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우리에게 돌을 던지랴! 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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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은 아예 편하게 말을 놓았다. 오히려 그런 중년이 만식은 편했었다. 나이는 한두 살 차이가 나지만, 워낙 외형적으로 나이 차이가 나 보여 차라리 아래인 것처럼 하는 게 편했었다.
- 네... 종로에서 맥주 가게를 하고 있어요...
- 호프집?
- 네... ㅠㅠ 호프집요…
굳이 세계맥주니 원샷바니 말하기가 번거로울 거 같아 그렇다고 했다.
- 에구...! 그럼, 언제 서울 가면 한번 가봐야겠네... 이렇게 알게 된 것도 인연인데... 허허허...!
- 하하...! 무슨 말씀을요! 아닙니다. 신경 쓰시지 마세요...!
중년이 가게에 찾아온다는 말에 속으로 만식은 깜짝 놀랐다.
이런저런 대화를 하는 사이에 캔맥주가 다 비워졌다. 기차가 다음 역에서 다시 출발하자 중년이 소변을 보러 간다며 일어나더니 테러 맥주를 몇 캔 더 사 왔다. 신세는 지고 못 사는 성격 같았다. 그때, 중년의 원래 옆자리 한 사람이 티켓을 들고 두리번거리며 다가왔다.
그때까지도 건너 옆 만식의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기에 둘은 같이 원래 만식의 자리로 옮겼다. 그러면서 재밌다는 듯이 둘은 키득키득 웃었다. 중년은 전국을 돌면서 인테리어 없을 한다고 했다. 이제는 사무실을 지방에도 두고 있을 정도로 사업이 잘된다고 했다.
어느 정도 술이 올랐을까? 목적지를 얼마 앞두고 소변도 보고 바람도 쐴 겸 화장실 쪽으로 둘이 향했다. 중년이 먼저 들어가고 만식은 빠르게 지나가는 바깥 풍경을 보고 있었다. 초겨울로 접어들어 그런지 빠르게 지나치며 다가오는 바람에 얼굴이 얼얼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중년이 화장실에서 나올 때가 지났는데도 나오질 않는 것이다.
이상하다 싶어 문을 두드려 보았다. 그래도 안에선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만식은 이상한 생각이 들어 문을 힘껏 두드렸다. 여전히 안에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갑자기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데, 마침 역무원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렇게, 겨우 문을 열고 보니...
역무원과 만식은 한바탕 큰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중년은 좌변기에 앉아서 코를 골며 자고 정신없이 자고 있었다. 낮부터 마신 술에 취기가 올라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한바탕 해프닝이 벌어지고 하는 사이에 기차는 강릉에 도착했다. 중년은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가까운 사우나에 가서 좀 쉬었다 가려고 했다. 만식도 낮에 마신 맥주의 기운이 남아 있고 해서 같이 사우나에 갔었다.
둘은 (24시 사우나)라고 크게 쓰인 간판을 찾아 들어갔다. 아직 해가 떨어지지 않은 평일 낮이라 그런지 사우나 안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옷장이 붙어 있어 둘은 같이 옷을 벗기 시작했는데 중년의 알찬 몸매를 보고 만식은 깜짝 놀랐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중년의 전라를 보니 너무 식성이 되었다. 더군다나 굵은 고구마같이 생긴 그의 성기는 잠자고 있던 만식의 본능을 살며시 깨우고 있었다.
중년이 먼저 화장실로 들어가고 만식은 바로 욕탕으로 향했다. 만식은 가볍게 샤워하고 목욕탕 안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몸을 담그는 탕이 두 개, 그리고 사우나와 한증막이 붙어 있었고, 특이하게도 수면실이 탕 안쪽 코너 쪽에 하나 있었다. 넓은 탕 안에는 시골 노인 몇 명이 조용히 몸을 담그고 있었다.
만식은 건너편에 있는 작은 탕으로 들어갔다. 노인들이 들어간 탕이라 그쪽에는 들어가기 싫었다. 조금 지나자 중년이 들어와 간단히 샤워하고 만식이 있는 탕으로 들어왔다. 옷을 벗은 그의 모습에서 왠지 중년의 듬직함이 느껴져 내심 침을 꼴까닥 삼켰다. 그래도 얼굴을 보면 만식과 나이 차이가 나는 한참 형 같은 모습이었다.
