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더하기 짝사랑은 하나 - 마지막 (1)

작성자 정보

  •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본문

<7> 내 짝사랑의 끝은 어디인가요? - 승태




  설날이 지나고 집안에 후폭풍이 밀려왔다. 승희의 난데없는 이혼 때문이었다. 정말 소리 소문 없이 자기네들끼리 진행된 이혼이라 작은집은 완전히 날벼락을 맞은 듯 난리도 아니었다.

  출장을 간 줄만 알았던 사위가 일주일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는 걸 의아하게 생각한 숙부와 숙모가 승희에게 출장이 왜 이리 기냐고 물었고, 승희는 그제야 이혼 사실을 알렸다. 그 이유에 대해서 승희는 입을 다물었다. 집식구들이 모두 모여 남의 집 무남독녀 외동딸을 함부로 대했다고 홍수를 향한 욕이 터져 나왔을 때, 승희는 자기도 그쪽 막내 외동아들 함부로 대한 년이라고 짧고 가볍게 응수를 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승희는 예전과 똑같이 밝고 명랑하게 그리고 자유롭게 살았고, 머리를 할 때면 미용실에 들러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 갔다.

  이혼이라는 큰 시련에 전혀 굴하지 않는 승희를 볼 때마다 안심이 되면서도 한 편으로는 마음 깊은 곳의 상처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일부러 더 활달한 척을 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속에 뭔가를 감추고 살지 못하는 승희의 성격을 아는 나로서는 정말 쿨하게 이혼을 했구나 싶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그것은 승희와 홍수의 사정이니 그다지 궁금하지 않았는데, 승희와 이혼을 한 홍수가 어떻게 사는지는 무척이나 궁금했다.


  승희가 이혼을 하고 반년쯤 지난 어느 여름날, 머리를 하러 찾아온 승희에게 넌지시 물었다. 다짜고짜 홍수의 소식을 물을 수는 없어서 슬그머니 이혼 이야기를 꺼냈다.


  “야, 남승희. 나한테는 이유를 말해줘야 되는 거 아냐? 언젠가는 말하겠지 싶어서 안 물어 봤는데 나한테도 딱 잡아떼니까 좀 섭섭하다.”


  “무슨 이유? 아~ 내가 이혼한 이유?”


  “응. 둘이 잘 지내는 거 같더니 도대체 뭐야?”


  “그래, 오빠니까.... 자세하게 말하기는 좀 그렇고, 핵심만 말할게. 나 홍수 오빠랑 한 번도 안 잤어. 아니 못 잤어. 그게 이유야.”


  “못 자? 그게.... 무슨 말이야? 니네 집에서 같이 살았잖아.”


  “아~ 진짜 오빠 왜 이래?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구. 한 번도 못했다구. 그거 말이야 그거. 부부끼리 하는 그거. 꼭 내가 이렇게까지 말을 해야 되겠어?”


  말도 안 되는 말이었다. 말자지를 달고 있는 홍수가 섹스를 안 했다, 아니 못 했다는 것은 믿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겨우 중학교 2학년 때도 발딱 서서 내 손에 잡히지도 않은 걸 내가 똑똑히 봤는데, 다 큰 어른이 돼서 그걸로 마누라에게 사용을 하지 않았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


  “믿든 안 믿든 오빠 자유고, 그게 결정적인 이유니까 더 이상 나한테 묻지 마. 아~ 참, 홍수 오빠가 오빠한테 미안하다고 전해 달래.”


  “뭘?”


  “이혼하는 날 나한테 그러더라. 자기 때문에 오빠 손가락 다쳤는데, 너무 경황이 없어서 미안하다고 말도 못했다고. 나한데 미안하다고 대신 전해 달래.”


  자기 때문에 다친 게 아닌데, 홍수는 자기 때문에 다친 줄 아는 것 같아 내가 더 미안해졌다. 그럼 직접 와서 미안하다고 말을 하면 되지 왜 승희에게 대신 전해달라고 하는지 약간 섭섭했다.


