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소년 /1/황금호박
작성자 정보
- 작성
- 작성일
본문
변신소년
*본작은 초특급울트라슈퍼나이스짱코믹서스펜스스릴러SF판타지러브로망로드어드밴처호러틱멜로빅액션섹시에로게이대박소설이 아니다. 그냥 개뻥소설임.
/1/황금호박
풀리지 않는 매듭같이... 내 인생은 배배 꼬여있었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는 절박한 상황...
이 세상의 끝에 나홀로 서있는것만 같은 심정...
그런 내게 황금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왔다.
"기간을 조금만 주시면..."
"이 쉐리가. 새꺄. 글씨 못읽어? 오늘까지 돈 못갚으면 장기라도 내놓겠다고 지장까지 찍었잖아, 씨방놈아."
난 눈앞에서 나풀거리고 있는 그 종이를 먹어버리고 싶었다.
-_- 아무리 급했다해도 저딴 종이에 지장까지 찍다니! 초승달, 이 또라이.
"일주일만 시간을 주세요. 아버지가 곧 돈을 구해서 오신다고 하셨으니까. 일주일만."
난 무릎을 꿇고 최대한 엎드린 불쌍한 자세로 싹싹 빌었다. 이넘들, 정말 내 장기라도 가져다 팔지도 모른다. 아니, 틀림없이그럴것이다. 생긴것부터... 무섭잖아.ㅠㅠ
"어디부터 파낼까?"
"그냥 배에다 꽂고 쓱 꺼내면 되나?"
"죽을텐데?"
"알게뭐야."
사람 앞에두고 아주 작당들을 하는구만. 난 이 너무 건장해서 무시무시하기까지한 다섯명의 사내들 눈치를 살금살금 봤다. 내가 이 위기에서 빠져나올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 이 자리에서 탈출하는것!
그것밖엔 없다.
난 눈물 콧물 질질 짜내면서도 머리를 잽싸게 굴렸다. 반지하인 우리집은 화장실 창문이 옆 도로쪽으로 뚫려있었다. 지금은 방충망으로 가려놨지만 창문이 좀 넓어서 예전에는 동네 꼬마녀석들이 가끔 그 창문을 통해 화장실 안으로 들어와 못된 장난(똥은 변기에다 눠라 이놈들아!)을 치고 가곤 했다. 내 체격이 키는 큰반면에 비쩍 말라있어서 충분히 그 창문을 통해 벗어날수 있을것 같았다.
이렇게 생각을 굳힌 난 고전적인 뻥을 좀 치기로 했다.
"아, 배야. 화장실에 좀 갈게요."
"화장실? 쌍도 자슥아 따라가봐. 허튼 수작 부리면 반죽여서 끌고나와."
뭐 예상은 했다. 이넘들도 산전수전 다 겪어본 사채업자 꼬봉 아닌감? 난 일단 화장실까지 가게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안심했다. 헌데 날 따라오는 쌍도란 아저씨, 장난이 아니었다. 다섯넘중 가장 험악하게 생긴데다 등빨도 최강이었다. 무슨 씨름선수였는감?-_-
아무튼 난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흘깃 창문을 훔쳐봤다. 방충망의 두곳이 너덜하게 뜯어질락말락해서 한번 잡아당기면 휙 떨어지게 생겨먹었다. 하늘이 모처럼 날 돕는군. 흐흐.
난 잽싸게 바지를 내렸다. 음? 근데 날 따라 들어온 아저씨가 날 뚫어져라 바라본다. 오호, 슬슬 시작해볼까? 원래 난 한말빨하면서 세상을 살아온 몸이다.
"뭘봐요? 자지 보니까 흥분돼? 아저씨 게이예요?"
난 게이지롱 - -
u
그 아저씨의 관자놀이에서 굵은 혈관이 움틀 거렸다. 열받았구만. 매섭게 날 노려보고 있길래 난 2차 펀치를 날렸다.
"그러게 보지마요. 부끄러워."
"주둥아리 닥쳐."
"만약 아저씨라면 볼일 볼때 다른 사람이 쳐다보면 일이 제대로봐지겠어요? 나가라고는 안할테니까 고개 좀 돌려요. 민망스럽게시리."
