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어도돼? Main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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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동안의 정적이 흘렀다. 굉장히 어색했다. 녀석의 얼굴을 볼 수도, 뭐라고 말을 꺼낼 수도 없었다. 마음속으로 계속 내내 부정해오던 것을 녀석의 한마디에 긍정해 버렸다. 모든 것이 녀석을 알게 되고 나서부터 다 변해 버렸다.
“나..... 한번도, 그런 적 없어. 남자한테는.....”
무슨 말을 하는 걸까. 어떻게 말을 해야 하는 걸까. 무엇을 표현해야 하는 걸까. 이것이 잘하는 짓인가.
“나 이상해졌어, 네 녀석을 알고 나서부터, 그래..... 이전에는 상상조차 해본 적 없던 일들이야. 하지만”
그래 놓치게 될지도 모른다. 이게 녀석에게 내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녀석이 고개를 돌리던, 나를 이상한 놈으로 취급하던 혼자서만, 이대로 괴로워 할 수만은 없잖아.
“조... 좋아한다. 너의 이름도 모르지만, 네가 내 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그리고 내 옆에서 없 없어진 때에도, 그리고 지금도, 왠지 설명할 수 없지만, 난 널 좋아해”
말해버렸다. 나.... 나는 얼마 전까지 만해도, 한 여자아이를 사랑했었는데, 왜 그 아이의 얼굴도 떠오르지 않게 된 걸까. 언제부터 일까. 머릿속에 온통, 너로 가득 차게 된 것이...... 괴로웠지만, 너를 이렇게 만난 순간에는 행복하다는 것이 어떻게 설명 될 수 있을까. 잠시 동안의 침묵이 흘렀다. 녀석은 어떤 생각일까..... 아아 아무래도,
“내 이름은 형준이야. 장 형준. 형의 이름은?”
녀석이 처음으로 형이라고 불러주었다. 이름이 형준이구나. 녀석의 말이 약간 긴장되었던 내 마음을 편안히 가라앉혀 준듯 했다.
“나는 한 상우.”
“멋진 이름이네..... 아 나 존댓말은 쓰지 않을래. 왠지 어색한 거 싫어. 그리고, 나는 22살이야. 나보다 나이는 분명히 많을 테니까 형이라고 불러도 돼지?”
“아..아 그래.”
“형이 날 살려준 것 감사하게 생각할게, 그리고, 오늘 일도, 그리고 나 같은 것 따위 좋아해준다니 기뻐”
“나 같은 것 따위라니.....”
“난 형이 처음이 아니야. 난 남자 경험 있어.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모르지만, 난 이제 그 사람과 헤어졌어. 그래, 그래서 그 전엔 죽으려고 한 걸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오늘은 아니었어.”
“.....”
“나도 잘 모르겠어. 남자를 좋아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어. 예전에 그도 내가 좋다고 했어, 나를 안고 싶고, 나를 가지고 싶다고, 그리고 평생 내 곁을 떠나지 않을 거라고.....”
왠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 있는 것처럼 들렸지만, 녀석의 한 마디 한마디가 슬프게 들렸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내가 녀석과 함께 있을 때 느꼈던 알 수 없는 그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이 게이라고 했어. 그래서 괴롭고 힘들다고 했어, 그리고 나를 사랑한다고 말했어, 나는 사랑이 뭔지는 잘 알지 못했지만, 그를 좋아했어, 그리고 그를 위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사랑이라 생각했어.”
“.....”
“하지만 그는.....”
녀석의 어깨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마치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 녀석을 그렇게 사랑하는 거구나..... 잃으면 살 수 없을 만큼. 그래서 죽으려고 했던 거니?
“내가 그저 그 사람을 필요로 하기에 좋아한다고 생각 했어. 그리고 내가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내가 그와 다른 사람이라고, 그는 나를 원하지만, 나는 그를 원하지 않는 다고, 그렇게 말했어.”
“.....”
