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에게 다가가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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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남자들이 그런 것처럼 나 역시도 중학교 때 자지가 발기하는 이유를 도색 만화책을 통해 알았고, 남녀 사이에서 육체 관계를 어떻게 수행하는가를 고등학교 때 도색 영상물을 통해 알았다. 동시에, "호모" 따위와 같은 비속어도 고등학교 때 친구들 사이의 욕설을 통해 들었다. 당시 남녀 사이의 육체 경험이 전무했던 나에게 이런 말은 그저 욕설일 뿐이었다. 도색물과 음담패설 그리고 동영상만을 통해 얻은 지식만으로는 남자와 남자가 서로 관계할 수 있다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지방에 있는 대학으로 통학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나의 지방 대학 생활은 전철로 통학이 가능했기에 다른 친구들처럼 자취 생활이나 하숙 생활은 면할 수 있었다. 평일이면 아침 일찍부터 학교로 가기 위해 청량리역에서 늘 만원 전철에 올라야 했다. 그러다 보니 붐비는 인파 사이에서 발버둥치는 일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었다. 160대의 왜소한 체격이었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는 사람들에게 떠밀려 중심조차 잡기 힘들 때도 많았다.


바로 그날도 무척 사람들로 붐볐다. 성기와 항문의 마찰만으로도 쾌감이 발생한다는 것을 처음으로 인식한 그날.


전철이 움직일 때마다 내 몸도 이리저리 부평초처럼 흐르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겨우 손잡이를 잡았다. 사람에 치여 어느덧 지쳐버린 몸을 손잡이에 의존해 조금씩 숨을 돌리는 상황이었다.


그때 내 엉덩이에 무언가 닿는 느낌이 들었다. 절대로 접하지 말았어야 할 그 느낌, 아니 절대로 깨닫지 말았어야 할 그 느낌을 엉덩이에서 갑자기 느끼고 말았다.


사람이 북적거리면 어쩔 수 없이 이러저러한 사람과 닿을 수 밖에 없지만 그 순간 닿은 느낌은 왠지 자연스런 스침이 아니었다. 생전 처음 접하는 상황인데도 그 느낌은 성적으로 느꼈다.


그렇지만 나만의 착각일 수 있었다. 비좁은 사람들 사이에서 힘겹게 허리를 이리저리 비틀었다. 그러자 곧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순간 이상한 상상을 한 나를 속으로 비웃었다.


아침잠이 많았던 나는 늘 그렇듯 사람들 틈에 끼여 멍한 상태에 빠지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사람들이 밀고 들어오는 압박감도 감기약에 취한 듯 그저 몽롱했다.


잠시 뒤 또 무엇인가가 내 엉덩이에 닿았다. 몽롱해진 의식이 마치 예리한 면도날에 베인 듯 화들짝 놀랐다. 아까 느껴던 그 느낌...


나는 손잡이를 겨우 잡은 채로 아까처럼 다시 허리를 힘겹게 비틀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아까와 달리 계속 엉덩이에 닿은 채 떨어지질 않았다. 마치 내 엉덩이에 대고 불알을 비비는 것처럼 느껴졌다.


순간 머리가 멍했다. 머리는 그저 하얗게 변했다.


나는 다시 허리를 힘겹게 비틀어 보려고 했지만 마침 정차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한바탕 밀고 들어왔다. 그런 탓에 아까보다 더욱 허리 비틀기가 힘들어졌다. 아니, 어쩌면 아까보다 더 커진 소름 때문에 경직된 사체처럼 온몸이 굳어진 탓일지도 모른다.


사타구니 가운데 그것의 느낌... 말랑한 막대기처럼 느껴지는 성기의 느낌... 남자의 성기...


내 엉덩이를 비비는 느낌이 분명해질수록 똥을 싼 바지를 입은 채 허벅지 사이로 똥이 흐르는 기분이었다.


머리에서는 도저히 해석 불가능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 무심코 친구들끼리 욕설로만 주고받던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난 여자처럼 생기지도 않았는데... 난 이쁘게 생기지도 않았는데... 왜 이런 일이 나에게...


내가 있는 이곳이 초현실 세계처럼 느껴졌다. 마치 영화 촬영을 위해 마련된 전철 모형 안에 나와 내 뒤의 그만이 있는 기분이었다.


그는 어떻게든 내 엉덩이에 댈려고 용을 쓰는 듯했다. 내가 손잡이에 매달리다시피 온몸을 기댄 채 허리를 활처럼 휘려고 했을 때조차 그 닿는 느낌은 도무지 떨어지질 않았다.


그를 보기 위해 고개를 돌리려고 했지만 허리를 도저히 움직일 수 없었다. 내 뒤의 남자는 내 엉덩이 쪽으로 최대한 밀착한 채 마치 용변 후 똥구멍을 휴지로 닦아내는 것처럼 필사적으로 비비고 문질렀다. 뱀이 혀를 낼름거리면서 내 항문을 맛보는 기분이었다.


얼마 동안인지 알 수도 없었다. 떨어지려는 나와 붙으려는 그 사이의 힘겨운 겨루기...


어느 순간 나는 힘겹게 비틀려고 애쓰던 엉덩이를 그냥 힘없이 뒤로 내밀었다. 마치 필사적으로 팔씨름하던 선수가 결국 상대방의 힘에 버티지 못하고 힘이 빠지면서 손목이 꺽이는 것처럼...


나는 단지 체념했을 뿐 그를 허락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내가 엉덩이를 뒤로 내미는 순간 곧바로 뒤에서 반응이 왔다. 항문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계속 주위를 맴돌던 뱀이 마치 틈이 벌어지는 순간 비좁은 구멍으로 주저없이 들어가듯 내 뒤의 남자가 과감히 밀고 들어왔다.