허나 그래도 그 아저씨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리고 곧 이어 쌍스러운욕이 계속 튀어나왔다. 좋아. 확실히 스팀올랐으.
"근데 이거 알아요? 나 자지 되게 큰데. 아저씨껀 아마 내꺼 반도 안될껄. 부럽지?"
난 팬티를 내리기전 이런저런 말로 깐죽거리며 그 아저씨의 반응을 살펴봤다. 원래 저런 아저씨들이 좀 단순하거덩. 결과는 내 예상대로였다.
"쉬펄. 죽기 싫음 아가리 닥치고 일이나 봐."
"못믿겠으면 지금 확인해봐요. 아자씨."
지금이다! 난 팬티를 내리자마자 그곳에 온몸의 파워를 집중, 세찬 물줄기를 그 아저씨를 향해 쐈다. 순간적으로 내 팬티 내리는 모습을 무방비 상태로 지켜보던 그 아저씨는 내 맑은(조금색깔이 누리끼리하긴 했지만) 액체를 뒤집어쓴채 눈을 벅벅 비벼댔다. 필시 소변이 눈에 들어갔으렸다!
난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 아저씨가 큰소리로 꽥꽥 고함을 지르면서 내쪽으로 마구잡이식 주먹을 휘두를때 난 방충망을 휙뜯어내고 창문에 기어올라 먼저 머리를 빼냈다. 긴장을 하니 이조그만 구멍이 왜 이렇게 좁은지 어깨가 딱 걸려서 한참을 이리저리 몸을 틀어서야 겨우 어깨를 뺄수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허겁지겁 바지를 주워 입은것 까지는 좋았지만 미처 발사되지 못한 액체들이 바지 안을 흥건히 지리며 오랫만에 맡아보는 그 특유의 향기를 뿜어내고 있는데다 결정적으로 엉덩이가 창문 사이에 끼었다-_-
오우 젠장! 난 언제나 내 엉덩이가 너무 빈약한것 아니냐고 푸념을 늘어놓고 있었건만. 오늘따라 이건 왜이리 토실토실 하단 말이냐! 아래쪽에서는 내 오줌을 뒤집어쓴 아저씨가 샤워기로 얼굴을 씻어내리고 있었고 낌새를 눈치챈 밖의 아저씨들이 큰소리로 무슨일이냐고 묻는 소리까지 틀렸다.
빠져라, 빠져라. 제발. 내가 과연 이런짓까지 해서라도 이 자리에서 벗어나야 되는지 잠깐 회의에 젖긴 했지만 곧 생각을 고쳐먹었다. 대충 얼굴을 씻은 아까 그 아저씨가 창문 아래 있는 내 다리를 움켜쥐면서 뿜어내는 살기를 감지했기 때문이다.
대충 수수한 어체로 순환하면 잡아다 죽인다 뭐 이런 내용의 욕을 무한 반복하며-_- 정말 무식한 힘으로 날 아래로 끌어 당기는데 난 입술을 꽉 물고 팔을 창문 양쪽의벽에 단단히 고정시킨뒤 버티기를 시도했다.
씨팍. 팔 빠지겠다. 그래도 살아남겠다는 내 굳은 의지는 내 연약한 두팔에 믿기지 않는 흡착력을 내려줬다. 아자, 힘내라!
"어머, 승달이 아니니? 거기서 뭐하는거니?"
... 내가 여기서 안녕하세요?라고 하면 꼴이 좀 우스워지겠지?난 안부를 묻는 옆집 아줌마에게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만 까닥거려줬다. 하지만 그 아줌마는 내 꼴이 우습지도 않은지 내자세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그저 심드렁하게 일상사에 대해 물어오기만 했다.
"아버지한테선 자주 연락오니? 점심은 먹었구?"
난 다리를 이리저리 흔들면서 그 아저씨를 뗴어내려 했지만 정말 다리를 꽉쥔채 악에 받쳐서 날 끌어내리려는 그 아저씨의 파워에 밀려 아슬아슬하게 끌어져 내려가려는 위기를 맞고있었다.그때 퍼뜩, 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난 잽싸게 아줌마에게 부탁을 했다.
