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더하기 짝사랑은 하나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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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나란 존재는 없는 거니? - 승태
내 안의 음란마귀는 결정적인 순간에 나를 배신했다. 이불 속에서 홍수의 자지가 위치한 곳까지 내려가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음란마귀는 나를 향해 비웃음을 날렸다.
‘변태새끼.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친구 자지를 빠냐? 자지 빨다가 잠에서 깨면 너 어떡할라구 그래? 존나게 터지고 얼굴에 피칠갑을 할 거고, 학교도 못 다닐 거다 아마. 빨아, 빨아봐. 내 말이 진짠지 거짓말인지 한 번 경험해 보라고. 빨아 이 변태새끼야.’
결국 음란마귀와의 싸움에서 내 소심함이 승리를 한 셈이었다. 나는 혀끝을 홍수의 자지에 살짝 한 번 갖다 대기만 하고 다시 위로 올라왔다. 홍수는 여전히 잘 자고 있었다. 겨우 중학교 2학년인데, 선이 굵은 얼굴은 남자다움이 흘러넘쳤다. 나중에 어른이 되면 자연스럽게 여자를 만나게 될 것이고, 그 여자는 홍수와 키스를 하고, 내가 하지 못했던 자지도 빨고, 섹스까지 할 것이라는 생각에 본능적인 질투가 일어났다. 홍수와 만날 그 여자는 전생에 장군으로 나라를 구했을 것이 분명했다. 나도 커서 어른이 되었을 때, 혹시나 우연이라도 홍수의 옆에 있는 그 여자를 만난다면 질투와 부러움을 이기지 못해 죽여 버리거나 적어도 싸대기를 때릴 것 같았다.
아~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정말 우연히 나는 홍수의 옆에 있는 그 여자를 만났다. 단순히 옆에 있는 정도가 아니라 늘 붙어서 두 몸이 합체가 되는, 홍수의 아내가 된 그 여자. 내가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촌동생 남승희가 바로 그 여자였으니 죽이기는커녕 싸대기도 때릴 수가 없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승희를 원망했다. 그렇게 달라붙는 남자가 많으면서, 그 많고 많은 남자들 중에 하필이면 홍수를 택했느냐고, 너의 미모와는 완전히 반대인 고릴라 같은 남자를 골랐으냐고, 어쩜 그렇게 남자 보는 눈이.... 있느냐고, 나랑 똑같으냐고....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홍수가 나에게 선물을 건넬 때 나는 가슴이 콩닥거려 미치는 줄만 알았다. 내 심장소리와 눈빛을 들킬까봐 쳐다보지도 못하고 손만 내밀어 선물을 받았지만, 떨리는 내 손을 홍수가 알아챘을까봐 걱정이 되었다.
선물 상자 안에 어떤 것이 들었는지 너무나 궁금했지만 혼자서 몰래 열어보기 위해 옆에 가만히 놔뒀는데, 내 마음을 전혀 알지 못하는, 아니 알 수도 없는 승희가 퉁명스럽게 말을 던졌다.
“오빠는 선물 받고 풀어보지도 않아? 매제가 처음으로 주는 선물인데?”
나는 마음속으로 승희에게 욕을 했다.
‘야, 이년아. 홍수가 나한테 처음 주는 선물이라서 혼자 풀어보려고 그랬는데.... 사촌오빠 마음도 몰라주는 년....’
선물 상자 안에는 케이스도 이쁜 네 종류의 차가 들어 있었다. 이걸 홍수가 나를 생각하며 직접 골랐다는 생각에 기쁨과 흥분이 차올랐다. 혼자 있을 때 열어봤으면 기쁨을 숨기지 않고 다 드러냈을 텐데, 보는 눈들이 많으니 표현을 할 수가 없어 짜증이 솟구쳐 올랐다. 승희년 때문이었다.
훙수를 바라보며 정말 고맙다고 말을 해야 했지만 차마 그러지를 못하는 상황이라 내 솔직한 심정을 담아 승희년에게 짜증을 냈다.
“잘 마실게.”
홍수와의 만남은 되도록 자제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특히 가족과 함께 하는 만남은 더욱 그러했다.
홍수를 매제가 아닌 관계로 우연히 만났다면 짝사랑을 하는 마음은 숨기더라도 반가운 감정은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을 터였다. 중학교 시절을 회상하며 잘 못 마시는 술이라도 한두 잔 정도는 기울일 수 있었다. 친하게 지내고 싶었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고, 이제부터라도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할 수가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승희의 남편으로서 만나게 되니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사랑하는 사촌동생 승희를 위해서라도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다. 사촌동생의 남편에게 야릇한 감정을 품는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안 그래야지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기에 안 보는 것이 상책이었다. 그것이 나를 지키고, 승희를 지키고, 홍수를 지키고, 가족을 지키는 일이었다.
