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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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중간 부분인 계단참에 시커먼 그림자가 앉아있었다.

 

머리끝이 쭈뼛 섰다. 강도일까?

새벽 두 시에 누군가 저기에 웅크리고 있으리라고는 상상해본 적도 없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양 무릎 사이에 힘없이 고개를 숙인 실루엣이 눈에 들어왔다.

 

누군지 확인할 생각으로 핸드폰을 꺼내 들고 다가가자 웅크리고 있던 사람이 고개를 들었다. 뜻밖에도 아까 밑에서 라이터를 빌렸던 윗집 고등학생이었다.

 

여기서 뭐 하고 있어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을 건네는 나를 녀석이 담담히 바라보았다.

 

집에 못 들어가겠어요.”

 

왜요?”

 

짜증이 나서요. 엄마 아빠 얼굴 보기가 싫어요.”

 

그렇다고 거기 그렇게 웅크리고 앉아있을 거예요? 사람들 놀라게?”

 

녀석은 일어나지도 않고 한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흩뜨렸다. 답답하면 나오는 버릇 같았다.

 

, 아저씨 집에 좀 있으면 안 될까요?”

 

우리 집에?”

 

예상치도 못한 말에 또 깜짝 놀랐다.

오늘 밤에 도대체 몇 번을 놀라는 거야.

 

별로 내키지 않아 주저하는데 녀석이 얼른 덧붙였다.

 

아저씨 혼자 살잖아요? 아침에 아빠 출근하고 나면 올라갈게요.”

 

내가 혼자 사는 건 어떻게 알았을까? 이웃이면 자연히 알게 되는 건가.

,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중요한 것은 녀석 눈빛을 보자 차마 안된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녀석이 덩치가 크기는 해도 어두운 곳에 웅크리고 있으니 왠지 안 돼 보였다.

 

어쩔 수 없지. 들어와.”

 

체념하며 문을 여는데 마음이 복잡했다.

이 애를 어떻게 믿고 집에 들이냐는 생각부터 왠지 오늘 밤 사고를 칠 것 같은 불안감까지.

 

녀석의 근육질 몸매에 살짝 설레다가도 미성년자를 건드려 쇠고랑을 차고 경찰에 잡혀가는 내 모습이 떠올라 등골이 오싹하기도 했다.

 

남자 혼자 사는 것 치고는 깔끔하게 해놓고 사네요?”

 

녀석이 집안을 둘러보며 말했다.

 

혼자 사니까 어지럽힐 사람이 없어.”

 

어느새 말이 편하게 나왔다.

녀석은 거실에 있는 책장을 유심히 쳐다보더니 앉으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소파에 털썩 걸터앉았다. 자세가 하도 편안해서 내 집이 아니라 녀석 집에 내가 온 것만 같았다.

 

집에 술 좀 있어요?”

 

?”

 

어이가 없었다.

이놈의 자식이 밖에서 노숙할 걸 구해줬더니 지금 나한테 술까지 달라는 거야?

 

너 미성년자 아니야?”

 

욱하는 마음에 말해놓고도 뒷골이 뜨끔했다.

밑에서는 공손히 라이터까지 갖다 바친 주제에 여기서 미성년자를 따지다니.

너도 참 일관성도 없다.

 

내 속의 또 다른 자아가 나를 나무랐다.

 

당황한 내 표정을 본 녀석이 입꼬리를 슬며시 말았다.

녀석도 아까 일을 떠올리고 있는 게 분명했다.

 

걱정 마세요. 미성년자는 아니니까. 고등학교 갈 때 일 년 꿇어서 나이는 벌써 스물입니다. 이제 됐죠?”

 

, , 그래?”

 

어쩐지 너무 성숙해 보이더라니.

그렇다면 맥주 한잔쯤 상관없겠지?

 

-. 소심한 자아가 다시 안심하는 소리가 머릿속에서 들렸다.

냉장고에서 맥주 캔을 하나 꺼내서 녀석에게 건네줬다.

 

이름이 뭐니?”

 

성훈이요. 김성훈.”

 

그래? 내 친구 중에도 김성훈이 있는데.”

 

평범한 이름이죠. 누구나 김성훈 한 명쯤은 알고 있을 걸요?”

 

녀석은 평범한 이름이 불만인 듯 캔을 따면서 인상을 썼다. 남자답고 좋기만 하구만.

 

나는 은호라고 해. 김은호.”

 

뭐랄까, 굉장히 예쁜 이름이네요. 은호.”

 

녀석의 입에서 예쁘다는 말이 나오자 갑자기 목덜미가 다시 화끈거렸다.

내 얼굴이 예쁘다고 한 것도 아닌데 왜 그런 느낌이 들었을까.

그게 뭐라고.

 

성훈이와 맥주 캔을 부딪치며 건배했다.

 

인생은 참 아이러니다.

불과 한 시간 전까지만 하더라도 천장을 노려보며 속으로 녀석 욕을 해대고 있었는데.