“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나는 그 사람이 무엇보다 소중하고 필요해. 그리고 그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다 해주듯이, 나도 그 사람이 좋아하는 거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단 말이야..... 난... 방법을 잘 몰랐을 뿐인데.... 대체, 사랑이란 게 뭐지? 어떻게 하는 거야? 내가 한건 사랑이 아닌 거야? 내가 그 사람을 힘들게 한거야?”
자책이었다. 저 녀석은 모든 것을 자신의 탓이라 생각하고 있다. 자신을 떠난 그를 원망하기 보다는 자신의 탓이라 생각하고, 슬퍼하고 있다. 그래선 안돼..... 그러면, 아 그런데 나는 알고 있는가? 사랑에 대해서. 아직..... 제대로 된 사랑을 해보지 못한 내가 무엇을 말해 줄 수 있는지. 제길,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게 이렇게 안타깝다니.....
“나, 잘은 모르겠어. 나도 사랑을 제대로 해본 적 없으니까. 하지만..... 너 아직도 그를 사랑하잖아. 그래서 걱정하고 있는 거잖아. 그렇지?”
그래..... 잘 알 수 없지만, 네 마음도, 그리고, 왠지 그 사람의 마음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아. 소중하니까 더 더욱 괴로운 것이 아닐까. 이렇게도 착한 너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것이 괴롭지 않았을까.....
“그 사람, 너를 소중히 한거야. 너를 무척이나 아꼈기에, 나 잘 알 수는 없지만, 그 사람도 너가 싫어졌다거나, 미워한다거나, 원망해서 그런 것은 아니라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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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게 무엇일까? 항상 어쩌면 이게 사랑이 아닐까? 하다가도..... 문득 돌이켜보면, 나 역시 이게 사랑이었어. 라고 딱히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렇다고, 그것이 사랑이 아니었어 라고 말할 수 있는 것도.....
녀석은 한참동안을 울먹였다. 그리고는 지쳐서 잠이 들었다. 네 나이에는 너무 감당하기 힘든 것들을 너무 많이 겪었던 것 같구나. 그래..... 아마도 그 사람 역시, 이 녀석이 어렸기에, 사랑이라는 것은 잘 모른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이 녀석의 마음은 여태껏 내가 해왔던 어떤 감정들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이 느껴진다. 순수하기 때문에, 더욱 애타게 보이는 게 아닐까?
한번도 이런 사랑을 생각해 본적이 없다.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 생각했기에, 내겐 너무나 멀게 느껴졌던 사람들의 이야기. 그들의 사랑. 그렇지만 직접 보게 되는 순간. 너무나 당연하게 사랑이라고 생각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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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윽 오바이트 할 것 같다. 그런 얘기는 꺼내지도 마라”
“뭐냐 시대가 언제인대 그런 구시대적 태도는.”
“맞아 종혁오빠는 여전히 고전시대 사람이라니까”
“.....”
뭐가 어쨌단 거야. 이 녀석들. 세상이 아무리 변했다고 하지만, 남자끼리 그 짓 하는 게 뭐가 용납이 된다는 거야. 윽 생각도 하기 싫다. 젠장 밥맛 뚝 떨어지겠네. 이런 이야기나 하고 있다니 말세다 말세야. 근데 뭐냐 상우 녀석도, 가만히 있다니, 다른 때 같으면 먼저 싫다고 할 놈인데.
“야야 한상우. 너 미팅하러 가지 않을래?”
“아아..... 난 다음에, 약속이 있어”
뭐야 저 녀석. 이런 자리에 빠지고, 아무래도 실연의 상처가 아직도 있는 건가, 뭐야 벌써 반년도 훨씬 지난 일을..... 흠흠, 하긴 저 녀석 그 이후로 좀 변했지. 요즘엔 친한 척도 잘 못하겠고 말야. 짜식 섭섭하게. 할 수 없지 뭐.
“좋아 나중에 나 잘되고 너 괜히 배 아파 하지마라 녀석”
“하하 그럴 리가 있나. 제발 잘 좀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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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미안해 많이 기다렸니?”