"아줌마, 저 좀 끌어당겨 주세요."
"응? 창문에 꼈니? 하긴. 거긴 워낙 창문이 넓어서 아이들이 자주 끼곤 한단다. 손 이리 줘봐라. 다 큰 애가 칠칠치 못하게."
아줌마는 내가 내민 손을 잡더니 한방에 쑥 날 끌어올리려 했다. 하지만 아래쪽에서 날 잡아당기는 그 아저씨의 힘도 만만치않은터라 아줌마는 살짝 당황한듯했다.
"단단히 꼈구나? 이리줘봐라."
아줌마는 오기가 발동했는지 내 다른 손까지 부여잡고 으라찻차!라는 괴성과 함께 날 쑥 끌어올렸다. 그 엄청난 힘에 내 몸은 그아저씨의 팔에서 쑥 빠져 올라 아줌마를 뛰어넘어 땅바닥으로 꼬꾸라졌다. 특히 창문 사이에 끼어있던 엉덩이가 까져서 무지 아려왔다. 허나, 여기서 이러고 있을순 없다는생각이 들자마자 난 냅따, 온힘을 다해서 열라 달렸다. 지금 내 바지 아랫단이 완전히 뜯어져있고 엉덩이에서는 움직일때마다 통증이 느껴졌지만 난 입을 악물고 달렸다.
잡히면 죽는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때면 이 사실이 머리를 계속 압박해와 난 잠시 쉬지도 못한채 주택가를 이리저리 돌면서 도망쳤다.
얼마나 달렸을까.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여긴... 한강고수부지였다-_-;; 미친. 여기까지 달려오다니. 그래도 강변의 서늘한 바람이 달아오른 내 체온을 부드럽게 식혀주는것 같아서 마음의 긴장까지 탁 풀리는것 같았다.
난 강둑에 걸터앉았다.
거 참. 생각할수록 열받는다. 왜 내가 부모님이 저지른 일때문에 고통 받아야 되는지. 으. 이런때는 정말 부모 잘만나 돈펑펑쓰고 다니는 양아치 녀석들이 부럽다니까.
난 강물을 바라보면서 확 뛰어버릴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누구좋으라고 내가 죽냐? 두고봐라, 지금은 돈이 없어서 대학도 못가고 있는 형편이지만 보란듯이 성공해서 날 이렇게 울리는 놈들 모두 무릎꿇게 만들고 말테다. 아씨, 근데 왜 눈물이 나냐.
난 옷소매로 눈가를 쓱 훔치고 잠시 앞일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기로 했다. 비상금으로 꿍쳐둔 30만원은 지금 집안깊숙한, 나만이 알고있는 장소에 숨겨져 있었다. 언제 적당히때를 봐서 집으로 몰래 잠입한뒤 돈만 빼내서 어떻게든 나와야겠지... 라는 계획까지 세워놨을때 누군가 아주 친근한듯이 접근해왔다.
"이런데서 뭐하냐?"
뒤로 빳빳하게 넘긴 올백 머리에 하얀색 양복과 백바지, 거기다 무려 흰구두까지! 무엇보다 압권은!... 수정액으로 페인트칠을한듯한 선글라스였다-_- 한눈에 봐도 수상쩍은 사람이지 않은가?
"사는게 힘들지?"
"누구세요?"
"나? 그냥 지나가는 사람."
얼씨구.
"아직 어린 나이에 참 고생이 많구만. 그래도 인생 한번 잘살아보겠다고 하는점은 맘에 든다."
미친 사람인가? 정신병원에 연락이라도 해야되나?..
"옛다, 이거나 받아."
그 남자는 난데없이 품안에서 뭔가를 꺼내 내 옆으로 던졌다. 앗, 이제보니 장사꾼이었군!
"니 인생의 열쇠는 바로 그거라는 점괘가 나왔어. 가져라."
점쟁이였나? 정체가 뭐야, 이 사람!
"단, 절대 들키면 안돼. 절대,절대로. 안그러면 니 인생은 완전쫑나는거니까. 그럼 난 이만."