그는 자신의 두 손으로 내 허리를 꽉 잡았다. 그리고 뒤에서 그의 한 손은 내 바지의 혁대를 풀기 시작했다. 나는 그의 손을 잡으며 막았지만 그의 힘을 당할 수가 없었다. 혁대가 풀리자마자 그의 손이 주저없이 내 팬티 속으로 들어왔다. 곧이어 그는 내 불알에 힘을 주면서 움켜쥐었다.


"헉!"


엄청난 통증을 느끼면서 희미하게 남아있던 전신의 힘이 고통스럽게 모두 빠져나갔다. 나는 비명을 지를 수 없었다. 그저 이를 악물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가 다시 한 번 내 불알에 힘을 주면서 움켜쥐었다. 아까보다 더 강한 힘이 느껴졌다.


나는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것 같았다. 비로소 그는 내 팬티에서 손을 빼고 두 손으로 내 허리를 꼭 잡았다. 이제 난 더 이상 그 사람에게서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뱀에게 감긴 먹이감과 같았다.


곧이어 내 뒤의 남자는 마치 후배위에서 박음질하는 것처럼 더욱 내 엉덩이에 대곤 이제는 허리를 앞뒤로 서서히 흔들기 시작했다. 상대방의 허리놀림 때문에 순간순간 내 중심도 흔들렸다.


어느 순간부터 허리 놀림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내 중심도 자꾸 흔들렸다.


남자의 사타구니에 내 엉덩이가 더욱 닿을수록 그의 허리놀림은 더욱 빨라졌다. 아까 전 말랑했던 느낌이 아니었다. 굵고 딱딱한 느낌이었다. 진짜 뱀이 내 항문으로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순간 나는 기억을 잃었다. 마치 수면 내시경에 빠진 것처럼...


팬티 안에다 오줌을 싸는 기분이 들면서 나는 다시 정신이 돌아왔다. 동시에, 전철의 문이 열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빠지기 시작했다. 내 뒤에 있던 그 남자도 없었다. 유령처럼 사라졌다.


나는 도저히 전철에 있을 수 없었다. 어디선가 분명 내 모습을 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전철 문을 빠져나가자마자 새로운 사람들이 전철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허둥지둥 들어오는 사람을 비집고 겨우 빠져나갔다.


승강장은 출구 계단으로 오르기 위한 사람들로 넘쳤다.


내 윗옷은 바지 밖으로 나온 상태였다. 혁대도 느슨하게 풀린 상태였다. 순간 모든 긴장이 풀리면서 두 다리에 힘이 빠졌다. 나는 붐비는 사람들을 겨우 헤치면서 승강장 의자에 주저 앉고 말았다.


의자에 앉자 전철 안에서 있었던 일이 조각처럼 떠올랐다. 초현실적인 4차원 공간에서 빠져나온 기분이었다. 나는 그렇게 한동안 의자에 앉았다 지하철역을 나왔다. 그리고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서울역에서 청량리역까지 어떻게 걸었는지 모른다. 조실부모한 탓에 내가 사는 집은 낮 동안 늘 비어 있었다. 나는 폐가처럼 느껴지는 집에 도착한 뒤에야 내 바지의 지퍼가 열렸고, 내 팬티는 정액으로 뒤범벅이었다는 것을 비로소 알았다.


그날 이후 나는 5일 동안 넋나간 사람처럼 옥탑방에서 있었다. 그때가 마침 학교 축제를 시작하는 날이기도 했다. 나는 그 기간 내내 집에서 하루 종일 얼빠진 사람처럼 그저 자고 먹고만을 반복했다. 깨어있는 시간이 무서웠다. 남자가 남자를 탐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댓가치곤 너무나 큰 충격이고, 공포였다. 동시에, 그날 이후로 변의를 느끼면서도 이상하리 만큼 용변을 볼 수 없었다.


5일째가 되던 날 나는 더부룩하고 답답한 속을 비우기 위해 다시금 변기에 앉았다.


힘을 주었다. 그렇지만 뱃속에서는 무언가 계속 꿈틀거리는 느낌만 날 뿐이었다.


나는 일순간 숨을 멈추고 마치 출산하는 여자가 모든 힘을 주는 것처럼 아랫배에 힘을 주었다. 무언가 빠지려는 기미는 있지만 나오질 않았다. 다시 힘을 주었다. 오히려 얼굴이 화끈거릴 뿐이었다.


나는 엉덩이를 들었다. 그리고 한 손에 휴지를 잔뜩 감았다. 항문에 손을 넣을 작정이었다. 어떻게든 빼고 싶었다. 휴지를 감은 손가락으로 똥구멍에 넣었다. 아팠다. 마치 접착제로 붙은 부위를 강제로 떼는 것처럼 똥구멍에 손가락을 천천히 찔러넣었다.


나는 아픔을 참고 계속 손가락을 직장 쪽으로 쑤시면서 올라갔다. 돌처럼 단단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부드러운 뱃살을 화석처럼 굳게 만든 놈이었다.


나는 화석처럼 굳은 숙변을 느낀 뒤 마치 원을 그리듯 손가락을 직장 주위에서 움직였다. 갈고리에 걸린 듯한 숙변이 조금씩 꿈틀거리는 것이 배에서 느껴졌다. 아팠다. 나는 다시 이를 악 물고 조금 더 힘을 준 채 직장 주위를 손가락으로 돌렸다.


