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배달원 (10 -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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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그런데 오늘은 언제부터 깨어 있었던 거야?”
“아까 네가 내 다리 사이를 뚫어지게 쳐다볼 때부터.”
설마 그걸 다 알고 있었던 거야?
난 창피함에 얼굴이 새빨개진 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후후, 인제 와서 뭘 그렇게 부끄러워해?”
현재가 얼굴을 가린 내 손을 치우려고 했다.
“사실 네가 주방으로 물 마시러 나왔을 때 딱 눈치챘어. 물만 마시러 나온 건 아닌 듯했거든.”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역시나 넌 예상대로 다가왔고 내 다리 사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지. 음흉한 놈.”
현재가 피식 웃더니 고개를 숙이고 쪽 소리가 나게 입을 맞췄다.
“그 뒤로는 내 계획대로 일사천리였지. 근데 너 혀 놀림 정말 죽이던데? 크크크.”
“야, 말하지 마.”
난 얼굴이 화끈거려 얇은 여름 이불을 얼른 얼굴까지 끌어올렸다.
이불 속에서 생각해보니 내가 이 녀석을 덮친 게 아니라 이 녀석이 나를 유혹한 것이 분명하다.
그것도 계획적으로.
억울한 느낌이 들었다.
나쁜 놈…. 난 그것도 모르고 얼마나 조마조마했다고.
“우리 한 번 더 할까?”
이불 속에서 미친놈처럼 혼자 중얼거리고 있는데 현재가 이불을 슥 내렸다.
“뭘 한번 더해?”
“오빠가 뿅 가게 해줄게. 아까 좋았잖아.”
현재가 간지럼을 태우려고 했다.
오빠라니, 이 자식이…. 더 늦기 전에 아무래도 나이를 속였다고 얼른 실토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딴에는 내 진짜 나이를 알고 당황해 할 녀석의 표정이 궁금하기도 했다.
“그런데 말이야…, 나 너한테 제대로 얘기 안 한 게 있다?”
“뭔데?”
“사실 난… 너랑 동갑이 아니야.”
나는 살짝 긴장한 표정으로 현재를 올려다보았다. 이불을 입까지 바짝 올리고서.
“뭐야, 형이야? 형이라고 해도 난 계속 반말할 거다? 억울해도 어쩔 수 없어.”
현재가 별로 놀라지도 않는다.
“그런데…, 몇 살인데?”
현재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심드렁한 표정으로 물었다.
난 손가락으로 세 개와 네 개를 연속해서 폈다.
“그게 뭐야.”
현재가 멀뚱멀뚱한 눈빛으로 내려다보다가 눈이 점점 커졌다.
“서, 설마 서른네 살?”
난 이불 속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현재가 경기를 일으키듯 벌떡 일어나더니 공손히 무릎을 꿇었다. 두 손은 각 잡고 무릎 위에 올린 채.
“형, 죄송해요. 전, 정말 형이 제 또래인 줄 알았어요. 34살이면 우리 삼촌이랑 동갑이신데….”
삼촌, 흑. 장난삼아 했던 거짓말인데 정작 상처는 내가 받고 말았다.
“너, 계속 반말할 거라며?”
녀석의 존댓말에 순간 거리감이 느껴져서 괜히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그, 그래도 돼요?”
현재가 무릎을 꿇은 채 나를 빤히 바라다본다.
귀엽다. 역시 나이는 못 속이나 보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현재가 그대로 내 목을 껴안았다.
“다행이다. 내가 버릇없이 굴었다고 형이 나를 싫어할까 봐 걱정했거든.”
“너 버릇없이 군 거 맞거든?”
“그러게 누가 이렇게 동안이라고 했나?”
현재가 피시식 웃으며 내 목에 얼굴을 박았다.
다행이다. 나이가 이렇게 많은데 현재가 싫어하지 않아서.
“아 참.”
현재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고개를 들었다.
“형이 아니라 삼촌이라고 부를까? 그게 더 맞는 것 같은데.”
“너 죽는다?”
내가 주먹을 쥐어 보였다.
“형 주먹 하나도 안 무섭거든? 나보다 주먹도 작으면서.”
형이라는 말이 참 듣기 좋다. 특히 현재의 입에서 나오는 ‘형’ 소리가 너무 다정하다.
“다시 불러봐.”
“뭘? 삼촌?”
“이게!”
내가 현재 머리를 콩 쥐어박았다.
“아야. 형이라고 이젠 폭력도 쓰네?”
“그래. 그렇게 불러봐. 형, 하고 말이야.”
그제야 내 말뜻을 알아챈 현재가 내 귀에 입을 바싹 갖다 대고 속삭이듯 불렀다.
“형~.”
간지러우면서 흥분되고, 그러면서도 동시에 평온한 느낌이 들었다.
“형~, 있잖아.”
현재가 계속 귀에 대고 속삭인다. 난 간지러운 느낌에 그만 웃음 터뜨리고 말았다.
“큭큭, 간지러워.”
“형, 형, 있잖아… 우리 또 하자.”
그 말과 동시에 현재가 내 위로 올라탔다. 여전히 입술로는 내 귀와 목을 애무하며.
현재의 손이 내 가슴과 배, 옆구리를 천천히 어루만지며 내려가더니 종착지에 다다른 배처럼 다리 사이로 쏙 들어간다.
“아읏.”
현재의 능숙한 손놀림에 맞추어 입에서 달뜬 신음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뜨거운 열기가 척추를 따라 내려가고 뭉근한 쾌감이 사타구니 안쪽에서 온몸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좋아?”
현재가 또 물었다.
“응. 계속해줘.”
난 팔을 뻗어 잔 근육이 섬세한 현재의 등을 안았다. 묘하게도 아까와는 달리 쾌감이 온몸을 휘감으면서도 뭔가 듬직하고 평온한 느낌이 든다. 마치 이 녀석이 내 사람이 된 것처럼….
드디어 3년간의 힘들었던 독수공방 생활도 이젠 끝이다.
푸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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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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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읽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드려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