엉? 그냥 가네. 난 약 3분간에 걸쳐 일어난 이 모종의 사건을그냥 한눈으로 보고 한눈으로 흘리기로 했다. 별 이상한 인간이삽질한거지 뭐... 라고 단순히 생각하려 했다. 그런데.. 그런데.. 헉... 그 사람, 그 수상쩍은 그 사람이 바로 내 눈앞에서 감쪽같이 사라져버린것이다!
나, 앉은채로 잠들어버린건가? 머리를 긁적이면서 다시 강물쪽을 바라보려 할때 난 한가지 엄청난 사실을 깨닫게 됐다. 내 옆에 아까 그 남자가 던져준 반짝이는 뭔가가 있는게 아닌가?
자세히 보니 그건 팔찌였다. 그 팔찌는 참 예뻤다. 붉은색의 작은 보석이 중앙에 박혀있고 금빛의 섬세한 문양을 가진 테는 황금빛의 화려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우와, 설마 그 사람 자선가였나? 내가 거지인줄 알고.. ㅡ,.ㅡ
아무튼 땡잡았다. 난 냉큼 팔찌를 든채 얼만큼의 값어치가 나갈지 추측해봤다. 이 붉은 보석이 소문의 루비라도 된다면!! 흐흐흐... 손이 부들부들 떨리기까지 했다. 당장 전당포에 가서 팔아야지! 하하핫. 이게 왠 횡재냐.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온다니. 그게 바로 지금 상황 아니냐!
근데 너무 예쁘다. 난 한번쯤 껴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생겼다.설마 한번쯤 껴본다고 값어치가 떨어지는건 아니겠지? 난 침을꼴깍 삼키면서 팔찌를 조심스레 착용했다. 차가운 금속성 느낌이 팔목을 압박했지만 순간적으로 팔에 빛이 날정도로 정말 아름다운 팔찌였다. 엥? 잠깐. 팔에 빛이나? 난 깜짝 놀라 엉겁결에 팔찌를 도로 빼버렸다. 뭐,뭐야? 방금 분명 팔에서 황금색의빛이 났었다. 착각이라고 생각돼지 않을정도로 너무나 생생한 그 장면에 난 입을 떡 벌리지 않을수 없었다.
"딱"
"아야!"
그때 누군가 내 뒤통수를 뭔가로 후려 갈겼다. 쉬팍! 어느놈이귀한 내 뒤통수를 갈겨?
"이런 시방이 있나! 너, 임마 내가 뭐랬냐. 절대 들키지 말랬는데 이런 사방 뻥뚫린 장소에서 팔찌를 껴? 미친녀석. 내놔, 임마."
아까 그 남자! 언제 나타난건지? 아니, 그보다 왜 사람 머리를함부로 치고 쥐랄이야?
"아저씨, 아까부터 보자보자 하니까 정말 황당한 일만 벌이시네요? 도대체 뭐하는 사람입니까?"
그 사람은 대답도 안하고 날 그냥 뚫어져라 바라보고만 있었다. 으... 뭐야. 사람 무안하게.
"이 팔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의 팔찌다."
엥?-_-
"이 팔찌를 끼는 순간 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가 되는거야. 놀라운 팔찌지."
"잠깐만요. 그건 또 왠 뜬금없는 소리예요?"
"내가 그렇다면 그런줄 알아 임마. 그 옛날 독일의 변방에 살던신데렐라라는 아가씨도 이 팔찌를 끼고 난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신해 결국 왕자를 낚아챌수 있었지. 아주 귀한거니까 조심히 다뤄야돼."
뭔 황당한 소리다냐. 혹시 팔찌 주고 아까워서 도로 받으러 온거 아냐?-_-+
"의심이 가면 시험해보면 될거아냐? 저기 화장실안에 들어가서팔찌를 끼고 나와봐. 그럼 너도 깜짝 놀랄 일이 생길테니까."
이때까지만 해도 난 그 사람을 정신병자 취급하고 있었다. 하지만 워낙 억지로 그 사람이 날 부추기길래 난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화장실로 들어가 팔찌를 껴버렸다.
그리고..
내 인생은 변했다.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온다.
:생각도 못한 횡재를 했다.
>
>
다소 황당하더라도 재미있게 읽히는 소설이었으면 합니다.