어느 순간 접착제로 단단히 붙었던 부품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똥구멍에서 손가락을 빼자마자 변기에 주저 앉았다. 모든 호흡을 멈추고 나는 다시금 온몸에 힘을 주었다. 직장을 훑고 돌과 같이 딱딱한 느낌의 숙변이 오무라진 항문을 찢고는 꿈틀거렸다. 아팠다. 그리고 내 몸 안에서 무거운 무게를 이기지 못한 채 빠지기 시작했다. 머리에 있는 뇌수부터 밖으로 빠지는 기분이었다. 통증과 알 수 없는 쾌감이 뒤죽박죽 항문에서 느껴졌다.


진공 청소기가 먼지를 빨아들이듯 나는 변기에 그동안 쌓이고 쌓였던 변을 쏟아냈다. 어느 순간부터 통증보다는 쾌감이 전해졌다. 자위할 때보다 더 깊은 쾌감이 진동처럼 전해졌다. 입으로 들어온 뱀이 몸 안을 타고 내려가 똥구멍으로 통해 빠져나가는 기분이기도 했다.


딱딱한 변이 다 빠져나간 뒤 나는 엉덩이를 들어 변기 안을 들여다 보았다. 굵고 딱딱한 변이 물에 가라앉아 있었다. 변기에 또아리를 튼 뱀처럼 보였다. 냄새를 느끼지 못했다. 변이 유령처럼 나타나 사라졌던 그 남자처럼 보였다. 나는 변기의 물을 내렸다.


이후 나는 다시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 아주 오랜 시간이...


내가 사는 곳은 청량리 지역에서도 가장 낡고 지저분한 철거 예정 지역이었다. 낮에도 불을 켜야 할 만큼 방은 어두웠다. 그렇지만 나만의 공간이 있었기에 나는 만족했다.


영어를 전공했던 나는 대학교를 졸업한 뒤 그저 틈틈이 들어오는 번역 의뢰를 받으면서 살았다.


일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나는 늘 새벽이 가까운 시간에 잠이 들어, 점심이 가까운 시간에야 일어났다. 이후 다시 잠자리에 들 때까지는 늘 방에서만 지냈다. 외출도 거의 없었다. 여유 자금이 생기면 자취방에서 몇 걸음 떨어진 사창가로 달려가곤 했다. 늘 이번만은 꼭 느끼겠다고 다짐하며 방문했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늘 창녀의 알몸을 보고 만지는 수준에서 끝났다. 해가 갈수록 여자에 대한 욕구는 커졌지만 그것에 비례해 발기력은 더욱 약해졌다.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버려진 듯 축 늘어진 내 자지를 볼 때마다 슬펐다.


이런 나를 점차 의식하는 순간부터 나는 어느새 꿈에서 그때 그 일이 또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 꿈을 꾸었을 때 너무 소스라치게 놀라 잠에서 깨었다. 눈과 입 등이 없는 얼굴을 한 사내의 발기한 자지가 내 입으로 다가오더니 어느 순간 커다랗고 시커먼 구렁이로 변해 내 입을 타고 내 똥구멍을 통해 비집고 나오는 꿈이었다. 이후 이런 꿈을 꿀 때마다 나는 다음 날 미친 듯이 사창가로 달려갔다. 물론 그때도 이전처럼 늘 허무하게 끝나곤 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난 또 다른 사실을 깨달았다. 여자에게 내 몸을 던지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그 꿈도 그 횟수만큼 꾼다는 것을... 등골이 오싹했다. 마치 무당을 피하려는 사람에게 기괴한 일이 일어나는 기분이라고 할까?


나는 여자로부터 쾌감을 얻을 수 없는 운명인가? 어느날 갑자기 나타났다 사라진 유령이 다시 다가온 것일까?


정확히 언제인지 모르지만 그때 그 일이 자꾸 꿈에서 나타나기 시작하자 나는 마치 어떤 계시를 받은 것처럼 게이 사이트에 가입했다. 처음 로그인했을 때 나는 숨이 멈추는 것 같았다. 마치 그가 방 안에서 기다리는 느낌이었다. 갑자기 피가 아래로 쏠리기 시작하더니만 이내 내 아랫도리가 묵직해졌다. 그동안 미동도 없었던 자지가 녹슨 세포를 하나씩 깨우며 발기하기 시작했다. 심장의 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어느새 내 눈은 채팅 방 메뉴를 향하고 있었다. 채팅 방 메뉴를 클릭하자 내 자지는 더욱 요동치기 시작했다.


나는 달팽이가 움직이는 것처럼 아주 천천히 방제를 입력했다.


테베의 신성 부대...


고대 그리스에는 테베라는 도시 국가가 있었다. 테베에는 300명으로 이루어진 신성군이 있었다. 부대원의 평균 연령은 20세. 그리고 부대원은 각각 자신의 연인이 있었다. 바로 자신의 전우였다. 300명이란 바로 150쌍이었다.


당시 신성 부대를 창설한 고르기다스 장군은 섹스로 연결된 연인에 대한 보호 본능이 전투에서 큰 위력을 발휘한다고 간주했다. 신성 부대원은 주간에 격렬한 훈련을 받았고, 야간에는 각자의 숙소에서 자신의 동료와 성적으로 동침했다. 생사가 갈리는 전장에서 서로가 서로를 자신처럼 간주하기 위한 또 다른 훈련이기도 했다.


실제 신성 부대원 300명은 기원전 375년 테기라 전투에서 스파르타의 정예 장창 부대 1,800명을 상대로 대승을 이루었다. 믿음보다 사랑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입증한 전투였다.


