'글쎄 태주랑 우리 진성이가 형재 아저씨 거기를 만지고 도망갔대요. 어흐 애들이 뭐가 되려고. 이제 스무살인데.'
'아니..그만하시라고'
진성 엄마가 결국 모든 걸 말해버리자 몹시나 당황한 기색을 내보이는 형재. 순간 훈이 형재를 바라보는데 형재는 급히 시선을 피한다. 그 때, 가만히 서 있다가 말을 잇는 진성.
'근데 사실 아저씨가 먼저 만졌어요'
'아이씨.. 이 새끼가..'
'응? 뭐라고?'
결국 형재가 먼저 시작했다는 사실을 불어버리는 진성. 형재는 깜짝 놀라서 괜히 욕을 하며 사람들을 쫓아내려 한다. 허나 아들의 뜬금없는 고백에 아들에게 되묻는 진성 엄마.
형재는 진성 엄마를 밀어내지만 훈이 슈퍼 입구를 거구의 몸으로 막고 서있어서 진성 엄마를 쫓아내지도 못하고 얼굴만 붉어져서 성질을 내고 있다.
'아저씨가 갑자기 태주 꼬추 많이 크냐면서 태주꺼 만졌다고요. 제 허벅지가 탄탄해서 더 클거 같다나 뭐라나 그래서 제가 복수한거에요.'
'예에?'
아들의 말에 요란한 리액션을 하는 진성 엄마. 급히 시선을 돌리는 형재와 훈의 표정을 살핀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표정이 무섭게 굳어버린 훈. 진성 엄마는 그제서야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진성을 데리고 슈퍼를 나가며 말을 잇는다.
'에이 그럴 수도 있죠. 애들 애기 때부터 본 사인데. 하하. 아무튼 갑니다. 가자 아들. 우리는 먼저 사과는 했어요~'
드르륵!! 타악!
일은 저질러놓고 분위기 심각해지자 냅다 도망가는 진성 엄마. 헌데 진성과 엄마가 슈퍼를 나가자마자 훈이 슈퍼 문을 세게 닫아버린다. 깜짝 놀라서 엄마와 눈을 마주보는 진성. 진성 엄마는 몹시 화가 난 듯 보이는 훈의 모습에 이를 어쩌면 좋냐는 듯 고개를 기웃대며 아들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런 엄마에게 말을 잇는 진성. 얼굴이 퉁퉁 부어선 안쓰럽다.
'엄마 먼저 들어가. 나 아버지 주무시면 들어갈거니까'
정적이 흘러 고요한 슈퍼 안. 훈이 슈퍼의 문을 닫아버리고 형재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다. 괜히 주변을 둘러보다가는 엉거주춤 다시 계산대에 앉으며 어쩔 줄을 몰라하는 형재. 형재가 어색하게 티비를 바라보자 훈은 계산대에 올려진 리모컨으로 티비를 꺼버리고 정적을 깬다.
띡-
'뭐?'
'뭐'
'니가 태주 뭐?'
날이 선 훈의 목소리. 형재는 괜히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 지으며 훈과 눈을 마주본다. 허나 훈의 위협적인 눈빛에 마른 입술에 침을 바르며 말을 잇는 형재.
'장난 갖고 왜 그러냐. 그래도 한 때는 내가 걔 빨개벗겨서 목욕도 다 시켜주던 시절도 있는데 내가 그 정도도 못만지냐. 이야 니가 서울로 회사 다니더니 사람이 많이 빡빡해졌ㄴ..'
딸깍-
그 때, 괜히 말이 길어지는 형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슈퍼의 문을 잠궈버리는 훈. 형재는 놀라서 살짝 뒷걸음치듯 계산대 뒤 벽에 달라붙는다. 그런 형재에게 다가가며 위압적인 목소리를 뱉는 훈.
'왜 그랬냐'
'뭐.. 뭐가..'
'일부러 그러냐'
'아니 그런..그런 건 아닌데.'
헌데 훈이 점점 다가오자 점점 높아지는 높낮이에 고개를 들며 훈과 눈을 맞추는 형재. 형재는 살짝 벌어진 입이 덜덜 떨리기 시작한다. 그런 형재의 머리 위에 손을 얹기 시작하는 훈. 형재는 수염이 까칠하게 자라난 턱을 들어올리며 눈동자를 들어올린다. 그리고 그제서야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을 잇는 훈.
'내 아들 건들지 말고. 나 자극하지도 말고.. 난 결혼한 내 인생 지켜야 되니까. 너는 그냥 미션 중이잖아. 내 명령에 복종하는 거 니가 좋아하는 거잖아. 이번에 조금 기간이 길 뿐인데. 잘하고 있었지? 응? 얼마 안남았어 새끼야.. 딱 태주 장가갈 때까지만 버티는 거야'
'어어 허어억..'
끄덕끄덕-
꽈악-
'흐어억!'
사악해보이기까지 하는 훈의 모습. 허나 형재는 순식간에 조성된 분위기에 이 순간을 몹시나 그리워했던 것 마냥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형재의 머리에 얹은 손으로 형재의 머리카락을 쥐어잡아 당기는 훈. 형재는 순간 느껴지는 훈의 힘에 떨리는 신음을 내뱉는다. 어찌나 세게 잡아당기는지 계산대에 앉은 질펀한 엉덩이가 살짝 들리는 형재. 어느새 발기가 된 듯 형재의 츄리닝 앞섶이 뽈록 튀어나와 젖어들어간다. 그 때, 마찬가지로 떨리는 목소리로 형재의 면전에 손가락질을 하며 말을 잇는 훈.
'자극하지 마. 이 씨이..발 하아. 꼴리게 하지마 얌전히 죽은 듯이 지내라고 새끼야...'
'ㄴ..네 네 알겠습니다.'
'으아아'
휙! 찰싹!!!!!!!!!!
'ㄲ흐억'
결국 복종심이 가득 묻어나는 형재의 대답에 고요한 슈퍼에 울려퍼지고야 마는 뺨 소리. 훈은 결국 참지 못하고 큰 손으로 형재의 뺨을 한 대 때리고는 급하게 머리를 쥐어잡은 손을 뺀다.
그런 훈을 떨리는 눈동자로 올려다보는 형재. 뺨을 맞자 더한 흥분감에 이미 고삐가 풀린 듯 달아오른 듯한 형재의 벌어진 입에서 희미한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하..한 대만 더.. 제발.. 제발 너무 힘듭니다 제발'
드르륵-
허나 형재의 부탁을 무시하고 도망치듯 슈퍼를 나오는 훈. 훈은 그대로 집으로 빠른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슈퍼에 홀로 남아 질끈 눈을 감는 형재. 결국 형재는 계산대 아래 츄리닝 바지 속으로 손을 집어 넣고 홀로 미친듯이 꼬추를 흔들어대기 시작한다.
'...하아..하아.'
그리고 슈퍼 옆 상가 불꺼진 복도에서 이 소리를 모두 엿듣고 있었던 진성.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는 진성의 동그래진 두 눈 속 눈동자가 어둠에서 반짝이며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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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연재를 시작합니다.
희노애락이 담긴 SM을 써보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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