  “미안하면 자기가 직접 얘기해야지....”


  “홍수 오빠가 원래 좀 그래. 덩치는 그래도 은근 소심해. 진짜 홍수 오빠 만한 남자도 없는데.... 아쉽다....”


  “그게 또 무슨 말이야? 넌 이혼까지 해놓고 그런 말이 나와?”


  “이혼을 해서 부부관계가 끊어진 거지 인간관계가 끊어진 건 아니거든? 부부에서 다시 친구로 돌아간 거야. 서로 바빠서 연락도 못하고 살긴 하지만.... 난 오빠랑 동갑이라서 두 사람도 친구처럼 지내기를 바랐는데.... 홍수 오빠도 오빠 좋다고 그랬는데, 오빠가 늘 퉁명스럽게 대해서 말도 잘 못 붙이겠다고 나한테 그러더라.”


  그게 아닌데, 내 마음을 들킬까봐, 홍수를 볼 때마다 심장이 두근대서 쳐다보지도 못한 것인데, 이런 내 태도를 홍수는 내가 퉁명스럽게 대한 것이라 판단한 듯 싶었다. 또 미안해졌다.


  “그럼.... 그 사람은 어떻게 살아?”


  “잘 살겠지. 나처럼.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이번 여름에 몰디브 한 번 더 가기로 계획 다 짜놨었는데.... 짜증나.... 그나저나 오빠~”


  “응? 왜?”


  “오빠는 쉬지도 않아? 여름휴가는 다녀왔어? 안 갔겠지, 물어 뭐하겠어.... 오빠도 이제 돈 좀 벌었으니까 여행도 좀 다니고, 좀 쓰고 살아라.”


  “누가 뭐 쓰기 싫어서 안 쓰냐? 만나는 사람도 없고 그러니까 여행 가기도 좀 그렇고, 혼자니까 돈 쓸 일도 별로 없는 거지....”


  “진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오빠한테 이런 말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오빠, 누구 만나기라도 해 봤어? 지금까지 살면서 오빠가 사귄다는 소리 한 번도 못 들었어. 오빠 모태솔로지? 섹스는 해봤어?”


  그랬다. 한 번도 안 만난 거는 아니지만 연애를 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 모태솔로나 다름없었다. 중학교 2학년 때도 홍수 말자지를 빨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음란했지만 어른이 되고 나서도 제대로 빨아본 적이 없었다. 어쩌다 사람들을 만나 모텔까지 가기도 했지만 그냥 서로 딸딸이만 쳐주고 나왔을 뿐이었다. 자지를 빨고, 더한 것도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으나 사람들의 자지를 보면 그 마음이 싹 사라졌다. 내 머릿속에 홍수의 말자지가 남아 있는데, 다른 사람들의 자지는 너무나 보잘 것이 없어서 욕구가 금세 사라졌다. 남자를 보는 기준이 홍수 때문에 너무나 높아져서 그 누구를 만나도 만족스럽지가 않았다.

  한번은 홍수처럼 고릴라 같이 생기고 덩치도 커서 너무나 만족스러워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모텔에 도착해 한껏 흥분한 마음으로 팬티를 벗겼을 때 달려 있는 자지를 보고 나도 모르게 풋~ 하고 웃은 적도 있었다. 그 다음 진도가 나가지 않은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이렇게 내 기준이 홍수에게 맞춰져 있었으니 되는 일도 없고, 결국 홍수 때문에 나는 아직도 제대로 섹스를 해보지 못한 남자가 되어 있었다.


  “얘가 뭐래니? 내 나이가 몇인데....”


  말을 끝낼 수가 없었다. 승희의 말이 진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승희는 나에게 홍수에 대한 정보는 전혀 알려주지도 않고, 이혼녀가 되어도 당당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가슴에 상처는커녕 더욱 자유를 누리는 모습으로, 홍수를 향한 내 마음에 물음표를 던져 주고, 내가 해 준 머리를 찰랑거리며 가게를 나갔다.