*본작은 초특급울트라슈퍼나이스짱코믹서스펜스스릴러SF판타지러브로망로드어드밴처호러틱멜로빅액션섹시에로게이대박소설이 아니다. 그냥 개뻥소설임.
/1/황금호박
풀리지 않는 매듭같이... 내 인생은 배배 꼬여있었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는 절박한 상황...
이 세상의 끝에 나홀로 서있는것만 같은 심정...
그런 내게 황금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왔다.
"기간을 조금만 주시면..."
"이 쉐리가. 새꺄. 글씨 못읽어? 오늘까지 돈 못갚으면 장기라도 내놓겠다고 지장까지 찍었잖아, 씨방놈아."
난 눈앞에서 나풀거리고 있는 그 종이를 먹어버리고 싶었다.
-_- 아무리 급했다해도 저딴 종이에 지장까지 찍다니! 초승달, 이 또라이.
"일주일만 시간을 주세요. 아버지가 곧 돈을 구해서 오신다고 하셨으니까. 일주일만."
난 무릎을 꿇고 최대한 엎드린 불쌍한 자세로 싹싹 빌었다. 이넘들, 정말 내 장기라도 가져다 팔지도 모른다. 아니, 틀림없이그럴것이다. 생긴것부터... 무섭잖아.ㅠㅠ
"어디부터 파낼까?"
"그냥 배에다 꽂고 쓱 꺼내면 되나?"
"죽을텐데?"
"알게뭐야."
사람 앞에두고 아주 작당들을 하는구만. 난 이 너무 건장해서 무시무시하기까지한 다섯명의 사내들 눈치를 살금살금 봤다. 내가 이 위기에서 빠져나올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 이 자리에서 탈출하는것!
그것밖엔 없다.
난 눈물 콧물 질질 짜내면서도 머리를 잽싸게 굴렸다. 반지하인 우리집은 화장실 창문이 옆 도로쪽으로 뚫려있었다. 지금은 방충망으로 가려놨지만 창문이 좀 넓어서 예전에는 동네 꼬마녀석들이 가끔 그 창문을 통해 화장실 안으로 들어와 못된 장난(똥은 변기에다 눠라 이놈들아!)을 치고 가곤 했다. 내 체격이 키는 큰반면에 비쩍 말라있어서 충분히 그 창문을 통해 벗어날수 있을것 같았다.
이렇게 생각을 굳힌 난 고전적인 뻥을 좀 치기로 했다.
"아, 배야. 화장실에 좀 갈게요."
"화장실? 쌍도 자슥아 따라가봐. 허튼 수작 부리면 반죽여서 끌고나와."
뭐 예상은 했다. 이넘들도 산전수전 다 겪어본 사채업자 꼬봉 아닌감? 난 일단 화장실까지 가게 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안심했다. 헌데 날 따라오는 쌍도란 아저씨, 장난이 아니었다. 다섯넘중 가장 험악하게 생긴데다 등빨도 최강이었다. 무슨 씨름선수였는감?-_-
아무튼 난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흘깃 창문을 훔쳐봤다. 방충망의 두곳이 너덜하게 뜯어질락말락해서 한번 잡아당기면 휙 떨어지게 생겨먹었다. 하늘이 모처럼 날 돕는군. 흐흐.
난 잽싸게 바지를 내렸다. 음? 근데 날 따라 들어온 아저씨가 날 뚫어져라 바라본다. 오호, 슬슬 시작해볼까? 원래 난 한말빨하면서 세상을 살아온 몸이다.
"뭘봐요? 자지 보니까 흥분돼? 아저씨 게이예요?"
난 게이지롱 - -
u
그 아저씨의 관자놀이에서 굵은 혈관이 움틀 거렸다. 열받았구만. 매섭게 날 노려보고 있길래 난 2차 펀치를 날렸다.
"그러게 보지마요. 부끄러워."
"주둥아리 닥쳐."
"만약 아저씨라면 볼일 볼때 다른 사람이 쳐다보면 일이 제대로봐지겠어요? 나가라고는 안할테니까 고개 좀 돌려요. 민망스럽게시리."