내게 불면을 제공한 녀석과 단둘이 마주 앉아 맥주를 마시게 될 줄이야.

 

아까 한 질문, 다시 해도 괜찮아?”

 

무슨 질문요?”

 

왜 그렇게 싸워? 부모님이랑?”

 

녀석은 말하기 싫은 듯 가만히 있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요약하면 이런 거죠. 나는 대학 가기 싫고. 아빠는 대학 안 가면 죽여버린다고 하고. 엄마는 괜히 말리는 척하면서 옆에서 더 성질을 돋우기만 하고.”

 

뭔가 상당히 생략된 느낌이었지만 말하기 싫은 듯했다.

그런 상황, 이해는 갔다. 하지만 내가 남의 인생에 왈가왈부할 수는 없으니.

그보다 내 인생과 관련 있는 것부터 물었다.

 

그런데 왜 항상 새벽에 그렇게 싸우는 거야?”

 

아빠가 항상 이 시각에 집에 들어오거든요. 맨날 술이 한 잔씩 돼서 오는데 나만 보면 그렇게 속에서 열불이 나나 봐요. 내가 가만히 있는 꼴을 못 봐요.”

 

성훈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정상적인 아이였다.

이 녀석이 고래고래 악쓰는 소리만 들었던 나는 사실 이 녀석이 자폐아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했었다.

 

그래서 이 새벽에 저렇게 소리 지르고 바닥을 발로 차는 것이라고.

자폐아를 키우는 부모 마음이야 오죽할까, 하며 녀석의 부모를 속으로 동정하기조차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녀석, 상당히 멀쩡한 게 아닌가.

말도 곧잘 하는 걸 보면 사회성이 없는 것도 아니고.

 

맥주 말고 소주는 없어요?”

 

벌써 맥주 세 캔을 끝낸 녀석이 맥주가 심심한지 다른 술을 찾았다.

 

소주는 없는데.”

 

저건 뭐예요?”

 

성훈이 책장에 장식삼아 진열한 베트남 보드카를 가리켰다.

 

, 저거. 넵모이라고 찹쌀로 만든 베트남 술이야.”

 

베트남 술?”

 

호기심에 가득 찬 성훈의 눈이 반짝거렸다.

 

한번 마셔봐도 돼요?”

 

이건 좀 많이 독한데 괜찮겠어?”

 

괜찮아요. 저 술 세거든요.”

 

얼떨결에 작년부터 그냥 고이 모셔두기만 했던 베트남 술을 땄다.

술이 세다고 하더니 녀석, 정말 보드카를 소주처럼 마셨다.

 

거실 카펫 위에 앉아서 술을 마시던 나는 어느새 술기운이 확 올라왔다.

탄탄한 가슴 밖으로 도드라진 녀석의 유두가 자꾸 신경 쓰였다.

 

아저씨, 얼굴 엄청 빨개요.”

 

녀석이 흥미로운 듯 내 얼굴을 살폈다.

 

그래? 난 술이 약해서 금방 취해.”

 

그런데 아까부터 왜 그렇게 내 가슴을 쳐다봐요? 뭐 묻었어요?”

 

술이 들어가서 그런지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대담한 말이 입 밖으로 툭 튀어나왔다.

 

너 가슴근육이 되게 크다. 한번 보여줄 수 있냐?”

 

녀석이 피식 웃었다.

내가 한 말의 숨은 뜻을 알고 있다는 듯이.

 

그리고는 순식간에 민소매 티를 벗었다.

달아오른 내 눈앞에서 녀석의 탄탄한 가슴이 나타났다.

피부색이 유난히 하얗다고 생각했는데 벗은 상체는 그야말로 자체발광이었다.

 

녀석의 하얀 가슴근육 가운데 자리 잡은 유두는 기대했던 분홍색이 아니라 검붉은 대춧빛이었다. 이 녀석, 가슴을 한두 번 빨려본 게 아니잖아.

 

문득 누군가 녀석의 가슴을 빠는 모습이 연상되었다.

괜히 질투심이 들었다.

 

녀석이 자랑이라도 하듯 가슴근육을 씰룩거렸다.

가만히 보고 있으니 녀석의 유두를 머금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이런 젠장.

충동이 너무 강렬해서 고개를 돌리는 찰나.

 

한번 만져볼래요?”

 

녀석이 내 앞으로 가슴을 내밀었다. 그 말에 나는 주문에 걸린 사람처럼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스르르 손을 앞으로 뻗었다.

꿀꺽. 나도 모르게 침까지 삼키며.

 

녀석의 가슴은 싱그러우면서도 탄력 있는 느낌이었다.

자연스레 녀석의 유두가 내 손끝을 스쳤다.

손이 닿자마자 대춧빛 유두가 꼿꼿이 서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잔뜩 발기한 녀석의 유두는 무슨 맛일까?

나도 모르게 녀석의 유두를 다시 한번 문지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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