“아뇨”
오늘 상우 형과 영화를 보러가기로 했다. 좋은 사람 인 것 같다. 어제 전화 받고나서는 한참을 웃었다. 전화를 걸어 놓고는 말도 못하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 에... 아... 이런 말이 전부였다. 굉장히 남자답고, 키도 큰데다가, 운동선수, 아니 그보다 훨씬 몸이 좋다. 아 배는 좀 나온 것 같기도 하지만...... 그런데 저런 사람이 그렇게 완전히 쑥맥이라는 게 정말 믿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여자들은 좋아하지 않을까 이런 타입.
“뭘 그렇게 쳐다봐? 뭐 묻었어?”
“아니, 어제 전화한 쑥맥이 이 사람 맞나 해서”
“아. 그..... 그건”
“역시... 맞군. 영화 표는요?”
“아 가서 사려고.....”
“에에? 오늘 토욜이잖아. 그러면 예매안하면 못 보는데”
결국 영화 표는 매진이었다. 그것도 저녁타임까지 모두. 아무래도 인기있는 영화이니까 당연한거겠지.....
“그럼 이거 볼까? 이건 저녁시간에 있는데?”
“.....”
“볼래?”
“그거, 야한 영화잖아요. 변태”
“어 이게 누구야? 상우군 여기서 모하노?”
“아 종혁이.....”
아는 사람을 만난 듯했다. 나이도 비슷해 보이는 거 보니 학교 친구? 으 끼리끼리 논다고 하더니, 둘이 서 있으니, 무슨 거인 나라에 온 듯한 느낌이.....
“얜 누구야?”
“.....”
으으 저 바보. 못 말리겠다. 그렇게 당황하면, 더 이상하게 보일 뿐이잖아.
“안녕하세요? 사촌 동생이예요. 서울 구경시켜준다고 형이 그래서”
“아 그렇군.”
“.....”
“야 지금 미팅 가는 데 너 정말 안갈 거야? 오늘 쭉쭉 빵빵 미인들만 온다고 하던데”
“아 지금....”
“와 잘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저도 친구들 만나야 되는데, 형 내 걱정은 안해도 돼. 친구들하고 놀면 되니까. 그럼 나 갈게. 우리 바보 형 좀 잘 부탁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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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야. 좀 마셔라. 뭐하고 있냐? 미녀들 앞에서”
종혁이는 완전히 신이 나 있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정말 말 그대로 쭉쭉 빵빵한 미인들이 앞에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저러나, 나의 오늘은 완전히 말짱 꽝이 되었다. 사실 데이트 같은 것은 별로 해본 적이 없으므로..... 영화 예매니 뭐니 하는 것들도. 형준이 녀석, 집에 돌아 간 걸까? 애써 웃음 짓고 있는 얼굴 하지만, 왜 자꾸 마음이 놓이지 않는 걸까..... 아아 아무래도.....
“미안해 나 먼저 가야 될 것 같아. 급한 볼일이 생각나서.”
“야! 한상우!”
자리를 급히 빠져나온 나는 형준이한테 전화를 걸었다. 어서 받아.... 어서.....
“여보세요?”
“아.”
“? 상우형?”
“어 그게”
“뭔데요? 무슨 일?”
“아니 그게.....”
“아 괜찮아요. 저는 걱정 안 해도 돼요. 신경쓰시지 말고 재미있게 노세요.”
"....."
"상우형?"
“어...어디 있어? 내가 거기로 갈께”
“에?”
==========================
“푸하하하”
“아니 그게 그러니까..”
“영화 못 본 것 같고 제가 화날 이유가 어딨어요. 그냥 형 친구랑 어울리라고 그런 거지. 제가 그렇게 속이 좁아 보여요?”
“아니 그게 뒤도 안돌아보고 가길래.....”
사실 마땅히 갈 곳도 없고, 집에 일찍 가도 할일이 없어서, 거리를 그저 어슬렁 거리고 있었다. 솔직히 친구랑 보낸 거 약간 후회가 들었다고 해야 하나? 전화해 주어서 다행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래도 영화 못 보게 되었다고, 화가 나서 간 거라고 생각하다니.