허나 그래도 그 아저씨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리고 곧 이어 쌍스러운욕이 계속 튀어나왔다. 좋아. 확실히 스팀올랐으.
"근데 이거 알아요? 나 자지 되게 큰데. 아저씨껀 아마 내꺼 반도 안될껄. 부럽지?"
난 팬티를 내리기전 이런저런 말로 깐죽거리며 그 아저씨의 반응을 살펴봤다. 원래 저런 아저씨들이 좀 단순하거덩. 결과는 내 예상대로였다.
"쉬펄. 죽기 싫음 아가리 닥치고 일이나 봐."
"못믿겠으면 지금 확인해봐요. 아자씨."
지금이다! 난 팬티를 내리자마자 그곳에 온몸의 파워를 집중, 세찬 물줄기를 그 아저씨를 향해 쐈다. 순간적으로 내 팬티 내리는 모습을 무방비 상태로 지켜보던 그 아저씨는 내 맑은(조금색깔이 누리끼리하긴 했지만) 액체를 뒤집어쓴채 눈을 벅벅 비벼댔다. 필시 소변이 눈에 들어갔으렸다!
난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 아저씨가 큰소리로 꽥꽥 고함을 지르면서 내쪽으로 마구잡이식 주먹을 휘두를때 난 방충망을 휙뜯어내고 창문에 기어올라 먼저 머리를 빼냈다. 긴장을 하니 이조그만 구멍이 왜 이렇게 좁은지 어깨가 딱 걸려서 한참을 이리저리 몸을 틀어서야 겨우 어깨를 뺄수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허겁지겁 바지를 주워 입은것 까지는 좋았지만 미처 발사되지 못한 액체들이 바지 안을 흥건히 지리며 오랫만에 맡아보는 그 특유의 향기를 뿜어내고 있는데다 결정적으로 엉덩이가 창문 사이에 끼었다-_-
오우 젠장! 난 언제나 내 엉덩이가 너무 빈약한것 아니냐고 푸념을 늘어놓고 있었건만. 오늘따라 이건 왜이리 토실토실 하단 말이냐! 아래쪽에서는 내 오줌을 뒤집어쓴 아저씨가 샤워기로 얼굴을 씻어내리고 있었고 낌새를 눈치챈 밖의 아저씨들이 큰소리로 무슨일이냐고 묻는 소리까지 틀렸다.
빠져라, 빠져라. 제발. 내가 과연 이런짓까지 해서라도 이 자리에서 벗어나야 되는지 잠깐 회의에 젖긴 했지만 곧 생각을 고쳐먹었다. 대충 얼굴을 씻은 아까 그 아저씨가 창문 아래 있는 내 다리를 움켜쥐면서 뿜어내는 살기를 감지했기 때문이다.
대충 수수한 어체로 순환하면 잡아다 죽인다 뭐 이런 내용의 욕을 무한 반복하며-_- 정말 무식한 힘으로 날 아래로 끌어 당기는데 난 입술을 꽉 물고 팔을 창문 양쪽의벽에 단단히 고정시킨뒤 버티기를 시도했다.
씨팍. 팔 빠지겠다. 그래도 살아남겠다는 내 굳은 의지는 내 연약한 두팔에 믿기지 않는 흡착력을 내려줬다. 아자, 힘내라!
"어머, 승달이 아니니? 거기서 뭐하는거니?"
... 내가 여기서 안녕하세요?라고 하면 꼴이 좀 우스워지겠지?난 안부를 묻는 옆집 아줌마에게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만 까닥거려줬다. 하지만 그 아줌마는 내 꼴이 우습지도 않은지 내자세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그저 심드렁하게 일상사에 대해 물어오기만 했다.
"아버지한테선 자주 연락오니? 점심은 먹었구?"
난 다리를 이리저리 흔들면서 그 아저씨를 뗴어내려 했지만 정말 다리를 꽉쥔채 악에 받쳐서 날 끌어내리려는 그 아저씨의 파워에 밀려 아슬아슬하게 끌어져 내려가려는 위기를 맞고있었다.그때 퍼뜩, 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난 잽싸게 아줌마에게 부탁을 했다.
"아줌마, 저 좀 끌어당겨 주세요."
