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어도돼? Main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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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웃어. 임마”

형준이 녀석은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계속 웃고 있었다. 네 웃는 얼굴은 보기 좋지만, 왠지 나 놀림 당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말야, 나도 왜 그런 형의 꼬임에 금새 넘어갔는지 몰라.”
“그거야.... 나도 나름대로 멋진 놈이니까....”
“그래 그래. 나름대론 멋지지.”
“너~”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까, 꽤 유치하잖아. ‘널 위해 살아가고 싶어’ 가 뭐야.”

그래 마음껏 놀려도 좋아. 하지만 사실이다. 내 마음, 너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나 그래도 꽤 용기 있게 말한 건데..... 그래 그날. 조금 쑥쓰러운 기억이지만, 그것보다 네가 아직 내곁에 있어준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있다.

“근데 뭐야 갑자기 이런 데를 다 오고. 여하튼 너무 좋다 공기도 상쾌하고.”
“네가 날마다 서울을 떠나고 싶다. 라고 노래 불렀잖아.”

양평 근처의 콘도를 빌려 1박2일 다녀오기로 했다. 녀석은 기억하려나 모르겠지만, 오늘은 특별한 날이기에..... 차창으로 스치는 풍경이 왠지 정겹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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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너.... 너무 기운 없어 보이는데”
“아..... 아네요.”
“하하 그럼 좀 웃어. 마치 나를 불편해 하는 것 같잖아.”

제이씨는 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꽤 뚫어보는 것 같다. 아무래도 연륜 이란 게 있어서일까. 상대방을 무척이나 배려하고, 편안하게 해주는 점도, 나도 저런 모습이 될 수 있을까.....

이전일이 있은 후로 웅이 와는 매우 서먹해졌다. 연락도 아주 가끔 할 뿐이고, 그 이후로는 한번도 만나지 않았다. 벌써 4개월도 더 지난건가..... 웅이 에게는 만나는 사람이 생겼다고 했다. 무척이나 잘 해준다고, 자랑을 했었다. 나에 대해 물으면, 나도 잘 만나고 있다고 했다.

“아무래도 그 놈 때문인 거지?”
“.....”
“나랑 이렇게 데이트 해주면서도, 그 놈 생각만 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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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으으! 따분하다. 오늘따라 만날 사람이 하나도 없다니, 젠장, 나의 인기가 수그러 든 것인가? 오늘따라 전화기가 조용하다니. 오늘은 나이스한 주말인데, 젠장 날씨는 왜 이렇게 더운 거야. 나른한 주말 오후를 방바닥에서 뒹굴 거리던, 웅이는 결국 안 되겠는지, 옷장을 뒤지기 시작했다.

“좋아! 이런 날에는 역시 명동에 가는 거야!”

주말의 명동은 인파의 도가니다. 여름의 날씨는 적당한 노출패션의 계절이며, 그것은 곧, 웅이에게 무흐흐한(?) 눈요깃거리를 제공해 준다. 물론, 보통 사람들과는 정 반대의 관심이겠지만, 오랜만에, 이것저것 눈요기도 하고, 뭐 옷이나 한 벌 사 볼까나.....

극장 앞에 사람들이 몰려있다. 올 여름 초 히트작인 매트린스(?) 2를 하고 있다. 아 재밌겠다. 저거 재밌다고들 하던데, 젠장 혼자 볼 수도 없고, 갑자기 신이의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젠장 그 녀석은 데이트 하느라 바쁠 거라고, 한창 잘 만나고 있을 거 아냐. 그러고 보니 안본지도 꽤 되었네, 하긴 녀석 내가 전화 안 하면 연락도 안하니까. 그래그래, 앤 생겼다 이거지? 치사하다 치사해.

이전에 신이와 명동에 왔었을 때가 생각났다. 녀석은, 물건 고르는 센스도 있고, 옷도 잘 고른다. 더군다나, 물건 살 때, 녀석은 꼭 물건값을 깎는다. 특유의 애교라고 해야 하나? 간단히 장사꾼들을 설득하는 재주가 있었지. 아 저기 한번 가볼까? 예전에 신이 녀석이 생과일 쥬스를 잘 한다고, 같이 갔었던 곳이었지.

무심코, 웅이는 그 카페로 들어섰다. 그래 이 가게 인테리어도 참 편해 보이고, 좋네 좋아.
역시 센스 있다니까 신이 녀석.

“아 생과일 쥬스 하나 주세요. 사과로요.”

어? 저거? 신이 아냐? 맞는 것 같은데. 웅이의 시야로 다른 테이블에 앉아 있는 신이가 보였다. 모냐. 하하. 저 녀석 양반이 못되는 군. 잘 되었다. 영화나 보자고 해야지. 어? 혼자가 아니군, 아 맞아. 데이트 하고 있는 거겠지. 어디 상대방 얼굴이나 좀 볼까?

신이는 웅이가 들어온 것은 전혀 모르고 있는 듯 했다. 신이 건너편에 앉은 상대를 보기 위해 웅이는 의자를 좀더 당겨 앉았다. 오오, 꽤 괜찮은 것 같은데, 키도 큰 것 같고, 깔끔한 젠틀맨이구만, 녀석 재주도 좋네, 어? 저 녀석은?

