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심리학 (1) (Prologue)
작성자 정보
- 작성
- 작성일
본문
안녕하세요. 다시 인사드리게 되어 반갑습니다.
본 글은 제가 '아저씨갤러리'라는 타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리고 있는 소설입니다.
백일장 '봉천탕'과는 다르게 순도 100% 허구이며, 그로 인해 완성도가 다소 부족할 수 있습니다.
후속작에 대한 부담도 있고, 취향을 많이 타는 글이라고 생각하여 그곳에만 올리려 했습니다만,
어찌 아시고 시티 소설방에도 올려달라 부탁하신 독자 분들께서 계셔서, 많은 고민 끝에 게시합니다.
동시 연재는 아니고, 틈이 나는 대로 이곳에도 글 옮겨 올리겠습니다.
미리 말씀드립니다. 야한 장면만 계속 나오는 야설이 아니므로, 템포 느린 글 싫으시면 지금 거르십시오.
또한 중년이나 베어 취향 둘 중 어느 부분에도 해당이 안 되신다면 별로 몰입이 안 되실 겁니다.
주인공이 대학생이므로 그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 또한 뒤로 가기 누르시면 됩니다.
모쪼록 재밌게, 마음 편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끼이익. 띠리링.
“어서오세...”
두근!
난생 처음이었다. 그리던 이상형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사람이 내 앞에 나타난 것은. 너무 놀란 나머지 순간 헛바람을 들이키며 호흡이 멎는다. 매일같이 장거리 통학하는 와중에, 지하철 안에서 호감이 갈만한 중년들이야 심심치 않게 봐오며 눈요기 하던 터였다. 그러나 지금 카페에 들어선 이 사람은 그 차원이 아니었다. 짧고 단정한 머리에 건강해 보이는 깨끗한 피부, 짙은 눈썹 아래 깊게 자리한 눈. 잘 다듬어 깔끔해 보이는 수염. 곧게 뻗은 코까지. 누가 봐도 남자답게 잘생긴, 흔치 않은 멋진 중년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 잘난 얼굴 아래 자리한 몸이 더욱 나를 설레게 한다. 오피스 룩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아 얼핏 직장인인 듯 보이면서도, 체형은 꼭 유도선수 같이 듬직한 언밸런스한 느낌. 의도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떡 벌어진 어깨와 불룩한 가슴 덕에 짙은 녹색 캐시미어 코트 사이 흰색 셔츠가 조금 타이트하게 몸에 붙으면서 잠근 단추가 약간 벌어진 그 모습이 더없이 섹시하다. 시간이 멈춘다는 말은 딱 이 느낌을 두고 하는 말일까.
“아이스 아메리카노, 얼음은 적게요.”
“......”
“...?”
툭.
“엇... 죄송합니다. 주문 어떻게 하셨죠?”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얼음 적게요.”
넋을 잃고 보다가 순간 내 본분을 잊어버린다. 사장 누나가 날 건드려 적절히 눈치주지 않았다면, 아마 그 자리에 계속 굳은 채 그를 빤히 쳐다만 보는 실례를 범했을 것이다. 눈앞의 이 중년 남성은 내 이상한 행동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무표정하게 다시 커피를 주문한 뒤 곧잘 뒤돌아서 비어있는 가까운 테이블로 향한다.
지이잉. 떨그럭떨그럭.
얼음잔을 준비해서 샷을 내리고 물을 넣는 와중에도, 테이블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그를 계속 힐끔거리게 된다. 커피가 나오기까지 기다리는 잠깐의 시간조차 아까운지, 책 하나를 펼쳐들어 읽고 있는 그의 모습이 덩치와는 어울리지 않게 꽤나 지적이다.
“주문하신 커피 나왔습니다!”
진동벨만 눌러도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굳이 한 번 말을 걸어보고 싶은 마음에 괜스레 크게 그를 불러본다. 그 말을 듣고 즉시 책을 덮고 일어나 성큼성큼 다가오는 그가 곧 코앞에 다다르자, 그의 비현실적인 모습에 다시금 심장이 쿵쾅거린다. 나 또한 키가 작은 편이 아닌데도, 내 눈높이에서 나를 살짝 내려다보는 시크한 눈빛.
“얼음이 많네요.”
“...예?”
“얼음 적게 주문했었는데.”
...이런 젠장. 온 정신을 훔쳐보는 데에 뺏긴 나머지 이 사람이 주문했던 내용을 금세 까먹어버렸다. 심지어 평소보다 더 많이 컵에 쏟아져버린 얼음. 이를 어쩌지.
꼬집.
“윽!”
“아유! 고객님, 죄송해요. 저희가 얼른 다시 준비해드릴게요.”
“죄송합니다, 제가 얼른 다시...”
“아뇨. 괜찮습니다. 시간 없으니 그냥 가져가죠.”
덥썩.
기분이 나쁠 만도 한데, 여전히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무심한 표정으로 그가 커피를 손에 쥐고 돌아선다. 순간 나머지 한 손에 들고 있던 책이 번뜩 눈에 띈다. 가까이서 보니 책이라기보다는 제본이나 교재에 가까워 보였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표지. 학교 후문 인쇄소 중 하나가 저 표지를 쓰던 것 같은데.
“야. 진오 너, 저 사람 알아? 왜 그래? 얼빠진 사람마냥.”
“아뇨. ...그냥 아는 사람 누굴 좀 닮아서요.”
“실수니까 이번엔 그냥 넘어간다. 다음에 또 이러면...”
죄송합니다. 알았어요. 알았다고요. 그럴 리 없어요. ...저 사람이 여길 다시 오지 않는 한은. 카페에서 그가 나가고 곧바로 쏟아지는 사장님의 잔소리에 한참 변명하는 와중에도, 그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려 좀처럼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누구지? 겉모습을 보아하니 학생은 아닐 테고. ...우리 학교 교수님일까. 궁금하다. 방금 그를 다시 한 번 만나고 싶어진다. 그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 수 없을까. 문득 책 옆면에 적혀 있던 제목이 스쳐 기억이 나, 아르바이트 퇴근 후 알아볼 요량에 절대 잊지 않도록 되새김질 해본다.
‘교양심리학’
관련자료
-
이전
-
다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