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어도돼? Main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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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 너 그사람 좋아해?”

어? 뜬금없이 그 사람이라니. 녀석은 많이 취해있었다. 괴로운 일이 있었다는 것을 금새 알 수 있었다. 녀석을 지켜봐왔지만, 힘든 일이 있어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녀석이었다. 가끔 깊은 생각에 잠기다가도, 항상 웃는 얼굴로 밝게 말하는 녀석이었는데.....

“그사람 이라니?”
“너 말야 그때 나한테, 말했던 멋있는 사람 있자나. 지금 만나는 사람.”

응? 멋있는 사람? 아? 그때 말했던 거 얘기하는 거구나. 의외네, 그런 거 다 기억해내고, 그렇지만 눈치가 없는 건 여전한 것 같아.

“좋아해.”
“얼만큼 좋아해?”
“그러니까.....”

웅이 녀석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취기가 잔뜩 올라, 얼굴이 벌개진 얼굴. 처음 보는 얼굴이지만, 이런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새로운 것을 발견해 낸 아이처럼 언제나 기분이 좋다고 할까.

“무척이나 많이 라고 해야 하나? 나도 잘 모르겠지만, 굉장히 좋아. 어떤 모습이든 보게 될 때마다, 이런 모습이 있었는지 놀라게 되기도 하고, 그게 참 기분 좋게 느껴져. 편하고, 무엇보다도. 정말 웃는 모습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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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녀석은 마치 상대방을 직접 보면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즐거운 표정이었다. 너 그렇게나, 좋아하는 거구나. 가슴속이 답답해져 옴이 느껴졌다. 하필 왜 그 녀석 인거야. 그 녀석은 안된다구. 너 그 녀석에 대해 제대로 알기나 하는 거야?

“그치만 뭐야 네 녀석 왜 오늘 같은 날에 집에 있는 거야? 데이트도 안하고. 사귀는 거라면 당연히 데이트해야 할 거 아냐.”
“야야. 바보야 목소리 너무 크다. 너 많이 취했다고.”
“너 데이트하는 거에 목숨 건 녀석이잖아.”

신이 녀석은 분명히 섹스보다, 만나는 것이 더 좋다고 말했다. 나는 농담으로, 너는 그 즐거움을 아직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말해주었지만, 녀석은 오히려 나에게 더 모른다며 웃었다. 하지만 왜 그녀석을 좋아하는 거야. 그 녀석은 가정이 있는 녀석이다. 그러니 당연히 그런 게 가능할리 없잖아.

“뭐, 그 사람은 항상 바쁘니까, 나 같은 거 별로 신경도 잘 안쓰고.....”

신이녀석은 애써 대답을 회피하고 있었다.

“헤어져.”
“뭐?”
“헤어지라고, 그런 녀석!”

나도 모르게 고함을 질렀다. 취기가 많이 오른 것은 확실하지만, 나답지 않다. 감정이 조절이 잘 되지 않는것일까? 확실히 많이 마시긴 했지만, 이런 적은 없는데....

“웅아?..... 너 왜 그래. 오늘 이상하잖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줘. 나 너 이러는 거 처음봐..... 너 무슨 굉장히 가슴 아픈 일 있는 거지?”

그래 가슴이 아프다. 너무너무 메어진다. 네 녀석 때문에, 내가 왜 너 때문에 이렇게 가슴이 아파야 하는 건데.....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얼굴을 하고서, 왜 그렇게 못난 거냐 너. 정말 바보같은 놈.

“신아. 나랑 사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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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방금 웅이 녀석이 뭐라고 한거지?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그런 녀석하고 헤어져. 그리고, 나..... 나랑 사귀자.”
“너..... 많이 취했다.”
“아냐 안 취했어.”
“무슨 일이 있는 거야..... 너 만나는 사람 있잖아.”
“나. 헤어졌어.....  그러니 이제 상관없어.”

아..... 그렇구나. 헤어졌구나. 그래서, 슬픈 거야? 예전에 네 녀석. 만나는 사람들하고 헤어져도 아무렇지도 않아 했었잖아. 아니 오히려 귀찮아했었잖아. 그래, 이번에는 오랫동안 그사람 만나온 것 같던데. 왜 헤어진거야.....