따뜻한 기운이 온몸으로 올라오니 기분이 편안해 지고 좋았다. 이대로 영원히 잠이 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문득 만식은 다시 중년의 몸쪽으로 레이더를 맞췄다. 중년도 편안했는지 눈을 감고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있다. 그런 중년에게 만식이 말을 걸었다.
- 여기서 주무시면 위험하니 저쪽 수면실로 가서 잠시 눈 좀 붙이실래요?
그러면서 코너에 있는 수면실을 가리켰다.
- 에구...! 여긴 안에 쉬는 곳이 있었네? 그럴까...!
- 네. 저도 피곤하네요. 가서 눈 좀 붙였다가 나가야겠어요... 뭐, 급한 것도 없으니... 시간 괜찮으시겠어요?
- 어... 나도 괜찮아. 아~함! (그러면서 길게 하품했다)
만식은 중년과 같이 수면실로 들어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수면실 안의 온도는 생각만큼 뜨겁지 않고 따뜻했다. 바닥에 까는 패드가 몇 개 있었는데 만식은 재빠르게 두 개를 나란히 붙이고 중년을 유도했다. 대형 타올이 있어 각각 배 쪽을 가리며 누우며 만식은 중년을 슬쩍 쳐다봤다. 중년은 피곤했는지 이내 눈을 감고 잠을 청하는 중이었다.
- 어르신... 많이 피곤하세요...? 제가 마사지를 좀 하는 데 괜찮으시면 좀 해드릴까요...?
-... 에구! 마사지... 힘들지 않겠어...?
- 아녀요. 괜찮습니다…^^ 많이 피곤해 보이세요… 그냥 어깨 너머로 좀 배웠는데 괜찮을지 모르겠어요…
- 그럼, 신세 좀 져 볼까? 허허허… 조금만 해줘요…
- 네, 편하게 엎드려 계시면 됩니다!…
만식은 중년의 벗은 몸을 보면서 침을 꼴딱 삼켰다. 의외로 중년의 몸은 적당히 살이 있으면서 생각보다 피부가 탱글탱글했다. 우선 수건으로 볼록 올라 온 엉덩이를 가려 놓았다. 다른 흑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였다. 혹시나 모를 만반의 사태(?)에 대비한다고 할까...?
그리고 엎드려 있는 중년의 목 부위를 우선 집중적으로 주물렀다. 자연스럽게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표가 나지 않게 해야 했었다. 5분 정도 목을 주무르다 허리 쪽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허벅지를 만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효과는 허벅지가 단연 최고였다. 전체적으로 10분 정도 몸 뒤쪽을 마사지하다가 바로 눕게 하였다. 수건으로 다시 중년의 얼굴을 가려 놓았다.
그리고 바로 아랫도리의 허벅지로 향했다. 허벅지 안쪽을 살살 주무르자 중년의 그것에 슬슬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만식의 눈은 어둠 속에서도 빛이 나고 있었다. 만식이 무엇을 갈망하는 듯한 번뜩이는 눈빛을 중년은 눈을 감고 있어 알지 못했다.
만식의 손은 아예 중년의 허벅지 안에서 머물고 있었다. 덮어 놓은 수건 밑으로 중년의 페니스는 이미 살짝 기상을 해 있었다. 만식은 자신의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듯한 행위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슬쩍 중년의 그곳에 손을 갖다 댔다. 그래도 중년이 처음엔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만식은 용기를 내어 중년의 그것을 만지는 데 더욱 집중했다.
그 순간!
-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중년의 벼락같은 소리가 낮게 들렸다. 만식은 순간 몸이 얼어붙으며 술이 확 깨는 것 같았다. 처음에 호응해주던 중년이 갑자기 정신이 들었는지 현타로 돌아온 것이다. 너무 놀라서 만식은 꼼짝도 못 하고 그냥 앉아 있었는데 중년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 뭐야! 이 친구!… 당신 호모야!
- 아...! 저… 어 어르신... 그… 그게 아니고!…
- 이런, 몹쓸 사람이구먼...! 에이...!
만식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자 중년은 아주 재수 없다는 듯이 만식을 빤히 쳐다보더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수면실을 빠져나갔다. 만식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큰일이 났구나! 생각했다. 어떻게 하지? 빨리 여길 빠져나갈까? 아님, 나가서 잘못했다고 용서를 구할까? 아! 또 왜 정신을 못 차리고 이런 실수를 하는 거야! 만식은 이런 자신이 너무 싫고 원망스러웠다.