  “혹시 홍수 오빠 만나면 오빠한테 머리 자르라고 다시 말할게.”


  이것이 내가 승희로부터 얻은 희망이었다. 여름을 지내는 동안 문이 열릴 때마다 홍수인가 싶어 고개가 돌아가고, 가을이 될 때까지 계속되었다. 하지만 가게문으로 홍수는 들어오지 않았다. 승희에게 말을 못 들은 것인지, 홍수가 일부러 발길을 하지 않는 것인지 알 수는 없었다.

  가게 앞 은행나무 가로수가 똥냄새를 풍기다 노란 이파리들을 다 떨구었을 때 내 희망도 사라져갔다. 나는 홍수에게 없을 무인 존재였으므로, 정말 우연히 처남 매제 사이로 만났을 때에도 나는 홍수에게 퉁명스러운 사촌처남이었으므로, 내가 품은 희망은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이었다.

  차가운 바람이 거리에 떨어진 은행나무 이파리들을 모조리 날려 버리고, 나는 앙상한 나뭇가지 아래에서 어깨를 잔뜩 움츠린 채로 걸으며 출퇴근을 했다. 겨울은 모태솔로인 나를 더욱 외롭게 하는 계절이었다.


  한 해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어느 날, 직원들과의 회의가 있었다. 크리스마스 휴무와 관련된 주제였다. 1년 365일 가게문을 여는 것을 목표로 삼긴 했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기에 1년 중에 쉬는 날이 며칠 있었다. 명절 당일과 크리스마스였다. 나는 이 3일을 제외하고 모든 날을 출근했지만 다른 직원들은 순번을 정하여 돌아가며 쉬었다. 여름휴가도 돌아가면서 며칠씩 쉬는 시스템이었다. 직원들도 불만 없이 일을 해서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런데 12월 24일은 좀 달랐다. 문을 닫는 날은 아니었으나 많은 직원들이 쉬기를 바랐다. 그 이유로 제시한 것이 12월 24일이었다. 12월 24일을 쉬어야 하는 이유가 12월 24일이라는 것이 좀 그렇긴 했지만 나는 충분히 타당한 이유라고 생각했다. 그 근거가 바로 12월 24일이기 때문이었다.


  회의의 결론은 싱글이냐 커플이냐로 결정되었다. 싱글은 출근이고, 커플은 휴무였다. 24일에 출근을 하는 직원은 다른 날에 하루 더 쉬는 것으로 회의는 끝이 났다.

  내가 운영하는 미용실 ‘가위를 든 남자’는 나를 포함한 디자이너 셋, 각각의 디자이너를 보조하는 스텝이 셋, 이렇게 6명의 남자들이 꾸려나갔다. 채용 조건은 1순위가 남자였다. 6명의 남자 중에 게이는 나를 포함해서 두 명이었다. 호리호리하고 잘생긴 디자이너 명호였다. 내가 시티 게시판에 미용실 이용후기 형식으로 ‘가위를 든 남자’를 주작 홍보할 때 이용해 먹은 사람이 바로 명호였다. 명호도 손님을 끄는 것이 좋았으므로 서로 합의된 일이었다.


  명호는 ‘가위를 든 남자’의 직원이었지만 내 친구이기도 했으므로 모든 것이 적극적이었다. 나와는 달리 잘생긴 명호는 남자가 끊어지는 날이 없었다. 그래도 12월 24일에 나와 함께 출근을 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너, 그날 약속 없어? 크리스마스 이븐데....”


  “이브가 별거냐? 밤새도록 일할 것도 아닌데, 퇴근하고 만나면 되지. 승태 너 혼자 하기도 그렇잖아. 내 걱정 말고 니 걱정이나 해.”