“사실 조금 화났어요”
“아 그래 역시 미안”
“미안하단 말로 안돼요.”
“아 그래 뭐든 할게”
“뭐든 하겠다는 말이 그렇게 쉽게 나와요?”
“아 그게 그러니까....”
“자 가요”
===========================
“아아 나 노래 잘 못하는데”
“괜찮아요. 암거나 한곡 불러봐요”
형준이의 벌은 노래방에 와서 노래한곡을 불러주는 것 이었다. 그다지 어려운 게 아닐 수도 있겠지만, 노래를 전혀 못하는, 아니 절대음치라는 별명이 붙은 나에게는 무지 심각한 벌이다.
“아아아~~”
분명히 굉장히 듣기 괴로웠을 텐데도, 형준이는 조용히 내 노래를 들어주고 있었다. 왠지 녀석이 듣고 있다는 생각에 긴장이 되어서인지 노래는 더더욱 잘 되지 않았다. 노래가 끝나고 왠지 무안해졌다. 역시.
“흐음~ 훌륭한 음치예요. 어떻게 그렇게까지 완벽하게 음치일수가 있어요?”
“뭐...뭐야”
“최고다 최고의 음치 앵콜 앵콜”
그런 나에 비해 형준이는 무척이나 노래를 잘 불렀다. 그런데, 곡이 전부 슬픈 가사, 슬픈 멜로디 뿐이었다. 항상 내게도 웃으며 대하고, 밝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왠지 속 마음만은 노래와 같은 심정이 아닐까.....
“너 노래 너무 잘 부른다”
“그게 아니고, 형이 노래를 못 부르는 거죠”
“궁금한 게 있어.”
“?”
“왜 그때 이후로 계속 존댓말을 쓰는 건지.....”
형준이가 갑자기 걷던 걸음을 멈추어 섰다. 뭔가 망설이고 있는 듯했다.
“부탁 하나 들어주면 알려 드릴 께요”
“무슨 부탁?”
“오늘 형이랑 같이 있으면 안되요?”
			“나..... 한번도, 그런 적 없어. 남자한테는.....”
무슨 말을 하는 걸까. 어떻게 말을 해야 하는 걸까. 무엇을 표현해야 하는 걸까. 이것이 잘하는 짓인가.
“나 이상해졌어, 네 녀석을 알고 나서부터, 그래..... 이전에는 상상조차 해본 적 없던 일들이야. 하지만”
그래 놓치게 될지도 모른다. 이게 녀석에게 내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녀석이 고개를 돌리던, 나를 이상한 놈으로 취급하던 혼자서만, 이대로 괴로워 할 수만은 없잖아.
“조... 좋아한다. 너의 이름도 모르지만, 네가 내 앞에 나타난 순간부터, 그리고 내 옆에서 없 없어진 때에도, 그리고 지금도, 왠지 설명할 수 없지만, 난 널 좋아해”
말해버렸다. 나.... 나는 얼마 전까지 만해도, 한 여자아이를 사랑했었는데, 왜 그 아이의 얼굴도 떠오르지 않게 된 걸까. 언제부터 일까. 머릿속에 온통, 너로 가득 차게 된 것이...... 괴로웠지만, 너를 이렇게 만난 순간에는 행복하다는 것이 어떻게 설명 될 수 있을까. 잠시 동안의 침묵이 흘렀다. 녀석은 어떤 생각일까..... 아아 아무래도,
“내 이름은 형준이야. 장 형준. 형의 이름은?”
녀석이 처음으로 형이라고 불러주었다. 이름이 형준이구나. 녀석의 말이 약간 긴장되었던 내 마음을 편안히 가라앉혀 준듯 했다.
“나는 한 상우.”
“멋진 이름이네..... 아 나 존댓말은 쓰지 않을래. 왠지 어색한 거 싫어. 그리고, 나는 22살이야. 나보다 나이는 분명히 많을 테니까 형이라고 불러도 돼지?”
“아..아 그래.”