"응? 창문에 꼈니? 하긴. 거긴 워낙 창문이 넓어서 아이들이 자주 끼곤 한단다. 손 이리 줘봐라. 다 큰 애가 칠칠치 못하게."
아줌마는 내가 내민 손을 잡더니 한방에 쑥 날 끌어올리려 했다. 하지만 아래쪽에서 날 잡아당기는 그 아저씨의 힘도 만만치않은터라 아줌마는 살짝 당황한듯했다.
"단단히 꼈구나? 이리줘봐라."
아줌마는 오기가 발동했는지 내 다른 손까지 부여잡고 으라찻차!라는 괴성과 함께 날 쑥 끌어올렸다. 그 엄청난 힘에 내 몸은 그아저씨의 팔에서 쑥 빠져 올라 아줌마를 뛰어넘어 땅바닥으로 꼬꾸라졌다. 특히 창문 사이에 끼어있던 엉덩이가 까져서 무지 아려왔다. 허나, 여기서 이러고 있을순 없다는생각이 들자마자 난 냅따, 온힘을 다해서 열라 달렸다. 지금 내 바지 아랫단이 완전히 뜯어져있고 엉덩이에서는 움직일때마다 통증이 느껴졌지만 난 입을 악물고 달렸다.
잡히면 죽는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때면 이 사실이 머리를 계속 압박해와 난 잠시 쉬지도 못한채 주택가를 이리저리 돌면서 도망쳤다.
얼마나 달렸을까.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여긴... 한강고수부지였다-_-;; 미친. 여기까지 달려오다니. 그래도 강변의 서늘한 바람이 달아오른 내 체온을 부드럽게 식혀주는것 같아서 마음의 긴장까지 탁 풀리는것 같았다.
난 강둑에 걸터앉았다.
거 참. 생각할수록 열받는다. 왜 내가 부모님이 저지른 일때문에 고통 받아야 되는지. 으. 이런때는 정말 부모 잘만나 돈펑펑쓰고 다니는 양아치 녀석들이 부럽다니까.
난 강물을 바라보면서 확 뛰어버릴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누구좋으라고 내가 죽냐? 두고봐라, 지금은 돈이 없어서 대학도 못가고 있는 형편이지만 보란듯이 성공해서 날 이렇게 울리는 놈들 모두 무릎꿇게 만들고 말테다. 아씨, 근데 왜 눈물이 나냐.
난 옷소매로 눈가를 쓱 훔치고 잠시 앞일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기로 했다. 비상금으로 꿍쳐둔 30만원은 지금 집안깊숙한, 나만이 알고있는 장소에 숨겨져 있었다. 언제 적당히때를 봐서 집으로 몰래 잠입한뒤 돈만 빼내서 어떻게든 나와야겠지... 라는 계획까지 세워놨을때 누군가 아주 친근한듯이 접근해왔다.
"이런데서 뭐하냐?"
뒤로 빳빳하게 넘긴 올백 머리에 하얀색 양복과 백바지, 거기다 무려 흰구두까지! 무엇보다 압권은!... 수정액으로 페인트칠을한듯한 선글라스였다-_- 한눈에 봐도 수상쩍은 사람이지 않은가?
"사는게 힘들지?"
"누구세요?"
"나? 그냥 지나가는 사람."
얼씨구.
"아직 어린 나이에 참 고생이 많구만. 그래도 인생 한번 잘살아보겠다고 하는점은 맘에 든다."
미친 사람인가? 정신병원에 연락이라도 해야되나?..
"옛다, 이거나 받아."
그 남자는 난데없이 품안에서 뭔가를 꺼내 내 옆으로 던졌다. 앗, 이제보니 장사꾼이었군!
"니 인생의 열쇠는 바로 그거라는 점괘가 나왔어. 가져라."
점쟁이였나? 정체가 뭐야, 이 사람!
"단, 절대 들키면 안돼. 절대,절대로. 안그러면 니 인생은 완전쫑나는거니까. 그럼 난 이만."