신성 부대는 알렉산더 대왕의 정복군과 전투에서 궤멸했다. 부대원 대부분이 전사했다. 그들은 연인으로서 최후를 마쳤던 것이다.


심장의 박동이 더욱 빨라졌다. 눈앞이 아득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주저했다. 그러나 곧 아주 깊은 심호흡을 내뱉고 확인 버튼을 클릭했다.


채팅 방을 개설하자마자 마치 매가 먹이를 낚아채듯 그가 뛰어 들어왔다.


그는 50대 중반의 미혼이라고 했다. DVD 방을 운영한다고 했다. 게이 전용 DVD 방... 그 게이 전용 DVD 방 위치는 내가 사는 자취방에서 불과 100 미터 거리였다.


나는 지금의 내 모습을 그가 보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무의식적으로 내 뒤를 돌아다 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그는 매주 월요일은 휴일이라고 했다. 가게가 곧 자기 집이기 때문에 휴일에도 그저 가게에 있다고 했다. 그는 나에게 사는 곳과 연락처를 물었다. 나는 그에게 신림동에 산다고 거짓말했고, 연락은 그저 채팅과 쪽지로만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그는 나에게 경험이 있냐고 물었다. 난 잠시 주저했다. 경험이 없는 탓에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그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몇 년 전 만원 지하철에서 경험한 추행과 이후 계속 나타나는 꿈을 이야기해 주었다.


그는 내 말을 듣곤 마치 나의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대화를 이끌어 나갔다. 본 적도 없는 나를 두고 저렇게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자신감은 도대체 무엇일까?


그는 "탑"과 "바텀"이 무엇인지 알려주었다. 또한, 나에게 "관장"과 "센조이"가 무엇인지 알려주었다. 그리고 이번 휴일에 자신의 가게로 오라고 했다. 온다고 알려주면 가게 열쇠는 가게문 옆에 있는 창가 재떨이 밑에 두겠다고 했다. 그리고는 손님이 왔다면서 나에게 다시 한 번 연락처를 알려 달라고 했지만 나는 끝내 거절했다. 그는 방을 나갔다. 나 역시도 그를 따르듯 방을 나왔다. 아니 마치 범죄자가 범죄 현장을 빠르게 은폐하듯 게이 사이트 자체를 닫았다. 동시에, 발기된 내 자지도 고무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는 것처럼 그렇게 죽어가고 있었다.


곧이어 공포와 같은 한기가 엄습했다. 모든 것이 너무나 정교하게 일사철리로 일어난 기분이다.


내일 모레가 월요일이다. 그가 말한 가게 휴일... 그리고 너무나 기억하기 쉬운 그의 아이디 c8c8...


나는 다시 잠자리에 누웠다. 금방 또 잠이 들었다. 그렇게 길고 긴 잠에 빠졌다.


다음 날 오후. 나는 그가 알려준 그 가게가 있는 건물 앞에 섰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나는 그저 멍하게 그 건물을 쳐다 보았다. 가끔 지나가는 행인만 있었기 때문에 그 공간에는 오직 나와 그 건물안 놓인 듯했다.


내가 무수히 오고가던 그 길에 그 건물은 있었다. 오래된 건물... 먼지로 얼룩진 건물... 습하고 축축하게만 느껴지는 건물... 나는 왜 이 건물을 몰랐을까?


나는 담배를 한 대 입에 물고 그저 멍한 채 그 건물을 보면서 담배 연기를 가득 들이켰다. 한 손에는 관장약과 주사기를 넣은 검은 봉투를 들고서...


담배를 다 태우고 나는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PC에 앉아 그와 대화를 나눈 사이트에 접속했다. 그리고 대화하면서 적었던 그의 아이디로 쪽지를 보냈다.


내일밤 10시쯤 가겠다고...


쪽지를 보내자마자 나는 범행을 자행한 기분처럼 또 다시 가슴이 울렁거렸다. PC 전원을 바로 끄고 잠자리에 들었다. 자야 할 시간도 아닌데, 나는 그저 잠자리에 들어 멍하게 시간을 보냈다. 아니, 그와 대화를 한 것부터 그에게 쪽지를 보낼 때까지 모든 것을 세상 사람에게 보인 듯해 이불을 뒤집어 쓰고 온몸을 사시나무처럼 떨었다.


순간 이동이 있다면 지금 이 시간을 바로 내일밤으로 돌리고 싶었다. 아니, 그가 바로 내 뒤에 있는 순간으로 돌리고 싶었다. 그러다 평소와 달리 나는 잠이 들었다. 저녁도 안 먹은 채 그저 깊고도 깊은 잠에 빠졌다.


12시간이 넘도록 잔 탓인지, 아니면 저녁을 굶은 탓인지 잠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는 순간 눈앞에서 별이 반짝반짝 스쳤다.


겨우 몸을 일으켜 어제 산 관장약과 주사기를 들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에서 나는 옷을 다 벗고 관장약을 주사기에 부었다. 그리고 다리를 벌리곤 바늘이 없는 주사기를 항문에 천천히 찌른 뒤 관장약을 서서히 주입했다. 주입을 마친 뒤 샤워를 시작했다. 샤워하는 동안 속에서 요동치기 시작했다. 참고 참았다 변기에 앉아 속을 비우기 시작했다.


관장약의 효과 때문일까? 평소보다 많은 배변을 보았다. 사람에게 이렇게 많은 똥이 있는가 싶었다. 그날따라 냄새까지 지독했다.