“형이 날 살려준 것 감사하게 생각할게, 그리고, 오늘 일도, 그리고 나 같은 것 따위 좋아해준다니 기뻐”
“나 같은 것 따위라니.....”
“난 형이 처음이 아니야. 난 남자 경험 있어.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모르지만, 난 이제 그 사람과 헤어졌어. 그래, 그래서 그 전엔 죽으려고 한 걸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오늘은 아니었어.”
“.....”
“나도 잘 모르겠어. 남자를 좋아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겠어. 예전에 그도 내가 좋다고 했어, 나를 안고 싶고, 나를 가지고 싶다고, 그리고 평생 내 곁을 떠나지 않을 거라고.....”
왠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 있는 것처럼 들렸지만, 녀석의 한 마디 한마디가 슬프게 들렸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내가 녀석과 함께 있을 때 느꼈던 알 수 없는 그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이 게이라고 했어. 그래서 괴롭고 힘들다고 했어, 그리고 나를 사랑한다고 말했어, 나는 사랑이 뭔지는 잘 알지 못했지만, 그를 좋아했어, 그리고 그를 위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사랑이라 생각했어.”
“.....”
“하지만 그는.....”
녀석의 어깨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마치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 녀석을 그렇게 사랑하는 거구나..... 잃으면 살 수 없을 만큼. 그래서 죽으려고 했던 거니?
“내가 그저 그 사람을 필요로 하기에 좋아한다고 생각 했어. 그리고 내가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내가 그와 다른 사람이라고, 그는 나를 원하지만, 나는 그를 원하지 않는 다고, 그렇게 말했어.”
“.....”
“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나는 그 사람이 무엇보다 소중하고 필요해. 그리고 그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다 해주듯이, 나도 그 사람이 좋아하는 거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단 말이야..... 난... 방법을 잘 몰랐을 뿐인데.... 대체, 사랑이란 게 뭐지? 어떻게 하는 거야? 내가 한건 사랑이 아닌 거야? 내가 그 사람을 힘들게 한거야?”
자책이었다. 저 녀석은 모든 것을 자신의 탓이라 생각하고 있다. 자신을 떠난 그를 원망하기 보다는 자신의 탓이라 생각하고, 슬퍼하고 있다. 그래선 안돼..... 그러면, 아 그런데 나는 알고 있는가? 사랑에 대해서. 아직..... 제대로 된 사랑을 해보지 못한 내가 무엇을 말해 줄 수 있는지. 제길,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는 게 이렇게 안타깝다니.....
“나, 잘은 모르겠어. 나도 사랑을 제대로 해본 적 없으니까. 하지만..... 너 아직도 그를 사랑하잖아. 그래서 걱정하고 있는 거잖아. 그렇지?”
그래..... 잘 알 수 없지만, 네 마음도, 그리고, 왠지 그 사람의 마음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아. 소중하니까 더 더욱 괴로운 것이 아닐까. 이렇게도 착한 너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것이 괴롭지 않았을까.....
“그 사람, 너를 소중히 한거야. 너를 무척이나 아꼈기에, 나 잘 알 수는 없지만, 그 사람도 너가 싫어졌다거나, 미워한다거나, 원망해서 그런 것은 아니라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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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게 무엇일까? 항상 어쩌면 이게 사랑이 아닐까? 하다가도..... 문득 돌이켜보면, 나 역시 이게 사랑이었어. 라고 딱히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렇다고, 그것이 사랑이 아니었어 라고 말할 수 있는 것도.....
녀석은 한참동안을 울먹였다. 그리고는 지쳐서 잠이 들었다. 네 나이에는 너무 감당하기 힘든 것들을 너무 많이 겪었던 것 같구나. 그래..... 아마도 그 사람 역시, 이 녀석이 어렸기에, 사랑이라는 것은 잘 모른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이 녀석의 마음은 여태껏 내가 해왔던 어떤 감정들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이 느껴진다. 순수하기 때문에, 더욱 애타게 보이는 게 아닐까?