그런데 내 마음과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이 흘러갔다. 운명의 장난인 것인지, 저 하늘 위에서 상황을 만들어 놓고 나를 시험하는 것인지, 난감해 하는 나를 보고 재미있어 하지 않는 이상 이런 일이 벌어지기가 힘들 것 같았다.
홍수가 미용실에 찾아온 것이었다. 그 많은 미용실 중에 하필이면 내가 운영하는 미용실, 이 대로변만 해도 미용실이 5개는 되는데, 1층에 자리 잡은 미용실을 다 팽개쳐 두고 좁은 계단을 올라와야 하는 ‘가위 든 남자’에 찾아온 것은 결국 승희 때문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그렇지 않고서야 미용실 이름에도 떡 하니 나와 있듯이 가위를 든 사람이 남자뿐이고, 스텝들도 모두 남자인 이곳에 찾아온 이유가 전혀 없었다.
게이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나서, 물론 내가 소문을 낸 것이긴 하지만 어쨌든, 남자 손님들 중의 상당수가 게이인 이곳에, 상남자 중의 상남자인 홍수가 오는 것은 너무나 어울리지 않았다.
문이 열리자마자 습관적으로 돌아갔던 내 시선이 홍수라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나는 얼른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손님의 머리를 마는 중에도 내 귀는 홍수에게 쏠려 있었다.
“어느 분한테 하실 건가요?”
“원장님이요.”
“원장님 지금 손님이 밀려 있어서 많이 기다리셔야 됩니다.”
“괜찮아요. 기다릴게요.”
이제 머리를 말기 시작한 것을 뻔히 봤으면서도 굳이 나를 지정하는 홍수가 원망스러웠다. 빨리 머리를 깎고 집으로 돌아가 숙부와 숙모에게 데릴사위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승희의 엉덩이나 토닥여 줄 것이지, 기다리겠다고 말하는 심보를 알 수가 없었다. 머리를 마는 중에도 홍수의 시선이 자꾸만 느껴져서 도무지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단골손님에게 미안할 지경이었다.
홍수의 머리를 깎는 내 모습이 상상이 되었다. 짧은 머리였으니 역시나 짧게 해달라고 할 것이 분명했다. 바리깡을 들고 뒷머리와 옆머리를 쳐 올려야 하는데, 그러려면 홍수의 귀를 만져야 하고, 길이가 일정하고 한 가닥의 머리카락도 삐져나오는 것 없이 깎으려면 엄지와 검지에 끼운 가위를 빠르게 놀려야 했다.
상상만 해도 가슴이 떨리는데, 과연 이 떨리는 심장 때문에 손까지 떨려 제대로 깎을 수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 혹시나 내가 잘못 놀린 바리깡과 가위가 홍수에게 상처를 입히지나 않을지 걱정도 되었다. 유능한 외과의사도 가족의 수술은 하지 않는다는데, 그 심정이 충분히 이해되었다.
도저히 홍수의 머리를 깎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시간을 끄는 것이었다. 보통은 남자 손님이라면 펌 손님이 열처리를 하는 동안 스사삭 해치우면 그만이었는데, 홍수는 그러지 않을 작정이었다. 열처리를 하는 동안 숨어 있다가 펌 손님의 머리를 중화하고, 머리를 감고, 마무리에 드라이를 하고 가게를 나갈 때까지 홍수를 기다리게 할 심산이었다. 기다림에 지쳐 다른 사람에게 머리를 깎고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손님의 머리를 다 말고, 캡을 씌워 열처리 시간을 스텝에게 알려주고, 따로 불러서 조용히 말을 건넸다.
“나 좀 쉴게. 열처리 끝나면 불러.”
스텝이 의아한 표정으로 나에게 말했다. 역시 나처럼 조용한 목소리였다.
“저 남자 손님 안 하시구요? 계속 기다렸는데....”
“기다리기 힘들면 다른 사람한테 한다고 하겠지 뭐.”
“원장님, 처음 온 손님인데.... 안 그러시잖아요.”
“아~ 몰라. 나 피곤해. 쉴 거야.”
나는 직원들 휴게실로 사용하는 조그만 방으로 들어갔다. 열처리가 끝나는 시간 동안 홍수가 기다리다 못해 다른 사람에게 머리를 깎고 가기를 간절히 바랐다.