웅이가 익히 아는 얼굴이었다. 그것도 아주 잘 아는 사람. 저 녀석이 어째서, 웅이는 황급히,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젠장 이게 무슨 일이야. 말도 안돼, 어째서 저 녀석이 신이랑 있는거지?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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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렇게 하면 네가 행복해 질 수 있을 것 같아?”
“미안하다. 너한테 내가 무슨 변명을 할 수 있겠어.”
“미안하다고? 뭐가 미안한건데.”
“.....”
“이해해 주었으면 해. 나도 원하지 않는 일이지만, 어쩔 수 없잖아.”
“그래. 얼마든지 이해해 줄게. 얼마든지 잘 살아 보라고.”
“웅아..... 제발 그렇게 말 하지마.....”
“그럼? 내가 붙잡아주기라도 바라는 거야?”

녀석은 그렇게 돌아서서 가버렸다. 유 재희. 내가 처음으로 좋아했었던 사람이다. 많은 것을 바라지는 않았었다. 언젠가 헤어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로 다가왔을 때, 나는 그것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LA 유학시절 우연히 만나게 된 녀석은, 모든 면에서 뛰어났다. 모두가 인정하는 멋진 사람. 그런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고 말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외지생활에 지쳐있었기 때문일까. 너무나도 쉽게 내 맘속으로 깊이 자리 잡고 서는, 내 모든 것을 흔들어 놓은 채, 너무나도 쉽게 떠나 버렸다.

근데 그런 녀석이 왜, 신이와 같이 있는 걸까, 저런 다정한 모습으로, 저 녀석 설마. 아 양심도 없는 녀석이 되어버린 건가. 그럼 안 되는 거잖아. 너는 거기에 있으면 안 된다고, 거기에 네가 있어서는 안돼.....

“멋있는 사람은 맞아.”

고개를 떨구며, 수줍게 멋있다고 말하던 신이 녀석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럼 네 녀석이 좋아하게 된 게 저 녀석이었다는 거야?

“나 꽤 눈이 높은 편이라고, 다들 까다롭다고들 해. 난 그런 것 같진 않은데, 하지만 말야,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나 그거 멈추지 못해. 그래서 여태껏 굉장히 슬퍼진 일들 뿐 이었지만 하지만, 그거..... 진심으로 좋아해서 그러는 거겠지?”

젠장 신이 녀석. 바보 같은 녀석. 왜 너 같이 착한 녀석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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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깜깜해. 불좀 켜~. 불도 아직 안 키고 뭐하고 있었어. 나만 심부름 시켜놓고”

짐을 먼저 가져다 놓는 다며, 콘도 지하에 있는 슈퍼에 다녀오라고, 상우 형이 심부름을 시켰었다. 근데, 방에 와보니 불도 켜놓지 않은 것이다. 아직 올라오지 않은 걸까? 내가 방을 잘 못 찾은 건가? 아닌데, 그럴 리 없잖아. 분명히 확인 했다구.

“이쪽으로 들어와~”
“어? 이게 다 뭐야”
“짠~ 오늘을 위해 준비했습니다요.”

가늘게 떨리고 있는 촛불들의 사이로, 케익이 놓여져 있었다. 작고 아담했지만, 모양이 무척이나 이뻤다. 방안 곳곳에는 작은 촛불들이 놓여져 있었다. 시큼한 향이 났다. 아 저거 본 적 있어, 아로마 향초인가? 근데 이게 다 뭐야.

“오늘은 우리가 처음 알게 된 지 1년이 되는 날입니다.”
“뭐야..... 이거 준비하려고 나 괜히 심부름 시킨 거야?”
“왠지.... 쑥스러워서, 나 이런 거 처음이라..... 좀 서툰데. 제대로 했는지 모르겠네”

1년이..... 아 그렇구나 형은 나를 맨 처음 만날 날로..... 그렇게 보면 1년 인건가? 그래도 이런 건 좀 쑥스럽단 말야. 우리가 무슨.....

“후배 녀석들한테 물어봤더니, 가르쳐 주었어. 근데, 막상 하니까 나도 엄청 쑥스럽다.”

후배들.....? 그렇구나. 상황이 상상이 갔다. 분명 여자친구처럼 얘기 했을 테니까. 다들 남자라곤 전혀 생각도 못했겠지. 하지만, 하지만.....

“바보잖아.”

가슴이 뭉클해졌다. 이런 거 누구도 생각 안 할 텐데.....

“맘....맘에 안들어?”

흐린 촛불 사이로 쑥 쓰러워 하는 상우형의 모습이 보였다. 정말 하는 짓은 너무나 덩치에 안 어울리잖아.

“그럴 리 없잖아.....”

순간 나도 모르게 상우형의 품으로 안겨들었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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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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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헉 또 새벽 4시 30분이네. T.T 이러다 올빼미가 되는것이 아는지 모르겠네요. 왠지 새벽에 글이 잘 써지는 듯 해서. 쓰다보면 어느새 3-4시간은 후딱 지나버리네요.

오늘도 리플 구걸을~~ 꼭 많이들 달아주세요. 에너지 보충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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