한번도 이런 사랑을 생각해 본적이 없다.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 생각했기에, 내겐 너무나 멀게 느껴졌던 사람들의 이야기. 그들의 사랑. 그렇지만 직접 보게 되는 순간. 너무나 당연하게 사랑이라고 생각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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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윽 오바이트 할 것 같다. 그런 얘기는 꺼내지도 마라”
“뭐냐 시대가 언제인대 그런 구시대적 태도는.”
“맞아 종혁오빠는 여전히 고전시대 사람이라니까”
“.....”
뭐가 어쨌단 거야. 이 녀석들. 세상이 아무리 변했다고 하지만, 남자끼리 그 짓 하는 게 뭐가 용납이 된다는 거야. 윽 생각도 하기 싫다. 젠장 밥맛 뚝 떨어지겠네. 이런 이야기나 하고 있다니 말세다 말세야. 근데 뭐냐 상우 녀석도, 가만히 있다니, 다른 때 같으면 먼저 싫다고 할 놈인데.
“야야 한상우. 너 미팅하러 가지 않을래?”
“아아..... 난 다음에, 약속이 있어”
뭐야 저 녀석. 이런 자리에 빠지고, 아무래도 실연의 상처가 아직도 있는 건가, 뭐야 벌써 반년도 훨씬 지난 일을..... 흠흠, 하긴 저 녀석 그 이후로 좀 변했지. 요즘엔 친한 척도 잘 못하겠고 말야. 짜식 섭섭하게. 할 수 없지 뭐.
“좋아 나중에 나 잘되고 너 괜히 배 아파 하지마라 녀석”
“하하 그럴 리가 있나. 제발 잘 좀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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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미안해 많이 기다렸니?”
“아뇨”
오늘 상우 형과 영화를 보러가기로 했다. 좋은 사람 인 것 같다. 어제 전화 받고나서는 한참을 웃었다. 전화를 걸어 놓고는 말도 못하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 에... 아... 이런 말이 전부였다. 굉장히 남자답고, 키도 큰데다가, 운동선수, 아니 그보다 훨씬 몸이 좋다. 아 배는 좀 나온 것 같기도 하지만...... 그런데 저런 사람이 그렇게 완전히 쑥맥이라는 게 정말 믿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여자들은 좋아하지 않을까 이런 타입.
“뭘 그렇게 쳐다봐? 뭐 묻었어?”
“아니, 어제 전화한 쑥맥이 이 사람 맞나 해서”
“아. 그..... 그건”
“역시... 맞군. 영화 표는요?”
“아 가서 사려고.....”
“에에? 오늘 토욜이잖아. 그러면 예매안하면 못 보는데”
결국 영화 표는 매진이었다. 그것도 저녁타임까지 모두. 아무래도 인기있는 영화이니까 당연한거겠지.....
“그럼 이거 볼까? 이건 저녁시간에 있는데?”
“.....”
“볼래?”
“그거, 야한 영화잖아요. 변태”
“어 이게 누구야? 상우군 여기서 모하노?”
“아 종혁이.....”
아는 사람을 만난 듯했다. 나이도 비슷해 보이는 거 보니 학교 친구? 으 끼리끼리 논다고 하더니, 둘이 서 있으니, 무슨 거인 나라에 온 듯한 느낌이.....
“얜 누구야?”
“.....”
으으 저 바보. 못 말리겠다. 그렇게 당황하면, 더 이상하게 보일 뿐이잖아.
“안녕하세요? 사촌 동생이예요. 서울 구경시켜준다고 형이 그래서”
“아 그렇군.”
“.....”
“야 지금 미팅 가는 데 너 정말 안갈 거야? 오늘 쭉쭉 빵빵 미인들만 온다고 하던데”
“아 지금....”