“바보야. 그 사람하고 헤어졌다고. 나랑 사귀자니. 너 참 웃기는 녀석이네. 야. 나 만나는 사람 있는 거 알잖아.”
“그러니까 그만 헤어져”
“너 친구한테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그 녀석보다 훨씬 잘해 줄 테니까. 그녀석이랑 당장 끝내라구!”

웅이의 목소리가 가게에 울렸다. 아마도, 모든 사람이 다 들었을 것이다. 지금 웅이는 굉장히 흥분해 있는데다 만취 상태였다. 감정 조절도 잘 안되고, 무엇보다, 녀석은 실연의 괴로움에 아파하고 있는 거야.....

“야. 이 호모 새x들아 시끄러워. 너네가 가게 전세 냈냐?”

건너편 테이블에 앉아있던 몇몇 사람들이 시비를 걸어왔다. 아까부터 흥분해있던 웅이 녀석의 목소리가 거슬렸던듯 싶었다. 몸집이 있는 사람 세명이 이쪽 테이블로 걸어왔다. 아무래도, 쉽게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친구가 술이 좀 많이 취해서.”

고개를 숙이며 난 정중히 사과를 했다. 하지만 그쪽도 이미 많이 취한 듯 했다.

“난 호모 새x식들이 제일 싫어. 술 마셨으면 조용히 어디 가서 개X랄을 하던지, 시끄러워...”

웅이 녀석이 상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이미 몸을 날려 달려들고 있었다. 바보 녀석. 지금 상대가 될 리가 없잖아. 네 녀석은 제정신도 아닌데. 순간 아찔한 통증이 배에 느껴졌다. 한 녀석이 내 배를 걷어 찬 것이다. 웅이 녀석이 내 배를 찬 녀석에게로 달려들었다. 순간 세녀석이 한꺼번에 웅이를 넘어뜨리고는 웅이 녀석을 향해 발길질을 하기 시작했다.

“삑!!!”

호루라기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가 경찰을 부른 것이 분명하다. 지금 상황에서는 확실히 우리에게 전적으로 불리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겁을 먹은 녀석들이 먼저 도망치기 시작했다. 우선은 여기를 피하는 것이 먼저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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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크게 다친 것 같지는 않았다. 우선은 근처 여관에 방을 잡고 녀석을 눕혔다. 여관주인이 좀 껄끄러워 하는 눈치였지만, 술에 취해 넘어져서 다친 상처라고 했다. 다행히 약간의 소독약과 붕대를 얻을 수 있었다.

“아프지? 좀 참아. 그러니까 왜.....”

무슨 말을 할 수는 없었다. 그래, 괴로울 거야. 정말 좋아했었던 걸까. 그 사람. 그렇게 헤어지는 게 괴롭다면..... 왜 헤어진거야....  항상 흔한 만남과 헤어짐에 길들어졌다고 그랬던 녀석이.... 이렇게나 가슴 아픈 거야? 그사람과 헤어지는게? 그래서 이렇게 많이 취해서, 나를 찾아온거야?

“신아.....”
“응? 그래 나 여기 있어. 괜찮아 상처는 그렇게 심하지 않아. 많이 아파?”

웅이가 갑자기 나를 끌어 당겼다. 갑작스러워서 어색하게 녀석의 옆으로 눕혀졌다. 녀석의 얼굴이 바로 옆에 있었다. 통증과 괴로움으로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더한 아픔을 느끼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너 내가 싫은 거야?”
“아....아니”

녀석의 입술이 내게로 다가왔다. 나는 그것을 왠지 거부할 수 없음을 느꼈다. 하지만, 이대로는..... 녀석이 강하게 나를 끌어안았다. 거친 숨소리 속에 진한 알콜 냄새가 풍겨져왔다. 아까 얻어맞았던 배 쪽에 통증이 느껴졌다. 녀석의 통증이 더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상처 많이 아프지 않을까.....
순간, 조금 전 보았던 녀석의 눈물이.....  내 목뒤로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부탁이야. 그 녀석과 헤어져줘.”