스텝에게서 열처리가 끝났으니 머리를 봐 달라는 소식이 왔다. 펌이 잘 나온 것 같았다. 직접 내가 중화를 하고 머리를 감겼다. 여전히 기다리고 있는 홍수가 징글징글해서였다. 드라이도 내가 직접, 세심하게 시간과 공을 들여서 했다. 제법 오랜 시간을 기다렸음에도 홍수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나도 오기가 생겨 내가 직접 결제를 하고, 전표를 정리하는 척 카운터에서 또 시간을 보냈다. 시간을 끌어야 하는 내 마음을 알 리가 없는 스텝이 홍수를 안내해 자리에 앉히고 커트보를 목에 두르는 것이 보였다.
‘아~ 씨.발....’
저절로 욕이 나왔다. 이제 어쩔 수가 없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최대한 이쁘게 해주리라 마음을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마 홍수와 눈을 마주치기가 어려워 도구 카트 위에 놓인 바리깡과 가위를 만지작거렸다.
“많이 피곤하죠?”
예상치 못한 홍수의 말에 나도 모르게 거울로 얼굴이 돌아갔다. 거울 속에 비친 홍수의 눈과 마주쳤다. 나는 깜짝 놀라 얼른 시선을 피했다. 가슴이 콩닥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애써 억누르고 홍수의 뒤에 서서 거울을 바라봤다. 고릴라 같은 얼굴이 거울에 비쳤다. 아침에 면도를 했을 것이 분명한데도 구레나룻이 푸르스름하게 돋아 있었다. 너무나 남자답고 섹시하기까지 했다. 까슬까슬한 수염을 손끝으로 쓸어보고 싶었다.
“승희가 가라고 해서 왔어요.”
말 안 해도 안다고 마음속으로 대답했다.
“짧게 모히칸으로 깎아 주세요. 결혼식 때 봤죠? 그렇게.... 머리가 완전 직모라 자주 깎아야 되는데, 그동안 바빠서....”
그랬을 것 같았다. 신혼여행을 일주일씩이나 다녀오고, 밀린 일을 처리해야 했을 테고, 처갓집에 살면서 사위 역할 하느라 눈치도 많이 보였을 것이고.... 씨.발.... 승희랑 섹스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겠지, 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결혼식에 이어서 벌써 세 번째 보는 것인데, 게다가 단둘이서만 보는 것인데, 이렇게나 가까이 있는데, 나는 처음부터 단박에 알아봤는데, 홍수는 나에게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이 머리 스타일만 보고서도 어떤 식으로 깎기를 원하는지 알 수 있는 말을 하고 있어서였다.
홍수를 피하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한편으로 나는 홍수가 나를 알아봐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홍수는 중학교 2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나를 전혀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아 마음이 너무 아팠다.
나는 홍수에게 그런 존재였다. 제법 세월이 흘렀어도 일 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같은 공간에서 하루 종일 함께 있었는데, 그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그런 존재가 바로 나였다. 그렇다고 홍수를 탓할 수만은 없었다. 나 역시도 홍수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기억 속에 저장된 몇몇의 얼굴이 스치고 지나갔지만 그것이 우리반 전부는 아니었다. 내 기억 속에 저장되지 않은 반 친구들이 분명히 존재했다. 그런 친구들은 우연히 마주쳐도 내가 기억을 해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내가 기억을 못하는 친구, 아니 친구라고도 할 수 없는 그냥 같은반이었던 사람들이 나에게 있듯이 홍수도 나처럼 그런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었다.
홍수에게 있어서 그런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 바로 나라는 사실이 너무나 슬펐다. 1년 내내 홍수만 바라보고 살았고, 수학여행 때 말 같은 자지까지 만졌고, 학년이 올라가면서 다른 반이 되었어도 다른 친구를 만나는 척 일부러 찾아가 얼굴을 보고, 고등학교에 가서도 동창들을 만나면 넌지시 안부를 묻고, 성인이 되어 게이커뮤니티 안에서 남자를 찾을 때에도 고릴라 같이 생긴 홍수와 비슷한 이미지만을 쫓아다니며 항상 비교했었는데, 그래서 너무나 잘 기억하고 있는데, 가슴 속에서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는데, 홍수의 기억 속에 나라는 존재는 무, 없을 무였다.
“원장님, 뒷머리 하고 옆머리는 진짜 짧게, 하얗게 밀어주세요.”