배변을 마친 뒤 나는 주사기에 다시 물을 넣고 항문에 주입했다. 그리고 또 주사기에 물을 넣고 항문에 주입했다. 잠시 뒤 분출하려는 화산처럼 속에서 반응이 오자 바로 변기에 앉았다. 폭파당한 건물이 땅으로 내려앉는 것처럼 내 몸도 주저 앉는 듯했다. 아니,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는 기분이었다.

다시 주사기를 들어 물을 넣고 항문에 주입하길 여러 번 반복했다. 항문에서 깨끗한 물이 쏟아질 수도 있다는 것을 그날 처음 알았다.


관장을 마친 나는 아까보다 더욱 힘이 빠졌다. 오늘 하루만큼은 내 몸을 파괴하고 싶었다. 알몸 그대로 잠자리에 들었다. 더 이상 올 잠도 없었지만, 기운이 빠진 탓에 나는 다시 금방 또 잠이 들었다. 아니, 실신했다고 해야 정확하겠다.


다시 그렇게 잠자리에서 축 늘어진 시신마냥 쓰러져 잠들다 눈을 떴다. 밤 9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어제 잠자리를 들 때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흘러온 시간이 순간 이동처럼 느꼈다.


아주 간단한 옷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혁대도 하지 않았다. 그저 팬티에 바지, 그리고 웃옷만 걸쳤다. 웃옷도 단추를 반쯤만 채웠다. 맨발로 슬리퍼를 끌고 나갔다.


낮에도 한적해 보이는 듯한 도로변인데 밤 10시가 되자 더욱 한적하게 느껴졌다. 여자 혼자 걷기에는 섬뜩한 기분일 듯했다. 그 건물 입구에 섰다.


그때 누군가 그 건물에서 나왔다. 갑작스런 사람의 모습에 온몸이 쭈뻣했다. 어느 남자가 힐끗 나를 보곤 내가 걸어왔던 방향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3층짜리 건물 어디에도 불빛이 보이질 않았다.


나는 숨을 죽인 채 건물로 오르는 계단에 올랐다. 2층에 도착하자 양쪽으로 두 개의 가게가 있었다. 아니 한 곳은 비어 있었다. 그리고 반대편으로 철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그 가게 출입문 옆으로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다. 3층에도 가게가 있는 듯했지만 불빛이 꺼진 것을 보니 사람은 없는 듯했다.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내 앞에 거대하게 느껴지는 철문 왼쪽으로 창가가 있었다. 깡통에는 물에 젖은 담배 꽁초가 가득했다. 그가 말한 재털이가 저것인가? 깡통을 들었다. 어두운 탓에 잘 볼 수는 없었지만 손에 무언가가 잡혔다. 열쇠였다. 철문 뒤 어딘가에서 나를 기다리는 그에게 들어가기 위한 열쇠...


담배불에 비친 철문 잠물쇠에 열쇠를 꽂았다. 다시 한 번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심장이 서서히 요동치기 시작했다. 열쇠를 돌리고 철문을 들어선 뒤 일어날 일이 무엇인지 잘 알기 때문이었다.


담배를 다 태우고 담배 꽁초를 바닥에 떨꾼 채 심호흡을 하고 조용히 열쇠를 돌렸다.


철문이 열리는 소리에 내 심장이 멎는 듯했다. 철문을 열리자 더욱 초현실적인 어둠이 쏟아졌다. 온몸이 뻣뻣해졌다. 주저와 망설임이 앞을 막았다. 그렇지만 이런 마음과 달리 이미 내 발은 철문 안에 있었다. 나는 다시 한 번 심호흡을 하면서 그곳에 과감히 들어갔다.


철문을 닫았다. 이제 난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철문이 닫히자 안은 블랙홀과 같았다. 그 어떤 빛도 없다. 절대 암흑의 공간이다.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MT를 갔다. 한밤 중에 선배들은 담력 테스트라며 신입생들을 산 입구에 모아 놓았다. 그리고 혼자서 정해진 길을 따라 가라고 했다. 거리는 500m 정도. 어차피 뻔한 놀이였다.


그러나 막상 혼자 칠흑 같은 길을 따라 걷는 동안 온몸이 쭈뻣거렸다. 귀신이 무서워서가 아니었다. 언제 어디에서 튀어나올 선배의 기괴한 모습이 무서웠을 뿐이다. 지금 나는 또 다른 담력 테스트를 받고 있다.


철문에서 조금 앞발을 끌며 앞으로 나갔다. 이어 뒷발을 바닥에서 떼는 순간 온몸이 휘청거렸다. 방향 감각 상실과 어제부터 굶은 탓인 듯했다. 머리도 어질어질했다.


조금 진정시킨 뒤 다시금 발을 끌면서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갔다. 지팡이를 잃어버린 시각 장애인이 두 손을 뻗은 채 더듬거리 듯 조금씩 나갔다. 더듬거리며 나간지 얼마 뒤 내 앞에 무언가가 느껴졌다. 손을 뻗어 더듬었다. 카운터인가? 나는 손에 든 열쇠를 조심스럽게 내려 놓았다.


그나저나 그 사람은 어디에 있는가?


몸을 틀어 두 손으로 허공을 휘저으며 발걸음을 움직였다. 시간이 조금씩 흐르면서 어둠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앞에 복도가 있는 것 같았다. 비좁은 복도처럼 느껴졌다. 나는 한 쪽으로 몸을 붙여 벽에 기대었다. 계속 두 손을 허공으로 휘저으면서 벽에 붙어 앞으로 나갔다.


어둠이 답답하기 그지 없었다. 그렇지만 어둠에 익숙해지는 것이 싫었다. 그냥 이렇게 어둠에 나를 던지고 싶다.