“와 잘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저도 친구들 만나야 되는데, 형 내 걱정은 안해도 돼. 친구들하고 놀면 되니까. 그럼 나 갈게. 우리 바보 형 좀 잘 부탁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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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야. 좀 마셔라. 뭐하고 있냐? 미녀들 앞에서”
종혁이는 완전히 신이 나 있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정말 말 그대로 쭉쭉 빵빵한 미인들이 앞에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저러나, 나의 오늘은 완전히 말짱 꽝이 되었다. 사실 데이트 같은 것은 별로 해본 적이 없으므로..... 영화 예매니 뭐니 하는 것들도. 형준이 녀석, 집에 돌아 간 걸까? 애써 웃음 짓고 있는 얼굴 하지만, 왜 자꾸 마음이 놓이지 않는 걸까..... 아아 아무래도.....
“미안해 나 먼저 가야 될 것 같아. 급한 볼일이 생각나서.”
“야! 한상우!”
자리를 급히 빠져나온 나는 형준이한테 전화를 걸었다. 어서 받아.... 어서.....
“여보세요?”
“아.”
“? 상우형?”
“어 그게”
“뭔데요? 무슨 일?”
“아니 그게.....”
“아 괜찮아요. 저는 걱정 안 해도 돼요. 신경쓰시지 말고 재미있게 노세요.”
"....."
"상우형?"
“어...어디 있어? 내가 거기로 갈께”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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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하하”
“아니 그게 그러니까..”
“영화 못 본 것 같고 제가 화날 이유가 어딨어요. 그냥 형 친구랑 어울리라고 그런 거지. 제가 그렇게 속이 좁아 보여요?”
“아니 그게 뒤도 안돌아보고 가길래.....”
사실 마땅히 갈 곳도 없고, 집에 일찍 가도 할일이 없어서, 거리를 그저 어슬렁 거리고 있었다. 솔직히 친구랑 보낸 거 약간 후회가 들었다고 해야 하나? 전화해 주어서 다행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래도 영화 못 보게 되었다고, 화가 나서 간 거라고 생각하다니.
“사실 조금 화났어요”
“아 그래 역시 미안”
“미안하단 말로 안돼요.”
“아 그래 뭐든 할게”
“뭐든 하겠다는 말이 그렇게 쉽게 나와요?”
“아 그게 그러니까....”
“자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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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나 노래 잘 못하는데”
“괜찮아요. 암거나 한곡 불러봐요”
형준이의 벌은 노래방에 와서 노래한곡을 불러주는 것 이었다. 그다지 어려운 게 아닐 수도 있겠지만, 노래를 전혀 못하는, 아니 절대음치라는 별명이 붙은 나에게는 무지 심각한 벌이다.
“아아아~~”
분명히 굉장히 듣기 괴로웠을 텐데도, 형준이는 조용히 내 노래를 들어주고 있었다. 왠지 녀석이 듣고 있다는 생각에 긴장이 되어서인지 노래는 더더욱 잘 되지 않았다. 노래가 끝나고 왠지 무안해졌다. 역시.
“흐음~ 훌륭한 음치예요. 어떻게 그렇게까지 완벽하게 음치일수가 있어요?”
“뭐...뭐야”
“최고다 최고의 음치 앵콜 앵콜”
그런 나에 비해 형준이는 무척이나 노래를 잘 불렀다. 그런데, 곡이 전부 슬픈 가사, 슬픈 멜로디 뿐이었다. 항상 내게도 웃으며 대하고, 밝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왠지 속 마음만은 노래와 같은 심정이 아닐까.....
“너 노래 너무 잘 부른다”
“그게 아니고, 형이 노래를 못 부르는 거죠”
“궁금한 게 있어.”
“?”
“왜 그때 이후로 계속 존댓말을 쓰는 건지.....”
형준이가 갑자기 걷던 걸음을 멈추어 섰다. 뭔가 망설이고 있는 듯했다.
“부탁 하나 들어주면 알려 드릴 께요”
“무슨 부탁?”
“오늘 형이랑 같이 있으면 안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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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시간은 새벽 5시30분 으헉 글쓰느라 또밤샜당 T.T
흑흑 글을 잼있게 봐주신분들은
리플을 부탁드립니당. T.T
(재미가없는것인가 T.T)
(리플구걸)
													
								흑흑 글을 잼있게 봐주신분들은
리플을 부탁드립니당. T.T
(재미가없는것인가 T.T)
(리플구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