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렇게 전개가 된다고!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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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합금지 명령으로 썰렁해진 피아노 학원 문을 열고

청소나 할겸 환기를 시키고 있었다.

이미 집합금지라고 현관에 써놨으니깐 누가 들어 올 일도 없었다.

성인 취미반으로 만든 작고 아담한 학원인데

1년도 못 가서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한 일이다.

지금 현재는 강사들도 출근을 못하고 있고

나 역시 생계가 위태할 지경이긴 하다.


똑똑


갑자기 바람이라도 불고 있는가 생각되어서

창문을 닫을 겸 로비로 가봤는데

건장한 남자 한 사람이 열려 있는 현관을 밀고

들어오고 있었다.


"누... 누구시죠?"


마스크를 썼기 때문에 얼굴을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눈매만 봐도 훈남의 향기가 솔솔 나는 매력적인 얼굴을 하고 있었다.

키도 180은 넘어 보이는 훤칠한 외모다.


"피...피아노 배우고 싶어서 들어왔는데요."


아차! 여긴 피아노 학원이었지.

하도 여자 학생들만 들어 오니깐 이런 훤칠한 남자는

왜 때문에 들어왔는지 이질적인 느낌이 본능적으로 들었달까.


"아... 그렇죠. 집합금지라... 지금은 수업이 어려운데요."

라고 아쉬운 마음을 부여잡고 보낼 수밖에 없었다.


상대는 짙은 눈썹을 축 쳐지게 하고는 뭐라고 할 말을 잃은 듯 보였다.


"뭐 상담을 해도 될 테니깐 원장실로 들어오세요."


돌려보내기에는 못내 아쉬워서 원장실로 자리를 옮겼다.


히터를 틀고 좁은 원장실은 금세 훈훈해졌다.

남자는 쭈뼛쭈뼛 주변을 둘러 보고는 앞자리에 공손히 손을 모으고 앉았다.

그 모습이 큰 키에 어울리지 않게 귀엽다는 느낌이 들었다.


"간단하게 상담지에 이름과 연락처를 먼저 적어 주세요."

원래 이런 부담 안 주는데 일단은 연락처를 받아보고 싶었다.

남자는 아무 말 없이 펜으로 공란에 글을 적어 주었다.

밖이 추웠던 탓인지 언 손으로 글을 쓰려고 하니 버벅 거리거나

손을 조금 떨고 있는 듯해 보였다.


"피아노는 얼마 정도 배워 보신 적은 있으시나요?"

"아...네. 어릴 적에 체르니 조금 배웠어요."

"그러면 지금은 어떤 부분을 배우고 싶으신 건가요?"

"음... 그게..."

마른 침을 꿀꺽 삼키는 모습이 보였고 눈은 안 마주쳤다.

"음.... 그게.... 애인한테 연주해줄려고요."

"아! 그래요?"


요즘 흔히 오는 학생들 유형이라서 그렇게 놀랍지가 않았고

잘 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의외로 남자가 긴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편한 느낌으로 부드럽게 물었다.


"어떤 곡 생각 중인 게 있으신가요?"

"아니... 꼭... 그런 건 없는데....그게"

"아, 네. 편하게 말씀하셔도 됩니다."


"그게...."


목소리는 굵고 청명한데 말투가 약간 어눌해 보였다.

"그게... 제가 작곡을 하고 싶어서요."


"아! 그래요. 작곡해 보신 적은 있으시고요?"

"조금 뭐 멜로디 정도만 좀..."

"음... 그래도 잘 됐네요. 제가 작곡 전공이거든요. 좀 도와드릴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아 그래요!"


그제서야 눈이 조금 환해지면서 내 얼굴을 봤다.

눈썹은 짙었지만 눈매가 순하고 귀여웠다.


"그러면 집합금지 끝나고...이 번호로 연락드릴게요."

"아.......그게........"

"네?"


상대는 손을 조물조물 만지면서 말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편하게 말씀하셔도 돼요."

"제가 이벤트 날에 연주해주려고 하는데 그게 다음 주예요."

"아...."


한 5초 정도의 침묵이 생겼다.

학원을 다시 오픈하기 위해서는 10일 정도 후에나 가능한데...

"아........."


다시 5초 정도 시간이 지났다.

그래서 이 사람이 집합금지인 걸 알면서 찾아왔고

뭔가 부탁하려고 하는 말투였고....

등등이 머리에 스치고

나라는 욕망덩어리는 이 사람과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간절함이 있고

등등이 결합되면서 불법을 저지르자니 난 그 동안 너무 착실히 살았고

피아노 학원이라 몰래 수업을 한다고 해도 소리가 다 들려서 주민 신고가

갈 테고... 등등


(사람의 뇌란 빛의 속도로 생각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집에 피아노 있죠?"

"네? 아... 네."

"집합금지라 학원에서 수업이 불가능하고

제가 찾아가서 개인 교습해드릴게요. 그것도 가능해요."

"아 그래요?"


남자는 여러 생각이 오가는 듯해 보였지만

아주 짧은 고민 끝에


"아 네 좋아요. 지금 급했거든요."


"그러게요. 요새 계속 학원들이 문닫아서 배우시지를 못하셨겠네요."


"지금 저희 집에 가셔도 돼요."


어? 이 사람 좀 적극적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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