안다, 알아. 말 안 해도 다 안다구. 내가 사람을 보면 얼굴 보고 나서 바로 헤어스타일부터 보고 어떤 머리가 어울릴지 상상하는 게 내 직업병인데, 내가 다른 누구도 아닌 니 머리를 안 봤을까봐. 말 안 해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 안다구.... 또 원장님은 뭐니? 내 이름 승태는 아니더라도 처남 정도로는 불러야 되는 거 아냐?
이 말은 마음속에서만 맴돌았다. 나는 바리깡을 최대한 짧게 조정했다. 그리고 제법 길게 자란 앞머리에 집게핀을 꽂으려다 바로 내려놓았다. 남자들의 머리를 깎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집게핀을 꽂은 모습은 정말 우스꽝스러웠다. 홍수를 그렇게 만들 수는 없었다. 나는 조정해 놓은 바리깡 대신 가위를 들었다. 앞머리부터 잘라 길이를 짧게 맞춰 놓으면 집게핀을 꼽지 않아도 뒷머리와 옆머리를 바리깡으로 밀면서 모양을 만들어 나갈 수 있었다.
홍수의 얼굴에 닿지 않도록 손으로 막고 앞머리에 살짝 분무기로 물을 뿌렸다. 홍수의 머리카락이 촉촉이 젖어갔다. 검지와 중지 사이에 머리카락을 끼우고 거울로 홍수를 바라봤다. 눈을 감고 있었다. 눈이 마주칠 걱정도 없어서 계속 바라봤다. 중학생일 때도 어른스러운 모습이었는데, 이제는 진짜 어른이 되어 남성미를 내뿜고 있었다. 두툼한 입술을 꼭 다물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섹시했다.
갑자기 승희가 떠올랐다. 승희년은 자기의 입술로 저 두툼한 입술을 매일 마주칠 것이라 생각하니 질투가 났다. 그리고 저 두툼한 입술은 승희년의 입술에 뽀뽀를 하고, 입술에서 나온 혀로 귓불과 목덜미와 유방을 핥고,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승희년 보지를 쭉쭉 빨아댈 것을 생각하니 가슴에서 뭔가가 치밀어 오르는 듯 했다.
게다가 중학교 2학년인 나이에도 말자지였는데, 지금은 제대로 자라나 내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커져 있을 홍수의 자지가 승희년의 작은 입술 안으로 들어가고, 보지에도 들어갈 것을 생각하니, 수학여행 때 빨지 못했던 것이 천추의 한으로 다가왔다. 내가 빨지 못할 것이라면 그냥 이 가위로, 날이 잘 서서 살짝만 힘을 줘도 다 잘려 나가는 이 가위로 싹둑 잘라 버리고 싶었다.
“아~~~~악~!”
내 귀를 찢는 비명 소리가 들렸다. 내가 지른 소리였다. 손가락에 피가 흐르고 있었다. 날이 잘 선 가위가 홍수의 자지가 아니라 내 손가락을 벤 것이었다. 손가락에도 살이 찐 탓이었다. 미용학원에서 처음 가위질을 배울 때도 없던 일이었다. 살점이 떨어진 것은 아니었으나 약간 너덜해질 만큼 깊은 상처였다. 가위가 너무 잘 드는 탓이었다. 꿰매야 할 것 같았다.
붉은 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정신이 혼미해진 나는 홍수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할 겨를도 없이 근처 병원으로 달려갔다. 내 나름 덩치값을 하느라 별달리 무서워하는 것이 없는데, 유독 피는 무서워해서 형이랑 같이 포경수술을 하라는 아버지의 명령에도 안간힘으로 버티던 나였기에,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손가락에서 피가 나는 것을 보고 나는 아무 생각이 없어졌다. 아무리 홍수라도 내 손가락에서 나는 피를 이길 수는 없었다.
병원에서 몇 바늘을 꿰매고 났을 때에야 홍수 생각이 났다. 병원을 나와 약국으로 가는 길에 전화를 하려 했으나 주머니에 휴대폰도 없었다. 정신이 없어 놔두고 온 모양이었다. 약을 타서 미용실에 돌아와 보니 홍수는 없었다. 스텝의 말로는 머리를 하지 않고 그냥 돌아갔다고 했다. 해서는 안 되는 질투심을 하늘이 알고 나에게 벌을 내리는 것만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다친 손가락은 다행히 왼손이고, 붕대를 감아서 좀 불편하긴 했지만 머리를 자르고, 마는 데에 크게 문제는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홍수가 다시 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출입문이 열릴 때마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기다리던 홍수는 오지 않았다. 그리고 추석과 설날 딱 두 번 얼굴을 본 후, 다시는 홍수를 볼 수가 없었다.
-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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