무슨 의미인지는 잘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우선 녀석의 마음을 달래주어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지금 너 무슨 말 하고있는지도 모를거야. 나도 모르게 녀석의 옷 단추를 풀어 내렸다. 오랫동안 너를 좋아해왔어. 하지만 전할 수 없는 마음뿐이었었지.... 상상 속에서 몇 번이고, 너를 만지고 느꼈었지만, 이런 걸 원했던 건 아니었는데.....

“그래. 네 말대로 할게.”
“힘들겠지만..... 내가 더 잘 해줄게.....”

잘해준다는 게 어떤 의미인거야..... 내가 네게 필요하긴 한 걸까? 한번도 나 따윈 쳐다보지 않았었잖아. 그랬다면, 내가 얼마나 너를 바라보고 있었는지.... 너를 향하고 있었는지 모를리 없었을텐데..... 그래도 나. 왠지 네가 나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 그것만으로 행복해 하는걸까? 나 참 바보 같지?

“그래....”

녀석의 볼에 흐르고 있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아..... 네 눈물. 슬픈 네 얼굴. 이렇게 일그러진 네 표정도. 너를 떠나버린 그 사람. 잊을 수 있게 해 줄게. 하지만 아주 잠깐 동안이야. 잠깐동안이라구. 그 동안만.....

“미안해.....”

미안해 할 필요 없어..... 아마도, 너를 알게 된 후부터. 나 조금은 직감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런 것뿐이라는 거, 나를 보지 않아도 괜찮아. 익숙해져있는 걸. 하지만 조금은 후회 된다. 사랑한다고 말이라도 해 볼 걸.....

녀석이 강하게 내 몸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이내 부드러운 손길이 느껴져 왔다. 너 지금 무슨 짓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거야? 내가 상대란 걸 알고 있는 거야? 항상 그리워하던 손길이었다. 꿈꾸어오던 것들을 이루게 되는 순간의 허탈감인 것일까? 갑자기 가슴 속 한 구석이 텅 비워져 가는 느낌이 들었다.

녀석의 입술이 이내 내 입술로 전해지고, 촉촉함이 입안으로 전해져왔다. 그 촉촉한 느낌이 이내 곧 전신을 휘감아갔다. 그 움직임은 때론 부드럽게, 때론 거칠게, 몸의 구석구석을 지나갔다. 손길을 뻗어 녀석의 몸에 닿자, 녀석이 순간 움찔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내 손목을 잡아 쥐고는 자신을 만지지 못하도록 거세게 눌렀다. 녀석은 이내 내 몸을 깊게 억눌렀다. 짓눌림에 아까의 통증이 느껴졌다. 너는 아프지 않아? 무엇이 그 아픔도, 고통도, 모든 것을 다 잊게 만든 걸까?

통증위로 무언가가 느껴졌다. 녀석의 크고 단단해진 물건이었다. 이전에 술기운에 취해 녀석과 뒹굴었을 때도 분명히 느꼈겠지만, 전혀 기억할 수 없었다. 서로 완전히 필름이 끊긴 상태였기 때문에..... 그 날일은 있었지만, 모르는 일이 되어버렸다. 어쩌면 넌 내일 아침 모든 것을 새하얗게 잊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기억 속엔 깊게 남게 될지도....

왠지 모를 서글픔에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것은 녀석의 짓눌림에 의한 통증과 함께 더욱 아픔을 유발했다. 이내 눈물이 볼을 타고 소리 없이 흘러내렸다. 순간 녀석의 움직임이 멈칫하는 게 느껴졌다. 어느 샌가, 나를 내려보고 있었다.

“울지마.....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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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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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조금일찍 끝났네요. 미흡한 글 계속 사랑해주시는 분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꼭꼭 리플달아주세요. T.T 리플 하나만 있어도
정말 무지무지 기운나거든요.

이제 어느덧 이야기의 중반에 접어들었네요. 너무 지루하게 길어지지 않는지....  조심해야되는데, T.T 응원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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