어느 순간 벽면이 막힌 느낌이었다. 나는 구석에 몸을 기대었다.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왼쪽으로 다시 복도가 있는 듯했다. 벽에 기댄 채 그쪽으로 몸을 돌려서 나갔다. 곧이어 내 몸으로 또 다른 두려움이 전해졌다. 마치 상자 안에 무엇이 있는지 모를 채 손을 넣을 때 느끼는 두려움이었다.


두 손을 이리저리 대면서 그 정체를 파악했다. 문이었다.


차갑게 느껴지는 손잡이를 돌리자 문이 열렸다. 비좁은 공간이었다.


다시 벽에 기댄 채 앞으로 나갔다. 벽 중간중간 문이 있는 듯했다.


나는 몸을 반대로 틀고서는 오던 곳으로 다시 나갔다. 코끝으로 냄새가 스몄다. 담배 냄새다!


아주 가까운 곳에서 누군가 담배를 태우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심장의 박동이 빨라졌다. 등줄기 사이로 식은땀이 흐르는 듯했다.


이제 곧 그에게 다가간다... 이제 곧 나를 맡길 그에게 다가간다. 두렵다... 무섭다...


나는 아까 기대었던 벽 구석으로 다시 엉거주춤 갔다. 담배 냄새가 더욱 진하게 풍겼다. 벽 구석에서 앞으로 손을 뻗은 뒤 발걸음을 내딛었다.


거기에는 벽이 아닌, 공간이 있었다. 담배 냄새가 나는 곳인 듯했다. 나는 크게 두 팔을 휘두르면서 앞으로 나갔다. 내 무릎에 무언가 걸렸다.


손으로 더듬어보자 마치 소파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인기척이 느껴졌다. 숨을 죽인 채 귀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담배를 뿜어대는 한숨과도 같은 소리다.


나는 다시 중심을 잡고 게걸음질처럼 옆으로 발걸음을 움직였다. 그러자 곧이어 또 다른 공간이 나타났다. 희미하게 꺼지는 담배불...


거기에 사람이 앉아 있었다. 나와 쪽지를 주고 받았던 사람이 희미하게 드러났다.


나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머리가 하얗게 변하는 기분이었다.


마침내 그 사람 앞에 섰다.


미지의 그에게 기나긴 시간을 타고 이렇게 왔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그가 일어서는 듯 옷자락 소리가 들렸다. 곧이어 나는 거칠게 중심을 잃었다. 그가 나의 손을 잡고 강하게 당겼기 때문이다.


나는 "어어..."하는 소리를 내면서 거대한 환풍기로 빨려들어가는 것처럼 그에게 빨려들어 갔다. 나를 순식간에 잡아 당긴 그는 내 뒤에 딱 달라붙었다. 오래 전 전철에서 경험했던 그때 그 느낌... 곧이어 그의 한 팔이 뒤에서 내 허리를 감쌌고 또 다른 한 손은 내 불알을 움켜 잡았다. 내 불알을 잡은 그 손으로 순식간에 힘이 들어갔다.


"헉!"


그때 그 방식 그대로였다. 나는 마치 일격을 받은 사람처럼 두 다리에 힘이 빠지면서 마치 주저앉을 듯 휘청거렸다. 도망가려는 나를 붙잡기 위한 가격이었을까? 스스로 이곳까지 온 마당에 꼭 그럴 필요가 있을까? 아니면, 그때 그날을 상기시켜 주기 위한 행동이었을까?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내 몸의 힘을 순식간에 뺏은 그는 양손을 이용해 내 뒤에서 가슴과 불알을 계속 거칠게 문질렀다. 바짝 독이 오른 뱀이 뒤를 휘감는 것 같았다.


그의 까칠한 수염이 내 볼에 닿았다. 따갑고 아팠다. 나는 몸을 움직이려고 했지만 그럴수록 그의 힘은 더욱 강하게 다가왔다. 곧이어 그의 사타구니가 내 엉덩이에 닿는 듯했다. 동시에 내 불알을 잡은 손에 힘이 다시 들어갔다.


"헉!"


또 다른 확인 사살... 이제는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는데... 난 어차피 더 이상 빠져나갈 생각도 없었는데...


심한 통증이 아래에서 전해지면서 나도 모르게 허리를 앞으로 숙이자 내 엉덩이가 그의 사타구니에 닿았다. 그러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 내 엉덩이에 대고 자신의 사타구니를 비비기 시작했다. 말랑거리는 듯한 그의 자지가 내 항문 사이로 느껴지는 듯했다. 머리가 하얗게 마비되는 기분이었다.


그는 내 불알을 문지르던 손을 멈추고, 팬티 안으로 손을 거칠게 넣었다. 동시에 다른 한 손으로는 바지 지퍼를 내렸다. 혁대를 채우지 않은 바지였기에 그대로 내 두 무릎으로 바지가 떨어졌다.


내 엉덩이에서 딱딱하고 묽직한 느낌이 느껴졌다. 그는 큰 동작으로 내 엉덩이를 계속 문질렀다. 마찰 때문인지 뒤에서 열이 나는 듯했다.


그의 몸이 내 뒤에서 떨어졌다. 그러자 내 팬티도 바지처럼 내 무릎으로 떨어졌다.


잠시 뒤 지퍼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찌이익..."


지퍼 내리는 소리에 순간 한기가 온몸을 스쳤다. 내 평생 그렇게 지퍼 내리는 소리가 무서운 적은 없었다.