  12월 24일에는 나랑 명호 이렇게 디자이너 둘과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어린 스텝 하나가 출근을 했다. 손님이 아주 많지는 않았다. 드라이와 머리 세팅을 하려는 여자 손님들이 많은 것이 평소와 좀 다른 점이었다. 데이트를 위한 것이 뻔히 보였다. 많이 부러웠다.


  해가 지면서 손님들이 거의 오지 않아 일찍 문을 닫을까 고민을 하던 때였다. 마감 시간을 한 시간 반 정도 남기고 가게문이 열렸다. 문을 닫을까 고민을 하던 때에 찾아온 손님이라 살짝 짜증이 올라왔다. 홀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직원들과 수다를 떨던 내 고개가 저절로 문으로 향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스텝이 홍수를 맞이했다. 그리고 스텝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원장님, 커트 손님입니다.”


  나는 여전히 얼어붙은 채로 손님이 자리에 앉아 커트보를 두르는 것을 바라봤다. 거울에 비치는 손님과 내 눈이 마주쳤다. 홍수였다. 너무나 반가웠다. 하지만 한 편으로 12월 24일에, 그것도 저녁 시간에 머리를 하러 오는 홍수가 불쌍하기도 했다. 이혼남에 약속도 없는 싱글남인 것이 나랑 똑같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남은 커피를 마저 마시고 천천히 자리로 향했다.

  아무 말 없이 거울로 나를 바라보는 홍수의 눈길이 부담스러워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이대로 짧게 모히칸 스타일로 깎으면 될까요?”


  홍수는 거울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짧게 한 마디를 던졌다.


  “네.”


  그리고는 바로 눈을 감았다. 나는 홍수의 얼굴에 닿지 않게 손으로 가리고 살짝 분무기로 물을 뿌렸다. 홍수의 앞머리가 촉촉이 젖어갔다. 깎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했다. 나는 다시 손가락에 가위질를 하지 않으려 조심조심하면서 앞머리를 손질하고 바리깡으로 머리가 허옇게 드러나도록 옆머리와 뒷머리를 짧게 밀었다.

  홍수가 눈을 뜨고 나에게 물었다.


  “승희는 잘 지내요?”


  역시 나 때문이 아니라 승희 때문이었다. 승희의 안부를 묻기 위해 찾아왔다는 생각에 또 섭섭해졌다. 나는 짧게 대답했다.


  “네.”


  그리고 다시 홍수는 눈을 감았고, 나는 세심하게 빠른 가위질로 홍수의 머리를 다듬었다.


  결과는 나름 성공적이었다. 짧은 머리는 홍수를 더욱 남자답게 만들어서 만족스러웠다. 홍수도 만족하기를 바라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손님.... 이 정도 길이면 될까요?”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홍수는 눈을 떴다. 나랑 거울로 눈이 마주쳤다. 고릴라 같이 생긴 얼굴에 인상이 찌푸려졌다. 나는 실수를 한 게 있나 싶어 가슴이 철렁했다. 아니나 다를까 홍수는 큰소리로 불만을 표했다.


  “손님? 야~~~~”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소리를 질렀으니 ‘야’라는 말은 분명히 나를 지칭하는 것이었다.


  “XX중학교 2학년 4반 8번 남승태.... 씨.발, 나는 너 번호까지 기억하는데 너는 나한테 손님? 내가 누군지 모르는 거 같은데, 나는 말이야....”


  “29번 이홍수....”


  내 말이 홍수의 말을 막은 셈이었다. 홍수는 거울 속에 비친 나를 빤히 쳐다봤다. 찌푸려졌던 표정이 풀어지고 미소가 번졌다. 다행이었다. 내가 머리를 잘못 깎은 것이 아니었다. 홍수의 불만은 ‘손님’이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내가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다만 손님에 지나지 않았는데, 내가 ‘29번 이홍수’라고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홍수는 나에게로 와서 중학교 동창이 되었다. 홍수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었던 것처럼 나도 홍수의 이름을 불러주었으니 홍수에게로 가서 그의 친구가 되고 싶었다.