엉? 그냥 가네. 난 약 3분간에 걸쳐 일어난 이 모종의 사건을그냥 한눈으로 보고 한눈으로 흘리기로 했다. 별 이상한 인간이삽질한거지 뭐... 라고 단순히 생각하려 했다. 그런데.. 그런데.. 헉... 그 사람, 그 수상쩍은 그 사람이 바로 내 눈앞에서 감쪽같이 사라져버린것이다!
나, 앉은채로 잠들어버린건가? 머리를 긁적이면서 다시 강물쪽을 바라보려 할때 난 한가지 엄청난 사실을 깨닫게 됐다. 내 옆에 아까 그 남자가 던져준 반짝이는 뭔가가 있는게 아닌가?
자세히 보니 그건 팔찌였다. 그 팔찌는 참 예뻤다. 붉은색의 작은 보석이 중앙에 박혀있고 금빛의 섬세한 문양을 가진 테는 황금빛의 화려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우와, 설마 그 사람 자선가였나? 내가 거지인줄 알고.. ㅡ,.ㅡ
아무튼 땡잡았다. 난 냉큼 팔찌를 든채 얼만큼의 값어치가 나갈지 추측해봤다. 이 붉은 보석이 소문의 루비라도 된다면!! 흐흐흐... 손이 부들부들 떨리기까지 했다. 당장 전당포에 가서 팔아야지! 하하핫. 이게 왠 횡재냐.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온다니. 그게 바로 지금 상황 아니냐!
근데 너무 예쁘다. 난 한번쯤 껴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생겼다.설마 한번쯤 껴본다고 값어치가 떨어지는건 아니겠지? 난 침을꼴깍 삼키면서 팔찌를 조심스레 착용했다. 차가운 금속성 느낌이 팔목을 압박했지만 순간적으로 팔에 빛이 날정도로 정말 아름다운 팔찌였다. 엥? 잠깐. 팔에 빛이나? 난 깜짝 놀라 엉겁결에 팔찌를 도로 빼버렸다. 뭐,뭐야? 방금 분명 팔에서 황금색의빛이 났었다. 착각이라고 생각돼지 않을정도로 너무나 생생한 그 장면에 난 입을 떡 벌리지 않을수 없었다.
"딱"
"아야!"
그때 누군가 내 뒤통수를 뭔가로 후려 갈겼다. 쉬팍! 어느놈이귀한 내 뒤통수를 갈겨?
"이런 시방이 있나! 너, 임마 내가 뭐랬냐. 절대 들키지 말랬는데 이런 사방 뻥뚫린 장소에서 팔찌를 껴? 미친녀석. 내놔, 임마."
아까 그 남자! 언제 나타난건지? 아니, 그보다 왜 사람 머리를함부로 치고 쥐랄이야?
"아저씨, 아까부터 보자보자 하니까 정말 황당한 일만 벌이시네요? 도대체 뭐하는 사람입니까?"
그 사람은 대답도 안하고 날 그냥 뚫어져라 바라보고만 있었다. 으... 뭐야. 사람 무안하게.
"이 팔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의 팔찌다."
엥?-_-
"이 팔찌를 끼는 순간 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가 되는거야. 놀라운 팔찌지."
"잠깐만요. 그건 또 왠 뜬금없는 소리예요?"
"내가 그렇다면 그런줄 알아 임마. 그 옛날 독일의 변방에 살던신데렐라라는 아가씨도 이 팔찌를 끼고 난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신해 결국 왕자를 낚아챌수 있었지. 아주 귀한거니까 조심히 다뤄야돼."
뭔 황당한 소리다냐. 혹시 팔찌 주고 아까워서 도로 받으러 온거 아냐?-_-+
"의심이 가면 시험해보면 될거아냐? 저기 화장실안에 들어가서팔찌를 끼고 나와봐. 그럼 너도 깜짝 놀랄 일이 생길테니까."
이때까지만 해도 난 그 사람을 정신병자 취급하고 있었다. 하지만 워낙 억지로 그 사람이 날 부추기길래 난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화장실로 들어가 팔찌를 껴버렸다.
그리고..
내 인생은 변했다.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온다.
:생각도 못한 횡재를 했다.
>
>
다소 황당하더라도 재미있게 읽히는 소설이었으면 합니다.
관련자료
-
이전
-
다음
댓글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