공기 빠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고 곧이어 차갑고 끈적한 액체와도 같은 느낌이 내 엉덩이에 느껴졌다. 풀처럼 느끼는 끈적거림... 한겨울에 만져보는 차가운 금속과 같은 느낌...


그 사람도 자신의 발기한 자지에 그 액체를 바르는 듯했다. 도망갈 기회는 지금이 마지막이었다.


나는 그저 눈을 감았다. 그의 한 손이 내 등을 누른다. 나는 그저 앞으로 90도 인사하는 것처럼 상체를 조금씩 숙였다. 그러자 발기한 자지가 내 항문 틈으로 닿았다. 발기한 자지가 괴기 영화처럼 느껴졌다. 내 몸이 석고처럼 빠르게 굳어지는 것 같았다.


그는 발기한 자지를 내 항문 틈으로 이리저리 다시 문지르기 시작했다. 날름거리는 뱀의 혓바닥이 닿는 기분이었다.


곧이어 그의 손가락이 느껴졌다. 그의 손가락이 내 항문 사이를 벌리는 듯했다. 접착제에 붙은 것이 떨어지는 느낌이 항문에서 전해졌다.


"아..."


나도 모르게 짧은 탄성이 나왔다. 아픔 때문이었을까?


조금 뒤 그것보다 조금 더 큰 아픔이 전해졌다.


"아..." 나도 모르게 몸이 비틀어지는 듯했다.


이런 것이 항문의 쾌감인가? 염원하던 쾌감이 손짓하는 듯했다.


나는 통증과 쾌감의 애매한 감각에 허우적거렸다. 지금까지 전혀 느낀 적이 없는 감각의 정체를 고민했다. 그렇게 애매한 감각으로 나는 지렁이처럼 온몸을 꿈틀거렸다.


모든 일에는 처음이 있기 마련이다. 과연 이 세상에서 누가 남성과 남성 사이에서 일어나는 쾌감을 알았을까? 이전까지 배설 기관에 불과했던 항문을 성의 도구로 이용했던 사람은 누구였을까? 남색도 남녀 사이의 섹스처럼 본능이었을까? 나는 역사 이래로 최초의 남색을 발견한 사람을 찬양하고 싶었다.


어느 순간 그의 모든 힘이 내 뒤에서 느껴지면서 시뻘건 불에 달구어진 굵고 딱딱한 쇠뭉치가 내 항문을 꿰뚫고 들어오는 듯했다.


"헉!"


나도 모르게 입에서 화상의 고통이 새었다.


오랜 동안 방황하고 주저하던 나를 단숨에 녹이면서 불에 데인 듯한 아픔이 항문에서 빠르게 전해졌다. 치과에서 이를 깎아낼 때 느끼는 아픔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내가 막연히 상상하던 쾌감이 아니었다.


나는 마치 총에 맞은 것처럼 두 다리가 완전히 풀렸다. 생살을 비집고 내장이 쏟아지는 듯했다. 나는 바닥에 주저 앉을 듯 엉거주춤한 자세에서 이를 악 물었다.


나는 너무나도 아파 엉덩이를 앞으로 빼려고 했다. 그러나 그의 한 손이 이미 내 불알을 다시 움켜잡고 있었고, 또 다른 한 손은 내 허리를 감고 있었다. 도망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나에게 더 이상 도망칠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


온몸에 불이 붙은 사람이 흐느적거리며 앞으로 걸어나오 듯 나는 격한 통증에서 벗어나고자 힘겹게 발걸음을 떼었다. 그러나 그도 나와 같이 발걸음을 떼었기 때문에 나는 그에게 떨어질 수 없었다. 내 몸은 여전히 엉거주춤한 상태에서 자꾸 앞으로 발걸음을 떼려고 했다. 그러자 뒤에 붙은 그가 강하게 내 앞으로 허리를 밀었다.


"헉!"


다시금 불에 달구어진 꼬챙이로 온몸이 꿰뚫린 듯한 아픔이 전해졌다.


이제 내 몸조차 아니, 숨조차 제대로 내뱉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에게 몸을 맡기지 않으면 내 통증은 더욱 심해지는 듯했다. 더 이상 내 안에 들어온 그를 밀어낼 수는 없었다. 오히려 그를 밀어내려고 할수록 내 몸의 내장이 떨어지는 것처럼 아팠다.


그는 나를 안은 채 몸을 반대로 틀었다. 그의 움직임에 따라 내 몸도 그가 움직이는 쪽으로 몸을 틀었다. 통증의 공포 때문에 내 몸은 그저 그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손이고, 발일 뿐이었다.


그가 허리에 힘을 줄 때마다 나는 힘겹게 한걸음씩 앞으로 나갔다. 이내 곧 내 얼굴이 무언가에 닿았다. 벽인 듯했다. 나는 매미가 나무에 딱 붙은 것처럼 두 손을 벽에 기대었다.


그는 내 뒷목에 머리를 대고 나의 웃옷을 벗겼다. 그리고 그의 입술이 내 등에 닿았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났다.


그는 내 등에 턱을 대곤 두 손으로 내 허리를 잡았다. 그 자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알았다.


그는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그는 내 가슴을 스다듬으면서 천천히, 그러면서 조금씩 힘을 넣었다. 난 여전히 입을 벌린 채 가느다란 숨을 내뱉었다.


그는 두 손으로 내 허리를 잡고 이제는 멈춤보다는 움직임을 조금씩 늘리면서 왕복 운동을 시작했다. 그의 자지가 마치 여의봉처럼 점점 길어지면서 나의 내장을 비집고 식도까지 뚫고 들어오는 기분이었다. 그의 몸이 더욱 내 몸 깊숙히 파고 들어오는 기분이었다.