  “남승태.... 너도 나 기억해?”


  “응. 이홍수 너 축구, 농구 다 좋아하고, 공부도 잘했잖아.”


  “근데 왜 나한테 한 번도 아는 척 안 했어?”


  “니가 나 못 알아보는 거 같아서.... 아는 척하면 괜히 부담스러울까봐.”


  나는 홍수와 처음으로 대화다운 대화를 하고 있었다. 처음 만난 지 십수 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나도 니가 나 못 알아보는 거 같아서.... 씨.발, 그럼 우리 둘이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한 거네.... 바보 같이....”


  “머리는 마음에 들어?”


  “응. 완전 마음에 들어.”


  “머리 감고 다시 봐 줄게. 이리 와....”


  내가 직접 홍수의 머리를 감겼다. 홍수는 두 손을 자지 위에 살포시 포개 두고 있었다. 두피가 시원하도록 마사지를 하듯 홍수의 머리를 감기고 다시 자리에 앉혀 커트보를 둘렀다. 한 가닥씩 삐져나온 머리카락을 다듬고 드리이기로 머리를 털었다.


  “뭐 좀 발라 줄까?”


  “응. 바짝 세워줘.”


  모히칸 스타일이니 가운데 머리를 세워 달라는 말이었는데, 그 말이 참, 야릇하게 들렸다. 나는 왁스를 손에 발라 홍수의 머리를 전체적으로 흐트러뜨리며 왁스를 칠하고는 손끝으로 홍수의 가운데 머리를 만져가며 바짝 세웠다.


  “마음에 들어?”


  “응. 너 머리 정말 잘하네.... 승희가 가라는 이유가 다 있었어.”


  또 승희였다. 그냥 승희는 빼고 나한테 머리 하고 싶어서 왔다고 하면 어디가 덧나는 건지 계속 승희를 끌어들이는 홍수가 야속했다. 승희한테 이혼 당하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만날 사람도 없이 머리나 깎으러 오는 주제에....


  “이제 끝~!”


  나는 스펀지로 홍수의 뒷덜미를 다시 몇 번 쓸어내고 문으로 향했다. 센서가 작동하여 문이 저절로 열렸다. 나는 나에게 걸어오는 홍수를 향해 말했다.


  “잘 가. 크리스마스 잘 보내고....”


  “얼마야? 계산해야지.”


  “그냥 가. 전에 못 해준 것도 미안하고.... 크리스마스니까 내 선물이야.”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아무리 동창이라도 계산은 철저히 해야지. 괜히 내가 또 미안해지잖아. 전에 나 때문에 손도 다쳤는데....”


  “괜찮아. 내가 덤벙대서 그런 거고.... 그냥 가라니깐....”


  나는 넓적한 홍수의 등을 살짝 떠밀었다. 그런데도 홍수는 발걸음을 떼지 않고 그대로 서 있었다. 홍수는 내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다 무심한 듯 툭 말을 던졌다.


  “너 언제 끝나? 나랑 한 잔 할래?”


  처음이었다. 누군가에게 한 잔 하자는 말을 듣는 것이 이렇게나 듣기 좋은 말인지 처음 알았다. 그게 커피든 술이든 상관이 없었다. 특히나 한 잔 하자는 말을 한 사람이 사람이 홍수였으니 가슴이 두근거려 말이 나오지 않았다. 명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끝났어요. 승태야, 너 빨리 나가. 내가 가게 정리하고 갈게.”



- 마지막(2)로 바로 이어집니다.


관련자료

댓글 1

<span class="sv_wrap"> <a href="https://ivancity.com/bbs/profile.php?mb_id=konan66" data-toggle="dropdown" title="GTman 자기소개" target="_blank" rel="nofollow" onclick="return false;"> GTman</a> <ul class="sv dropdown-menu" role="menu"> <li><a hre님의 댓글

  • <spa…
  • 작성일
서로 얽힌 실타래가 풀리나봅니다.
알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