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무협] 색로(色路) 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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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금의 정도 무림은 칠파(七派) 일방(一幇) 일문(一門)과 오대세가(五大世家)가 대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중 곤륜파(崑崙派)는, 중원의 최전선인 청해(靑海)를 기점으로 명족이 이끄는 마라신교(魔羅神敎)가 다시 발호하는 것을 막기 위해, 거의 봉문(封門)에 가까운 수준으로 대외활동에 신경을 쓸 수 없는 지경이었다.


그런 청해성의 굳건한 성벽에도 틈이 생긴 것일까?


주윤성(周潤晟)은 고통에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힘을 쥐어짜내 걸음을 재촉했다. 웬만한 산공독(散功毒)은 무리 없이 막아내는 천독지체(千毒之體)로 몸을 단련했건만, 대체 어떠한 독이기에 그 방대한 내공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다 흩어놓을 수 있을까.


가출한 동생을 찾아 나선 지 벌써 수개월.


흔적을 겨우 찾았다 싶었을 때, 청해성 근처라 해도 이미 중원 한복판이나 마찬가지인 사천성(四川省)에서 명족의 흔적을 발견한 것도, 그 명족이 이끈 마교의 족속들이 자신을 죽이기 위해 천라지망(天羅地網)을 펼칠 정도의 대인원이 은밀하게 이 땅에 다시 발을 들였다는 것이,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오대세가의 수좌라 해도 과언이 아닌, 천하제일가라 일컬어지는 북천제가(北天帝家)의 소가주인 주윤성은, 젊은 나이에 고강한 무공을 지녀 후기지수(後起之秀)에게 붙는 용(龍)의 별호마저 뛰어넘어, 세인들에게 낙성진천(落星振天)이라 불리게 된 불세출의 천재였지만, 지금은 그저 목숨이 경각에 달린 안타까운 일개 무림인일 따름이었다.



“검을 내리그으면 별이 떨어진 듯 천지가 진동한다던 낙성진천 대협께서도 이렇게 보니 한낱 쥐새끼에 불과하지 않는가.”



바스락, 하고 낙엽이 짓뭉개지는 소리와 함께 만신창이인 주윤성 앞에 나타나 대놓고 조롱하기 시작한 이는, 그를 이렇게까지 궁지에 몰아넣은 마교도들의 수장 쯤 되는 자로, 인세를 뛰어넘은 듯한 미모의 청년이었다.


불타오르는 듯 넘실거리는 화려한 적발에 홍옥을 박아넣은 듯한 눈동자가 아름답기 그지없으나, 동공이 짐승처럼 세로로 쭉 찢어진 채로 노란빛을 발하는 게 아무리 봐도 사람의 눈이 아니었다.


그뿐이랴, 잿빛 피부에 이마의 양옆으로 뾰족하게 솟아 한차례 똬리를 튼 듯한 뿔이 어찌 인간에게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


그는, 어둠에서 비롯된 존재이자 중원 밖으로 쫓겨난 인간들의 악몽, 명족(冥族)의 일원이 분명했다. 저렇게 눈에 띄는 외향을 하고 어떻게 이 땅에 들어온 건지 정말 모를 일이었다.


목숨이 경각에 달렸음에도 주윤성은 자신의 목숨보다 명족이 다시 이 땅에 발호하게 될까 저어하는 것이, 그야말로 그의 됨됨이가 세간에서 일컫는 대로 ‘대협’임은 틀림이 없으리라.


주윤성은 덜덜 떨리는 손으로 겨우 검을 그러쥐며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지금 당장에라도 흙바닥이나마 그 위에 드러누워 푹 쉬고 싶었지만, 자그마치 명족이다. 마교다. 그들을 이 땅에서 쫓아내 그 비옥함을 되찾은 게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러니 어떻게든 살아남아, 죽는다 해도 일단 그들의 등장을 알리고 나서야 죽어야만 했다.


온몸에 피 칠갑을 하고서도 두 눈만은 또렷한 빛을 머금은 주윤성.


그런 그를 보며, 명족 사내는 붉은 혀로 입술을 핥았다.


아주 맛있는 먹잇감을 눈앞에 둔 포식자의 모습이었다.



“지금부터 내 계획을 일러주마.”



뜬금없는 명족 사내의 말에, 주윤성의 한쪽 눈썹이 꿈틀거렸다.



“나는 너의 목숨을 취할 것이다.”

“…….”

“그 전에, 여기 모인 우리 교도들 앞에서 너를 제물 삼아 신성한 의식을 치를 것이니라.”

“……!”



담담하다 못해 담백하기 그지없는 그 선고에, 검병을 움켜쥔 주윤성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때, 이미 몰려들어 그의 주변을 둘러싼 마교도 몇몇이 튀어나와 강하게 주윤성의 사지를 결박했다. 한 줌의 내공도 없고, 오랜 도망으로 온몸이 상처투성이라 저항하고 싶어도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도 무림에서 한가락 하던 실력이 있어 다 죽어가는 주윤성의 저항은 거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촤악!



“끄악!”



뒤에서 주윤성을 짓누르던 마교도 하나가 단검으로 그의 양쪽 발목 인대를 단숨에 끊어냈다. 고통은 견딜 수 있었으나, 물리적으로 몸에서 힘이 빠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털썩, 주저앉아 고통에 신음하는 주윤성을 마교도들은 가차 없이 다뤘다.


이미 넝마나 다름없는 옷가지를 서둘러 벗겨내 알몸으로 만든 뒤, 똑바로 눕혀 그의 사지를 꼭 붙잡아 다리를 번쩍 들어 올린 것이다. 그러자 명족 사내의 눈앞에 주윤성의 은밀한 부위가 한눈에 들어왔다.