그렇게 안절부절못하고 있는데 수면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중년이 다시 들어와 만식을 불렀다.
- 이봐! 잠깐 나와 봐...!
만식은 심장이 덜컥했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하는 수 없이 일단 바깥으로 나갔다. 그러자 중년은 뜻밖에도 만식에게 빨리 샤워하라고 했다.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샤워를 급하게 하고 둘은 사우나를 나왔다.
= 혹시, 이 양반이 돈을 요구하려고 그러나?
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눈치를 보고 있었다. 둘은 근처의 조용한 다방에 앉아 있었다. 만식은 고개를 들지 못하고 그저 가만히 처분만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었다. 예스러운 다방 안에 어울리게 음악은 오래된 발라드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선희의 (그래요. 잘못은 내게 있어요) 라는 노래가 나오는데, 이 상황에도 만식은 속으로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현재 자신의 처지에 딱 맞는 노래였기에... 그래도 정신을 못 차리는 만식... 그때 중년이 말을 꺼냈다.
- 자네… 말로만 듣던 그 동성애자였어...?
- ……
- 참… 나! 내가 전생에 뭔 죄를 지어서 이렇게…
- 어... 어르신… 죄... 죄송합니다… 제가 술… 김에... 죄송합니다...
- 그래서 날 따라 사우나에 온 거야...?
- 아, 아닙니다...! 저도 술도 오르고 해서 좀 쉬었다 가려고 했어요... 정말입니다! 죄송합니다...
- 에구... 내가 정말 전생에 큰 죄를 지은 게 분명해...! 어찌 이런 일이...!
-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일부러 어르신 따라 간 건 아닙니다. 정말입니다... 어르신 몸을 보니 갑자기 욕심이 생겨서... 죄송합니다...
중년은 고개를 숙이고 있는 만식을 한참이나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담배를 입에 물며 긴 한숨을 내 쉬었다. 그리고 독백하듯이 말을 했다.
- 내게 장성한 아들이 하나 있었지… 그놈이... 지금 나이가 서른 이 좀 넘었을 거야… 이곳에서 태어나서 중학교까지 마치고 고등학교와 대학을 서울로 유학을 보냈었지. 당시 없는 형편에 그래도 하나 있는 아들놈 공부 시킨다고 마누라와 난 뼈 빠지게 일했어… 그 추운 정동진의 겨울에도 바닷가에 가서 미역을 줍고 조개를 캐며 번 돈으로 남 부럽지 않게 해 먹이려고 서울로 꼬박꼬박 돈을 보냈었지… 근데, 그놈이 대학 3년일 때였나? 때는 여름철이라 더운 때인데 오랜만에 마누라와 같이 서울 아들 집으로 갔었어. 딸 둘은 집에 두고... 좋아하는 반찬 몇 가지를 바리바리 챙겨서 놀라게 해 주려고 연락도 하지 않고 바로 집으로 갔었지. 날이 더워도 그때는 에어컨이 없어 방문을 열어 놓고 있을 때라… 아들 역시 방문을 열어 놓고 있었는데 그때, 내가 먼저 들어섰기에 망정이지 마누라가 먼저 들어갔었더라면… 에구!… 지금 생각해도…
- 왜요? 무슨 일이 있었어요...?
중년의 뜻밖의 장황한 이야기에 만식은 발등에 떨어진 자신의 처지는 잊어버리고 궁금증이 동했다.
- …... 허허… 글쎄!… 아들놈이랑 남자 친구인지 몰라도 둘이 벌거벗은 채로 꼭 껴안고 누워 있더라고...!
- 네...? 그… 그래서요...?
남자 친구라는 말에 갑자기 관심이 더 집중됐다.
- 내가 깜짝 놀라 방문을 급히 닫고는, 일부러 큰소리로 마누라에게 목마르니 시원한 물 좀 사 오라고 내보냈지. 그 소리에 아들놈이 잠시 후에 후다닥 나오더라고… 난 일단은 모른 척하고 그날은 그냥 넘어갔었어… 근데, 내려오고 나서도 그게 자꾸 생각이 나는 거야! 그 두 놈이 벌거벗은 채로 안고 있는 모습이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는 거야...! 그래서 며칠 후에 마누라에게 말도 안 하고 서울 아들 집을 다시 찾아갔었지.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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