통증도 익숙해질 수 있을까? 그의 왕복 운동이 이어지면서 불에 달구어진 꼬챙이가 들어올 때와 같은 통증은 변의와 같은 느낌과 서서히 섞이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통증은 변의와 같은 느낌으로 자꾸 바뀌어가는 듯했다. 마치 배설 직전의 변을 아슬아슬하게 참는 느낌이라고 할까? 1주일 동안 속에서 묵은 굵고 딱딱한 숙변이 빠져나올 때 느끼는 상쾌함이라고 할까?


그의 왕복 운동에 따라 굵고 딱딱한 숙변이 마치 생명체처럼 내 직장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숙변을 배설할 때 느껴지는 순간적인 쾌감이 무한 진동 운동하는 것처럼 계속 이어지는 느낌이었다. 배설 기관이 쾌감 기관으로 전위하는 시점이 온 것 같았다. 동시에, 남자와 남자 사이에서도 쾌감이 일어나는 복잡한 이론을 온몸을 느끼는 순간이며, 내가 남자에서 여자로 변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런 내 모습에 기뻤다.


어느새 내 자지는 발기했다. 그동안 늘 물먹은 헝겊처럼 늘어진 자지였다. 여성과의 교접에서는 언제나 반응이 없던 자지가 드디어 반응한 것이다.


그는 내 자지를 잡았다. 그는 내 자지를 거칠게 흔들었다. 자지가 까지는 기분이었다. 내 앞과 뒤에서 자극이 들어왔다.


"아아아..." 여자의 교성처럼 나도 모르게 단말마와 같은 미세한 신음을 내뱉었다.


그도 내 반응을 느꼈는지 그는 뒤에서 나를 더욱 강하게 감싸 안은 채 흘레붙은 숫컷처럼 나에게 꽉 붙어 아까와 달리 허리를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난 두 손바닥으로 벽에 더욱 밀치려고 했다.


"헉헉헉..."


그는 턱을 내 등에 댄 채 거친 숨을 내뱉었다. 침인지 땀인지가 내 등줄기로 타고 내렸다. 뱀이 흘리는 침 같았다. 내 몸에서 순간적으로 쾌감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그는 지금 절정에 다가가는 중이었다. 남자인 내가 그것을 모를 리 없었다. 이 순간만큼은 그 어떤 것도 그를 나로부터 떼어놓치 못할 것이다. 사정 직전의 숫컷에게는 초인과 같은 힘이 나온다. 그래서 절대로,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다. 사정감이 고조되는 순간이야말로 남자에게는 자신의 모든 목숨이기 때문이다.


항문으로부터 삽입이 그저 고통에서 시작해 고통으로 끝났다면 이런 행위가 오랜 시간을 두고 전승되지 않았을 것이다. 인간은 쾌락을 추구하는 동물이지 고통을 추구하는 동물이 아니다.


내 뒤에 붙어 개처럼 헐떡거리던 그의 허리 놀림이 어느 순간 더욱 세차게 느껴졌다. 그럴수록 내 안에서 더욱 변의가 느껴졌다. 굵고 딱딱한 숙변이 발광하는 것처럼 내 직장을 휘젓는 듯했다. 이물감이 느껴지는 쾌감이었다. 정신이 몽롱해졌다. 그러나 정신을 놓는 순간 그냥 쌀 것 같은 변의 때문에 힘겨웠다.


폭주하는 기관차의 바퀴처럼 그의 허리돌림이 급속도로 빨라졌다. 나는 안다. 내 뒤에서 거칠게 헐떡거리는 그가 어떤 상태인지... 아득하게 멀어지던 쾌감이 순간적으로 번개를 맞은 것처럼 내 머리에서 발끝으로 전기가 흘렀다.


"허억!"


숨이 끊어지는 듯 그가 신음을 내뱉자 내 항문 안으로 화산이 분출하며 쏟아낸 용암이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동시에, 내 자지도 폭탄에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그는 다 쓴 치약을 쥐어짜내는 것처럼 마지막 한 방울까지 내 항문 안에 자신의 흔적을 넣기 위해 마지막 몸부림을 치는 듯했다. 그럴 때마다 벌어진 내 입에서 폭포와 같은 침이 흘러내렸다. 마치 그의 정액이 항문에서 타고 흘러 들어와 내 식도를 통해 나가는 기분이었다.


거친 호흡을 식이면서 나와 그는 그대로 붙은 채 있었다. 얼마 뒤 그의 분신이 내 몸에서 빠져나가자 내 항문 사이로 끈적거리는 액체가 흘러내리는 기분이었다. 설사인지 정액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눈물과 콧물을 쏟았다. 그가 내 똥구멍 안에 사정한 정액이 나의 모든 내장 기관을 타고 자지와 눈과 코와 입으로 흘러내리는 기분이었다.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유는 자세히 모르겠다. 단지 그를 온몸으로 받아낸 내 모습이라는 생각 이외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나는 아주 천천히 몸을 뒤로 돌렸다. 그리고 나는 눈을 크게 뜬 채 내 앞에 있는 그를 응시했다. 마치 새벽에 떠오르는 희미한 태양의 빛줄기처럼 나의 시야로 테베의 신성 부대 전우 모습이 선명하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 이성이든 동성이든 육체적 관계를 통해 서로를 깊게 느끼고 알 수 있다는 생각을 나타내고 싶어서 쓴 어설픈 소설입니다. 몇 년전에 올린 글 같기도 한데 지금 보니깐 없어진 것 같아 다시금 올립니다. 혹 이전에 보신 분이 계시다면 미리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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