“큿! 무슨 짓이냐!”



주윤성은 순간적으로 고통을 잊을 만큼 수치스러움을 느꼈는지, 목덜미가 붉게 달아올랐다. 그러거나 말거나, 입가 가득 비웃음을 머금고 있던 명족 사내는 하의를 대충 풀어헤친 채 우람하게 솟아올라 시꺼멓게 번들거리는 대물을 훤히 드러난 주윤성의 항문에 가져다 댔다.



“……!”



뜨겁고 축축하여 생경하기 짝이 없는 그 느낌에 주윤성의 두 눈이 홉뜨일 때,



“수야, 내가 보는 저게 아무리 봐도 겁간의 현장인 듯한데, 너는 어찌 보느냐.”

“바로 보신 듯합니다.”



이 상황과 결코 어울릴 수 없을, 이질적이기 짝이 없는 태평한 두 남자의 음성이 공간을 갈랐다.


주윤성의 항문에 자신의 성기를 틀어박으려던 명족 사내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공포심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너무나도 평온한 어조가 귓가에 닿는 순간, 본능적인 무언가를 느낀 것이다. 어느새 명족 사내의 등으로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고, 여유만만하던 눈동자도 지진이 온 듯 갈피를 못 잡았다.


그 공포의 주인은 기척도 없이 명족 사내 앞에 당도해있었다.


주윤성의 몸을 포박해 짓누르던 마교도들은 소리도 없이 저 너머에 내팽개쳐진 채 널부러져있었다.



“…….”



눈앞에 나타난 흑발자안(黑髮紫眼)의 절세미남.


명족 사내의 평소 성향을 생각한다면 침을 흘리고도 남을 정도로 굉장한 미모의 사내였다. 그 옛날 뛰어난 미모로 역사에 이름을 새긴 반악(潘岳)이나 송옥(宋玉) 조차 눈앞의 남자에 비하면 초라해질 것이라 장담할 수 있을 정도로, 가히 하늘에 닿은 미형이었다. 이 미형의 남자 앞에서는 종족을 초월한 자신의 미모도 빛이 바래버린다.


평소라면, 이미 누구냐고 오만방자하게 호통이라도 쳤어야 마땅했거늘, 명족 사내는 눈앞에 등장한 아름다운 보랏빛 눈동자를 마주한 순간, 정신이 좀먹히는 듯한 느낌에 도무지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탈색되어 뇌가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리는 듯한 느낌에, 결국, 힘없이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만다.


비록 눈앞의 절세미남의 정체는 몰랐지만, 몸은 정직하게 반응한 것이다.


절세미남, 천도의 주인 예서휘(芮瑞輝)는, 자신의 존재감을 명족 사내에게만 뿜어내어 그의 정신을 허물어버렸다. 땅바닥에 주저앉은 명족의 눈동자에서 서서히 빛이 사라졌다.


오랜만에 강림한 하계에서 처음으로 눈에 담은 것이 겁간의 현장이라니.


즐거워야 할 유희의 시작부터 똥물이 튄 느낌이었다.


결국, 뇌가 곤죽이 되어 스르륵 바닥에 머리를 박고 쓰러진 명족을 차가운 눈으로 내려다보던 예서휘는, 시선을 돌려 주윤성을 부축하고 있는 현수에게 물었다.



“정신을 잃었나?”



주윤성에 대한 질문이었다.



“예.”



정중히 대답하며 품 안에서 안심한 건지 기력이 기어코 다한 건지 눈을 감은 주윤성을 내려다보던 현수는, 고개를 들어 자신의 주인에게 어찌 처분할지를 눈빛으로 물었다.



“일단 깨끗이 씻기고 치료부터 한 후에 근처 객잔에 눕혀보자꾸나. 기운이 맑고 천운이 따르는 것이, 아무래도 하계에서 중히 쓰일 아이인 것 같다.”



그리 말하며 예서휘는 땅바닥에 흩어진 넝마에 대고 손을 휘저었다.


주윤성이 몸에 걸치고 있던 것이다.


놀랍게도 넝마에 찌든 때와 흙, 핏물 따위가 허공으로 스며들 듯 사라졌다. 그래도 여기저기 찢기고 헤진 건 그대로였지만, 깨끗해진 것은 분명했다.


그리고 현수는 물의 정령으로 주윤성을 순식간에 씻긴 후 치료까지 재빨리 마무리 지은 후 예서휘가 건넨, 이제는 그저 깨끗하기만 할 뿐인 비단으로 된 넝마를 주윤성의 알몸에 도로 입혀주었다.


넝마가 된 옷차림이 아니라면, 마실이라도 나온 귀공자처럼 깨끗해진 주윤성이다.


그렇게 기절한 주윤성을 현수가 손짓하여 허공에 둥둥 띄우자, 예서휘는 잘했다는 듯 현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줄곧 표정이 없이 차가웠던 현수의 입가에 미소가 어린다.


예서휘는 이 주위에 천라지망을 펼치며 포진해있던 마교도들의 의식을 모두 빼앗은 후, 현수와 주윤성을 데리고 그 자리에서 모습을 감췄다.


발을 내딛을 필요도 없이, 공간을 격하여 사라진 그 자리엔, 명족 사내와 마교도들을 제외하면 그 어떤 흔적도 발견할 수 없었다.


조만간 인근의 무림인들에게 마교의 흔적이 발견되어 온 중원이 떠들썩해질 것이 자명했지만, 이제 막 하계에 내려와 유희를 시작한 예서휘에게는 관심을 둘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부디 재미있으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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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 작성일
너무 재미있습니다!! 다음편도 기대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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